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가면을 쓴 남편
가면을 쓴 남편
Penulis: 은지아

제1화

Penulis: 은지아
“조금만 살살해. 강현 씨... 더는 못 버티겠어.”

옆방에서 들려오는 달콤한 신음과 침대 머리가 벽에 부딪치는 소리가 송남지의 귀를 찢듯 들어왔다.

송남지가 손을 꽉 쥔 나머지 손바닥에 손톱이 박혔고 살이 쑤시는 듯 아팠다.

하지만 그 아픔도 가슴속에서 울리는 통증에는 미치지 못했다.

송남지는 가슴이 한 움큼씩 조여 오는 듯 숨이 막혔다.

오늘은 원래 송남지가 목숨을 끊겠다고 마음을 먹은 날이었다.

49일 전, 윤씨 가문에서 나쁜 소식이 전해졌다. 남편 윤해진과 첫째 윤강현이 탄 비행기가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이었다. 윤강현은 돌아왔지만 윤해진은 그 비행사고에서 죽었다고 했다.

그날 밤, 송남지는 울다가 실신했다.

윤해진이 떠난 지 49일이 되자 그 뒤로 송남지가 삶에 대한 의욕은 사라졌다.

송남지는 한 달이 넘도록 수면제를 모았고 그래도 윤해진 없이 혼자 살아가는 건 너무 외롭다고 느꼈다.

그래서 수면제를 들고 윤해진의 묘 앞으로 가려던 그날, 윤씨 가문의 정원에서 시어머니 손윤영과 장남 윤강현의 대화를 엿듣고 말았다.

“해진아, 너 말이야. 한 달이 넘었는데 상미는 아직 임신하지도 않았어. 혹시 상미 쪽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네가 형인 척해서 우리 가문에 씨를 남겨주려고 한 건데 상미는 기운도 없고 별다른 반응이 없어. 이러면 곤란한데... 원래 네 아내도 임신이 잘 안되는 체질이었으니... 우리 윤씨 집안도 참 애나구나.”

그 순간, 송남지는 정원에서 쓰러질 뻔했고 화단에 손을 짚은 채 번개를 맞은 사람처럼 한참 동안이나 정신을 잃었다.

의식이 흐려진 나머지 송남지는 자기 입을 막아 소리를 지르지 못하게 했고 입술을 꽉 깨물며 울음을 삼켰다.

그래서 송남지는 윤해진이 사실 죽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죽은 사람은 윤강현이었고 결혼 몇 년 동안 송남지가 아이를 못 낳자 윤씨 가문은 더러운 수단을 쓴 것이다.

송남지는 믿을 수가 없었다.

줄곧 함께 살았던 남편 윤해진이 이런 일을 저지를 사람이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과연 시어머니가 윤씨 가문의 대를 잇기 위해 한 짓일까?’

하지만 윤해진이 입을 열자 송남지의 환상은 산산이 부서졌다.

“엄마, 상미는 몸에 문제 없어요. 임신도 시간이 필요한 거고 저도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최선이라니.’

윤해진은 정말로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한 달 넘는 시간 동안 그는 거의 밤을 새며 쉬지 않고 아이를 만드느라 노력했다.

처음에는 사고 후 부부가 서로를 달래는 애정 표현이라 생각했지만 지금은 피도 안 마르는 역겨움만 남았다.

윤해진은 곧이어 말했다.

“엄마, 앞으로는 집 안에서 그런 말 하지 마세요. 만에 하나 상미가 들으면 견디지 못할 거예요. 원래 연약하고 겁이 많은 사람이라 형이 죽었다는 걸 알면 못 버틸 수도 있어요.”

그제야 송남지는 깨달았다.

윤해진은 절대 누구한테 강요당한 것이 아니었다.

윤해진은 스스로 허상미를 걱정하고 그녀를 지키려 했던 것이다.

송남지는 화단 옆에 털썩 주저앉아 쓴웃음을 지었다.

‘허상미가 윤강현의 죽음을 알게 되면 못 버틸지도 모른다니... 이게 말이 돼? 그렇다면 정작에 나 자신은 어쩌란 말이야. 허상미가 연약하고 겁이 많아 못 버티는 사람이라니...’

이건 그야말로 누가 들으면 웃고 마는 이야기였다.

이게 바로 송남지가 매일 맞이해온 남편의 진짜 얼굴이었다.

자신이 윤해진의 묘 앞에서 생을 마감하려고 왔다는 사실을 떠올리자 송남지는 얼굴을 꼬집고 싶어졌다.

