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27화

Author: 진헤이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집중하는 모습은 엄마를 많이 닮아 있었다.

유영은 외국으로 나와서 이렇게 빨리 직장을 구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딸깍!

라이터 소리와 함께 남자가 입에 문 담배에 불을 붙였다.

유영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남자를 바라보았다.

“외삼촌, 의사가 금연하라고 했잖아요.”

“그래, 그래. 알았어.”

남자는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유영을 바라보고는 서둘러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껐다.

유영은 그제야 표정을 풀고 하던 일을 계속했다.

파리로 온 3개월은 그녀에게 꿈만 같은 시간이었다. 그녀의 인생에도 수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그는 이곳에서 이산가족 상봉을 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외할머니는 상심을 견디지 못하고 얼마 되지 않아 부모님을 따라 저세상으로 갔다. 그랬기에 그녀는 자신에게 외삼촌이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유라가 너 반만이라도 닮았으면 좋을 텐데.”

남자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정유라는 정국진의 딸이자 유영의 사촌동생이었다. 정유라는 재벌가에 태어났지만 경영에는 취미가 없고 의학 연구에 매진했다.

정국진은 그런 딸을 매우 못 마땅해했는데 유영이 나타나면서 그의 부담을 많이 덜어주었다.

“외삼촌도 그만해요. 저 이거 빨리 처리해야 한단 말이에요.”

외삼촌과 상봉한 뒤, 귀에 피가 나도록 들은 말이었다.

“그래, 일해.”

쾅!

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요란한 소리와 함께 사무실 문이 벌컥 열렸다.

이어서 비서의 당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죄송합니다, 회장님. 이분이 꼭 회장님을 봬야 한다고 억지를 부리셔서….”

유영과 정국진의 시선이 입구로 쏠렸다.

상대의 얼굴을 확인한 유영의 얼굴이 차갑게 식었다.

강이한이었다. 그의 뒤에는 조형욱이 따르고 있었다. 몇 달 안 본 사이에 그는 표정이 많이 험악해져 있었다.

그에게서는 진한 살기마저 느껴졌다.

강이한을 알아본 정국진이 인상을 찌푸렸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회장님, 죄송합니다. 지금 바로 끌어내겠습니다.”

비서가 용기를 내서 강이한에게 다가갔지만,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Latest chapter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442화

    강이한은 이유영의 독기에 두손 두발 들 수밖에 없었다.강이한은 저도 모르게 웃음을 피식 흘렸다.그 웃음은 씁쓸한 패배자의 웃음이었다.강이한은 정말 이유영과 이렇게 될 줄 몰랐다.전에 진영숙이 아이의 일로 이유영을 고소하려고 하지 않았던가.하지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제대로 알고 나서야 이유영을 고소할 자격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래서 강이한은 아이의 양육권에 대해 그렇게까지 극단적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하지만 이유영이 지금 이렇게 나올 줄은 전혀 몰랐다.“그렇게 내가 싫은 거야?”“그걸 꼭 물어야 알아?”이유영은 보면 볼 수록 강이한이 뻔뻔하게 느껴졌다.대다수의 여자들은 아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남편을 용서한다.하지만 강이한이 이온유 때문에 소월이를 다치게 한 것을 떠올리면, 이유영은 용서할 수 없었다.친아빠가 아이한테 상처를 준다면, 가정을 유지하는 이유가 없었으니까 말이다.그래서 이유영은 한 치도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결국 강이한이 떠났다.이유영도 서산비경으로 돌아왔다.엔데스 신우는 이미 학교 앞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보고 받았다. 그래서 이유영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 이유영을 품속으로 확 끌어안았다.따뜻한 엔데스 신우의 체온에 이유영은 위로를 받는 것 같았다.“앞으로는 내가 아이를 데려다줄게.”엔데스 신우가 걱정스러운 말투로 얘기했다.이유영은 그 말을 들으면서 입꼬리를 올렸다.“걱정하지 마요, 나 그렇게 약한 사람 아니니까.”예전의 이유영은 약하고 부서지기 쉬운 유리 같은 사람이었지만 지금은 아니다.예전에는 강이한을 마주하면 그가 줬던 상처와 그동안 겪었던 부조리함을 떠올렸지만 지금 강이한을 마주해도 머릿속에 떠오르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파리.엔데스 명우가 돌아왔다. 소은지의 세상도 점점 무너져가고 있었다.엔데스 현우는 이제 거의 반산월로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소은지에게 떠나라는 말을 전한 이후로 한 번도 돌아오지 않다가 오늘 갑자기 반산월에 찾아왔다.고양이를 안고 있는 소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441화

