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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2화

Author: 낙화
정루아는 기가 막혔다.

그리고 문밖에 서서 눈살을 잔뜩 찌푸린 채 남자를 바라보았다.

“용건이 뭔데.”

구태윤은 정면만 응시한 채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오늘 연락받았어. 사흘 뒤에 재판이라며.”

정루아의 표정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본론만 얘기해.”

“이 재판을 못 열게 만드는 방법이야 얼마든지 있어.”

구태윤이 고개를 돌렸다. 칠흑 같은 눈동자가 그녀를 향했다.

“루아야, 타. 너 해코지하는 일은 없으니까.”

위협을 느낀 정루아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설마 판사한테까지 손을 쓰겠다는 거야?”

구태윤은 대답 대신 그녀를 쳐다보기만 했다.

숨 막히는 압박감이 밀려왔다.

또한, 구태윤이라면 정말 그런 짓을 벌이고도 남을 사람이라는 사실을 직감했다.

아까만 해도 날아갈 듯한 기분이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녀는 얼굴을 굳힌 채 차에 올랐고, 문을 쾅 하고 닫았다.

“이제 너한테 아무 감정 없다니까? 이렇게 끈질기게 매달려 봤자 무슨 의미가 있어?”

정루아는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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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년의 짝사랑을 폐기 처분합니다   제292화

    정루아는 기가 막혔다.그리고 문밖에 서서 눈살을 잔뜩 찌푸린 채 남자를 바라보았다.“용건이 뭔데.”구태윤은 정면만 응시한 채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오늘 연락받았어. 사흘 뒤에 재판이라며.”정루아의 표정이 미세하게 흔들렸다.“본론만 얘기해.”“이 재판을 못 열게 만드는 방법이야 얼마든지 있어.”구태윤이 고개를 돌렸다. 칠흑 같은 눈동자가 그녀를 향했다.“루아야, 타. 너 해코지하는 일은 없으니까.”위협을 느낀 정루아는 눈이 휘둥그레졌다.“설마 판사한테까지 손을 쓰겠다는 거야?”구태윤은 대답 대신 그녀를 쳐다보기만 했다.숨 막히는 압박감이 밀려왔다.또한, 구태윤이라면 정말 그런 짓을 벌이고도 남을 사람이라는 사실을 직감했다.아까만 해도 날아갈 듯한 기분이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그녀는 얼굴을 굳힌 채 차에 올랐고, 문을 쾅 하고 닫았다.“이제 너한테 아무 감정 없다니까? 이렇게 끈질기게 매달려 봤자 무슨 의미가 있어?”정루아는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대체 어떻게 더 싫은 티를 내야 한다는 거지?구태윤의 짙은 눈썹이 찌푸려졌다. 당최 믿기지 않는 말이었다.8년을 함께했는데, 그녀가 자신을 사랑하는지 아닌지 모를 리 없었다.이내 말했다.“집에 데려다줘.”“염병하네!”정루아는 참다못해 거친 욕설을 내뱉었다.구태윤이 느긋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루아야, 진정해. 혹시 알아? 내가 순순히 물러날지도.”정루아는 코웃음을 쳤다.“지나가던 개가 웃겠다.”남자는 나지막이 웃음을 터뜨렸다.“왜? 나 못 믿겠어?”정루아는 시선을 거두고 시동을 건 뒤, 정수원 방향으로 차를 몰았다.“나 오늘 할머니 모셔다드렸어.”잠시 후, 구태윤의 매력적인 저음이 흘러나왔다.덤덤한 목소리는 아무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할머니가 그러시더라. 4년 전에 내가 죽었어야 했다고.”이내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너도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지? 우리 형이 아직 살아있다면, 엄청 기뻐했을 거 아니야?”정루아의 예쁜 미간이

