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이연희가 답장했다.[후... 접수 완료!]무려 3천만 원짜리였다.심지어 한정판이라 프리미엄이 붙어 더 높은 가격으로 되팔 수 있었다.이연희는 살면서 이렇게 큰 용돈을 만져본 적이 없었다.‘역시 내 친구가 최고네!’...정루아는 탈진한 사람처럼 침대 위에 모로 누웠다.이미 지칠 대로 지쳐 눈을 감자마자 아득한 꿈속으로 빠져들었다.병원.정시연은 좀처럼 밖으로 나갈 수 없어 조바심이 났다.구태윤이 정석주를 압박해 정루아에게 사과하게 했으니, 부녀 사이는 갈수록 악화할 게 분명했다.이런 흥미진진한 구경거리를 직접 보지 못하다니, 너무 아쉬웠다.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정석주에게 전화를 걸어 무슨 상황인지 물었다.정석주의 목소리에는 짙은 피로가 묻어났다.“시연아, 네 엄마가 지금 심장병으로 입원했다.”“네? 뭐라고요?”정시연은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미묘한 눈빛과 달리 목소리만큼은 걱정이 가득했다.“어쩌다 그렇게 된 거죠? 아빠, 대체 오늘 밤에 무슨 일이 있었어요?”정석주가 말했다.“루아가 집이랑 인연을 끊겠다고 해서, 네 엄마가 충격을 받고 쓰러졌어.”정시연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죠? 안 그래도 힘든 엄마 가슴에 대못을 박다니... 아빠, 지금 어느 병원이에요? 제가 갈게요.”정석주는 극구 만류했다.“됐다, 넌 그냥 쉬어라. 네 엄마도 방금 겨우 잠들었으니 괜히 깨우지 않는 게 낫겠어.”“네, 그럼 전 내일 찾아뵐게요.”정시연은 고분고분 대답한 뒤 전화를 끊었다.어두컴컴한 병실 안, 창밖을 내려다보는 그녀의 얼굴에 통쾌한 미소가 번졌다....다음 날.정루아는 씻고 나와 곧장 구명 그룹으로 향했다.보이스 랩이 구명 그룹의 한 부서로 편입되면서 사무실 위치도 바뀌었기 때문이다.엘리베이터에서 나온 그녀는 마침 앞으로 지나가는 정호를 발견했다.“감독님.”정루아가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정호는 복잡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이제 출근할 만해요?”“네.”정루아가 고개를
구태윤의 관자놀이에 핏줄이 툭 불거졌다.온몸으로 자신을 거부하는 정루아의 태도에 목소리가 한층 더 낮게 가라앉았다.“나를 다른 사람한테 보내겠다고?”정루아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얼른 그 모자한테 가 봐, 어서.”하지만 구태윤은 성큼성큼 다가와 심연같이 깊은 눈동자로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전에도 그러더니, 또 나를 멋대로 내치겠다고? 지금 장난해?”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는 정루아를 번쩍 안아 들고 침실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이거 놔!”깜짝 놀란 정루아가 비명을 질렀다.하지만 곧바로 침대 위로 내동댕이쳐졌고, 뒤이어 거대한 체구가 압박해 오는 바람에 옴짝달싹할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그녀의 눈시울이 벌겋게 달아올랐다.“이제 당신 붙잡지도 않잖아! 도대체 나한테 뭘 바라는 건데?”예전에 그가 정시연 모자를 찾아가는 일로 불만을 토로하면, 생떼나 부리는 여자로 치부했었다.그런데 막상 양보해 주니까, 되레 화를 냈다.도대체 원하는 게 뭔지 알 수가 없었다.구태윤의 눈동자가 어둡게 가라앉았다.맑은 눈에 서린 짜증과 무심함에 이성을 잃은 나머지 그대로 손을 뻗어 그녀의 옷을 찢어 내렸다.정루아는 기겁하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안 돼, 이러지 마. 싫어, 너 강제로 하면 절대 가만 안 둬.”악을 쓰듯 발버둥 치자, 구태윤은 아예 그녀를 뒤집어 침대에 엎드리게 했다.결국 옴짝달싹 못 하는 신세가 되었다.상의가 찢겨 나가며 서늘한 공기 중에 살결이 노출됐다.정루아는 몸을 움츠리며 죽을힘을 다해 이불을 움켜쥐었다.하지만 뒤에서 느껴지던 거친 숨소리는 이내 안정을 찾았고, 마치 시간이 정지한 듯 조용했다.곧이어 등에 난 상처를 조심스레 쓸어내리는 손길이 느껴졌다.상처가 아물며 간질거렸고, 그녀의 몸이 잘게 떨렸다.잠시 후, 구태윤의 잠긴 목소리가 나지막이 울려 퍼졌다.“약만 발라주고 갈게.”정루아는 눈을 감고 얼굴을 이불에 파묻었다.구태윤이 침대에서 내려와 문 쪽으로 향했다.경호원이 연고를 건네주자, 그는 침실로
