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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화

Penulis: 애니
강서이의 모습은 금세 사람들 사이로 파묻혀 사라졌다.

잠시 뒤, 노아리가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출입구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민도하가 바로 눈에 들어왔다.

쳐다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워낙 많아서인지, 민도하의 미간에는 거친 짜증이 어려 있었다.

노아리는 걸음을 재촉해 민도하 쪽으로 다가가며 불렀다.

“오래 기다렸어?”

“아니, 나도 방금 온 거나 마찬가지야.”

민도하는 노아리를 마주하자 아까의 거친 기색을 거둬들였다.

“그럼 아는 사람은 못 봤어?”

노아리는 일부러 그렇게 물었다.

노아리와 강서이는 앞뒤로 내려왔으니, 시간만 따져 보면 두 사람이 마주쳤을 가능성이 컸다.

그래서 노아리는 더 서둘러 내려온 것이었다.

민도하는 별 감흥 없는 얼굴로 답했다.

“못 봤어.”

“서이 씨는 봤을 줄 알았는데. 서이 씨도 한승이한테 있다가 방금 나갔거든.”

그 말을 들어도 민도하의 반응은 여전히 잠잠했다.

오히려 더 건조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아까 너한테 전화하느라 신경 못 썼어.”

노아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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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494화

    병원.민도하의 상처를 봉합하게 된 의사는 지난번에도 치료를 맡았던 사람이었다.의사가 상처를 살피더니 눈썹을 찌푸렸다.“어쩌다 또 같은 자리를 다치셨어요? 지난번에는 상처가 가벼워서 아문 뒤 흉터가 거의 안 보였는데, 이번에는 상처가 훨씬 깊습니다. 흉터가 남겠어요.”강서이는 민도하가 전에 다쳤던 일을 떠올렸다.노아리와 데이트하러 가다가 교통사고가 났다고 들었다. 당시 부상은 심하지 않았다.그래서 나중에는 유심히 보지 않으면 흉터를 알아차리기 어려웠다.공교롭게도 강서이는 지난 몇 달 동안 민도하를 자세히 본 적이 없었다.의사가 그 말을 꺼내지 않았다면 그 일도 떠올리지 못했을 것이다.강서이는 고개를 기울여 민도하의 이마를 살피다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표정은 복잡했다. 걱정도 조금 섞여 있었다.하지만 그보다 마음에 걸리는 쪽이 더 컸다.강서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짐작한 민도하는 서두르지 않고 말을 건넸다.“요즘은 흉터 치료 기술도 좋으니까 걱정하지 마.”강서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걱정해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또 민도하에게 신세를 졌다는 사실이 조금 짜증스러울 뿐이었다.의사는 상처를 깨끗이 소독하고 봉합할 준비를 했다.“여자친구분은 밖에서 기다리시는 게 좋겠어요. 봉합하는 모습이 좀 보기 그렇거든요. 젊은 분은 놀라실 수도 있고요.”의사가 처치를 시작하기 전에 민도하에게 말했다.민도하가 막 입을 열려던 참이었다.강서이가 먼저 그 말을 바로잡았다.“여자친구 아닙니다.”민도하가 천천히 눈을 들어서 강서이를 한번 봤다.결국 강서이는 밖으로 나갔다.상처 처치가 전부 끝날 때까지 다시 들어오지 않았다.의사는 주의 사항을 민도하에게 직접 설명하고 항생제 수액을 처방했다.진료실을 나온 민도하는 무심결에 주변을 둘러봤다.여전히 강서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민도하는 손에 든 진료 안내서를 내려다보며 입꼬리를 희미하게 올렸다. 주사실로 가서 간호사에게 처방전을 건네려고 했다.그런데 몇 걸음 옮기기도 전에 뒤에서 강서이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493화