    그동안 강이한은 계속 그녀를 보고 싶어 했다.하지만 엔데스 신우의 방해 때문에 여태껏 만나지 못한 것이었다.강이한은 이유영을 만나기 위해 다른 남자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날이 오게 될 줄은 전혀 몰랐다.지금 이 결과에 대해 강이한은 가슴 아파하고 있었다.이유영이 강이한을 보며 얘기했다.“앞으로 여기 오지 마.”이유영의 말투는 아주 차가웠다.예전에는...하지만 이제는 예전을 떠올려도 소용이 없었다. 그 사이에 두 사람한테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났으니까 말이다.예전의 이유영은 강이한 앞에서 부드러운 모습만 보여주었다. 강이한은 이유영을 아이처럼 아껴주었다.하지만 지금 두 사람 사이에는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었다.“소월이는 내 딸이기도 해.”강이한은 술 취한 도박꾼 같은 말투로 얘기했다.이유영은 그 말을 듣자마자 웃음을 터뜨렸다.“잊어버려.”“...”이유영은 더 뭐라고 설명하고 싶지 않았다. 원하는 건 그저 강이한이 사라지는 것이었다.강이한은 소월이를 보던 것처럼 부드러운 눈빛으로 이유영을 보다가 이유영의 말을 듣자마자 바로 표정이 어두워졌다.잊으라고?어떻게 그렇게 쉽게 잊으라는 말을 할 수 있는 것일까.“이유영, 너 어떻게 이렇게 악독해질 수가 있어?”강이한은 가슴의 고통을 참으면서 또박또박 얘기했다.강이한은 이유영과 헤어진 것을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었다.‘그래서 이제는 딸을 만날 자격도 없다는 거야?’“난 너한테 악독해질 수밖에 없어.”“...”“...”강이한은 벼락을 맞은 것처럼 굳어버린 채 가만히 서 있었다.강이한이 뭐라고 얘기하기도 전에 이유영이 이어서 얘기했다.“내가 너한테 악독해지지 않을 수가 없잖아.”“...”그럴 수가 없다고?이정은 이유영의 말에 동의하는 편이었다.물론 강이한의 곁에서 강이한이 얼마나 고통스러워한 것인지 잘 알지만, 강이한이 이유영에게 어떤 짓을 했는지도 잘 알기에 이정은 강이한의 편을 들어줄 수가 없었다.이정은 이유영이 강이한을 용서하는 것이 더욱 이상하다고 생각했다.하지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440화

    소은지는 엔데스 명우가 소은지를 이용해 뭘 하려는 건지 잘 알았다. 그저 할리 가문과 엔데스 현우의 혼인을 막으려고 이러는 것이다.하지만 정말 그렇게 된다면 소은지는 파리에 피바람을 불어올 것이다.“은지야.”이유영은 그 말을 들으면서 마음을 졸였다.전에 이유영은 세상이 참 복잡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소은지를 만나게 된 이후 이 세상이 얼마나 복잡한지 가늠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소은지는 파리에 있으면서 엔데스 명우의 속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하지만 그렇게 많은 시간이 지난 뒤에도 결국 그 늪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어머니라는 건 소은지에게 대체 어떤 존재인가.이유영은 잘 알았다. 이유영도 그런 적이 있으니까. 소은지는 어릴 때부터 할머니랑 함께 지냈으니 어머니의 사랑이 아주 고팠을 것이다.아무리 소은지가 일할 때는 강인한 모습만 보여줬다고 해도 말이다.소은지는 명절 휴가 때마다 본가로 돌아가 어머니가 해주는 집밥을 먹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소은지는 명절 휴가 때마다 집에서 잠을 자거나 홀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었으니까.홀로 사는 삶은 자유로웠으나 너무 자유로워서 마음이 정착할 곳이 없었다.소은지는 항상 궁금했다.그녀의 어머니는 어떤 사람일지 말이다.대체 무슨 이유로 아버지와 이별한 것인지.하지만 지금 와서 이런 방식으로 어머니의 존재를 알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엔데스 명우가, 그녀의 가장 소중한 존재로 소은지를 협박할 줄도 몰랐다....이유영은 소은지와 전화를 끊은 뒤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이유영은 방금 아이를 학교까지 데려다주고 돌아오는 길이었다.이유영은 소은지가 이도 저도 못 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았다.그때 학교 담장 코너 쪽에 강이한의 모습이 보였다.강이한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리니 선생님이 아이들을 데리고 게임을 노는 것이 보였다. 소월이도 아주 기뻐하면서 선생님을 쳐다보고 있었다.웃을 때 살짝 보이는 그 하얀 이가 너무 귀여웠다.강이한은 부드럽고 안타깝다는 눈빛으로 소월이를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439화

