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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30화

작가: 윤지
김말숙은 박민정을 자극하고 싶었다.

사람들 앞에서 박민정이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언성을 높이길 바랐다. 그러면 박민정이 어른에게 대드는 철없는 아이로 보이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박민정은 오히려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고 입을 열었다.

“생명과 관련된 일이었는걸요. 당연히 기억하고 있어야죠.”

“게다가, 그땐 한서진 씨는 어렸다고 해도 어르신들과 두 분은 모두 성인이셨잖아요.

옳고 그름은 분명히 가르쳐야 했던 나이 아닌가요?”

“하지만 그때 어르신들께선 한서진 씨를 훈육하긴커녕, 오히려 ‘당해도 싸다’며 한겨울 눈밭에 저를 밤새 세워두셨어요. 그때 저는 열 살이었고요.”

박민정이 말을 마친 순간, 그 눈빛엔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할 깊은 슬픔이 담겨 있었다.

그 말에 주변 사람들도 숙연해졌고, 왜 그녀가 한씨 가문과의 연을 끊으려 하는지 단번에 이해했다.

“열 살한테 그런 짓을 했다고? 사람이야 뭐야.”

“한씨 집안이 박씨 집안 덕 봐서 살아난 건데... 배은망덕도 이런 배은망덕이 없네.”

“박민정이 정씨 가문 딸이라는 걸 알고 들러붙는 거 보면 진짜 염치도 없구만.”

조용히 수군거리던 사람들의 비난은 점점 뚜렷해졌고, 한씨 가문의 두 아들과 김말숙, 한서진의 얼굴은 순식간에 새까맣게 질려갔다.

그들 역시 뭔가 해명하고 싶었지만, 마침 결혼식이 시작되어 입을 열 수 없었다. 결국, 아무 말도 못 한 채 체면을 잃고 자리에 앉아야 했으며, 박민정을 외조카라 부르겠다는 말도 더는 감히 꺼내지 못했다.

박민정은 그제야 마음 한켠에 묵직하게 자리 잡고 있던 응어리를 조금은 털어낸 듯했다.

작은 잔을 들고 조용히 술을 한 모금 넘기자,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느낌이었다.

유남준은 말없이 그녀의 손을 살포시 잡았다. 위로의 말 한마디 없었지만, 그 손길에 담긴 따뜻한 마음은 고스란히 전해졌다.

“네가 예전에 그런 일을 겪은 줄 몰랐어.”

그의 조심스러운 말에 박민정은 담담하게 웃었다.

“이젠 다 지난일이에요.”

분명 오랫동안 그녀를 짓눌러온 기억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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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213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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