    그때 민도하의 핸드폰이 울렸다. 기본으로 설정된 벨 소리였다.이야기하던 강서이는 잠깐 말을 멈췄다가 이내 다시 주형수와 대화를 이어 갔다.민도하도 전화를 받았다.핸드폰 너머로 노아리가 묻는 목소리가 들렸다.[도하야, 일 다 끝났어?]“아직. 좀 늦을 것 같으니까 저녁은 기다리지 말고 먹어.”주형수가 슬쩍 웃으면서 혀를 찼다.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게 무슨 뜻인지는 모두 다 알 수 있었다.두 사람의 사이가 좋다고 놀리는 것이었다.여진은 안도하면서 자신이 괜한 생각을 했다고 여겼다.‘대표님이 신경 쓰는 사람은 노 사장님뿐이지.’공장 견학이 끝났을 때는 이미 저녁 무렵이었다.주형수는 일행을 대접하려고 식당을 예약해 뒀다.여진은 민도하가 정중히 거절하고 B시로 돌아가서 노아리와 시간을 보낼 줄 알았다.하지만 민도하는 선뜻 식사 제안을 받아들였다.주형수는 실속 있게 일하는 사람이었다. 강서이 일행이 다시 먼 길을 돌아가야 한다는 걸 알았기에 술은 주문하지 않았다.저녁을 먹은 강서이는 주형수와 인사를 나눈 뒤 차에 올랐다.민도하는 조금 뒤에 출발했다.김설이 작은 소리로 투덜거렸다.“오늘은 민 대표님도 좀 사람 같네요.”그래서 호칭도 민도하에서 민 대표님으로 한 단계 올라간 모양이었다.“남한테 너무 신경 쓰지 마.”강서이가 김설의 머리를 가볍게 톡 쳤다.“알았어요.”강서이는 돌아오는 내내 메모를 했다. 민도하가 설명해 준 내용을 빠짐없이 정리한 것이다.도중에 휴게소에 들렀을 때는 김설이 연이도와 운전을 교대했다. 피곤한 상태로 연이도 혼자 계속 운전하게 둘 수는 없었다.시내로 돌아오자, 연이도는 김설에게 집으로 바로 가라고 했다. 강서이는 자신이 데려다줄 테니, 김설이 따로 택시를 잡느라 시간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었다.어차피 가는 길이라서 김설은 곧장 집으로 차를 몰았다.그런데 집 근처에 다다랐을 때, 차가 갑자기 크게 흔들리더니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앞으로 튀어나갔다.조수석에 있던 연이도가 재빨리 핸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492화

    “응. 새 소재 좀 보려고.”민도하의 목소리는 조금 잠겨 있었고, 피곤한 기색도 묻어났다.주형수가 웃으며 말했다.“민 대표님이 노 사장님을 얼마나 챙기시는지 몰라요.” “여기까지 오려면 꽤 걸리잖습니까. 노 사장님이 피곤하실까 봐 대신 새 소재를 보러 오셨다네요. 두 분 사이가 참 좋습니다.”강서이는 그저 가볍게 웃기만 했다. 두 사람의 애정 행각에는 전혀 관심도 없었다.“강 대표님, 먼 길 오시느라 피곤하시죠? 제 사무실에서 잠깐 쉬실까요?”주형수가 물었다.강서이는 고개를 저었다.“아닙니다. 시간이 많지 않아서요. 공장부터 둘러보죠.”“좋습니다. 이쪽으로 오시죠.”주형수가 직접 앞장섰다.뒤를 돌아보면서 민도하와 비서 여진에게도 함께 가자고 권했다.“민 대표님도 같이 오시죠.”주형수의 회사가 만드는 건 반도체의 핵심 소재이자 값비싼 재료인 실리콘 웨이퍼였다.강서이는 미리 관련 지식을 집중적으로 공부했지만, 책으로 익힌 내용이 전부였다.하필 며칠 전 양정원이 몸이 좋지 않아서 입원하는 바람에 강서이가 대신 현장에 온 것이었다.양정원도 아직 초기 실사인 만큼, 공장에서 정해진 기준에 따라 제품이 생산되는지만 살펴보면 된다고 했다.구체적인 기술 사항은 추후 연구개발팀과 함께 방문해서 확인하겠다는 설명이었다.주형수의 공장은 예상보다 훨씬 깔끔하고 체계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강서이는 아낌없이 칭찬했다.주형수는 난감한 듯 웃었다.“다 민 대표님 덕분이라면 덕분이죠. 예전에 영승반도체와 거래를 성사시키려고 얼마나 뜯어고쳤는지 모릅니다.”“민 대표님 기준이 얼마나 까다로운지 아십니까? 그때는 하도 시달려서 불안장애까지 왔다니까요. 그래도 마지막에 심사를 통과해서 다행이었습니다만...”강서이도 그 점에는 동의했다.민도하는 누구에게나 엄격했다. 스스로에게도 마찬가지였다.예외는 노아리뿐이었다.‘이 길이 얼마나 힘든지 아니까, 노아리한테는 같은 고생을 시키고 싶지 않은 거겠지.’제품 담당자가 새 소재를 가져와서 민도하에게 보여 줬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491화

