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ICIAR SESIÓN상견례라는 큰 산을 무사히 넘고 본격적인 결혼 준비가 시작되자,남해 연실군은 또 한 번 발칵 뒤집어졌다.서울의 화려한 청담동 웨딩숍 대신 연실군의 푸른 자연을 배경으로 한야외 스몰 웨딩을 치르기로 결정하면서,서나래의 절친인 약사 지은과 방사선과 김 선생, 마취과 최 선생이자칭 '태풍·나래 웨딩 추진위원회'를 기습 결성했기 때문이다."야, 서나래! 서울의 뻔한 빌딩 웨딩홀은 지겨워. 청정 남해 바다가 바로 천연 배경인데 왜 비싼 돈을 들여? 내가 드레스랑 부케, 야외 연회장 장식은 싹 다 책임진다!"지은이 약국 앞마당에서 호기롭게 외쳤다.김 선생 역시 개인 소장 중인 최고급 DSLR 카메라 장비를 꺼내 들며전담 웨딩 스냅 작가를 자처했고,최 선생은 "피로연 음식은 내가 연실군 이장님들과 협의해서최고급 자연산 회와 해산물 요리로 세팅하겠다"며 팔을 걷어붙였다.정작 결혼식의 주인공인 강태풍과 서나래보다 주변 동료들이 더 신나서온 동네를 헤집고 다니는 유쾌한 진풍경이 벌어졌다.강태풍은 어색한 정장 대신 차분한 셔츠 차림으로,서나래는 하얀 원피스를 입고 지은이 강력히 추천한 바닷가 언덕으로 야외 촬영을 나갔다."강 팀장님, 고개를 좀 더 강 과장 쪽으로 돌리시고! 아, 눈빛에서 꿀이 뚝뚝 떨어지게 하란 말입니다! 지금 재난 현장 감독하러 오셨습니까?"김 선생의 열정 넘치는 호통에 강태풍은 쑥스러운 듯 껄껄 웃으며서나래의 허리를 확 끌어당겼다.밀려드는 푸른 파도와 바닷바람에 흩날리는 서나래의 하얀 원피스,그리고 서로를 바라보는 진실한 눈빛이 어우러지며그 어떤 청담동 스튜디오 부럽지 않은 최고 수준의 인생 화보가 완성되어 가고 있었다.서울을 떠나 남해 연실군에 둥지를 튼 동료들이 만들어내는 끈끈한 정과 웃음은,두 사람의 예식을 단순한 가문의 행사가 아닌 마을 전체의 따뜻하고 찬란한 축제로 만들어가고 있었다.
결혼식을 무사히 치르고 서울에 둥지를 튼 도훈과 수아 신혼부부의 주말.남해 연실군의 바람 소리 대신 빽빽한 서울 빌딩 숲의 시티 뷰가 펼쳐진 거실에는아침부터 시끌벅적한 온기가 가득했다.연실군에서 함께 생사를 넘나들며 동고동락했던 구조대 동료들과강태풍, 강서나래 커플을 초대한 신혼집 집들이 날이었기 때문이다.평소 현장에서는 냉철한 판단력으로 팀을 이끌던 차도훈 반장이었지만,오늘만큼은 앞치마를 둘러매고 칼질에 여념이 없었다."민 순경, 아니 민수아 씨. 간장 양념은 내가 조절할 테니까 수아 씨는 과일만 좀 깎아주십시오. 지난번처럼 찌개에 고춧가루 폭탄 투하하면 안 됩니다."도훈이 능청스럽게 미소를 지으며 수아를 놀리자, 수아가 볼을 부풀리며 주먹을 쥐어 보였다."차 반장님! 저 이제 예전의 요리 파괴자 민수아 아닙니다만? 오늘은 야심 차게 준비한 특제 해물 파스타가 기다리고 있거든요!"약속 시간이 되자 손님들이 하나둘 들어서며 집 안은 금세 경쾌한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강태풍 팀장은 손에 거대한 휴지 묶음과 과일 바구니를 들고 들어서며특유의 각 잡힌 목소리로 축하를 건넸다."차 반장, 아니 처남! 신혼집 배치가 아주 완벽합니다! 배산임수의 명당이 따로 없군요!"뒤따라 들어온 서나래 과장이 강태풍의 옆구리를 살짝 찌르며 웃었다."태풍 씨, 여기 해경 관사 아니거든요? 오늘만큼은 제발 긴장 좀 풀어요."모두가 식탁에 둘러앉아 술잔을 기울이며 연실군에서의 추억을 회상하던 중,드디어 수아가 야심 차게 준비한 해물 파스타가 식탁 중앙에 등장했다.모두의 기대 어린 시선이 집중된 순간,거실 구석에 놓인 스마트 오븐 쪽에서 훅 하고 매캐한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수아가 파스타와 함께 곁들일 마늘빵을 오븐에 넣어두고 타이머 맞추는 것을 까맣게 잊어버린 것이었다."어? 연기다!" 수아가 놀라 비명을 지르며 달려가려 하자,베테랑 소방관인 도훈의 몸이 본능적으로 먼저 반응했다.도훈은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오븐 앞으로 뛰어들어 전원
