تسجيل الدخول자기 아내를 만나려고 이런 꼼수까지 써야 하다니.남들이 알면 비웃을 일이었다.정루아가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구태윤은 입을 꾹 다문 채 어두운 눈빛으로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정루아의 미간이 찌푸려졌다.“해 달라는 대로 해주었잖아. 뭐가 또 불만인데?”“이번에도 거짓말이잖아.”구태윤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내가 가면 다시 블랙리스트에 올릴 거지?”정루아의 표정이 굳어졌다. 실제로 그럴 생각이었다.그가 단번에 꿰뚫어 볼 줄이야.침묵이 이어지자 구태윤은 입꼬리를 올렸다.하지만 싸늘한 눈동자는 웃음기란 찾아보기 어려웠다.“루아야, 정말 실망이야.”“그만해. 언제까지 이렇게 구질구질하게 굴 건데?”어느덧 정루아의 인내심이 바닥났다.서늘하게 식어 버린 눈빛에는 날 선 조소가 섞여 있었다.“동정심이라도 사려고 피해자인 척하는 거야? 먼저 나한테 상처 준 건 당신이잖아. 겨우 이 정도로 힘들다고 엄살이라니. 내가 그동안 얼마나 지옥 같았는지 알기나 해?”쉴새 없이 비난을 쏟아내는 그녀를 보며 구태윤은 한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 얼마간의 정적이 흐른 뒤에야 겨우 입을 뗐다.“난 그저 네가 요구한 대로 하고 있을 뿐이야.”“내가 요구했다고? 하... 억지로 등 떠밀기라도 했다는 듯이 말하네. 진짜 기가 막혀서. 당신한테 바라는 거 없으니까 억지로 노력하는 척 좀 하지 마. 어차피 무의미한 짓이야.”정루아는 황당해서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남편으로서 최소한의 신의조차 지키지 못하고 온통 거짓말만 늘어놓았던 주제에, 이제 와서 그녀의 요구대로 해 주고 있다니?정녕 동반자의 의미를 모르는 건가?정말이지, 처음부터 단단히 잘못 꼬여 버린 관계였다.정루아가 문을 가리켰다.“나가. 지금은 꼴도 보기 싫으니까.”구태윤의 눈빛이 한층 어둡게 가라앉았다.“내가 뭘 하든 전부 눈에 거슬리는 거지?”“그래!”정루아는 턱을 치켜든 채 그를 쏘아보았다.“알았어.”구태윤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나도 굳이 변하려
매사 철저히 계산하고 움직이는 편이라, 이토록 충동적으로 구는 일은 좀처럼 없었다.배진욱은 무심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나갔다.의자에 앉은 이연희는 끝까지 버텼다. 가기 싫은 마음과 구태윤에 대한 두려움 사이에서 갈등이 깊었다.정루아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연희야, 너도 이만 가 봐.”“하지만...”이연희는 구태윤을 바라보았다. 눈빛에는 걱정이 고스란히 묻어났다.정루아는 그녀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괜찮아. 설마 날 죽이기야 하겠어?”구태윤의 미간이 순간 찌푸려졌다.곧이어 서늘하고 차가운 눈빛이 정루아를 향했다.이연희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그냥 남아 있겠다고 말하려던 찰나, 정루아는 이미 그녀의 손을 잡고 문 앞까지 끌고 갔다.“집에 가서 푹 쉬어. 딴생각하지 말고. 나 정말 괜찮아.”밖으로 밀려나면서도 이연희의 얼굴에는 걱정이 가득했다.그녀에게 구태윤은 악마였다.아니, 악마보다 훨씬 더 끔찍한 존재였다.제멋대로에 변덕스러운 성격인데다, 그를 몇 번이나 방해하고 몰래 이사까지 왔으니 화가 안 날 리 없었다.‘설마 루아한테 손을 대기라도 하는 건 아니겠지?’이연희는 문 앞에서 한참을 서성이며 차마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안에서 조금이라도 이상한 동태가 느껴지면 즉시 경찰에 신고할 작정으로 온 신경을 문 너머에 집중했다....정루아는 그를 바라보며 차가운 어조로 물었다.“이제 만족해?”“왜 이사를 한 거야?”구태윤은 시종일관 의자에 앉아 있었다.심지어 그녀가 쓰던 젓가락을 들고 태연하게 고기를 건져 먹었다.마치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나누는 듯한 태도였다.“말했잖아, 거기서 지내는 게 불편했다고.”“정수원에 돌아간다고 하지 않았나?”구태윤이 그녀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거짓말했네.”질문이 아닌 확신이었다.정루아는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부모님을 벗어나고 싶었던 것만큼 당신한테서도 도망치고 싶었어. 구태윤, 나 진짜 당신 끔찍하게 싫어. 그걸 아직도 못 느끼겠어?”“알고 있어.”
