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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작가: 봄가을
한편, K대 대학병원.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들이 갑자기 병실에 들이닥치더니 한고운에게 응급처치를 취하고 있는 의료진들을 전부 내쫓아버렸다.

다급한 마음에 강우연이 목이 터져라 외쳤다.

“당신들 뭐야! 저 사람들을 왜 내쫓아! 이러다 내 딸 진짜 죽는다고!”

또각또각.

저승사자의 목소리 같은 남자의 구두굽 소리가 찰나의 정적을 꿰뚫었다.

곧이어 보디가드들이 홍해 갈라지 듯 양쪽으로 갈라지고 그 사이로 흰 정장을 입은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분명 잘생긴 얼굴이었지만 입가에 걸린 서늘한 미소가 수상한 남자였다.

“강우연, 어떻게? 내가 말한 조건은 좀 생각해 봤어? 이번 사고는 그냥 경고일 뿐이야. 내 말대로 그냥 나랑 몇 번만 만나. 네 딸 지금 바로 구해 줄 거니까.”

남자의 말을 듣던 강우연이 고개를 홱 돌렸다.

혐오와 증오가 가득한 눈으로 남자를 노려보던 강우연이 남자에게 달려들어 멱살을 부여잡았다.

“김태우! 우리 고운이 사고, 네가 낸 거야? 왜! 왜 그랬어 왜! 차라리 나한테 그러지. 왜 애꿎은 애한테 그러냐고! 우리 고운이 이제 겨우 네 살이란 말이야...”

가슴 터져라 소리치던 강우연이 결국 오열하며 작은 주먹으로 남자의 가슴을 내리쳤다.

“이게 어디에 손을 대!”

짝!

거침없이 강우연의 뺨을 날린 김태우가 그녀의 가는 팔목을 꽉 부여잡았다.

“강우연, 왜 이래? 이게 다 네가 자초한 일이잖아. 내가 그 동안 들인 돈이 얼만데. 튕기는 것도 정도껏이어야지. 딸이 있어서 나한테 관심을 안 주는 건가 싶어서 말이야. 그래서 내가 사고 냈어. 커다란 트럭이 저 조그만 애랑 부딪히는데... 어우, 내가 시킨 거지만 좀 잔인하긴 하더라.”

“으아아악! 김태우, 이 악마만도 못한 자식! 이 사이코패스, 변태 자식아! 내가 너 경찰에 신고할 거야! 내가 너 죽여버릴 거야!”

강우연은 있는 힘을 다해 악을 쓰며 김태우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돌아오는 건 그의 거센 따귀뿐이었다.

그리고 강우연의 머리채를 꽉 부여잡은 김태우가 눈물로 범벅진 얼굴을 흥미롭다는 듯 바라보았다.

“경찰에 신고? 날 죽여? 해봐. 신고든 죽이든 해보라고. 내 말 한 마디면 네 딸 이 병원에서 당장 쫓아낼 수도 있어. 아니, S시에 그 어떤 병원도 네 딸 안 받아줄걸? 정말 그러길 바라? 그래, 차라리 그렇게 하는 게 나을 수도 있겠다. 아비도 없이 태어난 더러운 씨, 이참에 그냥 버리고 나랑 다시 시작하자...”

강우연의 귓가에 울리는 김태우의 서늘한 목소리에 그녀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 기분이었다.

한편, 병상에 누워 얕은 숨을 몰아쉬던 한고운이 피투성이인 손을 힘겹게 들었다.

“나쁜 아저씨... 아저씨, 우리 엄마 놔줘요. 우리 아빠... 우리 아빠가 아저씨 혼내줄 거예요. 우리 아빠... 슈퍼맨이라서... 다 혼내줄 수 있어요...”

김태우에게 머리채와 턱을 붙잡힌 강우연이 겨우 고개를 돌려 훌쩍였다.

“미안해, 고운아. 엄마가 미안해...”

그녀의 눈동자에는 오직 절망과 고통뿐이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바닥에 털썩 주저앉은 강우연이 김태우의 허벅지를 끌어안으며 애원했다.

“제발... 내가 이렇게 빌 테니까 우리 딸 좀 살려줘. 이제 겨우 4살이잖아. 4살... 내 딸만 살려주면 시키는 건 뭐든 할 테니까. 제발... 우리 딸 목숨만 살려줘.”

말을 마친 강우연이 바닥에 머리를 내리찧었다.

곧 이마에 붉은 피가 새어나오기 시작했지만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딸을 구할 수만 있다면 이 정도 고통쯤은 충분히 견딜 수 있었으니까.

