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25화

Author: 낙화
“돈이 없어.”

정루아의 담담한 목소리였다. 그녀는 커다란 다이아몬드가 박혀 있는 반지를 손끝으로 만지작거렸다. 겹겹이 포개진 장미꽃잎 문양 위에서 다이아몬드가 반짝이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예전 그녀가 첫눈에 반했던 반지다.

이후 구태윤은 이 반지로 그녀에게 청혼했었다.

당시 그녀는 그의 정성에 감동해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었다.

이 반지는 그녀의 사랑을 증명하던 물건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 사랑은 사라졌고, 결혼 생활은 보잘것없어졌으며, 삶은 점점 엉망이 되어가고 있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과거와 완전히 끊어내야만 새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여 그와 관련된 모든 것들을 전부 끊어낼 생각이었다.

이연희는 한동안 침묵하다가 말했다.

“그 개자식... 진짜 너 돈 못 쓰게 막은 거야? 예전엔 그런 사람 아니었잖아!”

정루아는 비웃듯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그러게. 어떻게 이렇게 됐을까.”

이연희는 마음이 아파와 말했다.

“루아야, 돈은 내가 네 계좌로 보내줄게. 너 그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Latest chapter

  • 8년의 짝사랑을 폐기 처분합니다   제294화

    정루아는 곧바로 전화를 끊고 김철웅을 불러내 외할머니를 찾아달라고 부탁했다.김철웅은 그녀의 말을 듣더니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미쳤네, 어떻게 짐승만도 못하죠?”정루아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재촉했다.“빨리요, 할머니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안 돼요!”“루아 씨, 걱정하지 마세요. 다른 친구들도 이미 동성에 도착했으니까 제가 바로 연락할게요.”김철웅은 서둘러 그녀를 안심시키고는 곧장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정루아는 텅 빈 병실에 홀로 서 있었다. 마치 끝없는 심해로 추락하듯 뼛속까지 시린 한기가 느껴졌다.임혜숙이 설마 이런 짓까지 벌일 줄이야.그깟 양녀 하나 때문에 그 부모도 모자라 조부모를 위해서 납치까지 마다하지 않는다니.정녕 외할머니에 대한 정이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걸까?비록 나중에 사이가 틀어졌다고 한들, 어린 시절 함께 보낸 십여 년의 세월이 있는데, 전부 무의미한 시간이었단 말인가?도저히 믿기지 않았지만, 끔찍하게도 이 모든 일은 현실이었다.그녀는 화장실로 들어가 찬물로 세수하며 억지로 정신을 차렸다.바로 그때, 임혜숙에게서 문자가 한 통 날아왔다.재산 명의 변경 서류를 들고 정씨 저택으로 오라는 내용이었다.정루아는 곧바로 병원을 나와 집으로 향했다.그 시각.김철웅이 전화를 끊자마자 화면에 구태윤의 이름이 떴다.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퉁명스럽게 전화를 받았다.“왜?”“나한테 했던 약속, 설마 잊은 건 아니겠지?”구태윤의 목소리에 서늘한 살기가 묻어났다.수화기 너머로 전해져 오는 한기에 김철웅은 저도 모르게 흠칫했다.이내 표정을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안 그래도 연락하려던 참이었어. 루아 씨 쪽에서 일이 터졌거든. 할머니가 사라졌는데, 임혜숙이 납치해 갔대. 당신도 방법이 있으면 같이 좀 찾아봐.”구태윤은 대답조차 없이 곧바로 전화를 끊었다.김철웅은 입을 비쭉였다.‘진짜 밥맛이야.’...구태윤은 한민혁에게 병원 CCTV를 확인하라고 지시한 뒤, 곧바로 차를 몰아 정씨 저택으로 향했다.다

