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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화

مؤلف: 낙화
점점 익숙해지는 길을 보며, 정루아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갔다.

그때, 그녀의 휴대폰이 울렸다.

확인해 보니 이연희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

“여보세요.”

“루아야, 네 결혼반지 내일 저녁에 경매 나가. 후회되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이연희는 경매 일정을 다 정해 놓고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다시 확인 전화를 했다.

“후회 안 해.”

정루아의 목소리는 아주 평온했다.

“그대로 진행해. 돈 들어오면 너 여행 보내줄게.”

이연희는 전혀 기뻐 보이지 않고 오히려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루아야, 정말 괜찮은 거야? 그 결혼반지는 너희가 함께 걸어온 시간을 증명하는 물건이잖아.”

정루아의 손가락이 살짝 오그라들었다.

아까까진 별 느낌이 없었는데 지금은 손바닥이 따끔하며 화끈거렸다.

그녀는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

“하지만 그 반지를 볼 때마다 지난 몇 년간 내가 얼마나 우스운 사람이었는지만 떠올라.”

이연희는 더는 말을 잇지 않았다.

정루아는 피식 웃으며 덧붙였다.

“됐어. 그냥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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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년의 짝사랑을 폐기 처분합니다   제198화

    “정시연은 그냥 형수님에 불과해요. 형님 체면을 봐서 어느 정도 돌봐주는 것뿐입니다. 하지만 루아는 내 아내예요. 그 누구도 루아 다치게 하는 거, 절대 용납 못 합니다.”구태윤이 주위를 압도하는 매서운 기세를 뿜어내며 낮게 읊조렸다. 정석주에게는 더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그는 다시 병상 위에 누워 있는 정루아를 바라보았다. 등 쪽에 입은 상처는 대략 처치가 끝난 상태였다.소독 후 약까지 바른 터라, 이제 염증을 가라앉히는 주사를 맞을 차례였다.병상이 병실 안으로 옮겨지자, 구태윤이 차가운 목소리로 경호원들에게 명령했다.“나 외에는 아무도 이 병실에 들여보내지 마.”“네, 알겠습니다.”경호원들이 일제히 대답했다.문밖에서 가로막힌 정석주의 얼굴이 흉하게 일그러졌다.자신을 대하는 구태윤의 태도에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었다.‘내가 엄연히 장인어른이거늘, 어떻게 나를 이토록 철저히 무시할 수 있단 말인가!’이내 콧방귀를 뀌고는 몸을 돌려 가버렸다.구태윤이 설마 감히 자기에게 함부로 대하기야 하겠는가.그것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밤이 깊어 갈수록 병실 안은 기묘하리만치 고요해졌다.정루아는 통증 때문에 잠에서 깼다. 등 뒤에서 끊임없이 밀려오는 아픔에 저도 모르게 숨을 들이켰다.눈을 뜨자 옆으로 누워 있는 자기 모습이 보였다.손등에는 링거 바늘이 꽂혀 있었고, 병상 앞에는 구태윤이 앉아 있었다.그는 정루아가 깨어난 것을 보고 나직이 물었다.“목은 안 말라?”정루아의 눈동자에는 짙은 절망이 감돌았다.이내 메마른 목소리로 내뱉었다.“이번 한 번 막았다고 끝인 줄 알아? 당신이 이혼해주지 않는 한, 난 절대 정시연 가만 안 둬.”구태윤의 짙고 수려한 눈썹이 찌푸려졌다.“루아야, 고작 남 좋은 일 시키자고 네 몸까지 망쳐가면서 이래야겠어?”“날 위해서 하는 일이야.”정루아의 말투는 기이할 정도로 차분했다.“감옥에 가는 걸로 당신과 끝낼 수 있다면, 난 그 대가가 뭐든 기꺼이 받아들일 거야.”구태윤의 관자놀이에 푸른

