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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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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카운트다운, 너를 버릴 시간 제489화
‘임서율이 저렇게 생각할 정도니, 운성시 사람들은 더 말해 뭐하랴.’주재훈이 혀를 찼다.“형 이제 드디어 세상에 얼굴 드러내려고? 신기하네. 인정해야겠다, 임서율이 형한테 꽤 큰 영향을 주긴 했어. 원래 형은 남들이 뭐라 하든 전혀 신경 안 썼잖아.”늘 제멋대로였던 하도원이, 세상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든 개의치 않던 그가 이번만은 달랐다.하도원은 비꼬듯 말했다.“이게 같냐? 벌써부터 날 괴물 취급하는데, 계속 안 나섰다간 더 괴상한 얘기가 쏟아질 거야.”“알았어, 알았어. 내일 바로 형 이미지 바꿔줄게.”주재훈은 고개를 끄덕였다.전화를 끊고 방으로 돌아온 하도원은 침대에 곱게 누워 있는 임서율을 보고는 한참 시선을 거두지 못했다. 오래 비워져 있던 마음 한구석이 묘하게 채워지는 듯했다.다음 날 아침, 양지우가 전화를 걸어왔다“나 해성 그룹 도착했어.”임서율은 바로 대답하려다, 양지우가 덧붙이는 말을 듣고 멈칫했다.“아, 그리고 하나 더. 너 얼른 인터넷 좀 봐. 차주헌 삼촌 기사 떴어. 며칠 안에 운성시로 돌아온다더라. 사진도 있대.”그 말에 임서율은 순식간에 잠이 확 달아났다. 그녀는 휴대폰을 집어 들어 급히 기사를 열어봤다.양지우 말대로 몇 줄짜리 짧은 기사와 함께 사진 한 장이 실려 있었다. 마치 어둠 속에서 찍힌 듯 희미한 뒷모습이었다.그는 검은빛이 감도는 회색 재킷 차림이는데 넓은 어깨와 잘록한 허리가 눈에 띄었다.얼굴은 보이지도 않는데, 이상하게도 잘생긴 인상이 절로 그려지는 실루엣이었다.임서율은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스크롤을 내리다, 전화를 붙잡고 중얼거렸다.“정면은 안 찍혔네?”“그게 좀 아쉽긴 하지. 그래도 그 한 장에 운성시 여자들 다 난리 났다니까? 우리 어제까지만 해도 그 사람이 변태일 거라고 했잖아. 어딜 봐서 변태야? 완전 꿈에 그리던 남편이지.”“설령 변태라도 난 좋아.”임서율은 한숨을 꾹 삼켰다. 양지우는 진지할 땐 꽤 진지한데, 이렇게 가벼워질 땐 정말 답이 없었다.“너, 제발 정신 좀 차
이혼 카운트다운, 너를 버릴 시간 제488화
샴푸에서 풍기는 맑은 캐모마일 향이 은은히 번져와, 코끝을 스치자마자 절로 졸음이 밀려왔다.임서율은 하품을 하며 중얼거렸다.“제발 좀 그만 웃고 그냥 들어요. 이어서 얘기할 테니까.”그녀는 지금 당장 하도원을 재워버리고 싶을 뿐이었다.그런데 남자는 슬쩍 몸을 기울이더니, 그녀의 허벅지 위에 머리를 베고 누웠다.“계속 해.”임서율은 잠깐 그 모습을 내려다보다가 얌전히 있으면 안 되냐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괜히 더 질질 끌다간 날이 새도록 버티며 안 잘 것 같았다.결국 그녀는 아무 말이나 지어냈다.“차주헌 삼촌이 혹시 뭔가 결함이 있는 사람일 수도 있죠. 얼굴에 흉터가 있거나, 뭔가 숨기고 싶은 게 있으니까 안 나타나는 거 아닐까요. 아니면 그냥 보기 흉하게 생겼거나, 아니면 영화에 나오는 변태들처럼 뭔가 괴상한 취향이 있거나.”하도원은 그 말을 들으며 미간을 꿈틀였다. 