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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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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602화
점심시간, 전연우의 회사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장소월은 별이에게 손을 잡힌 채 마지못해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눈앞의 풍경은... 정말 익숙했다.곰곰이 생각해보니 전연우가 그녀에게 그렇게까지 엄격하게 제한하는 건 아니었다. 적어도 외출은 가능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반드시 운전기사와 3, 4명의 보디가드가 동행해야 했다.매번 이런 과도한 경호를 받으며 나갈 때면 장소월은 불편함을 감추지 못했다. 몇 번 연속 불만을 표했더니, 전연우는 보디가드들로 하여금 멀리서 지켜보도록 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멀리서 느껴지는 세 명의 보디가드의 기운은 여전히 압박감으로 다가왔다. 누군가에게 감시당하는 건 결코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니 말이다.회사에 들어가려면 얼굴 인식과 카드 스캔 두 가지 절차가 필요했다. 하여 장소월은 전연우에게 전화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심수정은 처음엔 잘못 본 줄로 알았다. 하지만 건물 안으로 따라 들어가 보니 정말로 장소월과 그 아이였다. 그토록 기다리던 전연우는 보이지 않았고, 불청객 두 명이나 찾아왔으니 자연히 짜증이 치밀었다.심수정은 애써 화를 억누르고 억지로 친근한 척하며 장소월과 별이에게 늘씬한 다리를 움직여 다가갔다.별이는 심수정을 보자마자 재빨리 보호하듯 엄마의 앞을 막아섰다. 그의 눈빛에는 매서운 기운이 가득 서려 있었다.장소월이 무슨 상황인지 파악하기도 전에 심수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심수정은 별이를 무시해버리고 장소월에게 인사했다.“장소월 씨, 이런 우연이 다 있네요.”장소월이 대답하기도 전에, 별이가 발을 구르며 소리쳤다.“엄마랑 저는 아빠 만나러 가는 거예요!”경고이자 심수정에 대한 거리낌을 표현하는 말이었다.그제야 심수정은 별이에게 시선을 돌렸다. 보호 본능이 지나치게 강해 보이는 그 아이의 눈빛은 전연우와 꼭 닮아 있었다.심수정은 지금은 이 꼬마를 화나게 해선 안 된다는 생각에 마음을 가라앉혔다. “별아, 이모한테 무슨 오해가 있는 거 아니야?” 심수정은 몸을 숙여 별이의 손을 잡으려 했다.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601화
집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전연우는 늘 회사 일은 대충 훑어보는 것으로 끝내곤 했다. 아무리 큰 위기라도 장소월보다 중요할 순 없으니 말이다.심수정은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회사 근처에서 잠복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눈에 띄지 않으려 쓴 마스크 때문에 숨이 막혀 눈썹이 절로 찌푸려졌다.장소월은 전연우에게 밥을 배달하겠다는 핑계를 대고 별이와 바깥으로 나갈 생각이었다.“그냥 우리 나갈 수 있게 해줘...” 장소월의 목소리에는 무력감과 답답함이 뒤섞여 있었다.전연우는 장소월과 별이가 외출하고 싶어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밥 배달은 그저 급조한 구실일 뿐이라는 것도 말이다. 그는 눈동자에 깊은 어둠을 드리운 채 긴 다리로 성큼성큼 통유리창 쪽으로 걸어갔다.인내심을 갖고 애써 차분히 기다리던 장소월은 전연우가 대답하지 않자 조금 토라진 듯 쏘아붙였다.“나 어린애 아니야!”짜증 섞인 목소리와 함께, 그녀는 뚝 전화를 끊어버렸다.전화기 너머의 전연우는 깜짝 놀라 손에 든 휴대폰을 좀처럼 내려놓지 못했다.장소월의 화난 모습을 본 별이는 손에 쥔 레고를 내려놓고 다가가 긴 속눈썹을 깜빡이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 맑은 눈동자는 순식간에 장소월의 마음속 답답함을 풀어주었다.별이는 뭔가를 짐작한 듯 물었다.“엄마, 아빠랑 싸웠어요?”아빠와 엄마가 싸웠다면, 그는 무조건 아빠 편이다! 마음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겉으로는 허리에 손을 얹고 씩씩거리며 말했다.“아빠가 엄마를 괴롭히다니요!”그 말에 장소월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별이가 곁에 있어 정말 다행이었다. 비록 예전의 많은 기억을 잊었지만, 혈연은 그녀와 별이를 자연스레 하나로 묶어주고 있었다.유 할머니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장소월은 별이를 데리고 나갈 준비를 마쳤지만, 문제는 어떻게 나가느냐였다.그 고민을 해결하기도 전에, 계단을 타다다 내려오는 소리가 들려왔다.생기 넘치는 별이의 모습이 눈앞에 나타났다.“엄마, 유 할머니 전화 맞죠?”확인하지 않아도 별이는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600화
