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log in하지만 김설은 다른 부상자는 없다고 말했다.강서이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분명히 그때 진한 피 냄새를 맡았고, 누군가 통증을 참는 듯한 낮은 신음소리도 들었다.그 소리를 떠올리면서 강서이는 다시 생각에 잠겼다.‘익숙했어.’너무 익숙해서 오히려 믿기가 어려웠다.자신이 착각한 게 아닐까 싶었다.그날은 너무 혼란스러웠다. 실제로 듣지 않은 소리를 들었다고 착각했을 수도 있었다.강서이는 머릿속에 떠오른 이상한 생각을 애써 지우려고 했다.그때 서태우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필요한 자료를 전부 준비했는데 빠진 게 있는지 확인해 달라는 내용이었다.강서이는 목록을 훑어보고 빠진 게 없는 걸 확인한 뒤 ‘OK’라고 답했다.원래라면 그대로 대화창을 닫았어야 했다. 그런데 잠깐 망설이며 한 가지를 물어보고 싶었다.메시지창에 ‘민도하’라는 이름까지 썼다가 강서이는 겨우 정신을 차렸다. 곧바로 글자를 지우고 대화창에서 나왔다.24시간 전, 서태우는 SNS에 새 게시물을 올렸다.멀리서 민도하와 노아리의 약혼을 축하하는 글이었다.사진 속 노아리는 행복하게 웃고 있었다.민도하가 노아리를 바라보는 눈에도 애정이 깊게 담겨 있었다.강서이는 메신저를 닫았다. 마음에 남아 있던 작은 의문도 그제야 완전히 사라졌다.‘역시 내가 너무 앞서갔어.’‘나를 구한 사람이 민도하라고 생각하다니.’혼자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정도가 있어야 했다....오후에는 윤성미가 다시 강서이를 보러 왔다. 사실 윤성미 쪽이 더 안 좋아 보일 만큼 얼굴은 지쳐 있었다.이번에는 7, 8살쯤 된 여자아이 하나도 곁에 있었다.크고 동그란 눈을 가진 아이의 시선에는 겁이 많고 조심스러운 기색이 배어 있었다.윤성미를 따라다니는 동안 내내 옷자락을 손에 꼭 쥐고 한 발짝도 떨어지지 않았다.강서이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걸 알아차리자 재빨리 윤성미 뒤로 몸을 숨겼다.윤성미는 자신이 후원하고 있는 아동복지시설의 아이라고 설명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다고 했다.자선 갈라가 있던 날 윤성미가
“무슨 소리야? 내가 G시에서 밤일 하나는 제일 세기로 유명한 사람이야. 너희는 그냥 기다려.”주변에서 비웃는 웃음소리가 터졌고, 남자는 다시 강서이를 끌고 방 안으로 향했다.두 걸음도 가지 않았을 때 뒤에서 누군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뭐 하는 거야!”바로 그때, 누군가 강서이의 몸을 옆으로 강하게 당겼다.몸의 중심이 뒤집히면서 휘청거리는 사이에 총성이 울렸다.강서이는 누군가 고통을 참는 듯 낮게 신음하는 소리를 들었다. 곧 진한 피 냄새가 코를 찔렀다.‘나를 구하러 온 사람이 총에 맞았어.’ 강서이는 바로 알아챘다.“미친 새끼, 아주 죽여 줄게!” 화가 난 광식이 방망이를 휘두르며 달려왔다.강서이는 다시 몸이 크게 흔들리는 걸 느꼈다. 누군가 자신을 품에 감싸고 바닥을 구르며 피했고, 둔탁한 타격음이 여러 번 이어졌다. 방망이가 강서이를 감싼 남자의 팔을 때리는 소리 같았다.그러다 뒤통수가 어딘가에 세게 부딪혔다. 강서이의 의식이 다시 끊겼다....강서이는 머리가 깨질 듯한 통증 속에서 눈을 떴다. 옆에서는 계속 우는 소리가 들렸다.“왜 아직도 안 일어나요? 이대로 못 깨어나는 거 아니죠? 대표님이 안 일어나면 우리 어떡해요. 흑...”“혹시 식물인간이 돼도 제가 평생 돌볼게요. 진짜로요...”머리가 더 아파오면서, 강서이는 힘을 모아 김설이 잡고 있는 손을 조금 움직였다. 자신이 깼다는 걸 알려 주려고 했다.하지만 김설은 우느라 정신이 팔려서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양정원이 먼저 강서이가 눈을 뜬 걸 발견했다. “김 비서, 얼른 의사 불러요. 강 대표가 깼어요.”김설의 울음이 바로 딱 멈췄다. 급히 눈물을 닦고 강서이가 정말 깨어 있는 걸 확인하자, 얼른 호출 버튼을 눌렀다.병실이 한동안 분주해졌고, 의사가 들어와 강서이의 상태를 확인했다.윤성미도 보호자의 부축을 받으면서 병실로 들어왔다. 목소리는 힘이 없었지만 걱정이 가득했다. “선생님, 상태가 어떤가요?”“중등도 뇌진탕입니다. 당분간은 누워서 충분히 안정
