登入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중복으로 올라갔던 회차 2건을 연속되는 정상 회차(138화, 139화)로 수정 완료하였습니다.
독자님들의 소중한 코인이 낭비되지 않도록 회차를 삭제하지 않고 내용만 교체해 두었으니, 이미 구매하신 분들은 추가 결제 없이 편히 이어 감상해 주시기 바랍니다.
감상에 불편을 끼쳐 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
- 해당 챕터는 무료 입니다.-
"이 정도면 충분해요."도현은 화면의 안내선을 켜 두 소개문의 폭을 비교했다."한소율 팀장 쪽이 한 글자 짧습니다.""그걸 정말 세고 있었어요?""분량을 같게 해달라고 했잖아."이 회장이 못마땅한 눈으로 손자를 봤다."글자 수가 아니라 대접을 같게 하라는 뜻이다. 소율이가 충분하다면 됐어.""한 글자 정도는 더 넣을 수 있습니다.""도현 씨 소개에서 한 글자를 빼면 더 빠르죠."소율의 대답에 회장이 웃음을 터뜨렸다. 도현은 잠시 문서를 노려보다가 결국 승인 표시를 눌렀다.안내문 위에 한소율이라는 이름이 분명하게 남았다. 결혼으로 얻게 될 관계가 그녀의 이름과 경력을 대신하지 않았고, 두 사람의 소개는 같은 자리에서 같은 무게를 가졌다.저녁 7시, 성수동 펜트하우스.소율은 파리로 돌아가기 전까지 2일간 성수동에서 지내기로 했다. 아직 내부 공사는 시작되지 않았지만, 거실 창가에는 두 사람이 고른 작은 식탁의 크기를 표시한 종이 테이프가 붙어 있었다. 서재 바닥에도 나란히 놓일 책상 자리가 표시되어 있었다.도현은 회의실에서 가져온 여분의 청첩장 한 장을 작은 식탁 예정 자리 위에 올려놓았다."왜 바닥에 앉아요?"소율이 묻자 도현은 종이 테이프 안쪽에 앉아 손으로 맞은편을 가리켰다."여기가 당신 자리야.""식탁이 아직 없다고 바닥에서 미리 먹을 필요는 없잖아요.""밥 먹자는 거 아니야."도현의 손에는 검은색 가죽 케이스가 들려 있었다.소율은 그 물건을 알아보고 맞은편에 앉았다. 그녀가 파리에서 직접 가져온 다이아몬드 만년필이었다.도현이 케이스를 열었다. 짙은 천 위에 놓인 만년필의 백금 링이 거실 조명을 받아 반짝였다. 몸체 하단에는 두 사람의 이니셜이 나란히 새겨져 있었다.[D.H & S.Y]순서는 달라도 크기와 깊이는 완벽하게 같았다.도현은 새로 채운 잉크가 고르게 나오는지 확인한 뒤 청첩장 여백에 자신의 이름을 썼다.[차도현]그 아래에 소율의 이름도 적었다.[한소율]소율은 두 이름을 번갈아 보다가 고개를 갸웃
"신랑 측 소개는 현재 문구를 유지해도 되겠습니까?""안 됩니다."예상 밖의 대답에 실무자의 펜이 다시 멈췄다.도현은 안내문 2장을 나란히 놓았다."제 소개가 3줄이면 한소율 팀장 소개도 3줄로 맞춰 주세요. 글자 크기와 굵기, 사진을 넣을 경우 사진 크기까지 같아야 합니다.""차 전무님은 태성그룹 오너 일가이시고, 신부님은 유럽 지사 소속이라 외부 인지도가 다릅니다. 설명 순서를 조정하면 정보 전달이 더 쉬울 수 있습니다.""인지도가 다르니까 정확하게 소개해야 하는 겁니다. 사람들이 제 이름만 안다는 이유로 한소율의 이름을 빼면, 이 문서를 보는 사람은 앞으로도 알 기회를 얻지 못합니다."실무자는 바로 반박하지 못했다.소율은 도현을 바라봤다. 그가 대신 싸워 주는 장면에 숨어 있기보다 자신의 뜻을 직접 말해야 할 때였다."