무표정한 얼굴로 그 모습을 빤히 바라보던 김태우가 허리를 숙였다.

큰 손으로 눈물과 피로 얼룩진 강우연의 얼굴을 든 그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게. 결국 이렇게 될 거 왜 그렇게 튕겼어. 나도 이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았다고. 이것 봐. 예쁜 얼굴 다 상하고. 나 너무 속상해, 우연아.”

그리고 주머니에서 실크 손수건을 꺼낸 그가 강우연의 얼굴을 닦아주었다.

분명 부드러운 손길이었음에도 차가운 그의 손가락이 스칠 때마다 목덜미에 소름이 돋았다. 하지만 강우연은 살짝 움찔거릴 뿐, 차마 피할 순 없었다.

이 남자의 말 한 마디에 인생의 전부인 딸의 목숨이 걸려있으니까.

“됐다. 10분 줄게. 화장 좀 하고 내려와.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명심해. 지금부터 네 딸의 목숨줄은 내가 쥐고 있는 거야. 현명한 선택... 하길 바랄게?”

그리고 음침한 미소와 함께 그녀의 귓가에 이렇게 속삭였다.

“어떡하지? 벌써 네가 가지고 싶어서 미치겠는데? 강우연, 넌 내 거야. 절대 도망칠 수 없어.”

이 말을 마지막으로 응급실을 나선 김태우가 부하들에게 말했다.

“우연이가 나와도 의료진들은 들여보내지 마. 아비가 누군지도 모르는 더러운 씨까지 받아줄 생각은 없어. 쟤는 오늘 무조건 죽어야 하는 거야. 알겠어?”

“알겠습니다!”

한편, 병실에 덩그러니 남은 강우연이 기다시피 침대쪽으로 다가갔다.

한고운의 작은 손을 꼭 잡은 강우연이 아이의 눈가로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아주었다.

“고운아, 울지 마. 엄마 여기 있어.”

“엄마, 나 너무 아파. 아빠는... 아빠는 언제 오는 거야? 저런 나쁜 아저씨랑 결혼하면 안 돼...”

아이의 맑은 눈동자를 보고 있자니 가슴이 미어질 듯했지만 강우연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아이의 이마에 쪽 입을 맞추었다.

터져나오는 흐느낌이 들리지 않게 입을 꽉 틀어막았지만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막을 길은 없었다.

“그런 거 아니야. 엄마 잠깐 나갔다가 들어올게. 자, 엄마 휴대폰. 이게 아빠 번호니까... 아빠 보고 싶으면 여기에 전화해. 알겠지? 우리 고운이 씩씩하니까 아빠 올 때까지 기다릴 수 있지?”

말을 마친 강우연은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애써 옮겨 화장실로 향했다.

대충 파우치에서 꺼낸 화장품으로 메이크업을 하고 있자니 허탈함이 밀려왔다.

‘딸은 지금 죽네 사네 하고 있는데 엄마라는 사람이... 지금 뭐 하는 짓인지...’

하지만 또 엄마기에 지푸라기라도 붙잡아야 했다.

화장으로도 가려지지 않는 빨갛게 부운 눈, 그럼에도 아름답고 청초한 얼굴.

거울속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던 강우연이 손바닥으로 얼굴을 짝짝 두드렸다.

‘정신차려, 강우연. 지금은 울고 있을 때가 아니야.’

그리고 방금 전 병실에서 챙긴 과도를 만지작거렸다.

병동을 나서 주차장으로 내려오니 번쩍이는 벤츠가 그녀를 맞이했다.

과도가 든 백을 더 꽉 움켜쥐곤 결연한 얼굴로 차에 올랐다.

“출발해.”

시가를 문 김태우의 얼굴에 의기양양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같은 시각, 응급실 앞.

요동치는 바이탈에 응급실로 들어가려는 의료진들의 앞을 부하들이 다시 막아섰다.

“김태우 대표님 명령입니다. 그 누구도 들어갈 수 없으니 물러나세요. 괜히 피 보고 싶지 않으면.”

“아무리 그래도 환자를...”

“지금 저 환자 당장 응급 수술 들어가야 합니다. 안 그럼 죽는다고요!”

의사와 간호사들이 소리쳤지만 남자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남자들의 허리춤에 번뜩이는 칼을 보고 있자니 차마 앞으로 다가갈 용기도 나지 않고.

다들 응급실의 작은 창문으로 경련을 일으키기 시작한 작은 소녀를 안타깝게 바라볼 뿐이었다.

한편, 병실에 누워있는 한고운은 마지막 힘을 쥐어짜 한지훈의 번호를 눌렀다.

