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을 쉬는 이유영을 보면서 엔데스 신우는 이유영이 소은지를 만나고 왔다는 것을 눈치챘다.엔데스 신우도 윤아정에 대해서 알아보았다.그랬기에 윤아정이 엔데스 현우에게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 소은지가 이 사건에서 영원히 발을 뺄 수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걱정해도 소용없어. 이렇게 하지 않으면 소은지는 더 위험해질 거야...”몇 년 동안 참아온 분노를 뿜어낼 곳을 찾았기에, 엔데스 현우는 소은지를 쉽게 놔주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이 일은 정말 은지와 상관없는 일이란 말이에요. 은지는 정말 그 1억을 받지 않았어요.”소은지는 그 사건만 떠올리면 아주 화가 났었다. 상대방이 돈으로 소은지를 회유하려고 했다는 사실도, 그렇게 강압적인 방식으로 윤아정을 괴롭힌 것도 말이다.그런데 왜...“엔데스 현우는 믿지 않을 거야. 어떤 진실을 가져놔도 말이야.”그게 가장 슬픈 일이었다.이유영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엔데스 현우는 정말 믿지 않을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엔데스 현우의 태도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그럼 지금 은지는 어떡해요?”이유영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소은지다.소은지 쪽에서 돌아온 후, 이유영은 소은지가 빠져나올 수 없는 늪에 빠진 상황 같았다.“그건 소은지가 어떻게 풀어헤쳐 나가는지를 봐야지.”“신우 씨, 은지의 어머니가 누구인지 알아봐 주면 안 돼요?”이유영이 돌아서서 엔데스 신우의 허리에 손을 올렸다.엔데스 현우와 엔데스 명우, 다 소은지의 어머니를 알고 있었고 그걸 약점으로 소은지를 협박하고 있다.그러니 소은지의 어머니만 찾는다면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가장 중요한 건 소은지의 어머니를 찾는 것이다.“지금 이 일에 끼어들면 안 돼.”엔데스 신우가 이유영의 턱을 잡고 부드럽게 얘기했다.이 일은 원래 소은지와 엔데스 명우의 일이다. 하지만 지금은 세 사람의 전쟁으로 벌어졌다.소은지는 그렇게 그들의 손아귀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이유영은 그렇게 무기력한 소은지는 처
두 눈이 마주치는 순간, 엔데스 현우는 온몸이 차가워졌다.이유영의 곁을 지날 때, 이유영이 차갑게 엔데스 현우를 쳐다보았다.“현우 씨.”엔데스 현우는 멈춰서서 차가운 눈으로 이유영을 쳐다보았다.이유영은 그런 엔데스 현우를 처음 마주했다. 예전의 엔데스 현우는 이런 본성을 잘 감추고 다녔으니까 말이다.이유영도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은 그 정도로 가까운 사이가 아니라는 걸. 그럼에도 몰을 수밖에 없었다.“은지를 놔줄 수 있어요?”점점 말라가는 소은지를 보면서 이유영의 마음이 얼마나 타들어가는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소은지는 항상 당당하고 밝은 모습만 보여주었다.마치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새 같아서, 아무도 소은지를 가둘 수 없었다.하지만 지금은 마치 날개 끊어진 새처럼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엔데스 현우는 이유영을 보면서 얘기했다.“형수님, 지금 그 말은 선을 좀 넘은 것 같은데요?”형수님이라는 말에 이유영은 엔데스 현우가 전에 얼마나 두꺼운 가면을 쓰고 있었던 것인지 깨달았다.그 가면으로 엔데스 현우는 모든 사람을 속여버렸다. 모든 사람한테 다정한 듯 굴었지만 사실은 모든 사람을 그저 장기판의 말로 생각했던 것이다.엔데스 현우는 남다른 방법으로 자기의 사람을 지켰지만 결국 지켜내지도 못했다. 그리고 지금 엔데스 현우는 가장 높은 위치에 섰고, 아무도 그 여자를 함부로 입에 올릴 수 없게 만들었다.윤아정은 정말 좋은 남자를 만난 것이었다.“윤아정 씨를 생각하는 마음은 이해해요. 하지만 그건 현우 씨가 무고한 사람을 괴롭히는 이유가 될 수 없어요.”“무고?”그 단어에 엔데스 현우가 피식 웃음을 흘렸다.윤아정은 무고하지 않아서 죽은 건가?윤아정의 사망 소식에 엔데스 현우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 엔데스 현우는 그때의 일이 어떻게 그렇게 조용히 덮어진 것인지 이해되지 않을 정도였다. “은지는 정말 그 돈을 받지 않았어요. 그동안 은지를 봐왔으면서, 은지가 어떤 사람인지 몰라서 그래요?”무슨 이유로 두 사람이 함께하
