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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7화

Author: 애니
민두해가 떠난 뒤에야 민도하는 이예수가 일반 병실에 입원하도록 했다.

민두해에게 대놓고 무안을 당하자 모녀는 둘 다 표정이 좋지 않았다.

강서이는 이 일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오후에 잠에서 깼을 때, 병원으로 찾아온 한지수가 간호사들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그 재밌는 구경을 놓쳤단 말이야?”

한지수가 아깝다는 듯 허벅지를 쳤다.

한지수의 생생한 설명을 끝까지 듣고 나니 강서이도 좀 아쉬웠다.

한지수가 말을 이었다.

“그런데 민도하는 노아리를 진짜 사랑하나 봐. 아주 죽고 못 사는 수준이야.”

“왜?”

수박을 먹던 강서이가 물었다.

“인터넷에서 그러잖아. 남자가 사랑을 보여 주는 방법은 두 가지라고.”

“첫째, 돈을 쓰는 거. 둘째, 문제를 해결해 주는 거.”

“나머지는 다 연기래!”

강서이도 충분히 공감했다.

수박을 한입 베어 문 한지수가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그런데 민도하는 대체 언제 망하냐?”

...

강윤희의 병실은 이렇게 편안하고 느긋했지만 이예수 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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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468화

    노아리도 진작에 품었던 생각이었다.특히 협업 논의를 위해 영승반도체에 갔을 때, 민도하가 강서이의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린 뒤부터 그랬다.민도하는 ‘문심’의 상장을 도울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이예수가 말을 꺼내자 모녀의 생각은 바로 맞아떨어졌다.노아리가 물었다. “아빠는 언제 돌아오세요?”“다음 주.”“아빠가 금융감독원 맹수호 국장님이랑 친하잖아요. 국장님께 얘기 좀 해 달라고 해 주세요.” 노아리가 말했다.이예수도 그 방법을 떠올린 참이었다. “걱정 마. 그쪽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너는 더 중요한 일에 신경 써.”“지금 다들 강서이가 도하의 최단 기간 상장 기록을 깰지 궁금해하잖아. 이때 네가 강서이보다 먼저 그 기록을 깨면 모두 널 다시 볼 거야. 민 회장도 마찬가지고.”“네가 해내기만 하면 단번에 앞설 수 있어. 이보다 멋지게 만회할 기회가 어디 있겠니?”...주말 내내 강서이는 병원에 머물며 강윤희의 검진을 챙겼다.검사 항목이 많았다. 수면 위·대장 내시경도 그중 하나였다.미리 예약해야 하는 검사라 강서이는 한 달 전에 김설에게 예약을 부탁해 두었다.다만 VIP 병동 간호사는 예약을 안 했어도 수면내시경 검사를 받을 수 있었을 거라고 말했다.특별 관리를 받는 병실이라 각종 검사도 별도 경로로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확실히 편리했다. 강서이는 병원에 VIP 병실을 미리 확보해 두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강윤희의 건강이 늘 좋지 않아서 필요할 만했다.내시경 검사가 끝난 뒤, 강서이가 강윤희의 휠체어를 밀면서 병실로 돌아가려고 했다. 그런데 통로에 줄지어 선 사람들에게 길이 막혔다.앞에 가서 사정을 알아보고 온 간호사가 설명했다. “새치기 문제로 환자분들 사이에 다툼이 생겼나 봐요. 병원에서 직원들을 보냈으니 잠깐만 기다리시면 됩니다.”검사는 다 끝났으니 강서이도 몇 분 기다리는 건 괜찮았다.병원은 일을 빠르게 처리했다. 2분도 채 지나지 않아 구경하던 사람들이 흩어졌다.강서이는 그 틈에서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467화