마치 자기를 괴물이라도 되는 양 묘사하는 것 같아서였다.그는 뭔가 더 물으려고 고개를 들었다가 문득 행동을 멈췄다.임서율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살짝 벌어진 분홍빛 입술 사이로 잔잔한 호흡을 내쉬고 있었다.‘...잠든 건가?’하도원은 피식 웃으며 입꼬리를 올렸다.‘이거 주객전도 따로 없네.’분명 그를 재워주라고 고용한 건데, 정작 지금은 그가 임서율을 재워주고 있는 꼴이라니.하도원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임서율의 어깨를 조심스레 받쳤다. 그리고 살짝 안아 올려 침대에 눕히고 이불을 덮어주면서 낮게 중얼거렸다.“넌 진짜 내 조상님이네.”그는 발소리를 죽여 발코니로 걸어나갔다. 혹시나 그녀가 깰까 봐 창문까지 닫아둔 뒤, 주재훈에게 전화를 걸었다.저쪽은 이미 곯아떨어져 있던 모양이었다. 전화를 받자마자 하품을 세 번 연달아 터뜨리고 나서야 말을 꺼냈다.“형은 귀신 같은 생활 패턴 좀 고쳐. 지금 몇 신 줄 알아? 아니, 형 집엔 임서율 있잖아. 형 재워주고 있는 거 아니었어? 설마 오늘은 안 온 거야?”“이미 곯아떨어졌어.”“뭐? 지금 장난해? 원래 형이 먼저
이혼 카운트다운, 너를 버릴 시간 제487화
“응, 난 그냥 얼마나 변태인지 들어보고 싶어.”하도원은 옆으로 누워 한쪽 팔에 머리를 괴었다.임서율은 그 자세를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이건 분명 밤새도록 말장난이라도 하겠다는 태세 아닌가. 설마 진짜 밤새 이야기를 하라는 건 아니겠지?임서율도 바보는 아니었다.그녀는 조심스럽게 떠보듯 물었다.“지금 잘 거예요?”“날 신경 쓰지 말고, 네 얘기나 해.”임서율은 하도원이 신경이 예민한 사람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괜히 직접적으로 피하면 오히려 더 수상하게 보일 터였다.“차주헌 삼촌, 누군지 아는 거 아니에요? 굳이 제가 얘기 안 해도 되잖아요.”하도원은 그냥 조용히 그녀를 바라봤다.“너도 알다시피, 그 사람은 행적이 잡히질 않아. 나랑 그 사람이 만나는 걸 본 적 있어?”임서율은 곰곰이 생각해 보다가 정말 없었던 것 같다고 느꼈다. 괜히 허튼소리 했다가 무슨 관계로 엮일지 모르는 일이라 그녀는 대충 얼버무렸다.“저희도 그냥 추측일 뿐이에요. 굳이 들을 필요 없어요.”“괜찮아. 난 그냥 듣고 싶어.”말투는 가볍지만 묘하게 무시하지 못 할 압박이 깔려 있었다.임서율은 그동안 지내면서 조금씩 익힌 하도원의 성격을 떠올리며, 먼저 못을 박았다.“그럼 미리 말씀드릴게요. 이건 제가 하고 싶은 얘기가 아니라 하 대표님이 시킨 거니까, 괜히 나중에 이상하게 흘리지 마요.”“알았어.”하도원은 담담히 받아쳤다.임서율은 어쩔 수 없이 기억을 더듬으며 말을 이었다.“우린 그냥 밖에서 도는 얘기만 들었을 뿐이에요. 차주헌 삼촌이 한 번도 얼굴을 드러낸 적이 없다던가, 정체가 베일에 싸여 있다던가, 뭐 이런 소문이죠.”“혹시 생긴 게 흉측한 변태라거나, 성격이 괴팍해서 남들하고 어울리기 싫어한다거나. 거의 혼자 사는 은둔형 외톨이 같다고 하던데요.”“제가 어릴 때 살던 동네에도 그런 집이 있었거든요. 아이가 있다는 건 다들 아는데, 실제로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요. 집안 형편도 괜찮은데 나이가 그렇게 되도록 학교에도 안 보내고.”“밤마다
이혼 카운트다운, 너를 버릴 시간 제486화