그 모습을 본 정루아의 미간이 찌푸려졌다.택시 기사가 물었다.“어디로 모실까요?”정루아는 잠시 침묵하다가 현재 사는 아파트 이름을 말했다.기사는 그녀와 조수석에 앉은 구태윤을 번갈아 보더니 넌지시 물었다.“젊은 부부가 싸웠나 보네요?”정루아는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며 대꾸하지 않았다.오히려 구태윤이 태연하게 한마디를 얹었다.“제가 달래는 중입니다.”기사가 허허 웃으며 말했다.“손님, 마누라 달랠 땐 정성을 다해야 하죠. 일단 자세부터 낮추고 시작하는 거예요.”구태윤이 진지한 눈빛으로 기사를 바라보았다.“어떻게 하면 됩니까?”기사는 신이 나서 말을 이어갔다.“아이고, 신혼이라 아직 뭘 모르시네! 그게 뭐 어렵다고 가르쳐달래요? 엄청 간단하죠. 혹시 요리는 좀 해요? 마누라 좋아하는 걸로 정성껏 한 상 차려줘 봐요. 그리고 앞에 가서 무릎부터 딱 꿇는 거예요. 토 달 생각은 꿈도 꾸지 말고, 무조건 ‘내가 죽일 놈이다’ 하고 싹싹 빌면 금방 풀려요.”구태윤은 진지한 표정으로 귀를 기울였다.정루아는 살며시 눈을 감았다.무릎을 꿇는다니? 꿈도 야무졌다.만약 진짜 그런 일이 일어났다면, 그건 구태윤이 아니라 가짜겠지!겉으로는 털털하고 붙임성이 좋아 보이지만, 실상은 오만함과 자존심이 하늘을 찌르는 남자였다.게다가 성격은 어찌나 고집스러운지, 한번 굳힌 생각을 번복하는 법이 없었다.그러니 자신이 틀렸다고 인정할 리가 만무했다.정루아는 그저 한 귀로 흘려듣는 우스갯거리 정도로 치부했다.잠시 후 아파트 입구에 도착하자, 정루아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차에서 내렸다.그 모습을 본 택시 기사가 너털웃음을 지었다.“마누라가 단단히 화가 났나 봐요. 손님한테 눈길 한번 안 주네. 분발 좀 해야겠어요.”“네, 노력하겠습니다.”구태윤이 무덤덤하게 대답하고, 곧바로 휴대폰을 꺼냈다.“요금 이체해드려도 되죠?”그리고 무려 200만 원이라는 거액을 보냈다.택시 기사는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저기, 손님! 돈을 너무 많이 줬는데요?”
정루아의 마음속에는 서러움과 슬픔, 분노가 격렬하게 일렁였다.하지만 의식을 잃고 누워 있는 임혜숙의 파리한 얼굴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 울컥 솟구치던 감정들이 거대한 손에 억눌린 듯했다.그녀는 한쪽에 서서 조용히 기다렸다.전화를 끊고 돌아온 구태윤은 창백한 낯빛의 정루아를 보자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제일 유명한 심장병 전문의를 초청했으니 며칠 내로 도착할 거야. 아무 일 없을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정루아의 긴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붉은 입술을 굳게 다물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구태윤은 다시 정석주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어느덧 목소리는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일이 이 지경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루아 탓을 하는 걸 보니, 이미 선택을 내리신 모양이군요.”정원 그룹과 양녀 사이에서, 그는 정시연을 선택한 것이다.정석주의 얼굴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결국 분노를 참지 못하고 구태윤을 노려보며 소리쳤다.“자네 진짜...!”하지만 차마 말을 이어가지는 못했다.구태윤은 칠흑처럼 어두운 눈동자로 그를 조용히 바라보았다.자신이 병실을 떠나기 전까지는 정석주에게 아직 번복할 기회가 남아 있다.그러나 뒤도 돌아보지 않고 이대로 발길을 돌리는 순간, 상황은 완전히 통제 불능에 빠져들 터였다.정석주는 마지못해 백기를 들었다.이내 한풀 꺾인 모습으로 정루아를 바라보며 말했다.“루아야, 내가 너를 오해했구나. 손찌검까지 하는 게 아니었는데... 앞으로는 절대 이런 일 없을 거다.”정루아의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구태윤은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돌아가서 좀 쉴래?”정석주가 나섰다.“태윤아, 정원 그룹은 루아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줄 곳이야. 부디 한 번만 선처해 줘.”그러나 구태윤은 대꾸 한마디 없이 오직 정루아의 반응만을 기다렸다.정루아는 고개를 저었다.“싫어. 안 가.”“그래, 그럼 나도 여기 같이 있을게.”구태윤은 의자를 끌어당겨 그녀를 앉혀 주었다.병실 안에는 다시 정적이 찾아왔다.얼마나 지났을까, 병상 위