“아빠... 나 너무 아파... 언제 오는 거야? 엄마가... 나쁜 아저씨한테 잡혀갔단 말이야. 나 너무 힘들어... 더는 못 버틸 것 같다고...”

이때 뭔가 이상함을 감지한 부하가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응급실로 들어오더니 휴대폰을 그대로 박살내버렸다.

“야, 이딴 장난 안 먹히니까 포기해.”

그리고 한고운의 마지막 숨결을 지켜주던 산소마스크까지 떼어내버렸다.

“안 돼... 아빠... 아빠.... 흑흑...”

아빠의 이름만을 부르던 한고운의 입에서 시뻘건 피가 흐르고... 쌕쌕 힘겹게 쉬던 숨소리마저 점점 미약해지기 시작했다.

“아빠, 아빠 얼굴 꼭 보고 싶었는데. 엄마가... 아빠는 슈퍼맨이라고 했단 말이야.”

정신이 아득해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한고운은 아빠를 부르고 또 불렀다.

밖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의료진들은 결국 고개를 돌려버렸다.

‘아버지란 사람은 도대체 어디 있는 거야. 아니지... 그 사람이 온다 해도 뭐가 달라지겠어. 상대가 김태우 대표인데.’

쿠르릉.

그 순간, 병원 건물이 살짝 흔들리기 시작했다.

혹시 지진이라도 난 건가 싶어 사람들이 건물을 뛰쳐나가고 응급실 의료진들도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그리고 그들의 눈앞에 펼쳐진 장면은 가히 놀라웠다.

뉴스에서 잠깐씩 봤던 최첨단 전투기가 병원 주차장에 댄 차들을 전부 밀어버리며 강제 착륙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청룡 무늬가 그려진 군복을 입은 훤칠한 남자가 전투기에서 내리더니 무서운 기세로 병원에 들어섰다.

신룡전 8대 용장 역시 그의 뒤를 따랐다.

“고운아, 아빠. 아빠 왔어!”

다음 순간, 응급실 문 앞에 선 한지훈의 눈에 온몸이 피투성이인 여자아이의 모습이 들어왔다.

얼굴 한 번 본 적 없었지만 천륜으로 엮여있어서일까.

보는 순간 알 수 있었다.

아, 저 아이가 내 딸이구나.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지금 당장 숨이 넘어가도 이상하지 않은 창백한 낯빛에 한지훈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아빠? 아빠 맞아? 슈퍼맨 아빠가... 진짜 와준 거야?”

기적이 일어난 건지, 거의 숨이 멎어가던 한고운이 무거운 눈꺼풀을 힘겹게 들어올렸다.

그리고 낯설지만 익숙한 한지훈을 바라보며 드디어 희미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웃을 때 귀엽게 파이는 보조개, 누가 봐도 한지훈의 딸이었다.

“고운아, 아빠... 아빠 왔어.”

“엄마가 그랬어. 아빠는 슈퍼맨이라고. 어떻게든 나 보러 올 거라고. 이제 나한테도 아빠가 생긴 거네? 다행이다...”

이 말을 마지막으로 한고운의 눈이 스르륵 감기고...

“삐이...”

심전도 기계가 절망적인 소리를 내뿜었다.

“안 돼. 고운아, 정신 좀 차려봐. 안 돼!!”

안타까운 광경에 의료진들도 어느새 오열하기 시작했다.

‘대화를 들어보니 아빠를 처음 만난 모양인데 제대로 안겨보지 못하고 이렇게 죽는 거야? 저 어린 게 뭘 잘못했다고...’

“으아아악!”

이성을 잃은 한지훈이 그의 앞을 가로막은 부하들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퍽퍽퍽!”

단 세 번의 펀치에 뒤로 튕겨져나간 부하들은 그대로 창문을 뚫고 추락했다.

응급실로 달려들어간 한지훈이 딸의 이마를 끝없이 쓰다듬었다.

“고운아, 아빠 왔잖아. 제발 눈 좀 떠봐. 다시 한번 아빠 좀 봐줘. 응? 큭... 푸흡!”

너무 큰 충격을 받아서일까? 가슴이 답답한 기분이 들더니 한지훈의 입에서도 시커먼 피가 뿜겨져나왔다.

“안 돼! 고운아, 조금만... 조금만 더 버텨. 아빠가 무슨 일 있어도 너 살릴 테니까.”

한지훈이 번쩍 아이를 안아든 순간, 김태우의 부하들로 보이는 남자들이 응급실에 쳐들어왔다.

“너희들 뭐야? 뭔데 우리 도련님이 짜신 판에 깽판을 놔. 야, 다 죽여버려!”