  • 8년의 짝사랑을 폐기 처분합니다   제291화

    허도준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할머니는 요즘 어떠셔?”“잘 회복하고 있어.”정루아가 대답했다.“아직 제대로 고맙단 인사도 못 했는데, 혹시 오늘 저녁에 시간 돼? 내가 맛있는 거 사줄게.”“그렇게 나온다면야, 무조건 가야지.”허도준이 흔쾌히 수락했다.“샤부샤부 어때? 나 안 먹은 지 진짜 오래됐거든.”“좋아.”약속을 잡고 나서 정루아는 전화를 끊었다.저녁.가게 안으로 들어서자 맛있는 냄새가 진동했다.고개를 돌리는 순간, 이미 자리를 잡고 앉은 허도준이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엄청 일찍 왔네.”정루아가 다가가 그의 맞은편에 앉으며 의아한 목소리로 말했다.허도준이 피식 웃었다.“너 아직 소식 못 들었지? 구태윤이 나 끝장내려고 작정했더라고. 결국 회사에서도 잘리고, 지금 백수 신세가 됐잖아.”정루아의 표정이 순식간에 무겁게 가라앉았다.“나 때문에 이혼 소송 도와주다가 이렇게 된 거잖아. 진짜 너한테 면목이 없네.”허도준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그뿐만 아니야. 저번에 내가 손 써서 윌리엄 박사 수술시킨 것도 벼르고 있었더라고. 아주 뒤끝 하나는 징그럽게 길다니까.”정루아의 눈동자가 서늘하게 번뜩였다.“구태윤이 무슨 짓을 하든, 난 끝까지 이혼하고 말 거야.”“그렇지!”허도준이 손가락을 튕겼다.“너만 의지를 꺾지 않는다면 그동안 내가 노력한 게 하나도 안 아까워.”능청스럽게 웃어넘기는 그와 달리 정루아는 미안함을 감추지 못했다.애초에 자기 때문에 엮이지만 않았어도 이런 고생을 할 일은 없었으니까.그와 동시에 구태윤이라는 인간에 대한 원망이 치밀어 올랐다.‘불만 있으면 나한테 직접 풀지, 왜 애먼 사람까지 끌어들여서 이 사달을 내냐고.’정말 치사하고 악랄하기 그지없었다.잠시 후, 전골냄비가 통째로 올라왔다.육수가 보글보글 끓어오르자, 먹음직스러운 향이 식욕을 자극했다.정루아는 젓가락으로 채소를 집어넣으며 물었다.“근데 진짜 궁금해서 그러는데, 너 도대체 무슨 수로 그 까다로운 윌리엄

  • 8년의 짝사랑을 폐기 처분합니다   제290화

    박정란은 얼굴이 사색이 되어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았다.이내 다가온 경호원들이 그녀를 사정없이 밀어붙이며 강제로 차에 태우려 들었다.악을 쓰며 발버둥 치고 울부짖어 봤자 아무 소용 없었다.그제야 뼈저린 후회가 밀려왔다.애초에 구태윤과 정루아의 결혼을 허락하는 게 아니었다.그랬다면 구씨 가문이 이 지경까지 나락으로 떨어지진 않았을 텐데.이게 다 그 발칙한 년 때문이었다.결국 박정란은 억지로 차에 실려 외국으로 쫓겨나듯 떠났다.장옥경은 구태윤에게 전화를 걸어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태윤아, 할머니한테 이렇게까지 하는 건 좀 너무하지 않니?”구태윤의 목소리는 무덤덤했다.“그 노인네가 루아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 난 이유가 뭔지, 왜 그런 더러운 수작까지 부렸는지 반성이나 하라고 하세요.”장옥경이 미간을 찌푸리며 한참 만에 입을 열었다.“하지만 루아는 멀쩡하잖아...”“엄마, 그런 소리는 입에 올리지도 마세요.”구태윤의 말투가 더없이 차가워졌다.“설마 할머니랑 같이 외국에서 노후를 보내고 싶으신 건 아니겠죠?”장옥경은 입을 꾹 다물었다.‘얘가 드디어 미쳤구나.’그리고 한참을 침묵한 뒤 불쑥 물었다.“친할머니도 내치는 마당에 왜 네 형수한테는 그렇게 약해빠진 건데? 태윤아, 툭 까놓고 얘기해 봐. 너 설마 정시연 좋아하니?”“제 목숨을 구해준 은인이잖아요.”구태윤의 목소리에 씁쓸함이 묻어났다.“그때 정시연 아니었으면 난 지진 더미에 파묻혀서 진작에 죽었어요.”장옥경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정루아는 점심때가 다 되도록 바쁘게 일하다 녹음실을 나섰다.그러자 멀지 않은 곳에 서서 웃는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는 한민혁이 눈에 들어왔다.이내 싸늘한 안색으로 물었다.“무슨 일이죠?”한민혁이 입을 열었다.“대표님이 사모님이랑 같이 점심이라도 한 끼 했으면 하시더라고요. 본가 쪽 일도 전해드릴 겸 해서요.”정루아는 대본을 책상 위에 내려놓으며 물었다.“그 노인네, 쫓겨났어요?”“네.”한민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 8년의 짝사랑을 폐기 처분합니다   제289화