    민두해가 떠난 뒤에야 민도하는 이예수가 일반 병실에 입원하도록 했다.민두해에게 대놓고 무안을 당하자 모녀는 둘 다 표정이 좋지 않았다.강서이는 이 일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오후에 잠에서 깼을 때, 병원으로 찾아온 한지수가 간호사들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전해주었다.“그 재밌는 구경을 놓쳤단 말이야?” 한지수가 아깝다는 듯 허벅지를 쳤다.한지수의 생생한 설명을 끝까지 듣고 나니 강서이도 좀 아쉬웠다.한지수가 말을 이었다. “그런데 민도하는 노아리를 진짜 사랑하나 봐. 아주 죽고 못 사는 수준이야.”“왜?” 수박을 먹던 강서이가 물었다.“인터넷에서 그러잖아. 남자가 사랑을 보여 주는 방법은 두 가지라고.”“첫째, 돈을 쓰는 거. 둘째, 문제를 해결해 주는 거.”“나머지는 다 연기래!”강서이도 충분히 공감했다.수박을 한입 베어 문 한지수가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그런데 민도하는 대체 언제 망하냐?”...강윤희의 병실은 이렇게 편안하고 느긋했지만 이예수 쪽은 사정이 달랐다.이예수의 입원을 마무리한 민도하는 다시 회사로 돌아갔다.노아리는 병실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모녀 모두 기분이 아주 좋지 않았다.특히 민두해가 강서이를 대하는 태도와 노아리를 대하는 태도가 하늘과 땅 차이라는 생각에 속이 쓰렸다.돌아온 뒤로 노아리가 민두해를 만난 건 겨우 몇 번뿐이었다.그때마다 민두해는 노아리를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았다. 밖에서 노아리를 아들의 연인으로 인정한 적도 없었다.이예수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전에도 몇 차례 만나 뵙고 싶다는 뜻을 전했지만, 아예 그럴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이번에는 얼굴을 보긴 했으나 민두해는 반가워하지 않았다.“민두해 회장, 아주 노망이 났나 봐!” 이예수는 생각할수록 화가 났다. “누가 자기 식구가 될 사람인지도 구분을 못 해.”“제가 민 회장님한테 얼마나 무시당했는지 이제 아시겠죠?” 노아리도 이예수 못지않게 분했다.“그래도 도하의 아버지라는 건 달라지지 않아.”화가 나도 이예수는 이성을 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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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아리가 옆에서 말했다. “엄마, 도하한테 뭘 그렇게까지 인사해요. 남도 아닌데요.”강서이는 그쪽을 보고 있지 않았지만, 모녀가 일부러 말을 주고받는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분명 강서이가 들으라고 하는 소리였다.노아리가 누구를 닮았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그래도 신경 쓰기 귀찮아서 강서이는 그대로 강윤희와 함께 검사실로 갔다.“병실은 어떻게 된 겁니까?” 민도하가 간호사에게 사정을 물었다.민씨 집안은 이 병원에 전용 병실 두 개를 두고 있었다.노아리가 지난번에 몇 차례 입원했을 때도 그 병실을 썼다.그래서 이예수도 수술 후 검진을 받으러 올 때 당연히 VIP 병실에 들어갈 생각이었다. 이미 다른 환자가 쓰고 있다는 말을 들을 줄은 몰랐다.간호사는 민도하를 어려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병원을 좌우하는 큰 투자자였으니 그럴 만했다.“그게... 이미 입원하신 분이 계셔서요.”“도하 허락도 없이 누가 그 병실을 써요?” 이예수가 미간을 찌푸리며 따졌다. “설마 병원에서 아는 사람이라고 마음대로 내준 건 아니겠죠?”간호사는 겁에 질려 창백해졌다. “저희가 어떻게 그러겠어요?”“그럼 지금 그 병실에 들어가 있는 사람 이름을 말해 봐요.” 이예수가 몰아붙였다.간호사는 어쩔 수 없이 명단을 꺼내 보여 주었다.“강윤희? 그게 누구야?” 이예수가 의아해하며 민도하에게 물었다. “아는 사람이니?”민도하는 숨기지 않았다. “네, 압니다.”노아리도 아는 이름이었다. 프라임로드투자에서 강서이의 인사 기록을 확인한 적이 있었다. 강윤희는 바로 강서이의 어머니였다.이름을 확인한 노아리의 표정이 그대로 굳어졌다. 눈에 불쾌한 기색이 빠르게 스쳤다.노아리는 결국 민도하에게 물었다. “네가 허락했어?”민도하가 단호하게 아니라고 하자 그제야 표정이 조금 풀어졌다.그러고는 단정했다. “그럼 강서이가 예전에 네 비서로 일했던 걸 이용해서 자기 어머니를 그 병실에 넣은 거네.”‘참 치졸하기도 하지!’“내보내요. 그런 사람 때문에 규정이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465화

