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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화

Author: 애니
강서이의 모습은 금세 사람들 사이로 파묻혀 사라졌다.

잠시 뒤, 노아리가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출입구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민도하가 바로 눈에 들어왔다.

쳐다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워낙 많아서인지, 민도하의 미간에는 거친 짜증이 어려 있었다.

노아리는 걸음을 재촉해 민도하 쪽으로 다가가며 불렀다.

“오래 기다렸어?”

“아니, 나도 방금 온 거나 마찬가지야.”

민도하는 노아리를 마주하자 아까의 거친 기색을 거둬들였다.

“그럼 아는 사람은 못 봤어?”

노아리는 일부러 그렇게 물었다.

노아리와 강서이는 앞뒤로 내려왔으니, 시간만 따져 보면 두 사람이 마주쳤을 가능성이 컸다.

그래서 노아리는 더 서둘러 내려온 것이었다.

민도하는 별 감흥 없는 얼굴로 답했다.

“못 봤어.”

“서이 씨는 봤을 줄 알았는데. 서이 씨도 한승이한테 있다가 방금 나갔거든.”

그 말을 들어도 민도하의 반응은 여전히 잠잠했다.

오히려 더 건조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아까 너한테 전화하느라 신경 못 썼어.”

노아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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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으로 남기는 걸 좋아하지 않던 사람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함께한 시간을 기록하고 싶어지는 모양이었다.사랑은 사람을 참 많이 바꾸는 감정이었다.그제야 강서이는 예전의 자신이 민도하의 사랑을 얻겠다는 이유로 얼마나 많은 무례를 참았는지 비로소 깨달았다.사진도 찍지 않았고, 둘이 함께 찍은 사진도 없었다.기념일을 챙기지 않았다.둘의 관계를 밖에 드러내지도 않았다.그때의 강서이는 그저 어떻게든 민도하와 끝까지 함께 있고만 싶었다.그래서 불공평한 일도 전부 받아들였다.하지만 사람 마음은 억지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강서이가 그 사랑을 위해 수없이 답을 알려 줬는데도 민도하는 끝내 합격점을 받지 못했다.반면 노아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 모든 걸 받았다....다음 날 아침, 강서이 일행은 G시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 라운지에 도착했다.이번 출장에는 김설이 함께했다.양정원도 동행했다.탑승을 기다리는 동안 윤성미로부터 전화가 왔다. 안부를 묻더니 G시 공항에 운전기사를 보내 두었다고 알려줬다.강서이는 김설에게 양정원이 약을 먹어야 하니 따뜻한 물을 받아오라고 했다.그런데 한참이 지나도 김설이 돌아오지 않았다. 이상하게 여긴 강서이가 직접 찾아 나섰다.정수기 코너 앞에서 김설이 50대쯤 되어 보이는 중년 여자와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바닥에 물 흘린 사람이 제가 아니라고 몇 번을 말해요. 넘어지신 것도 저 때문이 아니고요. 제가 오히려 일으켜 드렸는데 왜 저한테 이러세요?”김설도 살면서 이렇게 막무가내인 사람은 처음이었다. 화가 잔뜩 난 상태였다.“어린 게 마음을 그렇게 못되게 쓰면 어떡해? 네가 나를 넘어뜨려 놓고 이제 와서 나한테 뒤집어씌워? 경찰을 부르면 어떻게 되는지 볼래?”중년 여자는 한껏 큰소리쳤다. “당장 사과하는 게 좋을 거야. 우리 조카 예비신랑이 B시에서 손꼽히는 재벌가 사람이야!”강서이의 미간이 일그러졌다. B시에서 최고 재벌가라고 불릴 만한 곳은 많지 않았다.“무슨 일이에요?” 화장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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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사람이 강서이에게 완전히 넘어가서 자신과 거리를 두는 거라고 노아리는 생각했다.강서이는 유독 자기 곁에 있는 사람들을 데려가려고 했다. 자신을 나쁘게 말하고 인간 관계를 멀어지게 만드는 것처럼 느껴졌다.‘민도하는 빼앗을 수 없으니 다른 사람이라도 데려가려는 걸까?’참 공을 들인다는 생각이 들었다.“안 오면 말아. 우리끼리 놀면 돼.” 노아리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그때 성이남에게 메시지가 왔다. 방금 B시에 도착했는데 시간 되면 같이 식사하자는 내용이었다.노아리는 위치를 보내며 답했다. [타이밍 좋다. 나 지금 약혼 전 파티 중인데 사람이 별로 없어. 와서 자리 좀 채워줘.]노아리가 자신을 필요로 한다는 말에 성이남은 바로 가겠다고 대답할 뻔했다.하지만 약혼 전 파티라면 민도하도 분명 있을 것이다.잠깐 고민한 뒤 성이남은 정중하게 거절했다.대신 즐겁게 보내라는 인사를 덧붙였다.노아리는 ‘알았다’라고 짧게 답한 뒤 더는 연락하지 않았다.성이남의 마음에는 허전함만 남았다.이번에 B시에 온 건 업무 때문이 아니었다.곧 약혼하는 노아리를 한 번 보고 싶어서 왔을 뿐이었다.그런 만남이 아무 의미 없다는 걸 알면서도 결국 이곳까지 왔다.한참 뒤, 성이남은 배준석에게 전화했다. “형, 시간 괜찮으세요? 한잔하실래요?”배준석은 괜찮다고 했다.잠시 후 성이남이 위치를 보냈다.프라이빗 클럽 이름을 확인한 배준석의 머릿속에 어떤 장면들이 떠올랐다. 그는 답답한 듯 넥타이를 조금 느슨하게 풀었다.배준석이 곧바로 물었다. [왜 하필 거기야?]성이남이 대답했다. “그냥 골랐는데요. 왜요?”[아니야. 금방 갈게.]사실 아무 데나 고른 곳이 아니었다. 성이남은 일부러 그 클럽을 선택했다.노아리가 바로 그곳에서 약혼 전 파티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자신이 직접 참석해서 축하할 수 없다면 가까이에라도 있고 싶었다.배준석은 오래 걸리지 않아 도착했다. 성이남이 물었다. “좋아하는 분이 있다고 하셨잖아요. 같이 오시지 그랬어요.”“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388화