    구태윤은 더는 대꾸하지 않았다. 시종일관 여유로운 자세로 담배 한 개비를 조용히 태웠을 뿐이다.희뿌연 연기가 자욱하게 퍼져나가더니 이내 허공으로 흩어졌다.하지만 김철웅은 묘하게 등골이 서늘했다.온몸의 근육이 바짝 굳으며 긴장감이 극에 달했다.바로 그 순간, 방금까지 늘어져 있던 남자가 먼저 선수를 쳤다.엄청난 기세로 눈 깜짝할 사이에 그를 향해 돌진했다.기겁한 김철웅이 급히 방어 태세를 취하며 맞받아쳤다.그러나 고작 몇 번의 공격 만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상대는 압도적으로 강했다.게다가 구태윤의 루틴과 보법이 어딘지 익숙했다.치열한 몸부림 끝에 김철웅은 결국 바닥에 털썩 쓰러졌다.구태윤이 구둣발로 그의 가슴팍을 짓누르고 싸늘한 눈빛으로 내려다보았다.“겨우 그 실력으로 루아 지키겠다고?”거친 숨을 몰아쉬며 헐떡이는 김철웅의 눈에서 조금 전의 경멸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대신 그 자리를 채운 건 탐색과 의문이었다.“당신, 대체 정체가 뭐야?”구태윤이 발을 들며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이제 내 말 따를 마음 좀 생겼나?”김철웅이 일어나 앉아 복잡미묘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그리고 한참이 지나서야 입을 열었다.“난 절대 루아 씨한테 해 안 끼쳐.”“그건 나도 마찬가지야.”구태윤이 다시 소파에 깊숙이 몸을 파묻었다.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던 무시무시한 살기가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다시 귀공자 같은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지금부터 내가 딱 두 가지만 지시할 테니까 똑바로 들어. 첫째, 최근에 루아 주변에 꼬인 새끼들, 신상 싹 다 털어와. 둘째, 우리 말고 또 다른 세력이 루아 주위를 어슬렁거리고 있어. 숨어서 움직이는 놈들이니까, 네가 옆에 붙어 있는 동안 이 부분 특히 눈에 불을 켜고 예의 주시해.”김철웅은 어깨를 축 늘어뜨리더니, 한참을 뜸 들이다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알았어.”하지만 이대로 물러서긴 찝찝한지 다시 고개를 치켜들었다.“당신, 대체 정체가 뭐야?”그러나 구태윤은 대답할 가치도 없다는 듯 곧장

