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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화

Author: 애니
강서이는 억지로 웃고 사과하면서 경찰을 돌려보냈다.

문이 완전히 닫히자마자 강서이는 돌아서서 민도하를 노려봤다.

“뭐 하러 왔어?”

얼굴도 목소리도 차가웠다.

민도하는 그런 강서이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했다.

그는 짜증 섞인 숨을 내쉬며 셔츠 깃을 거칠게 잡아당겼다.

목덜미 쪽엔 붉은 자국이 듬성듬성 올라와 있었다.

누가 봐도 알레르기 반응이었다.

그제야 강서이는 알아차렸다.

‘술 마셨네. 그것도 많이.’

7년을 알고 지냈지만, 강서이는 취한 민도하를 본 적이 없었다.

민도하 술버릇이 이렇게 나쁜 줄도 몰랐다. 남의 집까지 찾아와 문을 두드리고 소란을 피우는 수준이라니.

강서이는 속에서 열이 올라오면서 표정이 저절로 굳어졌다.

그런데 민도하는 예전처럼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집에 알레르기 약 있어?”

“없어.”

여기가 약국도 아니고.

“그럼 물. 따뜻한 걸로 한 잔 줘.”

민도하가 미간을 누르며 말했다. 마음이 뒤틀린 사람처럼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강서이가 비웃듯 입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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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이남이 조금 더 분명하게 말하려는데, 하장현의 핸드폰이 울렸다.하장현은 성이남에게 미안하다는 듯 고개를 숙이고 옆으로 가서 전화를 받았다.업무와 관련된 소식을 듣자 표정이 바로 진지해졌다. “지금 돌아가겠습니다.”떠나기 전에 배준석에게 급히 인사를 건넸다.배준석도 이해했다. “회사 일이 먼저지요. 회의록은 나중에 다른 주무관이 정리하도록 해서 강 대표께 보내 드리겠습니다.”노아리는 가장 늦게 도착했다.회의장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사람들이 노아리를 보고 저마다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성이남도 노아리에게 가려다가 사람이 너무 많아서 그만뒀다. 시야가 탁 트인 자리에 앉은 뒤로도 자꾸 노아리 쪽으로 눈길이 갔다.오늘 노아리는 혼자였다. 민도하는 함께 오지 않았다.덕분에 성이남은 조금 더 마음 놓고 노아리를 바라볼 수 있었다.성이남의 옆자리에는 남유환이 앉아 있었다.하지만 남유환은 노아리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줄곧 출입문 쪽만 보고 있었다.그러다 배준석이 회의장에 들어와서 개회를 알렸다.남유환이 미간을 찌푸리면서 옆자리의 심진호에게 물었다. “강 대표는 안 오십니까?”심진호가 답했다. “글쎄요. 저도 찾고 있었는데요.”심진호의 반대편에 앉아 있던 노아리가 우연히 그 말을 듣고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그러다 곧바로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강서이는 지금 제 앞가림도 못 하고 있겠지?’회계법인에 법무법인, 상장 주관사까지 노아리가 전부 다 빼앗아 온 상태였다.그렇다면 ‘문심’의 상장 계획은 아마 바로 멈춰 서게 될 터였다.솔직히 강서이를 한번 만나 보고 싶기도 했다.사방에서 일이 꼬이는 와중에도 태연한 척할 수 있는지 보고 싶었다.배준석의 본격적인 발언이 시작되자, 남유환도 비로소 강서이가 이번 회의에 참석하지 않는다는 걸 받아들였다.꽤 아쉬웠다.이번에도 강서이를 볼 생각으로 참석한 자리였기 때문이다.그런데 또 허탕이었다.돌이켜 보니 강서이를 못 본 지도 한참 됐다.그렇다고 따로 만나자고 할 만한 적당한 명분도 떠오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47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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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꽤 오래전 일이었는데도, 그 말을 하던 민도하의 냉정한 표정은 아직도 선명했다.강서이가 업무 중 성희롱을 당한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상대는 함부로 관계를 끊을 수도 없는 중요한 고객이었다.너무 무서워서 눈시울을 붉힌 채 민도하를 찾아가 도움을 청했다.그때 돌아온 대답이 바로 그 말이었다.그 뒤로 강서이는 무슨 일이 생기든 혼자 해결하는 데 익숙해졌다.그때 너무 상처를 받아서 이렇게 오래 기억에 남은 걸지도 몰랐다.민도하가 어떤 표정으로 말했는지까지 또렷하게 떠오르는 것도 아마도 그래서일 것이다.같은 일을 당한 사람이 노아리였다면, 민도하는 절대 그렇게 반응하지 않았을 것이다.차이를 확인할 때마다 강서이의 상처만 더 깊어졌다.강서이의 말을 들은 서한승은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서이야, 계속 혼자 버티기만 하면 지쳐.”강서이도 힘들다는 건 잘 알았다.하지만 이 세상에서 자신 말고 누굴 온전히 믿고 의지할 수 있을까?그런데 서한승이 다시 일깨워줬다. “너한테 아주 든든한 지원군이 있다는 건 잊었어? 그분이라면 해결해 줄 수 있을지도 몰라.”강서이의 머릿속에 누군가 떠올랐다. “혹시...”바로 알아듣자 서한승의 눈에 웃음이 차올랐다.“맞아. 네가 생각하는 그분.”다음날 강서이는 한의사 하강진과 함께 찾아갔다.하지만 고상만은 어디서 소식을 들었는지 미리 자리를 피해 버렸다. 강서이는 허탕을 치고 말았다.아예 전화도 받지 않으니 강서이도 난감했다.‘그 연세에 아직도 진료받는 게 그렇게 무서우신가?’...그 시각, 고상만은 식사 모임에 참석해 있었다.평소라면 아예 나가지도 않았을 자리였다.오늘은 강서이를 피하려고 눈에 띄는 모임에 무작정 나온 것이었다.하필 민도하가 마련한 자리일 줄은 몰랐다.고상만을 보자 안상철은 곧장 자세를 낮췄다. “교수님, 오랜만에 뵙습니다.”속으로는 노아리의 인맥에 감탄했다.‘노 사장... 고상만 교수까지 초대하다니.’다른 참석자들의 생각도 다르지 않았다.고상만 교수는 수년 전부터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47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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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476화