하도원은 그녀의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하더니, 결국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네 말이 맞는 것 같아. 나중에 내 여자친구가 괜히 질투 많은 사람이면 어떡해. 내가 한마디 하면 괜히 오해하고, 농담을 해도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혹시 내가 다른 여자랑 몇 마디 나누기만 해도 화낼지도 모르잖아.”“응, 네가 일깨워 준 게 맞아.”임서율은 그의 말에 순간 얼이 빠졌다. 아니, 지금은 애초에 여자친구 그림자도 없는데, 도대체 뭘 그렇게 확신해서 미래의 여자친구를 질투 덩어리라고 단정하는 건지.그녀는 가볍게 코웃음을 치며 못마땅하다는 듯 중얼거렸다.“하 대표님, 그 말은 좀 성급한 거 같은데요? 만약 나중에 여자친구가 강수진처럼 말랑말랑하고 순한 양 같은 사람이면 어떡해요?”원래는 ‘아니면 그냥 불도저 같은 성격일지도 모른다’고 말하려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하도원 같은 성격의 남자가 지나치게 억센 여자를 만나기는 힘들 거라고 느꼈다.이미 그는 제멋대로고 고집 세고 지배적인데, 또 비슷한 성격의 여자를 만나면 그건 연애가 아니라 전쟁일 게 뻔했다.그렇게 상상하자 머릿속에 둘이 싸우는 장면이 그려졌다.“정말 양 같은 사람일까?”하도원이 혼잣말인지, 임서율에게 하는 말인지 모를 어투로 중얼거렸다.임서율은 이런 쓸데없는 얘기에 더 맞장구칠 생각이 없었다.“지금 잘 거예요?”“응, 난 샤워 좀 하고. 넌 가서 네 변태 이야기나 잘 준비해.”하도원은 그렇게 말하면서 임서율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임서율은 순간 착각인지 의문이 들었다. 단순한 가벼운 동작인데, 왠지 묘하게 무겁고 의무감마저 느껴졌다. 도대체 뭐지? 그는 왜 유난히 ‘변태’ 얘기에 관심이 많은 걸까.임서율은 인터넷에 대충 검색해 본 뒤, 영화 해설 같은 걸 하나 찾아서 그대로 들려주기로 마음먹었다. 준비를 끝내고 돌아왔을 때 하도원은 이미 샤워를 마치고 침대에 누워 있었다. 회색 실크 잠옷을 입고 있었는데, 그 원단만 봐도 값이 꽤 나가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아마 그녀를 좀 기다린
이혼 카운트다운, 너를 버릴 시간 제485화
김정란은 순간 멈칫했지만 곧 고개를 끄덕였다.“네.”임서율은 커피를 들고 위층으로 향했다. 방 앞에 다다라 가볍게 두드리자 하도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들어와.”낮게 울리는 남자의 목소리는 한겨울 칼바람처럼 싸늘했고 문 앞에 서 있던 임서율조차 저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기분이 아직도 풀리지 않은 게 분명했다.하지만 하도원의 성격을 떠올려보면 단순히 일 때문은 아닐 것 같았다.그는 웬만한 문제쯤은 대수롭지 않게 처리하는 사람이었다. 하늘이 무너질 일이라면 몰라도.혹시 회사에 큰일이라도 생긴 걸까? 이리저리 추측하느니 직접 물어보는 게 낫겠다 싶었다.임서율은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갔다. 하도원은 서재에 앉아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었고, 그녀가 들어섰는데도 고개조차 들지 않았다.임서율은 커피를 책상 위에 내려놓으며 말했다.“커피예요.”그제야 하도원은 손가락을 키보드 위에서 떼고 의외인 듯 낮게 물었다.