    전에 이 남자의 곁에서 수많은 고통을 겪었으니 두렵지 않을 수가 없었다.“대체 뭘 하고 싶은 거야!”소은지는 심호흡을 한 뒤 한숨을 내쉬었다.“네가 왕비가 되는 날, 난 너한테 네 어머니의 행적을 알려줄 거야. 그러니까 나한테 다른 질문은 하지 마.”말을 마친 엔데스 명우는 소은지를 확 밀어버렸다.그리고 손을 내밀자 주용선이 흰 손수건을 건넸다. 엔데스 명우는 손을 닦은 후 새하얀 손수건을 바닥에 던져버렸다.마치 소은지가 더럽다는 듯이 말이다.“...”소은지는 숨이 턱 막히는 것 같았다....엔데스 명우는 소은지의 아침을 엉망으로 만들어버린 후 떠나버렸다.소은지는 한참이 지나도 이 상황을 제대로 정리할 수 없었다. 머릿속이 복잡한 소은지는 결국 또 이유영의 번호를 눌렀다.“유영아, 나 이제 어떻게 해?”이유영이 뭐라고 얘기하기도 전에 소은지가 먼저 얘기했다.전화기 너머의 이유영은 그 말을 듣고 멍해졌다.소은지는 한 번도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없으니까 말이다.“은지야...”“그 사람이 돌아왔어.”“...”엔데스 신우는 엔데스 명우가 그렇게 단순하고 쉬운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이유영은 소은지의 말을 듣고 엔데스 명우가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 알 것 같았다.그렇게 미루어보면 소은지는 엔데스 명우한테서 벗어나기 쉽지 않을 것이다.이유영은 또 소은지가 걱정되었다.“은지야!”“난 도망갈 수 없어.”소은지는 이미 결정을 내린 듯 결연하게 얘기했다. 그 대답에서 이유영은 소은지가 어떤 상황에 처한 것인지 알 수 있었다.엔데스 명우가 파리로 돌아간다고 했을 때, 이유영은 소은지한테 얼른 도망가라고 했다.무슨 원한이 있든지, 일단은 아무도 찾지 못하는 곳으로 도망가라고 말이다.파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던지, 어머니한테 무슨 일이 일어나던지 말이다.소은지도 그렇게 생각하고 도망치려고 했다.하지만 어머니라는 존재를 알게 된 후, 또 병원에서 위독 진단서를 받은 후, 그 진단서를 직접 검증해 보기까지 한 다음, 엔데스 명우한테서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438화