저는 차도현 전무의 약혼자이고 곧 배우자가 됩니다. 그 관계를 숨겨달라는 뜻은 아니에요. 하지만 그게 제 소개의 전부가 되면 곤란합니다."소율은 안내문을 자신의 쪽으로 당겼다."한소율이라는 이름이 먼저 나오고, 제가 지금 어디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적힌 뒤에 두 사람의 관계를 설명해 주세요. 도현 씨도 같은 방식으로요.""같은 방식이라면 신랑 측에도 한소율 팀장님의 배우자라는 표현을 넣어야 한다는 말씀이십니까?"실무자의 질문에 도현이 곧바로 대답했다."넣어 주세요."소율이 고개를 돌렸다."정말요?""당신만 내 배우자인 건 아니잖아. 나도 당신 배우자야.""그건 맞지만 외부 안내문에 꼭...""당신 쪽에 넣으려면 내 쪽에도 넣고, 내 쪽에 불필요하면 당신 쪽에서도 빼면 돼."도현의 기준은 단순했다. 한쪽에만 붙는 관계 설명은 허용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실무자는 수정 메모를 보며 난처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두 분의 의견은 이해했습니다. 다만 태성가의 공식 예식 안내문이라 가문을 대표하는 신랑 측 소개가 먼저 나오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누구 의견이지?"문 쪽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파리 센강 프러포즈로부터 약 5개월 후, 결혼식 약 1개월 전]토요일 오후 2시, 서울 성북동 태성가 본가.금요일 오전 본사 실무회의를 마친 소율은 주말까지 서울에 남았다. 토요일 일정은 청첩장과 외부 배포용 예식 안내문의 기본 문안 검토였다.한소율은 긴 테이블 위에 놓인 청첩장을 천천히 펼쳤다.두꺼운 흰 종이 중앙에는 두 사람의 이름이 나란히 적혀 있었다.[차도현 · 한소율]글자의 크기와 굵기, 이름 사이의 간격까지 같았다. 어느 한쪽도 위나 아래에 놓이지 않았고, 태성그룹 전무라는 직함이나 태성가라는 설명도 청첩장 앞면에는 들어가지 않았다.소율은 손끝으로 자신의 이름을 가볍게 쓸었다."예뻐요."맞은편에 앉은 도현이 청첩장을 확인했다."글자 간격은 괜찮아?""네. 두 이름이 같은 크기라 더 마음에 들어요.""처음부터 그렇게 요청했어.""혹시 제 이름을 더 크게 해달라고 생각한 건 아니죠?"도현의 시선이 잠깐 옆으로 움직였다.소율은 그 미세한 반응을 놓치지 않았다."생각했네요.""잠깐.""왜요?""당신이 받을 청첩장이니까. 그래도 만년필 이니셜을 떠올리고 바로 포기했어.""둘이 같이 받는 청첩장이에요.""그래서 최종본은 같게 했잖아."도현은 자신의 잘못이 없다는 듯 말했다. 소율은 청첩장을 다시 보며 웃음을 삼켰다.2주 전, 두 사람은 서울과 파리의 집에 똑같은 크기의 책상을 놓기로 했다. 도현은 소율의 일이 자신의 일보다 작아 보이는 것이 싫다고 했다. 오늘 청첩장 위에 놓인 두 이름도 같은 원칙을 따르고 있었다.결혼 뒤 한쪽 이름이 다른 쪽에 딸려 들어가지 않도록, 시작부터 같은 자리를 차지한 모습이었다."두 분, 청첩장 확인은 끝나셨습니까?"태성가 의전 실무자가 맞은편에서 조심스럽게 물었다."네. 이대로 진행해 주세요."소율의 대답에 도현도 고개를 끄덕였다.실무자는 안도한 얼굴로 인쇄 승인표에 표시했다. 청첩장과 봉투, 동봉 카드까지 차례로 정리한 뒤 마지막에 남아 있던 얇은 서류철을 두 사람 앞으로