“루아 씨 제 친구예요. 이사는 기쁜 일인데, 소식을 들은 이상 축하해 주러 오는 게 당연하죠.”배진욱이 부드러운 어조로 받아쳤다.맞은편의 남자가 무시무시한 기운을 뿜어내도 전혀 주눅 들지 않았다.그는 식탁 위에 남은 음식들을 슬쩍 훑어보며, 자못 아쉽다는 듯 덧붙였다.“타이밍이 안 좋았네요. 딱 3인분만 준비했는데 저희도 거의 다 먹어 가거든요.”‘루아 씨라... 정말 친근하게도 부르는군.’구태윤의 눈빛이 한층 더 가라앉았다.조각 같은 얼굴은 시종일관 무덤덤했지만, 그를 중심으로 형체 없는 압박감이 퍼져 나가며 숨통을 조여왔다.“다 드셨으면 이만 나가주시죠. 지금부터는 우리 부부만의 시간이라서.”구태윤이 태연하게 말했다.정루아는 연신 심호흡하고 그에게 다가갔다.“누가 다 먹었대? 나 아직 배 안 불렀어.”그러고는 털썩 앉아 젓가락을 들고 다시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이내 배진욱을 바라보며 물었다.“진욱 씨, 좀 더 먹을래?”배진욱은 묘한 미소를 지으며 구태윤을 힐긋 쳐다보았다.“그래.”눈빛에는 은근한 비웃음과 도발이 섞여 있었다.구태윤의 눈동자 속에 감돌던 살기가 한층 더 짙어졌다. 그리고 어두운 시선으로 정루아를 응시했다.그녀는 늘 타인에게만 친절했다.배진욱과 가까이 지내지 말라고 몇 번이나 경고했건만, 매번 듣는 척도 하지 않았다.가슴속에서 분노가 불길처럼 활활 타올랐고, 짜증이 걷잡을 수 없이 치솟았다.이연희도 눈치를 보며 슬금슬금 식탁으로 돌아왔다.구태윤을 슬쩍 쳐다보고는 입을 뻐끔거렸다. 욕이라도 퍼붓고 싶었지만, 가까스로 참아냈다.‘에휴, 내가 참자.’물론 속은 후련하겠지만 괜히 말실수 했다가 찍혀서 인생 망하는 수가 있었다.그녀의 목숨은 소중하니까.냄비는 여전히 보글보글 끓어오르고 있었지만, 분위기는 화기애애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저마다의 고민을 품은 얼굴들에 먹구름이 내려앉았다.맛있는 고기를 씹어 넘기면서도 아무런 맛이 느껴지지 않았다.구태윤은 열심히 젓가락질하는 정루아를 가만히 지켜보다가
배진욱이 안경을 고쳐 쓰며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래도 문전 박대하는 건 좀 아니잖아요.”이연희가 잽싸게 받아쳤다.“어차피 집으로 들여보내 봤자 우리만 피곤해져요.”배진욱이 피식 웃었다. 이내 말을 이었다.“제가 구 대표님을 많이 겪어본 건 아닌데, 첫인상이 참 집요하다 싶었어요. 한번 마음먹은 일은 쉽게 포기하진 않겠더라고요.”정루아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순간, 울컥하는 감정이 치밀어 올랐다.그렇다. 구태윤은 포기를 모르는 남자였다.목적을 이루지 못한 이상, 온갖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찾아올 것이다.‘휴...’“우선 밥부터 먹자.”정루아가 말했다.“어떻게든 되겠지.”그제야 배진욱도 입을 다물었다.항상 그녀의 사생활에 깊이 개입하지 않으며, 딱 적당한 선을 지켰다.잘 익은 고기를 한 입 먹자 만족감이 밀려왔다.맥주까지 한 병 비우니 몸이 후끈 달아올랐다.하지만 평화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이때,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잠시 말씀 좀 묻겠습니다. 경찰입니다!”문밖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집 안의 사람들은 일제히 굳어버렸다.깜짝 놀란 이연희가 눈을 크게 떴다.“경찰이 왜 여기에...?”정루아 역시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했다.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현관으로 걸어가 문을 열었다.문밖에는 굳은 표정의 경찰 두 명이 서 있었다.“이곳에서 도박판이 벌어졌다는 신고를 받고 왔습니다. 수색 협조 부탁드립니다.”경찰은 신분증을 꺼내 보이고는 막무가내로 들어섰다.뜬금없는 소리에 정루아는 머리가 지끈거렸다.“저희 도박 같은 거 안 하는데요.”집 안을 둘러보던 두 경찰은 구석구석 꼼꼼히 살폈다. 하지만 보이는 것이라곤 단 세 사람이 모여 샤부샤부를 먹고 있는 모습뿐이었다.도박은커녕 게임 테이블조차 하나 없었다.두 경찰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다.“죄송합니다!”이때, 현관문 쪽에서 장유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제가 주소를 착각했습니다. 잘못 기억하고 있었나 봐요. 이 집이 아니라 다른 주소였어요. 정말 죄송합