  • 8년의 짝사랑을 폐기 처분합니다   제197화

    “태윤 씨, 흑흑... 루아가 대체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난 진짜 아무것도 안 했는데...”정시연이 즉시 울음을 터뜨리며 몸을 뒤로 뺐다.정루아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온통 공포로 가득 차 있었다.“미친년! 짐승만도 못한 게 이제 사람까지 죽이려 들어? 매질을 덜 했나 봐.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는 거 보니.”정석주가 노발대발하며 고함을 질렀다.임혜숙은 입을 틀어막은 채 경악을 금치 못했다.“루아야,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어?”병실 안의 모든 이들이 정루아를 향해 비난을 퍼부었다.하지만 정루아는 그들의 목소리 따위 들리지 않는 듯, 오로지 자기 손목을 움켜쥔 커다란 손을 따라 고개를 들었다.시선이 닿은 곳에는 한 남자가 있었다.수려하면서도 날카로운 얼굴은 딱딱하게 굳었고, 깊고 어두운 눈동자는 그 어떤 감정도 읽어낼 수 없었다.“루아야, 이러지 마.”나지막한 목소리가 잔잔하게 울려 퍼졌다.정루아는 입술을 달싹이며 말을 내뱉으려 했으나, 눈앞이 핑 돌더니 그대로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구태윤이 그녀를 품에 안아 올렸다.그리고 등에 난 상처를 조심스럽게 피하며, 거침없는 걸음으로 병실을 나서 의사를 찾아갔다.“아빠, 엄마. 아무래도 전 더는 이 집에 남아 있으면 안 될 것 같아요. 루아의 오해가 갈수록 깊어지니 이젠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차라리 원래 성 씨로 다시 바꾸고, 앞으로는 두 분을 보러도 안 올게요. 길러주신 은혜에 보답하며 평생 효도하고 싶지만... 아직 죽고 싶진 않거든요.”정시연은 서럽게 흐느끼며 세상에서 가장 슬프고 억울하다는 듯 눈물을 쏟아냈다.정석주의 얼굴이 싸늘하게 식어갔다.“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정루아가 미쳐서 안하무인으로 날뛰는 것뿐이야. 아빠가 네 카드에 천만 원을 더 넣어줄게. 넌 그저 몸조리나 잘하거라. 경호원들을 더 붙여서 철저히 지키게 할 테니, 다신 그런 일 없을 거다.”임혜숙은 비로소 정신이 들었다. 이내 재빨리 과도를 치우고는 안타까운 눈빛으로 정시연을 달랬다.“시연

  • 8년의 짝사랑을 폐기 처분합니다   제196화

    정루아는 한마디 대꾸도 없이, 그저 거칠게 숨만 몰아쉬었다.정석주가 채찍을 툭 던지며 싸늘하게 명령했다.“얘 데리고 병원으로 가.”경호원들이 다가와 그녀를 일으켜 세우더니 밖으로 끌고 나갔다.정루아는 버둥거릴 힘조차 없었다. 미세한 움직임에도 등에서 극심한 통증이 밀려왔다.차량 뒷좌석에 짐짝처럼 처박혔을 때, 그녀의 정신은 이미 아득하게 흐려져 있었다.한편, 정루아를 은밀히 동행하며 지키고 있던 구태윤의 경호원들은 이 참혹한 광경을 목격하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그중 한 사람이 떨리는 손으로 황급히 구태윤에게 전화를 걸었다....소독약 냄새가 코끝을 찌르는 병원.정석주가 병실 문을 열고 들어섰다.병상에는 정시연이 누워 있었고, 그 곁에는 임혜숙이 앉아 사과를 깎고 있었다.“아빠? 이 늦은 시간에 어쩐 일이세요?”그를 발견한 정시연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정석주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루아 데리고 사과하러 왔다.”정시연은 흠칫 놀라며 황급히 손사래를 쳤다.“아니에요, 아빠. 루아가 뭐 고의로 그랬겠어요? 전 정말 괜찮...”하지만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경호원들에게 질질 끌려 들어오는 정루아를 발견했다.그녀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본능적으로 몸을 일으켰다.“루아야...!”“세상에나!”깜짝 놀란 임혜숙이 비명을 질렀다.손에 들고 있던 사과가 바닥으로 툭 떨어져 데구르르 굴러갔다.그녀는 허둥지둥 달려가 정루아를 부축하고 안절부절못하며 살폈다.“이게 무슨 난리야...”곧이어 정루아의 등에 난 상처를 발견하고는 고개를 들어 정석주를 바라보았다.어느덧 목소리마저 떨리고 있었다.“당신, 당신이 루아를 때렸어?”정석주는 굳은 얼굴로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말을 안 들으니 매운맛을 좀 보여준 거지.”임혜숙의 얼굴이 고통과 슬픔으로 일그러졌다.“아무리 그래도 애한테 손을 대면 어떡해! 조곤조곤 타이르면 될 일을.”그리고 안쓰러운 표정으로 물었다.“루아야, 많이 아프지? 엄마가 당장 의사 불러올게.”“가지 마.”