    구기민은 윤성미의 유언에 따라 추모식을 열지 않았다.대신 두 사람이 처음 만났던 바다로 가서 직접 유골을 뿌렸다.강서이에게 그나마 위안이 된 건, SL증권과의 협업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SH테크 인수를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었다.덕분에 윤성미의 마음에 마지막까지 걸려 있던 일 하나를 해결할 수 있었다.강서이는 G시에 이틀 더 머물렀다.떠나기 전에 구기민이 강서이를 따로 만났다.SH테크는 윤성미가 평생 공들여 일군 회사라며, 잘 이끌어 달라고 당부했다.굳이 자신이 부탁하지 않아도, 강서이가 윤성미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으리라는 건 구기민도 알고 있었다.그래도 강서이는 SH테크를 반드시 더 크고 탄탄한 회사로 키우겠다고 다시 한번 약속했다.강서이를 바라보는 구기민의 눈길은 어딘가 허전했다. 강서이 너머로 다른 누군가를 보는 듯했다.떠날 채비를 하던 강서이는 목숨을 걸고 자신을 구해 준 사람이 떠올라서, 구기민에게 다시 근황을 물었다.“공교롭게도 출장을 갔어요.”아쉬웠지만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없었다.강서이는 수행비서 연이도와 함께 밤 비행기로 B시에 돌아왔다. 도착했을 때는 이미 월요일 새벽이었다.마중 나온 김설은 잔뜩 풀이 죽어 있었다. 평소보다 말수도 눈에 띄게 적었다.의아해진 강서이가 물었다. “왜 그래? 남자친구랑 싸웠어?”“그런 거 아니에요!”“그럼 무슨 일인데?”“거의 얘기가 끝났던 회계법인이랑 법무법인에서 갑자기 입장을 바꿨어요. 저희랑 계약하지 않겠대요.”윤성미를 배웅하는 강서이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서, 김설은 그동안 말을 꺼내지 못했다.강서이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바스테크에서 접촉했어?”김설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이내 분을 참지 못하고 말을 쏟아 냈다. “프라임로드투자는 회계팀도 법무팀도 따로 있잖아요. 노아리 사장은 자기 회사 사람들 두고 왜 굳이 우리가 협의하던 곳을 가로채요? 일부러 이러는 거잖아요!”대놓고 괴롭히겠다는 뜻이나 다름없었다.강서이는 미간을 꾹 눌

  •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제475화

    민도하가 눈꼬리를 살짝 들었다. 어딘가 무심한 어조였다. “고마워.”두 사람이 원래 별실로 돌아갔을 때, 노아리는 고인수와 한창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동문이실 줄은 몰랐어요. 이러면 더더욱 한잔해야겠네요.”고인수도 웃었다. “그럼요. 한잔해야죠.”자리에 앉은 민도하가 물었다. “무슨 얘기가 그렇게 재밌어?”노아리가 바로 이야기해 주었다. “고 대표님도 WT비즈니스대학교에서 공부하셨대. 동문인 거지. 도하야, 정말 신기하지 않아?”“그러게. 신기하네.” 민도하는 맞장구를 치면서도 당부를 잊지 않았다. “그래도 술은 마시지 마. 요 며칠 몸도 안 좋다며.”고인수가 감탄했다. “두 분 사이가 좋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습니다만, 오늘 직접 보네요.”노아리가 수줍게 웃었다. “부끄럽네요, 대표님.”“무슨 말씀을요. 좋은 일이지요.”고인수는 강서이에게도 시선을 돌렸다. 협상이 어떻게 끝났는지 궁금한 눈치였다.강서이가 곧바로 말했다. “대표님, 다음에 기회가 되면 함께해요.”고인수는 바로 알아들었다. “좋습니다! 이번에는 서로 알아 가는 계기가 된 셈 치죠.”강서이가 가려 하자 고인수가 붙잡았다. “강 대표님, 오신 김에 식사라도 같이 하시죠.”“아니에요. 일이 남아서 먼저 가 볼게요. 맛있게 드세요.”노아리의 붉은 입술이 득의양양하게 올라갔다.민도하가 전에 강서이의 능력을 어느 정도 인정했을 수는 있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민도하가 마음에 두는 건 언제나 자신뿐이었다.강서이는 노아리에게 조금도 위협이 되지 못했다....강서이가 ‘문심’ 상장을 잠정 중단했다는 소식을 어디서 들었는지, 배준석이 다급하게 그로스캐피탈로 찾아왔다.강서이도 의아했다.민도하와 합의한 건 어제인데 배준석은 오늘 벌써 알고 있었다. ‘소문이 너무 빠른 것 아닌가?’강서이가 그대로 물었다.배준석이 미간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따로 알아볼 필요도 없었어요. 벌써 소문이 다 났던데요.”“어떻게요?” SH테크 일로 바빴던 강서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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