    두 사람은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면서 차에 올랐다.노아리는 민도하와 대화하는 데 정신이 팔려 성이남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는 것조차 잊었다.성이남은 내내 같은 자리에 서 있었다.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를 듣고, 다정하게 웃으면서 차를 타고 떠나는 모습까지 고스란히 지켜봤다.생각했던 것보다 두 사람 사이는 훨씬 좋았다.혼자 남은 성이남의 눈에 복잡한 감정이 어렸다....저녁에는 김설에게 전화가 왔다. 내일 아침으로 뭘 먹고 싶은지 묻는 전화였다.강서이는 대학원 입시 자료로 머릿속이 꽉 차 있어서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아무래도 메뉴판을 하나 만들어야겠어요. 그럼 거기서 골라 주기만 하면 되잖아요.]“좋지. 이제 일하는 요령이 좀 생겼네.”두 사람은 몇 마디 더 잡담을 나누고 전화를 끊었다.강서이는 조금 더 책을 들여다봤다. 그러다 문득 시계를 확인하니 어느새 밤 11 시가 넘었다.‘이제 자야겠다. 내일도 중요한 회의가 몇 개나 있으니까.’자료를 정리하고 침실로 들어가려던 강서이는 발코니 문이 열려 있는 것을 보고 문을 닫으러 갔다.그때 아래쪽에서 희미한 전화벨 소리가 들렸다.아주 짧고 흐릿한 소리였지만 강서이는 분명히 들었다.문을 닫던 손을 멈추고 발코니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서 아래를 살폈다.가로등과 나무 윗부분만 눈에 들어올 뿐, 주변은 고요했다.잘못 들은 것 같기도 했다.강서이는 미심쩍은 마음으로 안에 들어와 누웠다. 잠시 뒤척이다가 벌떡 일어나서 아래로 내려갔다.밤거리는 적막했다. 바람 한 점 불지 않았다.따뜻한 노란빛의 가로등 아래로 텅 빈 길이 길게 드러났다.차도, 사람도 없었다.‘정말 잘못 들었나 보네.’방으로 돌아가려고 몸을 돌리던 강서이는 편의점에서 담배와 물을 사 들고 오는 연이도와 마주쳤다.연이도도 뜻밖이라는 듯 물었다.“대표님, 아직 안 주무셨어요?”“이제 자려고.”연이도가 들고 있는 에너지 음료에 눈길을 준 강서이는 잠깐 말을 멈췄다가 덧붙였다.“집에 있으면 안전하니까 돌아가. 여기서 계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490화