남자는 강서이에게 달려들면서 얼굴 가까이 바짝 다가왔다.얼굴에 테이프가 감겨 있어 피부에 제대로 닿지 않자, 흥이 깨진 듯 곧 표적을 바꿔서 강서이의 목 쪽으로 얼굴을 묻었다.강서이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역겨움 때문에 구역질이 날 것 같았다.하지만 입까지 꽉 막혀 있어서 숨조차 제대로 쉬기 힘들었다.도움을 청할 수도, 소리를 지를 수도 없었다.살면서 이렇게까지 절망적인 적은 없었다.남자의 손은 이미 허리에서 위로 올라오고 있었고, 드레스까지 잡아당기려고 했다.그때 밖에서 갑자기 거친 몸싸움 소리가 터졌다.누군가 소리쳤다. “너 뭐야!”대답은 들리지 않았다.대신 비명과 부딪치는 소리가 이어지면서 점점 방 가까이 다가왔다.강서이를 덮치고 있던 남자도 밖의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걸 느끼고 큰소리로 외쳤다. “광식아! 밖에 뭐 하는 거야!”“형님, 누가 들어왔습니다!”광식이 더 설명하기도 전에 처절한 비명이 터졌다. 크게 얻어맞은 듯했다.남자는 정신이 번쩍 든 사람처럼 강서이 위에서 바로 일어났다.몸을 짓누르던 무게가 사라지자 강서이는 겨우 숨을 들이마셨다. 다시 살아난 것처럼 공기가 절실했다.하지만 두어 번 숨을 쉬기도 전에 차가운 금속 같은 것이 관자놀이에 닿았다.‘총이야.’‘이 사람들, 총까지 가지고 있어.’강서이가 상황을 알아차리는 동시에, 남자는 거칠게 강서이를 침대에서 끌어내렸다. 머리채를 잡은 채 문 쪽으로 데려갔다.밖의 싸움 소리는 조금씩 잦아들었다.남자가 큰소리로 말했다. “야! 이 여자 구하러 온 거지? 잘 생각하고 움직여. 이 총알은 사람 봐 가면서 나가는 게 아니야.”총구로 강서이의 관자놀이를 세게 누르자, 강서이는 아파서 낮게 신음을 흘렸다.그와 동시에 밖의 움직임이 멈췄다.광식이 욕설을 내뱉었다. “몸은 좋네. 우리들을 혼자 다 상대하다니.”“손 들어!” 남자는 강서이를 인질로 삼아서 상대를 위협했다.상대가 순순히 두 손을 드는 걸 보자, 광식은 분풀이할 기회를 잡았다는 듯 옆에 있던
처음에는 강서이가 고개를 숙인 채 핸드폰으로 업무 파일을 처리하고 있었다. 그러다 차가 점점 덜컹거리기 시작하자 고개를 들어 창밖을 봤다.어느새 번화한 지역을 벗어나 있었다. 강서이가 운전기사에게 물었다. “아직 멀었어요?”운전기사는 갈라 장소가 조용한 외곽 저택이라 조금 멀다고 설명했다.강서이는 더 묻지 않았지만 마음속에는 의심이 생겼다.바로 윤성미에게 위치를 보내 달라고 메시지를 보냈다.그런데 윤성미는 오히려 운전기사가 강서이를 찾지 못하고 있다며, 혹시 따로 차를 불렀느냐고 물었다.그제야 강서이는 자신이 탄 차가 원래 오기로 한 차량이 아니라는 걸 알아챘다.강서이는 곧바로 현재 위치를 윤성미에게 전송했다.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면서 다른 손으로 차 문 손잡이를 잡았다.현재 속도에서 뛰어내리면 어느 정도 다칠지 머릿속으로 빠르게 계산했다.차는 산길을 따라 달리고 있어서 속도는 아주 빠르지 않았다.강서이는 망설이지 않고 문을 열고 바로 달리는 차에서 뛰어내렸다.그래도 몸이 도로에 부딪히는 충격은 컸다. 눈앞이 하얘질 만큼 온몸이 아팠다.운전기사는 급히 브레이크를 밟았다. 차에서 내리는 기사의 손에는 야구방망이가 들려 있었다.욕설을 내뱉으며 곧바로 강서이에게 다가왔다. “겁도 없네. 달리는 차에서 뛰어내려?”강서이는 몸을 일으키려다가 발목을 심하게 삐었다는 걸 알아차렸다.단순히 조금 접질린 정도가 아니었다.발에 힘을 주는 것만으로도 통증이 몰려와서 다시 주저앉았다.운전기사가 가까이 다가왔다. 흰자위를 잔뜩 드러내며 노골적으로 강서이를 훑더니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아까도 예쁘다 싶었는데 가까이서 보니까 더 괜찮네.”나쁜 마음을 품은 남자는 강서이의 머리채를 움켜쥐고 차가 있는 쪽으로 끌고 갔다.“놔!” 강서이가 온 힘을 다해 버텼다.하지만 건장한 남자의 힘을 이길 수 없었다. 결국 거의 끌려가다시피 다시 차에 실렸다.“놓으라고!”남자는 더 상대할 생각이 없다는 듯 손을 들어 강서이의 뒤통수를 세게 내리쳤다