강태풍의 벼락같은 "보고드리는 바입니다!" 폭풍이 휩쓸고 간한정식집 방 안에는 순식간에 정적이 감돌았다.식탁 밑으로 강태풍의 허벅지를 꼬집은 서나래는 창피함에 얼굴이 불타올랐고,강태풍은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긴장한 표정으로장인어른이 될 강 원장의 입을 바라보았다.고요를 깨뜨린 것은 서나래 아버지의 호탕한 웃음소리였다."허허, 강 팀장! 자네는 의사 가문 장인 앞에서도 그렇게 군기가 바짝 들어있나? 내가 말이지, 상경례도 아니고 병원 원장실도 아닌 해경 통제실에 앉아있는 줄 알았네."강 원장의 말에 강태풍은 빳빳하게 굳은 자세로 또다시 고개를 숙였다."시정하겠습니다! 오랜 현장 복무로 인해 고착화된 직업적 언어 습관이 노출되었습니다! 불쾌하셨다면 즉각 교정하도록 하겠습니다!""아이고, 이 놈아! 시정은 무슨 놈의 시정이냐!"옆에 앉아있던 강태풍의 아버지가 참다못해 이번데는 강태풍의 허벅지를 찰싹 내려쳤다.그러고는 강 원장을 향해 손사래를 치며 털털한 사투리로 거들었다."사돈 어르신, 이해해 주십시오. 이 미련한 놈이 평생 바다에서 파도랑 싸우고 상사들 명령만 받다 보니, 정작 제일 예쁘고 귀한 의사 아가씨 부모님 앞에서는 머릿속이 하얗게 붉어진 모양입니다. 표현은 저렇게 딱딱해도, 우리 태풍이가 그래도 사람 하나는 진국이고 속이 바다처럼 깊습니다."요양원에서 이미 태풍의 따뜻하고 헌신적인 성품을 경험했던서나래 어머니 역시 찻잔을 들며 미소를 지었다."여보, 나는 오히려 강 팀장의 이런 정직함이 마음이 놓여요. 요즘 세상에 입만 번지르르하고 겉멋 든 청년들이 얼마나 많은데, 이렇게 긴장하면서까지 서나래와 우리 가문에 예의를 갖추려는 모습이 얼마나 믿음직스럽나요. 그리고 32년전의 우리 인연도 있구요... 의사로서 현장을 지키는 서나래 곁에 이런 단단한 사람이 있어 다행이에요.""32년전이라니....무슨.... 혹시...""강 팀장, 아직 말씀 안 드렸군요?""아, 아버지.. 이 분이 32년전 태풍의 눈에서 저를
연실군 보건소의 서나래 과장과 해경 구조대 강태풍 팀장의 상견례 날.장소는 정갈한 한정식집이었지만,방 안의 공기는 흡사 남해의 한겨울 성난 파도처럼 차갑게 얼어붙어 있었다.서나래의 아버지는 서울 종합병원의 원장이자 의학계의 거목이었고,어머니 역시 한때 현장을 누비던 의사 출신이었다.비록 강태풍이 지난번 서나래의 집과 요양원에서 부모님을 찾아뵙고진심 어린 인사를 올렸던 바 있지만,정식으로 양가가 한자리에 모인 상견례 자리가 주는 무게감은 차원이 달랐다.평생 거친 바다에서 그물망을 당겨온 어부인 강태풍의 아버지는연신 넥타이를 만지작거리며 굳어 있었고,서나래는 일주일 전부터 걱정했던 이 숨 막히는 구도가 현실이 되자 마른침을 삼켰다."강 팀장. 지난번 집에서 보았을 때도 느꼈지만 자네 인품이나 기상은 참 훌륭해."서나래의 아버지가 돋보기안경을 고쳐 쓰며 묵직한 어조로 첫 포문을 열었다.의학계의 대선배이자 엄격한 장인으로서,사위가 될 녀석의 그릇을 다시 한번 확인하려는 일종의 '장인어른 표 압박 면접'이었다."하지만 부모 마음이라는 게 그렇지 않나. 의사 가문에서 자란 우리 서나래가 서울의 대학병원 교수 자리도 마다하고 이 먼 남해 촌구석에 남겠다고 한 게 전부 자네 때문인것 같은데... 평생 현장에서 위험을 무릅쓰는 해경 남편을 두면서 겪을 마음고생을 생각하면 부모로서 가슴이 조마조마한 건 어쩔 수 없네."순간, 극도의 긴장감이 강태풍의 뇌리를 스쳤다.평소 듬직하고 여유롭던 강태풍이었지만,평생을 엄격한 상명하복의 해양경찰 조직에서 몸 바쳐온'제복 공무원'의 DNA가 하필 이 중요한 타이밍에 오작동을 일으키고 말았다.강태풍은 자신도 모르게 허리를 빳빳하게 펴고 턱을 바짝 당기더니,방 안이 쩌렁쩌렁 울리도록 각 잡힌 목소리로 외쳤다."그렇지 않습니다! 서나래 선생의 연실군 잔류는 본관의 강요가 아닌, 도서 지역 의료 공백을 메우겠다는 강 선생 본인의 숭고한 사명감에 따른 결정이었습니다! 또한 저 역시 해양경찰로서 강
수아와 도훈이 축복 속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정식 부부가 된 지도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다음 타자인 강태풍과 강서나래 커플의 상견례 자리가 마련되었다.당사자인 서나래는 일주일 전부터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바짝 긴장해 있었다.대대로 의사 가문에서 자라 평생 단정하고 격식 있는 삶을 살아온 서나래의 부모님과,연실군에서 평생 배를 몰며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온 거칠고 호탕한 어부 집안인 강태풍의 가족.