구태윤이 무덤덤한 어조로 물었다.“루아가 새집으로 이사했는데, 올라가서 축하라도 해드려야지?”장유성은 입을 꾹 다물었다.솔직히 말하면 정말 가기 싫었다.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 도망치고 싶었다.하지만 자신을 쏘아보는 서늘한 시선을 마주하는 순간, 당최 외면할 용기가 없었다.그는 코를 쓱 만지며 헛기침했다.“뭐, 축하해 주는 건 맞지만 빈손으로 가기가...”구태윤이 싸늘하게 대꾸했다.“그럼 가서 뭐라도 사 오든가.”장유성이 중얼거렸다.“어... 루아 씨가 그런 걸 따질 쩨쩨한 사람도 아니고, 분명 신경도 쓰지 않을 거야.”말을 마치고는 인터폰으로 정루아가 사는 호수를 눌렀다.신호음이 몇 번 울린 뒤, 나긋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여보세요. 누구세요?”장유성은 숨을 깊게 내쉬며 목소리 톤을 다듬었다.“루아 씨, 저예요. 장유성! 아까 낮에 루아 씨 비슷한 사람을 봤거든요. 착각인가 싶어서 경비원한테 확인까지 해봤는데 진짜 루아 씨더라고요. 이쪽으로 이사 온 거예요? 괜찮다면 저 잠깐 올라가도 될까요?”정루아는 잠시 침묵하더니 입을 열었다.“지금은 좀 그런데, 아직 짐 정리가 덜 돼서요.”“딱이네요! 제가 정리 도와드릴게요. 저 집안일 진짜 잘하거든요.”장유성은 엄청난 압박감을 견뎌내며 아무 말이나 지어냈다.“저한테 사양하실 필요 없다니까요? 우리 알고 지낸 세월이 몇 년인데, 너무 서운하게 이러지 마시고, 네?”정루아가 도리어 물었다.“구태윤이 시킨 거예요?”“아니에요, 진짜 아니에요! 걘 루아 씨가 이사 온 것도 모를걸요? 저 진짜 우연히 본 거예요, 제발 믿어주세요...”장유성은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나중에 천벌이라도 받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내가 죄인이지...’정루아가 망설이며 떠보았다.“진짜요? 나 속이는 거 아니죠?”“네, 그럼요.”장유성은 눈 딱 감고 대답했다.이때, 인터폰 너머로 이연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맹세할 수 있어요? 만약 구태윤이 따라 올라오면 평생 솔로로 살고 영원히 여자친구
배진욱의 집은 바로 뒷동이라 베란다에서 바라보면 안에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금방 알 수 있었다.정루아가 대답했다.“응, 계약 끝나고 바로 이사 왔지.”“축하해.”배진욱이 미소를 지으며 한마디 덧붙였다.“괜찮다면 집구경 좀 시켜줄래?”“응. 잠깐만, 문 열어줄게.”정루아는 활짝 웃으며 열림 버튼을 눌렀다.배진욱은 금세 올라왔다. 손에는 과일과 디저트를 들고 있었다.“처음 방문하는 거라, 작지만 성의로 받아줘.”말을 마치고는 물건을 그녀에게 건넸다.정루아는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그냥 와도 되는데, 뭘 이런 걸 다 사 왔어.”배진욱이 말했다.“걱정 마. 다음부턴 없어.”정루아는 피식 웃었다.“그래.”배진욱은 집 안을 가볍게 둘러보고는 물었다.“아직 짐 안 옮겼어?”“응, 정리를 채 못했어. 다 싸고 나면 이삿짐센터 부르려고.”정루아는 그에게 물 한 잔을 따라주었다.배진욱이 넌지시 떠보았다.“굉장히 서둘러 이사하는 느낌이네?”그리고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정루아를 바라보았다.“혹시 피하는 사람이라도 있어?”정루아는 시선을 내리깔았다. 가느다란 속눈썹이 미세하게 떨렸다.“아니야. 그냥 생활 환경도 좀 바꿀 겸...”선을 긋는 그녀를 눈치채고 배진욱은 더 이상 물어보지 않았다.잠시 후, 인터폰이 다시 울렸다.이연희가 도착했다.양손 가득 짐을 들고 올라온 그녀가 숨을 헉헉거리며 말했다.“루아야, 이것 좀 봐. 접시랑 수저도 새로 사 왔어. 진짜 예쁘지?”이연희는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쇼핑백을 열었다.정루아가 고개를 끄덕였다.“진짜 예쁘네. 참, 배진욱 씨도 와 계셔.”이연희가 흠칫하더니 거실 쪽으로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그러고는 배진욱을 향해 싱글벙글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진욱 씨, 안녕하세요!”“반가워요, 연희 씨.”이연희는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서며 물었다.“어쩐 일로 오셨어요? 우리 루아 이사한 건 또 어떻게 아시고.”배진욱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저 바로 뒷동에서 살거든요.”“아, 그렇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