    노아리가 그로스캐피탈이 곧 조송메디컬의 경영권을 확보한다는 소식을 들은 건 약혼 전 파티를 열고 있던 중이었다.평소라면 가장 신나게 떠들었을 서태우는 그날 내내 구석에 앉아 조용히 술만 마셨다.노아리는 서정송이 왜 그렇게까지 강서이를 믿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게다가 서태우의 태도를 보니 이미 그 결정을 받아들인 듯했다.“너 강서이 싫어했잖아. 그로스캐피탈이 조송메디컬에 들어오면 앞으로 자주 마주칠 텐데 괜찮겠어?” “네 말대로면 큰 결정은 다 강서이가 하고, 너한테는 실질적인 권한도 거의 없는 거잖아.” 노아리가 미간을 찌푸리며 걱정했다.서태우는 뭔가 말을 하려다가 말았다. 사실 그 문제 정도는 별것도 아니었다.서태우가 속에 품고 있는 건 훨씬 더 큰 비밀이었다.하지만 입 밖에 낼 수 없어 결국 침묵했다.중간중간 민도하를 흘끗 바라보며 뭔가 눈치챌 만한 게 없는지 살폈다.그러나 아무것도 읽어 낼 수 없었다.민도하는 오히려 담담하게 말했다. “강서이는 능력이 있어. 네 아버지도 그걸 보고 조송메디컬을 맡긴 거겠지. 앞으로 네가 강서이 말 좀 듣는 게 손해는 아닐 거야.”민도하가 강서이를 인정하는 말을 하자, 노아리의 마음이 왠지 가라앉았다.노아리는 저도 모르게 민도하를 바라봤다. 다른 여자를 칭찬한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했다.그 대상이 강서이라는 점이 더 그랬다.민도하는 과일 접시에 놓인 귤을 하나 집어 껍질을 벗겼다. 태도는 느긋했고 표정에도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마치 아무 관계도 없는 사람이 객관적인 평가를 했을 뿐, 다른 뜻은 전혀 없는 사람처럼 보였다.귤을 다 깐 뒤 노아리에게 내밀었다. “이거 달다. 먹어 봐.”그 태도에 노아리도 다시 마음이 놓였다.달콤한 귤을 먹으니 마음까지 달아지는 기분이었다.노아리는 민도하를 의심할 필요가 없었다.시가총액 40조 원짜리 상장사를 아무 대가 없이 자신에게 넘긴 사람이었다.노아리를 위해서 주주들의 압박도 혼자서 감당했다.민두해와 부딪치는 한이 있어도 약혼하겠다는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38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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