살아온 환경과 분위기가 너무나 극명하게 달랐기에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었다.상견례 장소는 연실군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전통 한정식집이었지만,창밖으로는 남해의 파도 소리가 철썩이는 소박한 정취가 묻어나는 곳이었다.먼저 도착해 응원을 온 도훈과 수아 부부는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강태풍의 곁에서 든든하게 자리를 지키며 힘을 보텠다."강 팀장님, 어깨 좀 푸십시오. 재난 현장 들어갈 때보다 더 경직되어 있으십니다."도훈이 농담을 건넸지만 강태풍은 빳빳하게 다려 입은 정장이 어색한지연신 넥타이를 계속 잡아당길 뿐이었다.약속 시간이 되고 양가 부모님이 마주 앉자, 초반 분위기는 차가운 얼음판 같았다.서나래의 아버지는 처음 보았을 때와는 사뭇 다르게엄격하면서도 기품 있는 눈빛으로 강태풍을 바라보며 무거운 운을 뗐다."우리 서나래가 서울 00대학병원 자리를 마다하고 이 먼 시골까지 내려온다고 했을 때, 같은 의사로서도 그렇고 부모로서도 솔직히 속이 좀 상하긴 했습니다."서나래는 숨이 막히는 듯 입술을 바짝 말렸다.그때, 강태풍의 아버지가 털털하게 웃으며 서나래 아버지의 잔에직접 담근 귀한 오디주를 가득 따랐다."아이고, 사돈 어르신! 자식 키우는 부모 마음이야 다 똑같지요. 저 귀한 의사 선생님이 우리 촌구석에 내려와 어르신들 살려내는 거 보면, 저도 정말이지 매일 절을 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그런 대단한 아가씨가 우리 못난 아들놈 좋다고 곁에 있어 준다니, 제가 평생 업고 귀하게 모시고 다닐 겁니다. 이 시골 바다는 거칠어도, 우리
서울에서의 일상 복귀와 스펙터클했던 엘리베이터 고립 사건이 지나고 맞이한 주말.도훈과 수아는 연실군 지역 주민들의 간곡한 초청으로'연실군 재난 극복 감사 축제'에 귀빈으로 참여하게 되었다.연실군 현장에서 함께 목숨을 걸고 싸웠던 강태풍 팀장과 서나래 의사 커플 역시축제 현장에서 두 사람을 반갑게 맞아주었다.남해의 푸른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축제장은특산물 먹거리 장터와 화려한 조명으로 북적였다.지역 주민들은 연실군의 영웅인 소방관 차도훈과 경찰 민수아 부부를 알아보며연신 음료수와 특산물 상자를 손에 쥐여주었다.축제가 한창 무르익어 갈 무렵,도훈과 수아는 시끌벅적한 장터를 벗어나 노을이 아름답게 물드는 방파제 산책로로 향했다.해풍이 수아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흔들었다.수아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바다를 바라보다가,문득 자신의 왼손 약지를 만지작거리며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연실군 격류 수색 작전 당시 수아는손가락에 끼고 있던 두터운 예물 금반지를 잃어버렸다고 생각해도훈 몰래 속상해하고 있었던 참이었다."왜 그러십니까, 민 순경? 연실군 바다 보니까 지난번 수해 복구할 때 생각나서 그업니까?"도훈이 슬그머니 다가와 수아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물었다."아니요…… 실은 차 반장님한테 미안해서요. 우리 결혼식 올릴 때 맞춘 예물 반지 말이에요. 지난번 연실군 출동 때 수색하다가 바다에 빠뜨려서 잃어버린 줄 알았거든요.서울 돌아가서 다시 맞추려고 했는데……."수아가 미안함에 고개를 숙이자, 도훈은 허허 웃으며 점퍼 안주머니로 손을 넣었다."당신 진짜 바보입니까, 민수아 순경? 내가 소방관에 정밀 수색 전공인 거 잊었습니까? 민 순경이 수해 현장 임시 대피소 탈의실에 반지 벗어두고 그냥 나온 거, 내가 챙겨서 내 방화복 안주머니에 소중히 보관해 두었습니다."도훈이 주머니에서 꺼낸 작은 비단 주머니를 열자,석양빛을 받아 반짝이는 정식 예물 금반지가 모습을 드러냈다.수아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어? 이거 내 반지 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