“부탁할 일이라도 있어?”뜻밖의 말에 임서율은 잠시 어리둥절했다.“아니에요. 이모님 대신 그냥 제가 올려온 거예요.”“그럼 왜 직접 올라왔어? 웬만한 거 아니면 네가 나한테 올 일 없을 텐데.”하도원은 턱을 괴고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이며 여유롭게 그녀를 바라봤다.임서율은 잠시 망설이다가 물었다.“그냥 오늘 기분이 좀 안 좋아 보여서요.”하도원은 다리를 꼰 채, 몸을 느슨하게 등받이에 기댔다.“날 걱정해주는 건가?”평범한 질문이지만 그의 입에서 흘러나오니 묘하게 애매한 뉘앙스가 섞여 있었다.그녀는 서둘러 설명했다.“그냥 아까 저녁 먹을 때 기분이 별로 안 좋은 것 같아서요. 도원 씨는 우리 아빠 일에 큰 도움을 줬잖아요. 그냥 친구 사이라고 해도 이 정도는 물어볼 수 있어요.”하도원은 낮게 웃음을 흘렸다.“난 그냥 한마디 던져본 건데, 그렇게 열심히 설명하지 않아도 돼.”그제야 임서율도 자신이 괜히 예민하게 반응했다는 걸 깨달았다.평소 같았으면 대수롭지 않게 흘려들었을 말이었다. 하도원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언제나 그렇
이혼 카운트다운, 너를 버릴 시간 제484화
임서율은 더는 말을 보태지 않고 고개만 끄덕였다.“알았어. 그러니까 너도 얼른 많이 먹어.”양지우는 원래 식사량도 적지 않은 데다, 김정란이 차려준 음식이 워낙 맛있어서 젓가락을 놓지 못했다. 결국 그녀는 깨끗이 접시를 비워내곤 휴지로 입술을 닦았다.“근데, 서율아. 너 해성 그룹 맡을 생각이지?”임서율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응. 당장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적어도 아빠가 아직 계실 때 회사가 계모랑 임유나 손에 들어가 망했다는 소식은 듣게 하고 싶지 않거든.”“그렇지. 어쨌든 해성 그룹은 네 아버지 평생의 결실이잖아. 네 계모나 임유나는 회사에 대해 아는 것도 없으면서 그냥 어물쩡대기만 하지. 너희 아버지가 지금껏 버텨주신 덕분에 명맥이 이어진 거지, 아니었으면 진작 무너졌을 거야.”임서율도 이미 오래 고민해온 문제였다. 회사를 잇겠다는 결심은 충분히 생각하고 내린 선택이었다.“하지만 자리를 잡는 게 쉽진 않을 거야. 너도 알잖아. 그 둘이 순순히 내어줄 리 없다는 거.”양지우는 그제야 눈을 크게 뜨며 고개를 끄덕였다.“세상에... 이제 알겠다! 네가 왜 차주헌을 계속 방해하려 했는지. 만약 그 프로젝트 책임을 통째로 차주헌한테 씌워버리면, 걔네는 자동으로 경쟁에서 탈락이잖아? 그다음 네가 등장해서 맡으면 그대로 네 거가 되는 거고!”“즉, 전에 차주헌한테서 빼앗은 프로젝트가 주주총회에 들어가는 입장권이었다면, 이번 건은 회사를 네 손에 쥐는 증표가 되는 거네.”“게다가 한 번에 대형 프로젝트 두 개를 따내면 걔네가 뭐라고 트집을 잡아도 근거가 없을걸?”물론 과정에서 걸림돌은 생기겠지만 대세를 뒤흔들 정도는 아니었다.임서율은 차분하게 말했다.“응,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양지우는 온몸에 기운이 솟는 듯, 들뜬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 크게 기지개를 켰다.“아, 나 지금 얼마나 흥분되는지 알아? 서율아, 넌 곧 크게 날아오를 거야. 드디어 네 전성기가 오는 거지!”임서율은 사실 이미 해외에서 연구한 신사업 아이템을 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