  • 8년의 짝사랑을 폐기 처분합니다   제288화

    룸 안, 소파에 깊숙이 기댄 남자의 눈빛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우리 아직 이혼 안 했어.”김철웅이 콧방귀를 뀌었다.“곧 재판까지 갈 건데, 이혼이야 시간문제지 뭐.”그는 성큼성큼 걸어 들어가 구태윤의 맞은편에 털썩 앉았다.“배후랑 아는 사이일 줄이야. 그 자식도 참 눈썰미라곤 없네, 쯧쯧!”구태윤은 그의 도발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은 채, 칠흑 같은 눈동자로 그를 싸늘하게 바라보았다.“지금 루아 경호 전담하는 게 당신인가?”“맞아. 왜? 무슨 할 말이라도 있으신지?”김철웅은 대꾸하면서도 속으로는 대체 왜 자신을 불러냈는지 머리를 굴렸다.구태윤의 목소리는 덤덤했지만 일거수일투족이 기품이 흘러넘쳤다.단지 상대방을 쳐다보기만 했을 뿐인데, 공간을 짓누르는 무형의 압박감이 사방으로 퍼져나가며 괜스레 등골이 오싹했다.“당신이 누구 밑에서 일하든 상관없어. 다만 루아를 지키기로 한 이상, 목숨 걸고 움직여. 그리고 루아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나한테 싹 다 보고하고.”숨 막히는 분위기에 김철웅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지만 끝까지 따져 물었다.“내가 왜 그쪽 말을 들어야 하지?”“신배후가 당신 목숨값에 대한 은혜를 나한테 넘겼거든. 그러니까 내 말 따르는 게 좋을 거야.”구태윤의 말투가 한층 더 서늘해졌다.“난 절대 루아 안 다치게 해. 그 누구도 내 여자 해치는 꼴은 못 보니까.”김철웅이 혀를 찼다.“아주 오만함이 하늘을 찌르시네. 이렇게 순애보인 양반이랑 루아 씨는 왜 이혼하려 했을까. 결국 그 잘난 사랑이란 것도 다 가짜였나?”“그건 우리 부부 사이의 일이야.”구태윤의 말투가 차갑게 가라앉았다.김철웅이라는 남자는 작정하고 자기 신경을 긁어대고 있었다.하지만 신배후가 직접 보증하고 붙여준 놈이니 실력 하나만큼은 의심할 여지가 없겠지.그때, 김철웅이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더니 곧바로 신배후에게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 배후야.”“그래, 구태윤 만났냐?”수화기 너머로 장난기가 묻어나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응, 이게

  • 8년의 짝사랑을 폐기 처분합니다   제287화

    정씨 가문도 이제 갈 데까지 갔다....임혜숙의 계획을 듣던 정석주는 복잡미묘한 표정으로 물었다.“정말 그렇게까지 할 거야? 아무리 그래도 당신 엄마인데.”하지만 임혜숙은 콧방귀를 뀌며 받아쳤다.“그 사람은 날 한 번도 자식으로 여기지 않았어. 늘 성적표 들먹이며 닦달하기 바빴지, 내가 진짜로 공부하고 싶어 하는지 관심도 없었거든. 그때 날 진심으로 챙겨준 건 은영 이모뿐이었어. 솔직히 말해서, 옛날에는 차라리 은영 이모가 내 진짜 엄마였으면 좋겠다고 진심으로 바란 적도 있어.”정석주의 얼굴이 묘하게 굳어졌다.임혜숙은 남편의 팔을 꽉 움켜쥐며 밀어붙였다.“그 늙은이가 쥔 재산이 얼만 줄 알아? 이번 일만 성공하면 그깟 보석 귀걸이 따위는 눈에 차지도 않을 만큼 엄청난 유산이 다 우리 손에 들어올 거야. 그럼 회사 자금줄도 숨통이 트일 테고, 구태윤도 우리를 함부로 건드리지 못할 거라고. 언제까지 그 자식한테 목덜미 잡혀서 휘둘리고 살래?”정석주의 눈빛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내 어두운 낯빛으로 입을 열었다.“일단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해보자. 워낙 판이 큰일이라 섣불리 움직일 수는 없어.”임혜숙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천천히 생각해봐.”...외할머니와 한참 동안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눈 정루아는 병원을 나와 김철웅을 불러냈다.“루아 씨, 무슨 일이에요?”김철웅이 시원시원한 목소리로 물었다.정루아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조사할 게 좀 있어서요.”“말씀만 하세요.”김철웅의 표정이 단숨에 진지해졌다.“일단 첫 번째는, 8년 전에 미래 마을에서 지진이 났을 때 제가 사람을 구한 적이 있었거든요? 당시 구조 대상자의 신상을 정확하게 좀 알아봐 줘요.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당연히 구태윤이라고 믿고 살았는데, 최근에 알고 보니 아니라고 하더라고요.”정루아는 숨을 한번 크게 몰아쉬며 속내를 털어놓았다.앞서 이연희가 뒷조사를 해봤지만 도무지 꼬리가 잡히지 않았다.원래는 직접 파고들려고 했지만, 눈코 뜰 새 없이 터지는 일들에 발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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