  • 8년의 짝사랑을 폐기 처분합니다   제195화

    정루아는 무표정하게 문을 열었다. 눈빛은 극도로 경계심이 가득했다.현관 너머로 벌어진 연극을 그녀는 안에서 전부 지켜보고 있었다.분노가 치밀어 올랐지만, 동시에 깊은 무력감도 밀려왔다.결국 자신이 이 집안의 딸이라는 이유만으로 경찰조차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경찰이 말했다.“아버님이 걱정돼서 찾아오신 모양인데, 굳이 신고까지 할 필요는 없잖아요.”정루아는 입을 꾹 다물고 생각에 잠겼다.“사람을 저렇게 떼거리로 몰고 오는데, 저를 해코지하려는 줄 알았죠.”“그게 무슨 헛소리야! 다 널 걱정하고 지켜주려고 데려온 사람들인데. 루아야, 그만 고집 피우고 아빠 좀 들어가게 해줘. 통 연락도 안 닿고, 아빠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모른다.”정석주는 천연덕스럽게 연기를 이어갔다.정루아의 시선이 경찰을 향했다.“전 이 사람을 집안에 들이고 싶지 않아요.”“정루아!”정석주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어졌다.하지만 집안싸움에 경찰이 개입하기란 한계가 있었다.결국 하나같이 곤란한 기색을 비치며 먼저 자리를 떴다.정루아는 다시 문을 닫으려 했지만, 눈치 빠른 경호원이 재빨리 문짝을 움켜쥐며 그녀를 제지했다.그녀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고, 눈동자에는 짙은 경계심이 서려 있었다.“이게 뭐 하는 짓이에요!”정석주는 서늘한 눈빛으로 쏘아보며 말했다.“남을 다치게 해놓고, 유치장에서 하룻밤 묵었다고 다 해결된 줄 아느냐? 정루아, 넌 아직 언니한테 사과도 안 했어.”정루아는 이를 악물었다.그럼 그렇지, 부모가 자신을 찾아올 때면 항상 정시연 문제뿐이었다.밀려오는 피로감에 그녀가 지친 듯 내뱉었다.“우리 유전자 검사나 한번 해봐요.”“아직도 헛소리야!”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정석주는 뒤에 있던 경호원에게 손을 뻗었다.“채찍 가져와!”그는 만반의 준비를 하고 온 모양이었다.정루아는 연신 뒷걸음질 쳤다.얼굴은 창백하게 질려 있었고, 목소리는 씁쓸함이 묻어났다.“내 몸에 손대지 마요! 소시연 밀친 적 없으니까.”“아직도 말대꾸냐? 언니는