이유영은 소은지의 곁에 있고 싶어 했다.정국진의 생신 연회가 끝나면 이유영은 또 엔데스 신우와 함께 돌아가야 할 것이다.이튿날 아침을 먹을 때, 이유영이 소은지를 찾아왔다. 여전히 파리에 남겠다고 하는 소은지를 보면서, 이유영은 할 말을 잃었다.이유영은 소은지가 편하게 살기를 바랐다.소은지가 물었다.“윤아정 씨의 사건에 엮인 사람들, 정말 다 죽었어?”“엔데스 현우가 그 사람들을 곱게 살려놓을 리가 없지.”다 죽지 않았으면 죽기를 바라는 사람들일 것이다.소은지도 알고 있었다. 이유영이 이 질문을 한 이유가 바로 그 사람들을 찾아내 소은지는 죄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는 걸.하려면 할 수는 있는 일이었다.소은지는 이유영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알지만 그저 한숨을 내쉰 채 이유영을 보면서 얘기했다.“살아있다고 해도 어쩌겠어.”“은지야...”“그 사람들이 진실을 말한다고 해도 엔데스 현우가 믿지 않을걸.”소은지의 말은 사실이었다.엔데스 현우가 윤아정의 사건을 얘기했을 때, 소은지는 이미 진실을 다 얘기했었다.그쪽 사람들은 엔데스 현우가 두려워서 모든 누명을 소은지에게 씌워버렸다. 소은지가 재판에서 져서 윤아정이 자살한 것이라고 말이다.“하지만 정말 너랑은 아무 상관 없는 일이잖아. 넌 그 돈을 받지 않았잖아!”그게 가장 중요한 진실이 아니겠는가.“...”소은지가 돈을 받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하지만 지금 너 말고 그 말을 믿어주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돈이 궁했던 내가 정말 그 돈을 받지 않았다는 증거가 있을까?”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엔데스 현우는 믿지 않을 것이다.이건 마치 풀리지 않는 매듭 같았다. 하지만 그 매듭은 바로 엔데스 현우에게 있었다.엔데스 현우가 그 매듭을 풀어야만 소은지가 엔데스 명우의 협박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 두 사람은 둘 다 소은지를 증오하고 있어서 소은지가 편히 살기를 바라지 않을 것이다.소은지는 앞으로의 나날이 정말 걱정되었다.“은지야.”“됐어. 내 걱정
엔데스 신우의 등장에 긴장한 사람들도 그의 행동에 마음을 놓게 되었다.이미 엔데스 명우 때문에 파리가 들썩이고 있었기에 다들 걱정하는 마음이었다.엔데스 현우는 엔데스 저택으로 돌아왔다. 수많은 유언비어가 떠돌고 있는 이 시점에 말이다.그 행동에 많은 사람들이 긴장했다.엔데스 현우의 행동에 시끄럽던 소문이 조금 잠재워졌다.모두가 생각했다. 소은지가 그 자리에 있을 수 있었던 것은 소은지의 신분 덕분이라고.그리고 엔데스 현우는 그런 소은지를 사랑한다고.“사모님, 이건 주인님께서 원하신 겁니다.”남기가 물건을 소은지에게 건네면서 얘기했다.“보내줘요.”남기가 그 자리에 멈춰 섰다.소은지는 남기가 든 커피를 보더니 그 뜻을 알아차렸다.“지금 어디 있어요?”“서재요.”소은지가 커피를 들고 위층으로 올라갔다.오늘 밤, 엔데스 현우가 왜 이곳으로 온 것인지 소은지는 잘 알았다.깊은 심호흡을 한 소은지는 무거운 마음을 달랬다.커피를 들고 서재로 왔을 때, 엔데스 현우의 서재에는 엔데스 현우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도 있었다.소은지는 그들이 중요한 얘기 중이라는 것을 눈치챘다. 엔데스 현우는 그들과 차갑게 얘기를 나누다가 소은지를 보는 순간 부드러운 눈빛을 보내더니 따뜻하게 손을 흔들었다.“왜 왔어요? 그렇게 적게 입고?”소은지는 자기를 지옥으로 끌어들일 것만 같은 그 손을 쳐다보면서 속이 뒤집어졌지만 보는 눈이 많았기에 어쩔 수 없이 커피를 엔데스 현우에게 건네주었다. 엔데스 현우는 그런 소은지의 손을 확 끌어당겨 품에 안았다.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고 놀라서 마른침을 삼켰다.‘얼마나 소은지를 예뻐하면...’“손이 차네요?”“그...”“오늘은 여기까지 하죠.”소은지가 말을 하기도 전에 엔데스 현우가 사람들에게 얘기했다. 아무리 바보라고 해도 엔데스 현우의 행동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 것이다.사람들은 얼른 자리를 떴다.서재에 두 사람만이 남았을 때, 소은지가 엔데스 현우를 보면서 말했다.“그럼 이 소문이 파리에 퍼지겠네요?”엔데스