    강서이의 긴장이 풀렸다. “감사합니다.”방금 전 머릿속에 한 사람의 얼굴이 선명하게 떠올랐었다.그 사실이 강서이는 몹시 불편했다.다행히 이상한 생각을 금세 털어 낸 강서이는 가벼운 걸음으로 강윤희에게 갔다.민두해가 마련해 준 병실이라는 걸 알게 되자, 강윤희는 직접 찾아가서 감사 인사를 드리라고 했다.그게 예의였다.다만 강서이가 가기 전에 한 가지를 물었다.“민도하랑 헤어진 뒤에도 민두해 회장님과 계속 연락하면, 남들이 괜한 소리를 하지 않겠니?”강서이가 되물었다. “무슨 소리요? 제가 처신을 못 한다고요? 아니면 헤어져 놓고도 민도하한테 미련이 있어서 밀당하는 거라고요?”강서이는 그런 말에 신경 쓰지 않았다.“민도하가 아는 사람이 온 세상에 있으면, 저는 온 세상 사람들과 거리를 둬야 해요?”“제가 왜요?”말이 끝나자 밖에서 민두해의 목소리가 들렸다.“옳은 말이야.”모녀가 나란히 문 쪽을 보았다.진인자가 민두해의 휠체어를 밀고 들어왔다. 두 사람 모두 웃고 있었다.민두해는 강서이를 향해서 흡족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사람은 저마다 독립된 존재지. 누구의 문제인지 구분할 줄 알아야 해.”“민도하는 민도하고, 나는 나야.”강서이가 일어섰다. “회장님은 병원에 어쩐 일이세요? 어디 불편하세요?”“정기 검진을 받으러 왔어.” 민두해가 대답했다.진인자가 설명을 보탰다. “검사 결과를 받으러 내려갔다가 서이 씨가 줄을 서 있는 걸 봤어요. 그래서 회장님께 잠깐 말씀을 드렸죠.”그 말을 들은 민두해가 강윤희에게 병실을 마련해 준 것이었다. 그것도 VIP 전용 병실을.민두해가 덧붙였다. “병원에는 내가 얘기해 뒀어. 여기서 더 세심하게 돌봐 줄 테니까 너도 안심하고 일해.”“감사합니다, 회장님.”강윤희도 인사했다. “번거롭게 해 드려서 죄송해요.”강서이는 민두해를 병실까지 모셔다드렸다. 가는 길에 민두해는 문심의 상장에 관해 몇 가지를 물었다.피해야 할 일과 미리 준비할 일 등 여러 조언도 해 주었다.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464화