“도와줄 거죠?”강서이는 자신을 바라보는 윤성미의 눈에서 기대를 읽었다. 코끝이 시큰해지는 걸 간신히 억누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렇게 할게요.”강서이의 대답을 듣고 나서야 윤성미도 마음이 조금 놓였다.윤성미는 강서이의 손을 잡은 채 이야기를 이어 갔다. “알아요? 우리 그이가 강 대표 이야기를 정말 많이 했어요. 머리가 좋고 보는 눈도 있고 능력도 좋다고요.” “나이에 비해 결단력이 대단해서 자기도 많이 감탄했다고 했어요.”강서이도 구기민이 자신을 그렇게 높이 평가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그래서 저도 늘 한 번 만나 보고 싶었어요. 우리 그이가 말한 만큼 괜찮은 사람인지 궁금했거든요. 직접 보니까 그이가 사람을 제대로 봤네요.”윤성미는 진심으로 강서이가 마음에 들었다. 강서이를 보고 있으면, 젊었을 때 자신의 모습이 조금 겹쳐 보이기도 했다.두 사람은 꽤 오래 이야기를 나눴다.그때 구기민 회장이 돌아왔다.구기민은 윤성미의 몸 상태를 들은 모양인지 다소 급한 걸음으로 위층까지 올라왔다.방에 들어왔다가 강서이도 있는 걸 보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인사했다.강서이도 가볍게 인사한 뒤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는 아래로 내려가서 양 사장님 일행과 있겠습니다.”김설은 저택 안을 둘러보며 구경하고 있었다. 강서이가 찾아갔을 때는 값비싼 희귀 난초를 핸드폰으로 찍는 중이었다.강서이가 오자 김설은 같이 사진을 찍자면서 잡아끌었다.이렇게 좋은 곳까지 왔는데 사진 한 장도 안 남기면 손해라고 했다.강서이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웃고 김설과 사진을 찍었다.한편 현관 쪽에서는 관리인이 성이남의 방문을 정중하게 거절하고 있었다.“죄송합니다. 사모님께서 몸이 좋지 않으셔서 오늘은 손님을 만나기 어렵습니다. 돌아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성이남은 미간을 찌푸린 채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강서이와 김설을 바라봤다.윤성미가 강서이는 만나면서 자신은 만나지 않았다.몸이 좋지 않다는 말도 결국 자신을 돌려보내기 위한 핑계처럼 느껴졌다.윤성
“저는 솔직히 이해가 잘 안 됩니다. 학력만 봐도 저는 WT비즈니스대학교 금융학 석사고, 강서이 대표는 평범한 4년제 대학 학사 출신입니다. 비교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기업 규모도 성세그룹이 그로스캐피탈보다 훨씬 큽니다. 그런데 왜 굳이 저보다 나은 조건이 없는 강서이 대표를 선택하시는지 정말 모르겠습니다.”윤성미는 약을 먹고 있던 중이었다. 성이남의 말을 듣자 손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바라봤다.“성 대표는 학력이 능력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세요?”성이남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런 뜻은 아닙니다.”윤성미의 표정이 조금 차가워졌다. “학력이 기회를 얻는 데 도움이 되는 건 맞아요. 하지만 끝까지 일을 끌고 가는 건 결국 능력이에요.”“프로젝트는 돈만 많이 넣는다고 성공하지 않습니다. 운영도 잘해야 하는데, 그 부분에서는 강 대표가 성 대표보다 확실히 강해요.”윤성미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 눈으로 성이남을 바라봤다. 차분한 목소리였지만 성이남의 자존심을 정확히 건드렸다.“성 대표는 사람을 볼 때 선입견도 너무 강해요.”성이남은 바로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하지만 윤성미는 대답할 틈을 주지 않았다. “강 대표에 대한 선입견이 있으니까, 제가 아무리 능력이 좋다고 말해도 인정하지 않겠죠. 오히려 제 판단이 틀렸다고 생각하고 제 생각을 바꾸려고 들 겁니다.”“지난번도 그랬어요. 제가 증거까지 보여 줬는데도 직접 확인한 사실보다 본인의 추측을 더 믿었잖아요.”이번에 강서이는 충분하게 준비해서 왔다. 윤성미도 사업계획서를 검토한 뒤 크게 만족했다.양정원의 실력 역시 이미 인정받고 있었기 때문에 윤성미는 비교적 빠르게 구체적인 협업 조건을 정리했다.협상 중 강서이는 윤성미가 자꾸 가슴 쪽을 손으로 누르는 걸 눈여겨봤다.강서이는 이야기를 잠깐 멈췄다. “몸이 불편하세요? 먼저 진료를 받아 보는 게 좋지 않을까요?”“괜찮아요. 원래 있던 증상이에요.” 윤성미는 양정원에게 계속하자는 뜻을 보였다.강서이는 등받이 쿠션을 하나 가져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