"파리에는 도현 씨 옷이 이만큼 있어요. 서울에도 제 공간을 똑같이 만들어 줘요."– 드레스룸 절반 비워 둘게."절반까지는 필요 없어요."– 필요해."저는 아직 파리에서 근무하잖아요."– 당신 자리라는 표시가 있어야 해."옷 몇 벌이면 충분해요."– 절반.도현은 협상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소율은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대신 파리 드레스룸도 절반씩 써요. 도현 씨가 한쪽 구석에 출장용 옷만 걸어 두는 건 싫어요."– 이번 주 안에 더 보내."옷장을 채우려고 항공 화물까지 쓰려고요?"– 당신이 옷장을 열 때마다 내 옷이 보여야 하니까."지금도 충분히 보여요."– 더 보여야 해.소율은 말릴 수 없다는 듯 웃었다.두 사람은 욕실 용품과 실내화, 충전기처럼 매번 가방에 넣었다 뺐다 하던 물건도 양쪽 집에 따로 두기로 했다. 파리에는 이미 소율이 쓰는 머그잔 옆에 도현의 검은 잔이 놓여 있었고, 성수동 주방에는 소율이 좋아하는 연한 헤이즐넛 커피를 채워 두기로 했다.주소는 달라도 어느 집에서든 상대를 기다릴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이었다.남은 문제는 침실이었다.도현은 성수동 침실을 비추며 단호하게 말했다.– 여기는 내가 정할게."왜 침실만 도현 씨가 정해요?"– 주방, 식탁, 서재까지 전부 당신 의견대로 했잖아."같이 정한 거죠."– 그럼 침실도 내 의견을 우선해서 같이 정해.소율은 화면 너머로 현재 침대를 바라봤다."뭘 바꾸고 싶은데요?"– 침대를 더 크게."지금도 충분히 커요."– 당신이 자다가 멀리 가."도현 씨가 가운데까지 오니까 제가 밀리는 거예요."– 그래서 더 큰 게 필요해."침대가 넓어지면 도현 씨도 더 멀리 따라올 것 같은데요."도현은 부정하지 않았다.– 침대 양쪽에 조명도 따로 두고, 당신이 책 읽을 수 있게 등받이도 바꿀 거야. 커튼은 완전 차광으로 하고."그건 좋아요."– 침대는?"조건이 있어요."– 말해."침대 크기보다 퇴근 시간부터 지켜요. 아무리 좋은 침대를 놓아도
"그럼 나란히 놓아요."– 마주 보는 게 집중하기 좋지 않아?"도현 씨 얼굴 보면 집중이 안 될 것 같아서요."–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그러니까 같은 방향을 보자고요."– 옆에 있으면 더 가까운데."회의 중에 손잡지 않으면 돼요."– 그 조건은 동의 못 해.소율이 웃자 도현의 입가도 느슨해졌다.두 책상 사이에는 작은 수납장을 하나 두기로 했다. 절반은 도현의 서류, 나머지 절반은 소율이 서울에서 사용할 자료를 넣을 공간이었다. 충전기와 필기구도 각각 준비하되, 둘이 함께 쓰는 다이아몬드 만년필은 중앙 서랍에 두자는 의견까지 나왔다.자산관리 담당자는 마침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러면 신규 주택 후보 검토는 전부 중단할까요?도현은 휴대전화 화면 속 소율을 바라봤다.– 당신 결정은 확실해?"네. 성수동 집을 고쳐서 같이 살고 싶어요."