그 생각에 진영숙은 마음이 아프다 못해 화가 날 정도였다.“네가 가지 않으면 내가 찾으러 가마.”진영숙은 강이한의 어머니로서, 자기 아들이 홀로 늙어 죽는 모습을 눈 뜨고 지켜볼 수 없었다.예전의 진영숙은 이유영을 집 밖으로 내쫓지 못해 안달이었지만, 지금의 진영숙은 이유영이 제발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강이한이 얘기했다.“그런 거라면 다시는 이 집에 돌아오지 마요.”그 말을 들은 진영숙이 그대로 멈춰 섰다.고개를 돌려 강이한을 쳐다보았다. 강이한의 차가운 눈은 그의 굳은 결심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강이한!”“그만 놓아줘요... 네?”“...”놓아주라니.진영숙은 강이한이 그런 말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몰랐다.그동안 이유영이 사라진 뒤, 강이한은 많은 생각을 했다.이유영에게 강이한은 뭘까.왜 두 번째 삶에서도 이유영을 데려올 수 없는 걸까.그건 아마도 이유영이 수많은 절망을 겪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강이한이 아무리 매달려도 이유영이 돌아보려 하지 않은 것이다.그래서 파리에서 단역시로 돌아오는 순간부터, 강이한은 이유영을 놓아주기로 결심했다.계속 집착해 봤자 이유영이 도망치며 숨어 살아야 하기 때문이었다.강이한은 이유영이 그런 고통 속에서 사는 것이 싫었다.그래서 이제는 이유영을 포기하려고 한다.진영숙은 가슴 아파하며 강이한을 쳐다보았다.“강이한!”‘정말 이대로 이유영을 포기하는 거야? 포기가 아니라... 놓아주는 거라고?’하지만 그런 강이한의 슬픔은 누가 다독여줄 수 있는가.강이한이 감내하고 있는 고통은 얼마나 큰 고통인가.그 생각에 진영숙은 가슴이 아팠다.“그만 하세요.”“너는 어떻게 하려고!”진영숙이 거의 울부짖다시피 물었다.“...”마음이 무거워졌다.저번 생의 강이한은 미친 듯이 기도하며 이유영이 행복하기를 빌었다. 그리고 지금 이유영은 아주 행복했다.강이한은 그거면 되었다.딸칵.라이터에 불을 붙인 강이한이 이어서 얘기했다.“무슨 일이 있어도 이유영을
“예전에는 제가 유영이를 찾으러 가는 걸 제일 싫어하셨잖아요.”그 말을 들은 진영숙은 그대로 굳어버렸다.그리고 화가 난 듯한 말투로 말했다.“꼭 나랑 싸워야겠어?”예전의 진영숙은 정말 강이한이 이유영을 찾아가는 것을 싫어했다.이유영이 돈도 없으면서 강이한에게 매달리는 여자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그래서 그때 진영숙은 이유영을 뼛속까지 싫어했다.게다가 강이한이 이유영 때문에 다른 여자들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결혼도 하지 않으려고 했기 때문이다.진영숙은 모든 화를 이유영에게 돌려버렸다.하지만 지금, 몇 년의 시간 동안, 진영숙은 강이한이 이유영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깨닫게 되었다.게다가 소월이가 생긴 뒤, 진영숙은 이유영의 임신을 막으려고 했던 시절이 후회스러웠다.할머니로서, 친손녀를 미워할 수는 없었으니까 말이다.진영숙은 소월이가 너무 보고 싶었다. 소월이가 유치원에 있는 것을 생각하면 얼른 하원하는 소월이를 데려오고 싶었다.하지만 지금 상황은 그렇지 않았다. 진영숙이 어떻게 해도 그 아이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그 사실이 가장 마음 아팠다.“...”그 말을 들은 강이한이 입을 다물었다.“너, 뭐 하자는 거야? 말이라도 좀 해봐!”강이한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진영숙이 화를 냈다.“앞으로 유영이를 만나러 가지 않을 겁니다.”“너...”진영숙은 자기 귀를 의심할 뻔했다.이온유를 보낸 것이, 이유영을 데려오기 위함이 아니었나? 가뜩이나 화가 나 있었던 진영숙은 강이한의 말에 속이 더욱 답답했다.“소월이도 파리로 왔대!”그 아이만 떠올리면 진영숙은 마음이 이상했다. 당장 그 아이를 본인 곁에 데려오고 싶은 생각이었다.하지만 이유영은 절대로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진영숙은 아이가 본인을 싫어할까 봐 억지로 끌고 오지도 못했다.그 말을 들은 강이한의 눈에 복잡한 감정이 어렸다.진영숙은 강이한이 이소월을 그리워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이윽고 강이한이 얘기했다.“앞으로 이소월의 아버지는 엔데스 신우예요.”“...”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