  • 8년의 짝사랑을 폐기 처분합니다   제293화

    별장 정원은 깜깜했고, 남자의 모습도 점차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정루아는 운전대를 꽉 쥔 채 감정을 애써 억눌렀다.‘흥분하지 말자. 침착해.’재판이 시작하기 전까지는 아무도 모른다.오늘 밤에 수락해 놓고 내일 당장 마음이라도 바꾸면 어쩌지?구태윤은 늘 말을 번복하는 사람이지 않은가.정루아는 눈을 감았다. 이내 기분을 추스르고 차를 몰고 떠났다.풍림재에 도착한 그녀는 먼저 샤워하고 옷을 갈아입은 뒤 병원으로 향했다.매일 밤 외할머니 곁을 지키는 것은 이제 일상이 되었다.다음 날, 이른 아침.“기분 엄청 좋아 보이네? 무슨 좋은 일이라도 생겼어?”생기 넘치는 손녀의 얼굴을 본 송문애가 인자하게 물었다.정루아는 턱을 살짝 치켜들며 말했다.“지금은 비밀이에요. 며칠 뒤에 알려줄게요.”“얘 봐봐. 이제 할머니랑 비밀도 다 만드네?”송문애가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 그럼 좋은 소식 기다리고 있을게.”“네.”정루아는 힘차게 대답했다. 그리고 외할머니와 아침 식사를 함께했고, 의사가 회진을 돌고 난 다음 출근했다.반나절이 지나도록 그녀의 입꼬리는 내려올 줄을 몰랐다.하지만 오후에 걸려 온 전화 한 통에 미소가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정루아 씨, 할머님이 사라졌어요!”병원 간호사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정루아는 귀를 의심했다. 멀쩡하던 사람이 어떻게 병원에서 감쪽같이 사라질 수가 있지?곧장 병원으로 달려갔지만, 병실은 텅 비었다.그녀는 간병인의 팔을 붙잡고 다급하게 물었다.“어떻게 된 거예요? 우리 외할머니 어디 갔어요?”세 간병인 역시 당황하고 초조한 표정이었다.“계속 할머니 옆에 붙어 있었거든요? 근데 갑자기 사모님이 오시더니 할머니랑 단둘이 얘기 좀 하겠다는 거예요. 그래서 일단 밖으로 나왔죠. 멀리 간 것도 아니고 바로 문 앞인데, 어디선가 갑자기 소란이 일어나는 바람에 정신이 팔렸지 뭐예요... 그러고 나서 다시 병실로 들어갔더니 할머니가 감쪽같이 사라졌더라고요.”사모님이라, 다름 아닌 임혜숙이었다.정루아의

  • 8년의 짝사랑을 폐기 처분합니다   제292화

    정루아는 기가 막혔다.그리고 문밖에 서서 눈살을 잔뜩 찌푸린 채 남자를 바라보았다.“용건이 뭔데.”구태윤은 정면만 응시한 채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오늘 연락받았어. 사흘 뒤에 재판이라며.”정루아의 표정이 미세하게 흔들렸다.“본론만 얘기해.”“이 재판을 못 열게 만드는 방법이야 얼마든지 있어.”구태윤이 고개를 돌렸다. 칠흑 같은 눈동자가 그녀를 향했다.“루아야, 타. 너 해코지하는 일은 없으니까.”위협을 느낀 정루아는 눈이 휘둥그레졌다.“설마 판사한테까지 손을 쓰겠다는 거야?”구태윤은 대답 대신 그녀를 쳐다보기만 했다.숨 막히는 압박감이 밀려왔다.또한, 구태윤이라면 정말 그런 짓을 벌이고도 남을 사람이라는 사실을 직감했다.아까만 해도 날아갈 듯한 기분이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그녀는 얼굴을 굳힌 채 차에 올랐고, 문을 쾅 하고 닫았다.“이제 너한테 아무 감정 없다니까? 이렇게 끈질기게 매달려 봤자 무슨 의미가 있어?”정루아는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대체 어떻게 더 싫은 티를 내야 한다는 거지?구태윤의 짙은 눈썹이 찌푸려졌다. 당최 믿기지 않는 말이었다.8년을 함께했는데, 그녀가 자신을 사랑하는지 아닌지 모를 리 없었다.이내 말했다.“집에 데려다줘.”“염병하네!”정루아는 참다못해 거친 욕설을 내뱉었다.구태윤이 느긋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루아야, 진정해. 혹시 알아? 내가 순순히 물러날지도.”정루아는 코웃음을 쳤다.“지나가던 개가 웃겠다.”남자는 나지막이 웃음을 터뜨렸다.“왜? 나 못 믿겠어?”정루아는 시선을 거두고 시동을 건 뒤, 정수원 방향으로 차를 몰았다.“나 오늘 할머니 모셔다드렸어.”잠시 후, 구태윤의 매력적인 저음이 흘러나왔다.덤덤한 목소리는 아무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할머니가 그러시더라. 4년 전에 내가 죽었어야 했다고.”이내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너도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지? 우리 형이 아직 살아있다면, 엄청 기뻐했을 거 아니야?”정루아의 예쁜 미간이

