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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화

Author: 구름속
밤 9시가 넘어가자, 경민준과 다솜이 집으로 돌아왔다.

경다솜은 아빠의 옷자락을 꼭 움켜쥔 채 차에서 내리는 걸 한없이 미뤘다.

솔직히, 엄마가 집에 있는 오늘 같은 날엔 아예 돌아오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지유 이모가 ‘엄마는 일부러 널 보러 온 거야. 만약 집에 안 가면 엄마가 속상해할 거야.’라고 했고, 아빠도 ‘오늘 밤에 안 들어가면, 내일 엄마가 바다를 보러 가는 데 따라가겠다고 할 거야.’라고 했던 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돌아오기로 했던 것이었다.

경다솜의 얼굴에는 여전히 걱정이 남아 있었고, 이내 찝찝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아빠, 만약 내일 엄마가 따라가겠다고 하면 어떡해요?”

“그럴 일 없어.”

경민준은 단호했다.

결혼한 후 연미혜는 그와 시간을 함께 보내려 애썼지만, 그가 한발 물러서면 더 이상 다가오지 않았다.

연미혜는 그가 싫어하는 걸 알면, 억지로 고집부리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경다솜의 기억 속에서 엄마는 항상 아빠의 말을 잘 들었다. 아빠가 안 된다고 하면 엄마는 정말 토조차 달지 않고 아빠의 말을 따랐던 터라, 왠지 그럴 일 없다는 아빠의 말이 믿음직스러웠다.

이제야 안심이 된 경다솜은 금세 기분이 풀려 폴짝폴짝 뛰면서 집으로 들어갔다.

“아주머니, 저 씻을래요!”

“그래요. 아가씨, 어서 씻으러 가요.”

유순자는 경다솜을 데리고 욕실로 가려던 순간, 문득 연미혜가 남겼던 말이 떠올라 손에 들고 있던 봉투를 내밀었다.

“대표님, 사모님이 이걸 전해달라고 하셨어요.”

경민준은 무심히 받아들였다.

“그 사람은 어디서 뭐 하는데요? 왜 아주머니한테 전달하라고 했대요?”

“그게... 사모님은 오늘 점심때 짐 싸서 귀국하셨어요. 대표님은 모르셨나 보네요...”

경민준이 계단을 오르다 멈추더니 고개를 돌려 되물었다.

“돌아갔다고요?”

“네...”

연미혜가 왜 아이리스까지 온 건지, 그는 끝내 물어보지 않았다. 어쩌면 알고 싶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떠났다고 해도 아무런 감흥을 보이지 않았다.

경다솜은 살짝 놀란 듯했다.

엄마가 내일 바다에 따라오지만 않을 거라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오늘밤에 엄마와 함께 있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조개껍데기를 깎을 때 손이 아프니 엄마가 도와주면 더 좋았을 텐데...’

이들 부부가 몇 달 만에 얼굴을 볼 수 있는 기회였지만, 연미혜는 남편의 얼굴조차 보지 못한 채 떠났다.

떠날 때 그녀의 얼굴색이 좋지 않았던 것이 생각난 유순자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대표님, 사모님께서... 떠나실 때 기분이 많이 안 좋아 보이셨어요. 언뜻 보면 화가 난 듯한 표정이었거든요.”

지금까지 유순자는 연미혜가 급히 떠난 건 무슨 급한 일이 생겼기 때문이라 생각했었지만 경민준이 그녀가 돌아간 사실조차 몰랐다니 뭔가 이상했다.

‘화가 났다고? 연미혜가 화를 낼 줄 아는 사람이었나?’

연미혜는 언제나 다정하고 이해심 많은 모습이었고 경민준의 앞에서 화를 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경민준은 흥미롭다는 듯 가볍게 웃어넘기고는 딱히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위층으로 올라갔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손에 쥔 봉투를 열려고 했지만, 때마침 임지유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그는 망설임 없이 전화를 받았고, 그와 동시에 봉투를 무심히 침대 위에 던져버렸다.

경민준이 떠난 후, 봉투는 침대에서 미끄러져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그날 밤, 경민준은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유순자는 청소하러 방에 들어왔다가 바닥에 떨어진 봉투를 발견했다.

어제 연미혜가 그에게 전해달라고 했던 것임을 한눈에 알아보았지만 경민준이 이미 꺼내봤을 거로 생각한 그녀는 별생각 없이 그것을 옆 서랍 속에 넣어두었다.

...

비행기에서 내려 집으로 돌아온 연미혜는 곧장 위층으로 올라가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결혼 생활 6년 동안 이 집에 쌓인 그녀의 물건은 꽤 많았지만, 그녀가 가져간 것은 고작 몇 벌의 옷과 두 세트의 생활용품, 그리고 몇 권의 책뿐이었다.

결혼 후, 경민준은 매달 생활비를 보내왔다. 그녀의 명의로 된 카드와 딸의 명의로 된 카드에 각각 입금되었다.

하지만 연미혜는 평소 자신의 카드만 사용해 왔고 딸의 카드는 단 한 번도 손대지 않았다.