    그 의문은 노아리와 함께 계단식 강의실을 나온 뒤 비로소 풀렸다.오후 햇볕이 강했다. 서한승은 일부러 바깥쪽에서 걸으며 강서이에게 내리쬐는 햇빛을 가려 줬다.걸어가는 내내 고개도 강서이 쪽으로 향해 있었다.강서이를 보는 눈길에는 온전히 강서이만 담겨 있었다.마음을 숨길 생각조차 없어 보였다. 누구나 알 수 있을 만큼 분명했다.그 모습을 본 노아리의 표정에서 온기가 완전히 사라졌다.잠시 두 사람을 바라보다 깊이 숨을 들이쉬며 마음을 가라앉혔다.조금 뒤에는 눈에 남아 있던 냉기마저 깨끗이 사라졌다.성이남도 그 모습을 봤다.같은 남자라, 좋아하는 여자를 볼 때 어떤 눈빛이 되는지 잘 알고 있었다.놀라면서도 절로 미간이 좁아졌다.‘서한승도 사랑 앞에서는 전혀 판단을 못 하는 사람이었네.’‘그래서 강서이를 위해 그렇게 인맥을 연결해 줬던 거야.’문제는 아무리 애를 써 줘도 강서이에게 그걸 감당할 실력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었다.강서이는 서한승과 함께 교문을 나서다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는 민도하를 발견했다.노아리를 데리러 온 모양이었다.나란히 걸어 나오는 두 사람을 보자 민도하의 눈길이 잠시 멈칫했다.강서이는 민도하를 보지도 않았다. 아예 관심도 두지 않았다.옆에 있는 서한승에게 고개를 돌려서 물었다. “직접 운전해서 왔어요? 아니면 차 타고 왔어요?”서한승은 반 박자 망설이다 답했다. “차 타고 왔어.”강서이는 의심 없이 말했다. “그럼 제가 데려다줄게요.”“그래.” 서한승은 그 말을 기다렸다.사실은 직접 운전해 왔다. 하지만 강서이와 조금이라도 더 함께 있고 싶어서 차를 타고 왔다고 한 것이었다.차에 올라타고서야 운전기사가 있다는 걸 알았다.둘만 있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서한승은 차에 탄 뒤 짙게 선팅한 창을 통해 밖에 있는 민도하를 봤다.민도하는 이미 눈길을 거두고 노아리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서한승은 다시 강서이를 바라봤다.강서이는 핸드폰에 들어온 업무 메시지를 처리하는 데 집중하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489화

    성이남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몸도 저절로 반대쪽으로 기울었다. 일부러 강서이와 거리를 두려는 몸짓이었다.강서이는 성이남에게 신경 쓸 겨를이 없어서 그런 행동도 알아채지 못했다.곧 강연이 시작됐다. 강서이는 집중해서 들으며 틈틈이 노트에 내용을 적었다.장소만 아니었다면 성이남은 비웃는 말이라도 하고 싶었다.‘이렇게 어려운 강연을 알아듣기는 하나? 필기는 제대로 하고?’‘열심히 듣는 척은 잘하네. 모르는 사람이 보면 공부에 얼마나 열정적인 줄 알겠어.’‘여기 와서 모양새만 갖추는 거겠지. 나중에 유명한 교수 강연을 들었다고 자랑하려고.’업계에서 흔히 쓰는 포장일 뿐이었다.강서이는 강연에 깊이 몰입해 있느라 옆에 성이남이 있다는 사실조차 잊고 있었다.서한승이 도착했을 때는 강연이 거의 끝나 가고 있었다. 앞에서는 조교가 내용을 정리하고 있었다.몇몇 사람이 먼저 나가면서 강서이의 옆자리도 비었다.강서이는 집중하느라 옆에 앉은 사람이 바뀐 줄도 몰랐다.마지막 줄까지 적고 펜을 넣자 그제야 서한승이 말했다. “많이 배웠나 보네.”“여긴 어떻게 왔어요?” 강서이가 놀라 물었다.서한승이 답했다. “네가 올 것 같아서 일 끝내고 들렀어. 어때? 공부할 만해? 고상만 교수님 연구실 들어가는 게 쉽지는 않을 텐데.”“어려워도 해 봐야죠. 이미 약속했잖아요.”“힘내. 난 네가 해낼 거라고 믿어.” 서한승이 격려했다.성이남과 서한승은 같은 스승에게 배운 선후배였지만, 배우던 시기가 달랐다.성이남이 제자가 됐을 때는 서한승이 이미 유학을 떠난 뒤였다. 두 사람은 접점이 거의 없었다.게다가 서한승은 노아리와 사귄 적이 있었다. 성이남은 그 선배가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평소에는 마주치면 고개를 끄덕이는 정도로 인사를 대신했다.이번에는 강서이와 다정하게 이야기하는 걸 보고 아예 인사조차 생략했다.곧장 일어나서 앞쪽에 있는 노아리에게 갔다.노아리도 몇 페이지를 빼곡하게 필기해 놓았다.성이남을 보자 놀라면서 물었다. “어떻게 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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