쿠궁!

‘저 자식들이야? 내 딸을 이렇게 만든 게?’

한지훈의 눈이 분노로 시뻘겋게 물들고 온몸에서 무시무시한 살기가 터져나왔다.

그 기운에 화창하던 하늘에 먹구름이 몰려들 정도였다.

“죽여... 저 자식들 전부...”

한지훈의 명령에 신룡전 8대 용장이 뛰어들고 기세 좋게 달려들던 부하들은 비명 소리 하나 내지 못한 채 쓰러진다.

“터벅터벅.”

온몸이 피투성이인 한고운을 안은 한지훈이 응급실을 나서고 그 무서운 살의,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처참한 광경에 상황을 지켜보기만 하던 의료진들이 주춤주춤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방금 전 내상으로 다리에 힘이 풀린 한지훈이 털썩 주저앉고 입에서는 다시 검붉은 피가 쏟아졌다.

“사령관님!”

그를 부축하는 용일의 손을 뿌리친 한지훈이 핏발 선 눈으로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오늘부로 파용군은 S시로 주둔지를 옮긴다. 4대 용존, 호용 고수들 전부 다 불러. 어디에 있든 오늘 안에 전부 S시로 모이라고! 푸흡...!”

이 말을 마지막으로 한지훈은 정신을 잃고 만다.

정신을 잃은 순간에도 한고운을 꼭 안고 있는 모습, 한지훈의 입가에서 흘러내린 피가 이미 피로 물든 한고운의 옷을 다시 적셨다.

“사령관님!”

...

10분 후, 용일의 연락을 받은 30만 파용군이 완전 무장을 한 채 S시가 있는 동원구로 이동하고, 동시에 세계 각지에서 비밀 임무를 수행하던 4대 용존과 호용(護龍) 고수들도 S시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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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오소리
와 진짜 초딩이 써도 이것보단 잘 쓰겠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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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지훈의 질문에 아셀로는 하찮은 웃음을 보였다. 자고로 인 씨 가문 왕조는 상고 시대로부터 전승되어 오고 있었고, 심지어는 태고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도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용족은 아직 멸망하지 않은 상황이었고, 당시 인 씨 가문 왕조는 용족의 노예로 지내고 있었다. 당시 거의 모든 왕조와 가문들은 모두 용족과 밀접한 연관을 갖고 있었다. 그 말은 즉, 인 씨 가문 왕조에게는 용족의 피도 흐르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설령 천도 맹약의 사람이라 할지라도, 인 씨 가문 왕족의 후손에게는 공손해야 했다. 오늘날 세속에서, 인 씨 가문 왕조는 더욱 특별한 존재였다. 유럽이든 미육이든, 심지어 용국 5대 명산이든 역외 강자든, 모두 같은 마음을 갖고 있었다. 다들 알다시피 인 씨 가문 왕조는 웬만한 사람들이 감히 건드리지 못하는 존재인데, 그들이 과연 세속의 어린 세대 강자를 눈 여겨보기라도 할까? "내가 말했지, 얘는 내 친구이자 우리 인 씨 가문 왕족의 친구이기도 하다고. 넌 말할 것도 없고 설령 용국의 국왕이 직접 찾아온다 하더라도 어쩔 방도는 없어!" 아셀로는 덤덤한 표정으로 한지훈을 주시하였다. 그의 말투에는 조롱의 뜻이 가득했다. 그의 말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주위의 산들은 갑자기 뒤흔들리기 시작했다. 마치 당장이라도 산들이 무너질 것 같다. 잇달아 천둥 번개가 치고, 먹구름이 하늘을 덮었다. 단순히 이것만으로도, 그동안 전해져 온 그에 대한 전설이 사실이라는 것을 확인하게 됐다. 인 씨 가문 왕조 후손들은 오랜 시간 계승해 온 상고 가문으로서, 그들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천지를 좌지우지할 수 있었다. 게다가 인 씨 가문 왕조의 거의 모든 후손들이 이러한 능력을 타고나, 선천적인 우세를 갖고 있었다. 그리하여 아셀로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당당한 것이었다. 용국의 국왕이든 용국의 무종이든, 그에게 있어서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게다가 그는 북극 천궁 또한 거들떠보지 않았다. 역외 강자들 사이에는 엄격한 등급 구분이