  • 8년의 짝사랑을 폐기 처분합니다   제291화

    허도준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할머니는 요즘 어떠셔?”“잘 회복하고 있어.”정루아가 대답했다.“아직 제대로 고맙단 인사도 못 했는데, 혹시 오늘 저녁에 시간 돼? 내가 맛있는 거 사줄게.”“그렇게 나온다면야, 무조건 가야지.”허도준이 흔쾌히 수락했다.“샤부샤부 어때? 나 안 먹은 지 진짜 오래됐거든.”“좋아.”약속을 잡고 나서 정루아는 전화를 끊었다.저녁.가게 안으로 들어서자 맛있는 냄새가 진동했다.고개를 돌리는 순간, 이미 자리를 잡고 앉은 허도준이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엄청 일찍 왔네.”정루아가 다가가 그의 맞은편에 앉으며 의아한 목소리로 말했다.허도준이 피식 웃었다.“너 아직 소식 못 들었지? 구태윤이 나 끝장내려고 작정했더라고. 결국 회사에서도 잘리고, 지금 백수 신세가 됐잖아.”정루아의 표정이 순식간에 무겁게 가라앉았다.“나 때문에 이혼 소송 도와주다가 이렇게 된 거잖아. 진짜 너한테 면목이 없네.”허도준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그뿐만 아니야. 저번에 내가 손 써서 윌리엄 박사 수술시킨 것도 벼르고 있었더라고. 아주 뒤끝 하나는 징그럽게 길다니까.”정루아의 눈동자가 서늘하게 번뜩였다.“구태윤이 무슨 짓을 하든, 난 끝까지 이혼하고 말 거야.”“그렇지!”허도준이 손가락을 튕겼다.“너만 의지를 꺾지 않는다면 그동안 내가 노력한 게 하나도 안 아까워.”능청스럽게 웃어넘기는 그와 달리 정루아는 미안함을 감추지 못했다.애초에 자기 때문에 엮이지만 않았어도 이런 고생을 할 일은 없었으니까.그와 동시에 구태윤이라는 인간에 대한 원망이 치밀어 올랐다.‘불만 있으면 나한테 직접 풀지, 왜 애먼 사람까지 끌어들여서 이 사달을 내냐고.’정말 치사하고 악랄하기 그지없었다.잠시 후, 전골냄비가 통째로 올라왔다.육수가 보글보글 끓어오르자, 먹음직스러운 향이 식욕을 자극했다.정루아는 젓가락으로 채소를 집어넣으며 물었다.“근데 진짜 궁금해서 그러는데, 너 도대체 무슨 수로 그 까다로운 윌리엄