– 후회 안 해?"새집에는 우리 기억이 없잖아요."소율은 천천히 말을 이었다."저 집에서 처음 같이 밥을 먹었고, 가짜 커플 사진도 찍었어요. 비 오는 날 도현 씨 셔츠를 입고 밤을 보냈고요. 그때는 둘 다 그 집에서 진짜 연인이 될 줄 몰랐지만, 지금은 알잖아요. 그러니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필요 없어요. 우리가 시작한 집을 우리답게 바꾸면 돼요."도현은 말없이 거실을 둘러봤다.오래전 소율이 어색하게 서 있던 자리, 카메라를 놓았던 소파 앞, 세탁한 셔츠와 메모를 발견했던 식탁이 차례로 눈에 들어왔다.– 알겠어.그가 담당자를 향해 말했다.– 신규 주택 검토는 중단해 주세요. 성수동 펜트하우스 내부 공사 범위만 다시 산정해 주십시오.담당자가 바로 물었다.– 예산 기준은 어떻게 잡을까요?도현은 망설이지 않았다.– 필요한 만큼.소율이 즉시 끼어들었다."필요한 만큼의 상한부터 정해 주세요. 집을 한 채 더 살 돈으로 식탁을 사면 안 돼요."담당자는 누구의 말을 최종 기준으로 삼아야 할지 몰라 두 사람을 번갈아 봤다.도현이 짧게 숨을 내쉬었다.– 한 팀장 의견을 우선해 주세
소율은 사진을 끝까지 본 뒤 도현에게 물었다."마음에 들어요?"– 조건은 좋아."살고 싶어요?"도현은 곧바로 답하지 않았다.소율은 그 침묵에서 답을 읽었다. 숫자와 조건으로는 부족한 점이 없지만, 도현에게도 저 집은 아직 주소와 평면도에 불과했다."설마... 계약부터 한 건 아니죠?"– 안 했어.도현의 대답이 단호하게 돌아왔다.– 후보만 준비했어. 당신이 싫다고 하면 전부 없던 일로 할 생각이었고.소율의 표정이 부드러워졌다.예전의 도현이었다면 가장 좋은 집을 먼저 계약한 뒤 소율에게 열쇠부터 건넸을 것이다. 그녀가 불편하다고 말하면 더 비싸고 더 큰 집을 찾았을지도 몰랐다.지금은 결정을 멈춰 두고 소율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저는 새집 싫어요."– 이유를 말해줘."지금 성수동 집이 좋아요."도현이 거실을 둘러봤다.– 생활감이 없잖아."그럼 만들면 되죠."소율은 노트북 옆에 있던 휴대전화를 들었다."영상통화로 바꿔요. 집 안을 보여줘요."– 지금?"네. 새집 보러 갈 필요 없이 우리가 살 집부터 제대로 볼래요."도현은 담당자에게 잠시 기다려 달라고 한 뒤 휴대전화로 통화를 전환했다. 화면이 흔들리다가 성수동 펜트하우스의 거실을 비췄다."우선 창가로 가요."– 왜?"햇빛 확인하려고요."도현은 순순히 창가로 걸어갔다. 서울의 오후 햇빛이 통유리창을 통과해 거실 바닥 위로 길게 내려앉아 있었다."저기 작은 식탁을 놓으면 좋겠어요."– 지금 식탁이 있는데?카메라가 8명이 앉아도 넉넉한 긴 식탁을 비췄다. 도현이 혼자 살 때부터 사용하던 것으로, 식사보다 서류를 펼쳐 놓는 날이 더 많았다."저건 회의용 같아요. 아침에 둘이 마주 앉으면 거리가 너무 멀어요."– 내 옆에 앉으면 되잖아."그러면 작은 식탁이면 더 가깝죠."도현은 반박하지 못했다.소율은 창가를 다시 보여 달라고 했다. 햇빛이 가장 오래 머무는 자리를 확인한 뒤 2명이 앉을 수 있는 둥근 식탁을 놓자고 제안했다. 도현은 바로 자산관리 담당자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