장소월의 제안으로 전연우는 별이에게 국어, 수학, 영어 과외 선생님을 붙여주었다.“엄마, 이 문제들 난이도가 전혀 없어요!” 별이가 따분하다는 듯 말했다.“이런 거 안 할래요!”장소월은 최근 그림 그리기에 푹 빠져 있었다. 다만 예전과 달리 주로 옷 디자인 도안을 그렸다.별이는 시험지를 옆으로 밀어놓고 두 손을 가슴 앞에 포갰다.장소월이 인내심을 갖고 아이를 달랬다.“그럼 선생님한테 난이도를 바꿔 달라고 할까?”별이는 선생님들과 소통이 안 된다고 느꼈다. 그들은 충분히 똑똑하지 않다고 생각되기 때문이었다! 어쩔 수 없이 장소월은 전연우에게 과외 선생님들을 해고해달라고 말했다. 별이가 같은 나이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할까 봐 걱정이 태산이었다.하여 그녀는 별이를 유치원에 보내야겠다고 결정했다. 며칠을 버티든 일단 상황을 지켜보고 그 이후를 생각하기로 했다.별이의 현재 지능으로는 바로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게 적합하지만, 장소월은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며 사회성을 키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별이는 투덜거리면서도 한 번 유치원에 가보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전연우는 별이를 믿고 늘 자유롭게 두는 편이었다. 장소월이 엄마로서 아이를 관리하려는 책임을 다하려 하니, 그 역시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별이가 유치원에 간 날, 장소월은 거의 종일 함께하며 아이를 지켜보았다. 결과적으로 그녀는 아들에게 전혀 문제가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사교성이 뛰어나기까지 하다는 걸 발견했다. 그녀가 쓸데없는 걱정을 한 것이다.하원 시간, 장소월이 먼저 입을 열었다.“내일은 유치원 안 가도 돼.”별이는 환호성을 질렀다.“와, 너무 좋아요!”심수정은 장소월과 대화할 기회를 잡기 위해 그녀를 미행하도록 사람을 보냈다. 그녀가 촬영장에서 급히 달려왔을 때, 다행히 장소월은 아직 떠나지 않고 그 자리에 있었다.경계하며 주위를 둘러보니 유치원 입구는 질서정연하긴 했지만, 꽤 많은 사람들이 서 있었다.장소월은 어렴풋이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듣고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599화
별이가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엄마, 저 많이 안 먹어요! 제가 좋아하는 간식을 엄마한테도 추천해주고 싶었을 뿐이에요!”장소월은 골라낸 간식을 다시 담지 않았지만, 뒤에 있는 직원에게 나지막이 말했다.“그럼 이것들도 챙겨주세요.”별이의 천진난만한 얼굴을 마주할 때면 장소월은 마음을 독하게 먹기가 너무나 어려웠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집에서 영화를 보면서 군것질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저녁 시간, 장소월은 앞치마를 두르고 주방으로 들어갔다.그 모습에 집안 요리사들은 화들짝 놀랐다. 급히 집사에게 달려가 전연우에게 확인하라고 해보니 뜻밖에도 그가 허락했다는 답이 돌아왔다.오랜만에 요리를 했음에도 장소월은 낯설지 않았다. 오히려 손에 착 감기는 익숙한 느낌에 스스로도 깜짝 놀랐다.얼마 지나지 않아 푸짐한 저녁상이 차려졌다. 네 가지 반찬과 국 하나, 많진 않았지만 비주얼, 향, 맛, 모두 잡은 완벽한 한 상 차림이었다.장소월은 약간 쑥스러운 듯 앞치마를 벗으며 말했다.“밥을 깜빡하고 안 했네...”전연우와 별이는 그녀의 실수를 전혀 개의치 않은 채 잔뜩 기대감에 부풀어 있는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시간이 촉박해 고급스러운 요리를 만들진 못했지만, 맛은 먹을 만할 정도로 괜찮았다. 그래도 장소월은 만족하지 못했다.“맛이 너무 평범하네. 맛없으면 안 먹어도 돼.”기대감을 안고 먼저 국을 맛본 장소월이 풀이 죽어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하지만 전연우와 별이는 그녀가 민망하지 않도록 각자 그릇에 국을 가득 담아 후루룩 마셔버렸다.식사를 마친 뒤, 장소월과 전연우는 잔뜩 불러 오른 배를 두드리며 의자에 앉아 있었다.평범하기 그지없는 요리를 부자가 이렇게나 맛있게 먹어주니 장소월은 흐뭇함을 감추지 못했다. 별이가 옷을 들어 올리고 불러온 배를 어루만지며 트림을 했다.“엄마가 만든 음식 진짜 맛있어요!”평소 음식에 관심이 없어 대충 두세 숟가락 먹는 것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전연우도 오늘은 유난히 많이 먹었다.장소월이 미소 지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598화