연미혜는 경민준을 사랑했기에, 쇼핑할 때마다 그에게 어울릴 만한 옷이나 구두, 커프스, 넥타이를 발견하면 어김없이 사서 챙겨두곤 했다.

정작 그녀 자신은 업무 특성상 씀씀이가 크지 않았고, 늘 남편과 딸만을 생각하며 살았다.

남편과 딸에게 좋은 것만 주고 싶었기에, 그가 보내주는 생활비는 거의 전부 두 사람을 위해 사용했다. 계속 이렇게 써왔다면 카드에 돈이 남아 있을 리 없었다.

하지만 지난 1년여 동안 딸이 경민준과 함께 아이리스에서 지내면서부터 딸과 남편에게 무언가를 사줄 기회는 확연히 줄어들었다.

그 덕분인지, 카드에는 예상보다 많은 60억 원이 남아 있었다.

경민준에게는 그리 큰돈이 아닐 수도 있었지만, 그녀에게는 달랐다.

이 돈은 본래 그녀의 몫이었고 더 이상 그를 위해 내조한답시고 돈을 절약할 필요도 없었다.

연미혜는 주저 없이 금액을 전부 이체한 뒤, 두 장의 카드를 테이블 위에 놓고 짐을 챙긴 후 집을 나섰다.

그녀는 직장 근처에 작은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었다. 크지는 않았지만, 34평 남짓한 공간이었다.

4년 전, 가출한 친구를 돕기 위해 구입했던 집이었다. 그동안 줄곧 비워두었던 이곳이 필요한 순간이 이제야 비로소 찾아왔다.

집은 정기적으로 청소를 맡겨왔던 덕에 손볼 곳 없이 간단한 정리만 하면 바로 지낼 수 있었다.

온종일 쌓인 피로로 몸이 무거웠던 그녀는 밤 10시가 넘자, 씻고 나자마자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누웠다.

“따르릉...”

시끄러운 알람 소리에 연미혜가 잠에서 깨어났다.

갑작스러운 소음에 머릿속이 하얘졌다.

잠시 멍한 상태로 누워 있다가, 문득 시계를 보자 새벽 1시였다. 같은 시각 아이리스는 아침 7시, 경민준과 경다솜이 아침을 먹을 시간이었다.

경다솜이 아이리스로 떠난 후, 처음엔 적응하지 못해 매일같이 엄마를 찾았다.

하루에도 몇 번씩 전화를 걸어오며 보고 싶다고 조르던 아이였다.

그래서 연미혜는 매일 이 시간에 알람을 맞춰놓고 아이와 통화하는 걸 빼놓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경다솜의 태도는 변했다.

애틋함은 점차 줄어들었고 귀찮음과 무심함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오히려 전화를 걸면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점점 통화 시간이 줄어들었고 이제는 거의 형식적인 통화가 되어버렸다. 그럼에도 그녀는 여전히 알람을 끄지 못했다.

연미혜는 씁쓸하게 웃으며 잠시 망설이다가 알람을 지워버렸다. 그리고 휴대폰을 꺼둔 채 다시 눈을 감았다.

그 시각, 아이리스.

경민준은 경다솜과 함께 아침 식사를 하고 있었다. 연미혜가 매일 이 시간에 전화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굳이 신경 쓰지는 않았다.

어차피 그는 늘 집에 있는 것도 아니었고, 딸과 아내가 통화하는지 아닌지까지 관여할 이유도 없었다.

오늘은 유독 전화가 오지 않았지만, 그는 별다른 감흥 없이 식사를 마친 뒤 옷을 갈아입으러 위층으로 올라갔다.

반면, 경다솜은 엄마가 점점 잔소리가 많아졌다고 느꼈다. 그래서 통화도 귀찮아졌고, 점점 피하고 싶어졌다.

오늘처럼 전화가 오지 않는 날은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경다솜은 힐끗 시계를 보더니, 작은 입술을 삐죽이며 책가방을 챙기더니 쏜살같이 현관으로 뛰어나갔다.

“다솜 아가씨! 아직 시간 많이 남았어요! 조금 늦게 나가도 돼요!”

유순자가 황급히 따라붙었지만, 경다솜은 아랑곳하지 않고 신나게 뛰었다.

“이럴 때 안 나가면 안 돼요! 조금만 더 있다가 엄마가 전화라도 걸어오면 또 붙잡혀서 통화해야 되잖아요! 그냥 빨리 도망치는 게 최고라고요!”

...

그날 아침, 연미혜는 회사를 찾았다.

그녀는 결혼 후 경문 그룹에서 근무해 왔다. 애초에, 그곳에 들어간 이유도 오직 경민준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그곳에 있을 이유가 없었다.

사무실에 들어선 그녀는 곧바로 강철우에게 사직서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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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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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 ho
광고로 보고 너무 재밌어서 앱 설치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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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혜숙
결제를 하고 오 프로 추가 보너스라고 해서 결제 중에 제 소재가 싹 없어졌는데요. 결제 금액도 싹 없어졌어요. 어떻게 해야지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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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rvar Mirakhmadov
goo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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