  • 용왕사위   제3229화

    혈족이 이번에 용국에 파견한 인원은 도합 3천4백 명에 불과할 뿐이다. 그중 삼천 명을 죽였다는 건, 혈족 전체를 멸한 것과 다름없었다. "그리고 이것 좀 보시죠. 정체 모를 한 사람이 계속해서 혈족의 또 다른 후작을 쫓고 있습니다. 게다가 지금은 아예 용국의 국경을 벗어난 상황이라 저희가 추적할 수 없게 됐습니다!" 진우는 급하게 찍은 동영상을 확인하였다. 동영상에 찍힌 그 정체 모를 사람의 생김새는 전혀 똑똑히 보이지도 않았지만, 그의 미세한 동작으로부터 진우는 한눈에 그가 한지훈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헉!" 진우는 저도 모르게 경악했다. 그는 한지훈이 뜻밖에도 북극 천궁의 사람으로 사칭하여 혈족을 몰살하려 할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이 동영상, 백업한 것도 있어?" 진우는 눈살을 찌푸린 채 차갑게 물었다. "있습니다. 저희 흑병대의 조례대로, 모든 동영상 자료들은 백업하고 있습니다!" 통신병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내 명령 그대로 전해. 당장 모든 동영상 전부 소각하고, 절대 유출되게 해서는 안돼. 만약 내 명령을 어기는 자가 있다면 바로 죽여!" 진우는 말을 마치자마자 손에 든 핸드폰 속 동영상을 삭제했다. 이번 사건은 스케일이 너무나도 크기에, 조금이라도 소문이 새어 나가면 용국에게 멸망의 재앙을 가져다 줄거라 생각했다. 그러므로 동영상은커녕 한 글자의 증거도 남길 수 없었다. 한편, 남은 혈족 후작은 어느새 유럽의 상공에 다다르게 됐고 유럽의 몇몇 인왕 1단계 고수들이 이미 길을 가로막고 있었다. 만약 평상시와 같은 상황이었다면, 이 몇 사람만으로는 감히 그를 막아낼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그는 더 이상 감히 이 사람들과 옥신각신할 상황이 아니었다. 1초라도 지체했다가는 뒤에서 쫓아오는 정체 모를 누군가한테 잡힐 수 있다. "흥! 딱 기다려!" 혈족 후작은 곧바로 고개를 돌려 비육으로 향했다. 이왕 역외로 철수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다른 방법이라도 강구하여 든든한 배후를 찾아야만 했다. 적

  • 용왕사위   제3228화

    용국 무종의 각 파는, 눈앞의 이 상황에 더더욱 어쩌할 바를 몰라했다. 그 누구도 혈족의 후작을 참살하고 나서는 혈족의 근거지 두 곳까지 잇달아 습격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항산 전체는 어느새 수많은 시체들로 가득했고, 모두 3천여 명이나 되는 혈족이 살해되었다. 이는 단순한 도발이 아닌, 혈족을 아예 죽음으로 몰아넣으려는 의도였다. 비록 혈족과 맞붙기 전, 무종과도 충돌한 적이 있긴 했지만 당시 서로 얼굴 붉히는 일은 없었고 이렇게 죽기 내기로 싸우지도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혈족의 사상자는 수도 없이 많았고 심지어 후작 한 명까지 살해당한 상황에, 혈족의 존엄과 체면을 위해서라도 그들은 결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다만 그들이 간과한 사실은, 혈족의 복수 타깃은 장본인인 용국이 아닌 역외 북극 천궁이라는 것이다. 한지훈은 여전히 당당히 선 채, 단호한 눈빛으로 저 멀리 도망가는 검은 그림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검은 그림자는 분명히 유럽의 방향으로 도망치고 있었다. 아마도 무도 학원의 통로를 통해 역외로 돌아가 소식을 전하려는 것 같았다. 그러나 한지훈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어차피 한지훈은 지금 수법을 이용하여 용모를 가렸고, 게다가 장천옥과의 대결에서 사용한 수법들 전에 천명자가 보여준 적 있는 수법들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설령 세속에서의 혈족 세력을 지워낸다 하더라도, 상대는 기어코 천명자와 북극 천궁을 찾아내 복수할 것이다. 곧이어 한지훈은 마치 한 줄기 유광처럼 검은 그림자가 도망가는 방향으로 바짝 뒤를 쫓았다. 뒤이어 검은 그림자은 자신의 뒤를 쏜살같이 쫓아오는 한지훈을 알아채게 됐다. "젠장!" 검은 그림자는 이를 악물고 이내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평지 위에는 갑자기 광풍이 일어나기 시작하더니 그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어느새 두 사람은 용국의 국경을 벗어나 갠지스 곡지에 다다르게 됐다. 그 광풍은 눈 깜짝할 사이에 수많은 민가들을 모두 파괴했고, 수천 명의 행인들이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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