  • 8년의 짝사랑을 폐기 처분합니다   제290화

    박정란은 얼굴이 사색이 되어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았다.이내 다가온 경호원들이 그녀를 사정없이 밀어붙이며 강제로 차에 태우려 들었다.악을 쓰며 발버둥 치고 울부짖어 봤자 아무 소용 없었다.그제야 뼈저린 후회가 밀려왔다.애초에 구태윤과 정루아의 결혼을 허락하는 게 아니었다.그랬다면 구씨 가문이 이 지경까지 나락으로 떨어지진 않았을 텐데.이게 다 그 발칙한 년 때문이었다.결국 박정란은 억지로 차에 실려 외국으로 쫓겨나듯 떠났다.장옥경은 구태윤에게 전화를 걸어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태윤아, 할머니한테 이렇게까지 하는 건 좀 너무하지 않니?”구태윤의 목소리는 무덤덤했다.“그 노인네가 루아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 난 이유가 뭔지, 왜 그런 더러운 수작까지 부렸는지 반성이나 하라고 하세요.”장옥경이 미간을 찌푸리며 한참 만에 입을 열었다.“하지만 루아는 멀쩡하잖아...”“엄마, 그런 소리는 입에 올리지도 마세요.”구태윤의 말투가 더없이 차가워졌다.“설마 할머니랑 같이 외국에서 노후를 보내고 싶으신 건 아니겠죠?”장옥경은 입을 꾹 다물었다.‘얘가 드디어 미쳤구나.’그리고 한참을 침묵한 뒤 불쑥 물었다.“친할머니도 내치는 마당에 왜 네 형수한테는 그렇게 약해빠진 건데? 태윤아, 툭 까놓고 얘기해 봐. 너 설마 정시연 좋아하니?”“제 목숨을 구해준 은인이잖아요.”구태윤의 목소리에 씁쓸함이 묻어났다.“그때 정시연 아니었으면 난 지진 더미에 파묻혀서 진작에 죽었어요.”장옥경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정루아는 점심때가 다 되도록 바쁘게 일하다 녹음실을 나섰다.그러자 멀지 않은 곳에 서서 웃는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는 한민혁이 눈에 들어왔다.이내 싸늘한 안색으로 물었다.“무슨 일이죠?”한민혁이 입을 열었다.“대표님이 사모님이랑 같이 점심이라도 한 끼 했으면 하시더라고요. 본가 쪽 일도 전해드릴 겸 해서요.”정루아는 대본을 책상 위에 내려놓으며 물었다.“그 노인네, 쫓겨났어요?”“네.”한민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 8년의 짝사랑을 폐기 처분합니다   제289화

    구태윤은 더는 대꾸하지 않았다. 시종일관 여유로운 자세로 담배 한 개비를 조용히 태웠을 뿐이다.희뿌연 연기가 자욱하게 퍼져나가더니 이내 허공으로 흩어졌다.하지만 김철웅은 묘하게 등골이 서늘했다.온몸의 근육이 바짝 굳으며 긴장감이 극에 달했다.바로 그 순간, 방금까지 늘어져 있던 남자가 먼저 선수를 쳤다.엄청난 기세로 눈 깜짝할 사이에 그를 향해 돌진했다.기겁한 김철웅이 급히 방어 태세를 취하며 맞받아쳤다.그러나 고작 몇 번의 공격 만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상대는 압도적으로 강했다.게다가 구태윤의 루틴과 보법이 어딘지 익숙했다.치열한 몸부림 끝에 김철웅은 결국 바닥에 털썩 쓰러졌다.구태윤이 구둣발로 그의 가슴팍을 짓누르고 싸늘한 눈빛으로 내려다보았다.“겨우 그 실력으로 루아 지키겠다고?”거친 숨을 몰아쉬며 헐떡이는 김철웅의 눈에서 조금 전의 경멸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대신 그 자리를 채운 건 탐색과 의문이었다.“당신, 대체 정체가 뭐야?”구태윤이 발을 들며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이제 내 말 따를 마음 좀 생겼나?”김철웅이 일어나 앉아 복잡미묘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그리고 한참이 지나서야 입을 열었다.“난 절대 루아 씨한테 해 안 끼쳐.”“그건 나도 마찬가지야.”구태윤이 다시 소파에 깊숙이 몸을 파묻었다.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던 무시무시한 살기가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다시 귀공자 같은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지금부터 내가 딱 두 가지만 지시할 테니까 똑바로 들어. 첫째, 최근에 루아 주변에 꼬인 새끼들, 신상 싹 다 털어와. 둘째, 우리 말고 또 다른 세력이 루아 주위를 어슬렁거리고 있어. 숨어서 움직이는 놈들이니까, 네가 옆에 붙어 있는 동안 이 부분 특히 눈에 불을 켜고 예의 주시해.”김철웅은 어깨를 축 늘어뜨리더니, 한참을 뜸 들이다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알았어.”하지만 이대로 물러서긴 찝찝한지 다시 고개를 치켜들었다.“당신, 대체 정체가 뭐야?”그러나 구태윤은 대답할 가치도 없다는 듯 곧장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