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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한 사람밖에 구할 수 없었어

Penulis: 꽃길마다
시아는 운이 좋았다.

그렇게 심하게 넘어졌는데도 뇌진탕은 아니었다.

하지만 뒤통수에 생긴 커다란 손으로 만져질 정도였다.

고개를 숙이고 뒤통수를 만지며 걷던 시아는 길을 제대로 보지 않아 누군가와 정면으로 부딪쳤다.

“죄송...”

사과를 하려 고개를 든 순간 익숙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지호 씨.”

하지호는 짙은 회색 실크 셔츠에 맞춤 제작된 슬랙스를 입고 있었고, 어깨에서 허리로 이어지는 실루엣은 단정하고 절제된 고급스러움이 묻어났다.

“다쳤어요?”

지호는 키가 컸다.

시아의 머리가 겨우 남자의 턱 밑에 닿을 정도였다.

지호는 시아의 뒤통수에 난 혹을 보고 있었다.

“괜찮아요.”

시아는 뒷걸음질 치며 지호 손에서 벗어났다.

지호는 자연스럽게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고 그윽한 눈빛으로 시아를 살폈다.

“도움이 필요해요?”

“아니요, 괜찮아요.”

시아는 고개를 저으며 다시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고는 뭔가 생각난 듯 말을 이었다.

“결혼 축하드려요, 지호 씨.”

지호의 시선이 시아의 혹에서 얼굴로 옮겨지더니 그 깊은 눈 속에 잠깐 읽기 어려운 표정이 스쳤다.

“시아 씨도요. 축하해요.”

‘무슨 축하?’

‘사랑한 사람에게 버림받고 7년을 함께한 남자가 다른 여자와 결혼하는 걸 축하하라고?’

하지만 시아도 결혼할 예정이다.

같은 날이니 굳이 따지자면 축하 인사를 받을 만했다.

시아는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돌아섰다.

이번에 크게 넘어져 유일하게 덕 본 것은 휴가를 낼 수 있는 핑계가 생긴 것이다.

시아는 그 틈을 타 자신의 물건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지금 살고 있는 이 집은 3개월 전까지만 해도 승준과 함께 살던 곳이었다.

하지만 승준과 은채가 다시 만나게 된 뒤 승준은 풍림원으로 옮겼고 여긴 시아 혼자만의 공간이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집 안에는 승준의 흔적이 가득했다.

신발장에 있는 구두, 행거에 걸린 셔츠.

와인 선반 위에는 승준이 좋아하던 잔과 술병이 있었고 소파 위에는 종종 그가 덮던 담요도 있었다.

최근 3개월간 시아는 단 하나도 건드리지 않았다.

마치 그 물건들이 그대로 있으면 승준이 다시 돌아올 것만 같아서였다.

하지만 시아는 알고 있었다.

자신도, 그 물건들도 이제 다시는 승준을 맞이할 수 없다는걸.

그래서 승준의 물건은 남기고 자기 옷, 신발, 생필품, 심지어 걸어둔 그림들과 소품까지 하나도 남김없이 정리했다.

승준이 문을 열고 집에 들어왔을 때 어딘가 달라졌다는 걸 바로 느꼈다.

하지만 뭐가 달라졌는지는 금방 떠오르지 않았다.

은채와 사귀게 된 후 이 집에 오긴 처음이었다.

그만큼 낯설고 멀게 느껴졌다.

시아는 승준이 온 것에 놀랐다.

“대표님, 무슨 일이시죠? 은채 씨에게 또 뭔가 필요하나요?”

승준은 시아의 창백한 얼굴을 바라보며 물었다.

“상처는 좀 어때?”

오늘 드레스샵에서 다쳤을 때 시아는 혼자 병원에 갔다.

왜냐면 승준은 은채를 안고 있었고, 은채는 무서워하고 있었으니까.

“죽을 정도는 아니에요.”

시아는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시아도 사람이었다. 무덤덤한 얼굴 뒤에도 감정은 살아 있었다.

비록 사랑은 사라졌어도 함께 싸워온 시간까지 사라진 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시아가 다쳤는데도, 승준은 그녀를 병원에 혼자 보내버렸다.

승준은 다가와 시아의 팔을 잡아끌었고 그대로 시아를 품에 안아 머리를 살폈다.

승준의 손끝이 혹에 닿자 찌릿한 통증에 시아는 고개를 홱 돌리며 남자를 밀쳐냈다.

“이렇게 큰 혹을 그냥 뒀어?”

승준이 다시 손을 뻗었다.

“나랑 병원에 가자.”

시아는 한 발 더 뒤로 물러섰다.

“의사 선생님 말씀으로는 피가 고여 있는 거래요. 병원 가면 뭐 하시게요? 피 빼주시려고요?”

이 증상은 혈종이라 시간이 지나야 자연스럽게 가라앉는다.

승준의 눈에 미묘한 아픔이 스쳤다.

“오늘... 내가 일부러 안 도운 거 아니야. 그 순간에 난... 한 사람밖에 구할 수 없었어.”

결국 승준은 가장 소중한 사람을 택했다.

본능이 가장 솔직한 속마음이라는 것을, 시아는 알고 있었다.

말하지 않아도, 승준의 선택이 말해줬다.

“은채 씨가 대표님 약혼녀니까요. 그렇게 하시는 게 맞아요.”

시아는 고개를 숙였다. 눈가엔 어느새 눈물이 맺혀 있었다.

“나...”

승준이 뭐라도 더 말하려던 순간 핸드폰이 울렸다.

번호를 확인한 승준이는 벨소리를 끄고 말했다.

“시아야, 오늘은 푹 쉬어. 결혼식 준비는 다른 사람에게 맡길 테니까. 근데 전날과 당일에는 꼭 참석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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