    한지수가 바로 두 다리를 모았다. “부딪혀서 그렇지! 설무산 절의 계단이 얼마나 가파른지 너도 알잖아.”틀린 말은 아니었다.설무산의 연휘사는 오래된 절이었다. 아흔아홉 개의 계단은 경사가 거의 45도에 이를 만큼 가팔랐다.계단도 산에서 구한 돌을 정교하게 다듬지 않고 쌓아 놓은 것이었다. 표면에 모난 데가 많아서 무릎으로 오르며 기도하다 보면 살갗이 쉽게 벗겨졌다.한지수의 해명은 그럴듯했다.강서이는 더 의심하지 않고 반대쪽 무릎의 상처를 치료하는 데 집중했다.한지수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동시에 어떤 변태에게 온갖 욕을 퍼붓는 것도 잊지 않았다.‘입 맞출 데가 없어서 꼭 거기여야 했어? 대체 어디서 배운 거야.’‘못된 것만 배워서는. 입술이나 다 헐어 버려라!’몇몇 장면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자 뺨이 괜히 뜨거워졌다.‘그 인간, 침대에서는 정말 봐주는 법이 없지.’‘가장 격렬했던 건 욕실에서였어.’‘물론 할머니가 끓여 준 보양식 때문이었을 수도 있었지만...’어쨌든 한지수의 다리는 아직도 떨렸다.“이따 씻을 때 무릎에 랩 감아. 물 닿지 않게.” 상처를 다 돌본 강서이가 당부하며 고개를 들었다. 한지수의 뺨이 발갛게 달아올라 있었다.강서이가 의아해하면서 물었다. “너 왜 얼굴이 빨개?”한지수는 거침없이 받아쳤다. “너한테 설레서.”다행히 강서이는 한지수의 허무맹랑한 농담에 익숙했다. 별생각 없이 한 번 더 당부했다. “상처에 물 묻히지 말라고.”“그럼 오늘 밤 같이 잘래?”“정중히 거절할게.”한지수가 상처받은 가슴을 부여잡았다. “강서이, 진짜 매정한 여자야.”강서이의 대답은 침실 문을 매정하게 닫아 버리는 것이었다.강서이가 보지 못하는 곳에서 한지수는 비로소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다행이다. 얼렁뚱땅 넘어갔어. 눈치 못 챘네.’...다음 날은 주말이었지만 강서이는 일찍 일어났다.강윤희를 모시고 병원에 가는 날이었다. 수술 뒤 반년마다 받는 정기 검진이 예정돼 있었다.한지수도 같이 가겠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463화

    마치 두 사람 사이에 아무런 과거도 없었던 것처럼.그때까지 조용하던 노아리는 민도하의 답장이 올라온 뒤에야 무심하게 메시지를 남겼다. [우리도 못 만난 지 꽤 됐네. 다들 B시에 돌아오면 한번 모이자.]서태우가 가장 먼저 호응했다. [좋아! 난 언제든 시간 되니까!]남유환과 한승도 차마 외면할 수는 없어 그러자고 답했다.이후 노아리는 서태우에게 따로 메시지를 보내서 고온 초전도 사업에 투자할 생각이 있는지 물었다.예전 같으면 따지지도 않고 함께 투자했을 서태우가 이번에는 우물쭈물했다.[아리야, 나도 정말 투자하고 싶지. 그런데 너도 알잖아. 조송메디컬에서 내 말은 힘이 없어. 내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노아리의 눈빛이 착 가라앉았다. 그래도 친구로서 걱정해 주는 듯 한마디를 덧붙였다. [잊지 마. 조송메디컬은 서씨 집안 회사야. 강씨 집안 게 아니고.]...인수·합병 건에 진전이 생기자 강서이는 곧바로 윤성미에게 상황을 보고했다.하지만 이번에 전화를 받은 사람은 구기민이었다.구기민은 윤성미가 입원했다고 전했다.그 말을 듣자 강서이의 마음은 무겁게 내려앉았다.[제 아내 상태는 어느 정도 알고 계시죠?]구기민이 물었다.강서이의 목소리가 가라앉았다. “유방암이라고 들었어요.”[그게 전부가 아닙니다. 심장 질환이 심해서 수술을 받을 수가 없어요.]강서이의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윤성미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했던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았다.무슨 말이든 하고 싶었다. 위로라도, 힘을 내라는 말이라도...하지만 끝내 목구멍에 걸리면서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SH테크는 제 아내가 마지막까지 마음에 두고 있는 일이에요. 부탁드리겠습니다.]구기민이 간곡하게 말했다.강서이는 목이 멘 채 답했다. “네.”전화를 끊고도 한동안 마음을 추스를 수가 없었다.한지수가 돌아올 때까지도 계속 그랬다.무려 사흘 만의 귀가였다.한지수도 찔리는 게 있는지 살금살금 집 안으로 들어왔다.강서이는 불도 켜지 않은 채 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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