혼자 다른 세상에서 쓸쓸히 외로워할까 봐 걱정했던 자신과 반대로 윤해진은 형수의 심신을 걱정했고 처자식을 위해 자신이 대신하려 했다. 사실 어쩌면 윤해진은 원래부터 그렇게 비정한 선택을 한 사람이었다.

송남지의 눈에서는 소리 없이 눈물이 흘러내렸고 그녀는 손에 쥔 수면제 병을 더욱 꽉 쥐었다. 과거 윤해진과 함께했던 달콤한 장면들이 슬라이드처럼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바로 그때 윤해진이 손으로 재생기를 꺼버린 듯 모든 기억이 단번에 멈춰 섰다.

송남지는 몰래 그들이 함께 지냈던 집으로 돌아왔다.

침대 옆 서랍 위에는 그들이 유럽으로 신혼여행 갔을 때 찍은 사진이 놓여 있었다. 사진 속 송남지는 환하게 웃고 있었고 지금의 웃음과는 너무도 달랐다. 지난 한 달 동안 송남지는 그 액자를 안고 있어야 겨우 잠이 들 수 있었다.

정말 우스웠다.

송남지는 그 액자를 내던져 깨뜨렸고 동시에 윤해진과 6년의 연애와 3년의 결혼 생활도 산산조각났다.

바로 그때 송씨 가문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사고 이후 송남지의 어머니는 매일 밤 전화를 걸어 위로했고 딸이 혹시라도 무너질까 봐 걱정하며 챙겨왔다. 오늘 밤도 예외는 아니었다. 다만 오늘은 어머니의 말투가 어딘가 망설이는 기색이었다.

“엄마, 하고 싶은 말 있으면 다 하세요. 우리는 모녀 사이인데 숨길 필요 없잖아요.”

딸의 말에 용기를 얻은 최미경은 곧바로 입을 열었다.

“남지야, 해진이가 떠난지 49일이 지났는데... 엄마가 이런 말 꺼내는 거 네가 마음 상할까봐 망설였어. 근데... 오늘 하씨 가문에서 연락이 왔어. 예전에 약속했던 걸 지키겠다고 하더라고.”

송씨 가문과 하씨 가문은 예전에 약혼을 한 사이였다. 다만 송씨 가문이 몰락하면서 더는 하씨 가문에 손을 내밀지 못했었다. 송남지는 자유 연애로 윤해진을 만나 결혼했으니 집안 사람들도 더는 하씨 가문에 그 일은 들추지 않았다.

최미경은 말을 이으며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엄마는 네가 당장 회복할 거라 생각하지 않아. 남지야, 엄마도 널 억지로 몰아붙이지는 않을 거야...”

말이 채 끝나기 전에 송남지는 최미경의 말을 재빨리 끊었다.

“엄마, 저 결혼할게요.”
Lanjutkan membaca buku ini secara gratis
Pindai kode untuk mengunduh Aplikasi
Komen (1)
goodnovel comment avatar
이호정
2025. 12. 22. AM. 03:50
LIHAT SEMUA KOMENTAR

Bab terbaru

  • 가면을 쓴 남편   제772화

    최보라는 입술을 삐죽이면서도 애정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윤양으로 가더니 아주 말대답만 청산유수가 됐어.”송남지가 웃으며 받아쳤다.“나 원래 옛날부터 말 한마디는 안 지지 않았나?”사실 최보라는 송남지의 농담에 기분이 상하기는커녕, 가족으로서 송남지의 그런 밝은 모습을 보는 게 훨씬 좋았다.농담을 던질 여유가 있다는 건 적어도 지금 당장 새까만 우울함 속에 갇혀 있지는 않다는 뜻이니까.“네가 아무리 말대답을 잘해도 난 포기 안 해. 지금 네 상황을 이모랑 이모부한테 알릴 수도 없으니, 두 분을 대신해서 나라도 널 챙겨야지. 얼른 괜찮은 남자친구 만들어서 이모랑 이모부한테 보여드려. 그래야 두 분도 자기 딸이 쫓겨났다는 생각에 억장이 무너지는 일은 없을 거 아냐. 난 진짜 두 분이 너 때문에 속상해서 병이라도 나실까 봐 무서워.”송남지는 입술을 꾹 다문 채 옅은 미소를 지었다.“언니가 무슨 마음으로 이러는지 다 알아. 내가 최대한 노력해 볼게, 응?”그녀와 하정훈 사이의 파경은 친정 식구들에게 철저히 숨기고 있었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지금 바깥세상에 파다하게 퍼진 소문들을 생각하면 송지환과 최미경이 인터넷에 둔감하다 쳐도 주변에서 주워듣는 말이 없을 리 없었다.당장 요즘만 해도, 대체 얼마나 바쁘면 하정훈을 데리고 친정에 밥 한 끼 먹으러 올 시간이 없냐는 전화가 이틀이 멀다 하고 걸려 오던 참이었다.전화를 끊고 나니, 송남지는 갑자기 앞에 놓인 향긋한 꽃차마저 맹물처럼 밍밍하게 느껴졌다.그녀는 휴대폰을 들어 최미경과 나눈 카톡 대화창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요즘 돌고 있는 그 지저분한 소문들에 대해 최미경도 넌지시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때마다 송남지는 언론이 자극적인 기사로 어그로를 끄는 것뿐이라며 능청스럽게 둘러댔다.하지만 부모님은 결코 호락호락한 분들이 아니었다. 이런 핑계가 계속 반복되고 하정훈과 함께 있는 모습조차 보여주지 못한다면, 두 분의 의심은 결국 사실로 굳어질 수밖에 없을 터였다.송남지는