    소은지는 원래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지금 엔데스 명우의 눈에 가득한 조롱의 시선을 마주한 순간, 그 분노는 더욱 깊어졌다.엔데스 명우는 그런 소은지의 시선 속에서 여유롭게 소파에 가서 앉은 후 잠에 든 고양이를 품에 안았다.고양이는 바로 위험을 느끼고 엔데스 명우의 손을 문 다음 도망쳐버렸다.“저 짐승이 감히 사람을 물어? 얼른 와서 도련님의 상처부터 치료해!”주용선은 엔데스 명우가 물린 것을 보고 깜짝 놀라면서 얘기했다.주용선의 명령에 고용인들이 구급상자를 들고 나타나 엔데스 명우의 상처를 치료해 주었다.소은지는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서 표정을 굳혔다.“무슨 생각해?”엔데스 명우는 웃으면서 소은지를 바라보았다. 고양이한테 물려서 짜증 내는 법은 하나도 없었다.소은지는 당장이라도 엔데스 명우를 찢어버릴 듯한 표정으로 엔데스 명우를 쳐다보았다.엔데스 명우가 입을 열었다.“그래서 넌 네가 엔데스 현우한테 뭐라고 생각하는데?”남기는 이제 소은지 곁에 없었다.짧은 시간 만에 엔데스 명우의 사람이 반산월을 점령했다.소은지는 이미 엔데스 명우의 손에 들어온 것이다.어떻게 그렇게 빨랐을까? 설마...“복수할 게 있으면 나한테 해! 도망치지 않을 테니까 인질은 풀어 줘!”소은지가 으르렁대면서 얘기했다.엔데스 명우가 짧은 시간 만에 이곳을 장악했다는 것을 떠올린 소은지는 화를 참을 수 없었다.소은지가 너무 단순하게 생각했던 것이다.그런 방식으로 엔데스 명우의 모든 것을 잃게 만들고 엔데스 명우를 파리에서 내쫓으면 될 줄 알았다.하지만 소은지는 엔데스 명우의 배후를 생각하지 못했다.그리고 엔데스 가문의 전쟁이 얼마나 치열한지 생각하지 못했다.엔데스 명우가 진다고 해서 깔끔히 물러날 사람이 아니라는 것도 말이다.“그래, 그래서 지금 너한테 복수하는 거잖아.”엔데스 명우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하지만 그 미소는 정말 위험해 보였다.“대체 뭘 하고 싶은 거야!”“난 네가 왕비가 됐으면 해.”“그건 불가능한 일이야.”이곳에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437화

    그렇게 생각하면서 소은지는 바로 생각을 행동으로 옮겼다.자리에서 일어난 소은지는 미친 것처럼 짐을 정리했다.소은지가 무거운 짐을 들고 아래층으로 내려갈 때, 주용선이 소은지를 발견하고 얘기했다.“사모님, 지금 이게 뭐 하시는 거예요!”“비켜!”주용선이 다가가려고 하자 소은지가 호통을 쳤다.엔데스 현우는 이미 남기를 데려갔다. 그리고 주용선은 남기가 없어서 두려울 것 없이 행동하고 있었다.반산월은 소은지에게 안전한 안식처였지만 지금은...“여섯째 도련님이 오고 계십니다. 사모님, 혹시 깜빡하신 건 아니죠?”주용선이 소은지를 보면서 얘기했다.그 차가운 말에 소은지는 이성을 되찾았다.“사람은...”주용선은 총명한 사람이었기에 소은지가 묻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았다.“원래 같이 데려오려고 했으나 여섯째 도련님이 얘기하시길, 사모님은 말을 잘 듣지 않으니 그 사람을 데려오면 더욱 골치 아파질 거라고 했습니다.”주용선이 말하는 건 소은지의 남동생이었다.원래는 소은지의 남동생을 데려오겠다고 했으나 결국 돌아온 건 샘플뿐이었다.그래서 소은지는 상대방이 누구인지 전혀 몰랐다. 그리고 상대방이 무사한지도...하지만 엔데스 명우의 성격을 생각 해보면 상대방은 무사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았다.엔데스 명우 곁에서 짐승만도 못한 삶을 살아온 것을 떠올린 소은지는 심호흡을 하면서 흥분을 가라앉혔다.주용선을 쏘아보자 주용선은 그저 다가가 소은지 손에서 캐리어를 빼앗아 올 뿐이었다.소은지는 주먹을 꽉 쥐었다.주용선은 부드러운 말투로 얘기했다.“누가 사모님의 어머니인지 잘 생각해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어머니라는 건 소은지에게 아주 낯선 존재였다.“도대체 엔데스 명우가 날 속인 게 몇 가지나 되는 거야.”소은지가 주용선을 쏘아보면서 물었다.남동생의 사건 때문에 소은지는 머리가 어지러웠다.엔데스 명우가 소은지의 가족을 찾았다고 했을 때, 소은지는 믿지 않았다.하지만 검사를 해본 결과, 소은지는 남동생과 어머니가 다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