슈퍼마켓에 도착한 순간 장소월은 그야말로 후회막심이었다.별이는 전연우와 장소월의 손을 잡고 아장아장 신나게 앞으로 걸어가고 있었다.슈퍼마켓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직원이 쇼핑카트를 밀며 그들 뒤를 따랐다.동시에, 쇼핑하러 온 고객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들에게 쏠렸다.장소월은 이런 상황이 익숙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리 대단한 인물이 아닌지라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건 곁에 있는 전연우와 별이일 것이다.전연우, 별이와는 달리 장소월은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별이는 장소월과 전연우가 더 가까워지길 바라는 마음에 어린이용 쇼핑카트를 직접 밀고 왔다.“아빠, 엄마, 저 혼자 구경할게요!”두 사람의 오붓한 시간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장소월이 안된다고 말하기도 전에, 별이는 어린이용 쇼핑카트를 밀고 빠르게 엘리베이터 쪽으로 달려갔다.전연우가 가까이 다가와 그녀를 끌어안으며 눈빛에 다정함을 가득 담고 물었다.“나한테 설명 좀 해야 하지 않을까?”장소월은 어리둥절했다.“뭐를 설명해?”심수정을 떠올리니 그녀의 얼굴이 발그레 달아올랐다. 그녀는 정말로 전연우에게 마음이 있어 찾아온 걸까? 전연우 같은 신분과 지위를 가진 사람이라면 수많은 여자들이 줄지어 구애하는 건 당연지사다. 그녀가 일일이 신경 쓴다고 다 관리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무슨 느낌 없어?” 전연우가 장소월에게 바싹 다가갔다.따뜻한 숨결이 그녀의 얼굴을 간지럽혔다. 그의 정교한 얼굴 윤곽이 선명히 눈에 들어왔다. 수많은 여자들이 꿈에 그리는 얼굴이다.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장소월은 묘하게 씁쓸해졌다. 이상하다, 설마...슈퍼마켓의 고객들은 물건을 고르는 것도 잊은 채, 흥미진진한 연극을 보듯 두 사람에게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전연우의 뜨거운 시선에 민망해진 장소월은 급히 고개를 돌렸다. 순간 주변 고객들의 부러움 담긴 눈빛이 선명히 느껴졌다. 그중엔 못마땅한 듯한 시선도 섞여 있었다.특히 젊고 예쁜 여자들이 질투심에 그녀를 매섭게 노려보고 있었다.그 시선에 불편해진 장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597화
틀림없는 불청객이다.장소월과 심수정의 이야기가 길어지자, 별이는 슈퍼마켓에 가고 싶어 엄마의 옷깃을 살짝 잡아당겼다.심수정은 애초에 장소월과 길게 대화할 생각이 없었다. 그녀의 목표는 오로지 전연우였으니 말이다.전연우는 장소월에게 곧장 다가가며 도우미에게 한마디 던졌다.“내쫓아.”도우미는 남원 별장에서 오랫동안 일했던지라 주인님의 뜻을 정확히 빠르게 파악하고 그녀를 옆으로 끌어냈다.심수정의 표정이 눈에 띄게 일그러졌다. 고작 내쫓으라는 말 한마디 듣기 위해 힘들게 이곳까지 찾아왔단 말인가? 장소월이 전연우의 팔을 잡으며 말했다.“심수정 씨가 당신에게 볼일이 있는 것 같아. 그렇게까지...”뒷말은 어떻게 이어야 할지 몰라 그저 도우미를 향해 눈짓을 했다.도우미는 난처함에 어쩔 줄을 몰랐다. 한쪽은 주인님이고, 한쪽은 사모님이니 대체 누구의 말을 들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심수정은 누가 자신을 만지는 걸 질색했다. 특히 이런 ‘더러운’ 도우미들의 터치는 더더욱 그러했다.하지만 역시 배우는 배우였다. 그녀는 재빨리 혐오의 표정을 감추고 미소를 지으며 뜨거운 눈빛으로 전연우를 바라보았다.“전 대표님, 저는 심수정이라고 해요. 대표님을 만나러 왔어요.”장소월은 심수정이 그저 전연우에게 볼일이 있어 찾아온 줄로 알았지만 별이의 생각은 달랐다. 별이가 매섭게 심수정을 노려보며 말했다.“우리 아빠 왜 찾아왔어요? 무슨 일이죠?”평소 아이들을 가장 성가시게 여기는 심수정이었지만, 전연우의 아들임을 알았기에 억지로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너 전 대표님 아들이구나? 정말 귀엽네!”그녀가 몸을 숙여 머리를 쓰다듬으려 하자 별이는 짜증스럽게 고개를 홱 돌렸다. 정말이지 너무나 싫었다.장소월은 급히 별이를 붙잡으며 말했다.“아가, 낯선 사람에게 무례하게 굴면 안 돼.”별이는 여전히 화가 잔뜩 난 표정으로 장소월의 다리를 끌어안고 있었다.전연우는 차가운 눈빛으로 장소월의 손을 잡고 차고로 향했다.그럼에도 심수정은 포기하지 않고 따라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