  • 가면을 쓴 남편   제771화

    소윤은 눈물 콧물을 다 쥐어짜는 시늉을 하며 송남지에게 들러붙었다.“남지야, 네가 곁에 있다는 건 내 인생의 축복이야!”...어느덧 금요일 퇴근 시간, 송남지는 어김없이 최보라의 전화를 받았다.매주 금요일마다 잊지 않고 걸려 오는 일종의 생존 확인 전화였다.송남지는 수리스에서 비행기를 타고 돌아오자마자 하루 종일 업무에 시달린 터라, 집에 도착해 미처 숨을 돌리기도 전에 울리는 최보라의 전화가 버겁기만 했다.송남지는 어깨와 귀 사이에 휴대폰을 낀 채 마당 문을 열며 대답했다.“언니, 나 오늘은 언니랑 티키타카 할 기력조차 없어. 너무 피곤해.”그러자 최보라는 대뜸 걱정스러운 목소리를 냈다.“피곤하다고? 여준휘 그 인간이 너한테 일 다 떠넘겼어? 안 되겠다, 내가 당장 전화해서 한마디 할 테니까 걱정 마. 하기 싫은 일은 억지로 하지 마!”송남지는 마당으로 들어서며 스피커폰을 켜고는 다실로 걸음을 옮겼다. 그녀는 따뜻한 꽃차를 끓이며 창밖으로 깔리는 노을을 멍하니 바라보며 대꾸했다.“내 업무량은 딱 적당해. 언니가 이렇게 닦달하지만 않아도 내 피로의 절반은 사라질 것 같은데.”최보라는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어우, 말하는 싸가지 좀 보소. 나랑 통화하는 게 무슨 중노동이냐? 네가 피곤한 건 다 솔로 기간이 너무 길어져서 그래. 딱 기다려, 언니가 조만간 피로 회복제 같은 연하남들로 소개팅 쫙 쏴줄 테니까!”송남지는 쓴웃음을 지으며 울상을 지어 보였다.“세상에, 나한테 오늘 남자 소개해 주겠다는 소리, 언니가 딱 세 명째거든.”최보라는 안 믿긴다는 듯 목소리 톤을 높였다.“헐, 진짜? 세 명이나? 윤양에서도 네 인기가 여전하다니 한결 마음이 놓이네. 어차피 너 지금 돈도 안 아쉬운데 굳이 돈 많은 남자 찾을 필요 없잖아? 능력은 좀 딸려도 순둥순둥하고 파릇파릇한 애들로 만나봐. 이것저것 다 만나봐야 네 취향을 찾지.”송남지는 꽃차를 한 모금 머금었다. 짙은 꽃내음과 은은한 차향이 입안에 퍼지자 그녀는 지그시 눈을 감은 채 퇴근 후