  • 8년의 짝사랑을 폐기 처분합니다   제194화

    한층 어두워진 잘생긴 얼굴을 보니 정루아는 기분이 조금 풀리는 것 같았다.그녀가 물었다.“나 이제 가도 되지?”구태윤은 가늘고 긴 눈매로 그녀를 그윽하게 바라보았다.“안 돼.”하지만 정루아는 이미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향해 걸어갔다.굳이 제 몸을 고생시키고 싶지도 않았고, 배를 채운 이상 이곳에 더 머무를 이유도 없었다.경호원이 가로막았지만, 그녀는 앞만 보고 직진했다.금방이라도 부딪힐 듯 아슬아슬한 거리에 경호원이 기겁하며 손을 내렸다.그냥 막는 것과 신체 접촉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만약 사모님의 손가락 하나라도 건드렸다간, 제 손목이 무사하지 못할 터였다.정루아는 빠른 걸음으로 별장을 나섰다.경호원의 시선이 거실 안에 있는 남자를 향했다.구태윤은 그녀의 뒷모습을 응시하며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계속 감시해. 들키지 않게.”“네, 알겠습니다.”...아무도 따라오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정루아는 안도의 숨을 내쉬며 긴장을 풀었다.어느덧 밤이 깊어 가고, 화려한 불빛이 도시를 밝혔다.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온 그녀는 무심코 휴대폰을 켰다가 업무 단톡방의 이름이 바뀐 것을 발견했다.프로젝트 매니저가 단톡방에 회사의 인수합병 소식을 올렸다.이제 보이스 랩은 구명 그룹 산하의 미디어 부서가 되어 있었다.정루아의 미간이 찌푸려졌다.이번에는 또 무슨 꿍꿍이란 말인가? 멀쩡한 회사를 갑자기 인수하다니.그때, 정호에게서도 메시지가 도착했다.[회사는 인수되었지만 프로젝트는 계속 진행해야 합니다. 아직 녹음 분량이 절반이나 남았으니, 사직서 낼 생각은 꿈도 꾸지 마세요.]마치 그녀의 속마음을 꿰뚫어 보기라도 한 듯, 한발 앞서 퇴사 생각을 잘라버린 것이다.정루아는 짤막하게 ‘네’라고 답장을 보낸 뒤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었다.바로 그 순간, 초인종 소리가 울려 퍼졌다.의아한 마음에 인터폰 화면을 확인하자 문 앞에 서 있는 정석주가 눈에 들어왔다.여긴 왜 또 온 거지?쾅, 쾅!생각이 스치기 무섭게 현관문이 부

  • 8년의 짝사랑을 폐기 처분합니다   제193화

    정루아가 대답했다.“응, 진욱 씨도 조심하고.”“알았어.”배진욱이 다정하게 말했다.바로 그때, 침실 문이 열리며 구태윤이 안으로 들어왔다.앞치마를 두른 채 심연 같은 눈동자로 그녀를 응시했다.“루아야, 깼으면 내려와서 밥 먹어.”크지도 작지도 않은 목소리였지만, 휴대폰 너머로 똑똑히 들릴 만한 크기였다.배진욱이 잠시 침묵하더니 말했다.“그럼 방해하지 않을게. 다음에 시간 나면 같이 밥 먹자.”“응.”정루아는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그리고 구태윤을 무시한 채 침대에서 내려와 욕실로 향했다.갈아입을 옷까지 챙겨 드는 모습에 구태윤도 딱히 붙잡지 않았다.샤워를 마치고 나니 한결 개운해진 기분이었다.1층으로 내려가자 이미 식탁 위에 음식이 차려져 있었다.구태윤은 거실 소파에 앉아 휴대폰으로 한창 답장을 보내는 중이었다.정루아는 그를 힐긋 쳐다보고는 곧장 현관문 쪽으로 걸어갔다.“루아야.”그대로 지나치려는 그녀를 보자, 구태윤이 나지막이 이름을 불러 세웠다.정루아는 들은 체도 않고 발걸음을 재촉했지만, 문을 열자마자 입구를 가로막고 선 경호원들을 마주쳤다.그녀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이게 무슨 짓이야?”정루아는 고개를 홱 돌렸다. 물기 어린 눈동자가 분노로 이글이글 타올랐다.구태윤이 덤덤하게 말했다.“너랑 밥 같이 먹으려고. 날 본체만체해도 좋으니까, 밥은 먹고 가.”정루아의 손이 힘이 불끈 들어갔다.그녀가 나가버릴 것을 진작에 예상하고 경호원들을 대기시켜 둔 게 분명했다.‘치사한 놈!’때마침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제 몸을 상해가면서까지 고집 부릴 생각은 없었다.그녀는 식탁으로 걸어가 자리를 잡고 밥을 먹기 시작했다.그제야 싸늘하게 식었던 구태윤의 표정이 조금은 누그러졌다.설령 억지로 곁에 붙잡아 둔 것에 불과할지라도 상관없었다.정루아는 시선을 내리깐 채 무표정한 얼굴로 식사에만 열중했다.구태윤은 그녀를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가슴 한구석에서 정체 모를 씁쓸함과 시린 통증이 밀려들었다.예전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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