“여보!”정석주는 깜짝 놀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달려왔다.임혜숙의 손이 정루아의 손가락을 스치고는 맥없이 툭 떨어졌다.정루아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저도 모르게 허리를 숙여 쓰러진 임혜숙을 끌어안았다.“엄마...?”목소리가 잘게 떨렸다.뒤에서 정석주의 고함이 들려왔다.“당장 구급차 불러!”한바탕 소동이 벌어진 끝에 임혜숙은 병원으로 실려 갔다.응급실 앞.정석주의 등이 굽어 있었고, 눈가의 주름이 한층 더 깊어진 것 같았다.그가 정루아를 바라보며 한숨을 푹 쉬었다.“네 엄마를 이 지경으로 만들고 나니까 이제 속이 좀 시원하냐?”정루아는 입술을 꾹 다문 채 굳은 얼굴로 침묵을 지켰다.그때 구태윤이 입을 열었다.“두 분이 끝까지 한 발짝도 안 물러서고 루아를 벼랑 끝으로 몰아붙여 놓고, 스스로 살려고 반항한 게 왜 루아 잘못이에요?”정석주가 미간을 찌푸리며 그를 노려보았다.“자네가 이렇게 위선적인 인간이라는 걸 이제야 똑똑히 알겠네.”이어 시선을 다시 정루아에게 돌리며 말했다.“루아야, 네가 이혼하겠다면 더는 말리지 않겠다. 구태윤은 냉혹하고 겉과 속이 다르며 이기적인 놈이야. 저런 남자와 계속 같이 산다면 넌 앞으로 더 지옥 같을 뿐이다.”구태윤은 눈을 가늘게 뜨더니, 싸늘한 어조로 말했다.“이 판국에 입조심 좀 하시죠.”명백한 경고였다.정원 그룹은 지금 바람 앞에 촛불처럼 위태로웠다.당장 파산하느냐 마느냐는 오로지 구태윤의 손에 달린 문제였다.자칫 잘못 건드렸다간 사사로운 정 따위는 눈곱만큼도 봐주지 않을 남자였다.정석주는 속에서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지금 당장은 참을 수밖에 없었다.반면, 굳게 닫힌 응급실 문을 바라보는 정루아는 마음이 심란했다.피를 말리는 기다림의 시간.속절없이 흐르는 시각만큼이나 불안과 초조함은 거세게 번져갔다.마침내 응급실 문이 열렸다.환자 침대에 실린 임혜숙이 밖으로 나왔다.정석주가 황급히 다가갔다.“선생님, 우리 집사람 괜찮은 겁니까?”의사가 대답했다.“심장 질환이
지극히 냉담한 태도에 임혜숙은 불쾌함이 밀려왔지만 억지 미소를 지어 보일 수밖에 없었다.이내 그녀는 종업원을 불렀다.“음식 준비해 주세요.”종업원이 고개를 숙였다.“네, 손님.”음식이 다 차려지자 임혜숙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루아야, 이거 다 네가 좋아하는 것들이야. 그동안 음식 가리느라 제대로 못 먹었을까 봐 주방장한테 특별히 부탁했단다. 어서 먹어 보렴.”하지만 정루아의 시선은 맞은편에 앉은 정석주에게 고정되어 있었다.정석주는 줄곧 입을 다문 채 어두운 표정을 지어 보이다가, 딸과 눈이 마주치자 한숨을 내쉬었다.곧이어 표정을 가다듬으며 말을 건넸다.“루아야, 지난번엔 아빠가 너무 홧김에 그랬다. 너한테 손을 대는 게 아니었는데... 다친 곳은 좀 괜찮니?”정루아의 속눈썹이 미세하게 떨렸다. 왈칵 차오르는 눈물을 꾹 참아 내며 물었다.“...하나만 물어봐도 돼요?”임혜숙이 고개를 끄덕였다.“응, 루아야. 말해 보렴.”정루아가 깊은숨을 내쉬었다.“두 분은 왜 그렇게 소시연한테 잘해 주는 거예요?”임혜숙의 눈동자가 흔들렸다.“데려온 아이니 당연히 잘해 줘야지. 십 년 넘게 우리 곁에 있었잖아. 이미 정이 들 대로 들어서 친딸이나 다름없는걸.”그리고 잠시 멈칫하더니, 타이르듯 진지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루아야, 시연이도 너랑 잘 지내고 싶어 해. 그 아이한테 기회 좀 주면 안 되겠니? 서로 노력하다 보면, 그동안 네가 참 많은 오해와 편견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될 거야...”정루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럴 일 없어요.”그리고 뒤돌아서는 순간, 벼락같은 호통이 울려 퍼졌다.“거기 서!”정석주가 테이블을 쾅 내리쳤다.“너 지금 태도가 그게 뭐야? 엄마가 좋게 달래면 좀 들은 척이라도 해야지. 맨날 똥 씹은 표정으로 앉아 있으면 다야? 우리가 너한테 무슨 빚이라도 졌어? 낳아주고 키워준 부모한테 감히 이따위로 굴어? 남편 시켜서 집안 회사 압박하고, 늙은 아비한테 사과까지 하게 만들어? 아주 머리가 굵어질 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