  • 가면을 쓴 남편   제770화

    소윤이 다가와 송남지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녀의 등을 다정하게 토닥였다.“남지야, 너처럼 좋은 애는 그런 쓰레기 사랑에 목맬 필요 없어. 이제 내 미션은 딱 하나야. 너한테 정말 괜찮은 완벽남들 소개하는 거! 원래 새로운 사랑으로 구질구질한 옛사랑 잊는 게 진리잖아!”“아니...”송남지의 거절은 입 밖으로 나오기가 무섭게 소윤에게 묵살당했다.“이젠 네 마음대로만 해선 안 돼. 방어적인 태도는 버리고 일단 이런저런 남자들을 좀 만나봐야 한다니까? 이 언니가 다 겪어보고 하는 소리야. 내가 너 그 수렁에서 금방 빼내 줄게!”소윤의 넘치는 열정에 송남지도 더 이상 거절할 수가 없었다.점심 식사 후, 두 사람은 함께 사무실로 돌아왔다.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고 온 동료들이 모여 무언가 시끌벅적하게 떠들고 있었고, 가까이 다가가자 그 내용이 또렷하게 들려왔다.“SNS에 올라온 사진 봤어요? 하정훈은 대체 왜 이렇게 잘생긴 거야? 지팡이를 짚고 있는 모습조차 완전 화보가 따로 없다니까요.”“칫, 그게 어디 평범한 지팡이인가요. 듣자 하니 최고급 자단목을 가지고 최정상급 장인 수십 명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작품이라던데요. 그야말로 소재와 기술의 정수죠. 그건 단순한 지팡이가 아니라, 슈트와 완벽하게 어우러지는 하이엔드 패션의 결정체라고 봐야 해요.”소윤이 고개를 저으며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우리 회사 사람들은 참, 다 좋은데 저런 뜬소문이나 잘생긴 남자라면 아주 사족을 못 쓴다니까.”송남지는 그저 멋쩍은 미소만 지었다.하정훈은 누구라도 한 번 보면 시선을 빼앗길 만큼 완벽한 외모의 소유자였기에 그럴 만도 했다.동료들의 찬양은 끝이 없었다.“현 여자친구 병간호하러 베리히에 있는 병원까지 직접 동행했대요. 그 무뚝뚝하고 강인해 보이는 인상 뒤에 그런 순애보가 있을 줄 누가 알았겠어요. 저런 남자와 결혼한다면 진짜 소원이 없을 텐데.”대화가 끝날 무렵, 구석에 있던 다른 동료가 은밀한 목소리로 끼어들었다.“하정훈이 온 동네가 떠들썩하게 불꽃놀이를

  • 가면을 쓴 남편   제769화

    그녀는 애써 태연한 척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아기를 참 좋아하긴 하는데 안타깝게도 난 아이를 가질 수가 없어. 원래도 임신이 힘들었는데 배를 다친 이후로는 더 어려워졌거든.”소윤은 쥐고 있던 포크를 내려놓으며 안타까움과 속상함이 교차하는 얼굴로 물었다.“아니, 아이를 못 갖는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몸까지 상했다니? 요즘 의학이 얼마나 발달했는데 실력 있는 의사를 찾아가 보긴 한 거야? 어쩌면 방법이 있을지도 모르잖아...”그 말에 송남지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실력 있는 의사를 찾아보지 않았던가.’송남지는 시선을 아래로 떨구었다. 임신이 어렵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 하정훈은 늘 괜찮다고 다독였다. 그 후 손윤영에게 찔려 복부에 치명상을 입고 임신이 더욱 절망적이게 되었을 때도 하정훈은 한결같았다. 자신이 결혼하려는 사람은 송남지 너일 뿐, 아이를 낳아줄 여자가 아니라면서 말이다.그때의 그녀는 참으로 순진했다. 하정훈의 그 말을 철석같이 믿었기에 아이가 생기지 않는다면 억지로 매달리지 않고 마음을 비우려 했다.원래 아이란 인연이 닿아야 찾아오는 법이니 그저 제 인생에 자식 복이 옅은가 보다 여겼던 것이다.하지만 하정훈이 임승아를 임신시키기 위해 세계 최고의 병원들을 전전할 줄이야. 어떤 대가도, 그 어떤 번거로움도 마다하지 않는 그를 보며 뒤늦게 깨달았다.‘실은 그토록 아이를 원하던 사람이었구나...’송남지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어쩌면 하정훈은 나와 아이를 갖는 것 자체가 싫었을지도 모른다. 그 사람이 그토록 원했던 건, 오직 임승아와 자신 사이에 생길 아이뿐이었으니까.’그 생각이 뇌리를 스치자, 걷잡을 수 없는 비애감에 기어이 뜨거운 눈물이 왈칵 쏟아지고 말았다.화들짝 놀란 소윤은 자리에서 일어나 송남지의 뺨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었다.“남지야, 왜 그래? 혹시 병원에서 아예 희망이 없다고 확언이라도 한 거야? 괜찮아, 괜찮아. 여자 인생이 꼭 애를 낳아야만 완성되는 것도 아니잖아. 넌 이미 충분히 훌륭하고 멋진 사람이라

  • 가면을 쓴 남편   제768화

    소윤은 씩씩거리며 사무실을 뛰쳐나가는 원정민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소리쳤다.“호의를 베풀어도 고마운 줄을 모르네. 진짜 은혜를 원수로 갚는 것도 유분수지!”하지만 지금 송남지에게는 누가 은혜를 원수로 갚든 말든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녀의 온 신경은 오직 소윤의 부른 배에 쏠려 있었고 행여나 화를 내다 태아에게 무리라도 갈까 걱정될 뿐이었다.남편은 도시에 두고 홀로 윤양에 남아 일하는 주말부부 신세인 데다, 평소 시어머니의 텃세까지 겹쳐 맘고생이 심한 소윤이었기 때문이다.“소윤아, 참아. 저런 사람이랑 똑같이 굴 필요 없어. 안 먹는다니 우리가 한 상자 더 먹으면 오히려 좋지, 뭐!”송남지와 동료들의 다독임에 소윤의 감정도 서서히 진정되어 갔다.어느 정도 화가 가라앉자, 소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송남지에게 물었다.“남지야, 난 어쩔 땐 네가 진짜 신기해. 저런 진상을 겪고도 어떻게 그렇게 태연할 수 있어?”그러자 송남지는 입가에 씁쓸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진상? 내가 겪어본 진상들에 비하면 원정민 씨는 명함도 못 내밀걸. 그보다 네 몸이나 챙겨, 가뜩이나 홑몸도 아니잖아. 임신부한테 기분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데, 고작 이런 일로 스트레스받다가 탈 나면 안 돼.”송남지는 소윤의 기분을 확실히 풀어주려 점심시간에 맞춰 그녀를 밖으로 이끌며 제안했다.“아침에 화동에서 오는 길에 새로 오픈한 가게를 봤어. 요즘 매일 구내식당 밥만 먹어서 물렸지? 내가 맛있는 거 사줄게!”소윤은 송남지의 팔짱을 끼며 반색했다.“어쩜, 넌 정말 센스쟁이라니까! 일주일 동안 너 없어서 맨날 구내식당만 갔더니 이젠 식당 근처 냄새만 맡아도 속이 울렁거릴 지경이었거든. 사실 그 식당 나도 진작에 봐뒀던 데야. 너 돌아오면 같이 가려고 꾹 참고 아껴뒀단 말이지!”밖으로 나온 윤양의 거리는 꽤 북적이고 있었다.봄은 윤양을 여행하기 딱 좋은 시기라 거리에는 관광객들이 넘쳐났다.가게 앞 야외에 설치된 짙은 녹색 차양 아래에는 예쁜 테이블들이 세팅되어 있었다.직

  • 가면을 쓴 남편   제767화

    송남지는 미안한 마음에 손을 저으며 사양했다.“아니에요, 같이 바로 전시관으로 가요. 비행기에서 푹 쉬어서 정말 괜찮거든요.”윤양에 머무르면서 쉬기까지 하겠다는 건 너무 염치없는 일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여준휘가 의아한 듯 물었다.“나도 국외 노선을 타봐서 아는데, 좌석이 좁고 불편해서 제대로 자기도 힘들던데 어떻게 푹 잘 수가 있었겠어? 정말 무리하지 않아도 돼.”이에 송남지는 설명했다.“운이 좋게도 말이죠...”그녀가 당첨된 이야기를 들려주자 여준휘는 자기 일처럼 기뻐하며 외쳤다.“내 이럴 줄 알았어! 남지 씨는 정말 복덩이라니까! 일등석이라니, 난 구경도 못 해봤어. 그 정도면 티켓값이 어마어마할 텐데.”송남지는 그제야 자신이 정말 행운아였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했다.여준휘의 CRV가 전시관 앞 주차장에 멈춰 서자 기다리고 있던 동료들이 쏟아져 나와 그녀를 반겼다.만삭인 소윤이 다가와 송남지의 손을 꼭 잡으며 반가움을 표했다.“남지야, 수리스에 가 있는 일주일 동안 다들 얼마나 보고 싶어 했는지 알아.”송남지는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다들 고마워요. 다들 드릴 선물 사 왔으니까 얼른 들어가서 나눠요.”전시관 사람들에게 송남지처럼 예쁜 짓만 골라 하는 신입은 그야말로 천사가 따로 없었다.송남지는 조용하고 차분한 성품이었지만 일 처리만큼은 누구의 도움도 필요 없을 만큼 명석했다. 신입임에도 동료들의 골칫거리 업무를 해결해주곤 했고 특히 교류회에서의 활약으로 전시관이 진동훈의 주목을 받게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 덕분에 잊혀 가던 전시관은 진동훈의 눈에 들어 이번에 파격적인 지원까지 약속받았다.게다가 일주일 동안 휴가를 내서 친구를 만나러 갔으면서도 돌아올 때 잊지 않고 모두를 위한 선물까지 챙겨왔다.송남지가 가져온 선물은 그 지역에서 유명한 초콜릿 같은 아기자기하고 정성이 담긴 간식거리들이었다.그렇게 선물을 다 돌리고 화장실에 갔다가 오는데, 별로 안 친한 남자직원이 구석에서 투덜대는 소리가 들렸다.“저

  • 가면을 쓴 남편   제473화

    하정훈은 눈썹을 치켜세우며 패기 넘치게 대꾸했다.“그게 뭐 어때서?”유경태는 기가 막혔지만 결국 꼬리를 내렸다.“안 될 것도 없지. 네가 하정훈인데 누가 토를 달겠냐.”...송남지는 며칠째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요즘 부쩍 병원 신세만 지는 것 같아 답답했고 몸 상태도 그리 좋지 않았다.최보라는 출장 중이었고 민지현도 재스민의 겨울 전시 준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빠 대화 상대조차 없었다.그나마 다행인 건 박재용이 같은 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점이었다.송남지는 가끔 박재용의 병실을 찾아 적막함을 달래곤 했다. 그

  • 가면을 쓴 남편   제503화

    “재용 씨, 최근 방송국에서 제안 온 예능 프로그램이 있는데 재용 씨가 출연해 줬으면 해요. 첫 방송 시기가 마침 겨울 전시회 직전이라 그렇게만 되면...”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박재용이 벌떡 일어났다.그는 창백해진 얼굴로 미간을 찌푸리며 송남지를 노려보았다.“고작 방송 하나 시키겠다고 엄가을 씨까지 이용한 거 거예요? 송 관장님, 갤러리 사업을 위해서라면 정말 못 할 짓이 없으시네요! 계약서에 명시했잖아요. 난 재스민을 빛내줄 들러리 노릇 따위 안 한다고. 내 일은 오직 그림을 그리는 것뿐이에요!”이것은 화가로서 그가 지키

  • 가면을 쓴 남편   제496화

    어젯밤 기력을 너무 소진한 탓인지 송남지는 우유 한 잔을 가득 비워냈고 아침 식사도 평소보다 훨씬 많이 먹었다.하정훈은 한 손으로 턱을 괸 채, 송남지가 햄스터처럼 만두를 입안 가득 밀어 넣는 모습을 지켜보았다.작은 얼굴에 볼이 빵빵하게 부풀어 오른 모습이 무척이나 귀여웠다.송남지는 입을 다물고 오물오물 씹다가 고개를 들자마자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하정훈의 시선과 마주쳤다.그녀는 웃으며 입안의 음식을 다 삼킨 뒤에야 입을 열었다.“그 눈빛 보니까 어릴 때 생각나네요. 우리 엄마가 딱 그런 눈으로 내가 밥 먹는 걸 지켜보셨는

  • 가면을 쓴 남편   제480화

    송남지는 당황했다. 하정훈의 목소리에서 이토록 절절한 슬픔과 상처받은 진심을 느껴본 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그의 말은 추궁이라기보다 서글픈 혼잣말에 가까웠다.송남지는 순간 말문이 막혔고 몇 초가 지나서야 간신히 대답을 찾아냈다.“요즘 갤러리에 일이 너무 많아서요. 겨울 전시회 준비가 생각보다 늦어져서...”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아도 의미는 충분히 전달되었다.하정훈은 30초가량 깊은 침묵에 빠졌다.송남지는 통신 상태가 좋지 않은가 싶어 조심스레 그를 불렀다.“여보세요? 제 목소리 들려요?”그러자 수화기 너머로 즉각 대답

Bab Lainnya
Jelajahi dan baca novel bagus secara gratis
Akses gratis ke berbagai novel bagus di aplikasi GoodNovel. Unduh buku yang kamu suka dan baca di mana saja & kapan saja.
Baca buku gratis di Aplikasi
Pindai kode untuk membaca di Aplikasi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