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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6화

Penulis: 은지아
재스민 갤러리 밖의 땅에는 달빛이 하얀 서리처럼 내려앉았다.

송남지는 그제야 겨울 화랑의 사전 준비 작업을 모두 마쳤다.

달빛 아래 발걸음은 서둘러 집에 가고 싶은 마음에 경쾌해졌다.

갤러리 직원들이 술 한잔하자고 제안했지만 송남지가 거절하기도 전에 민지현이 먼저 입을 열었다.

“관장님 집에 안 보내면 우리 낼 큰일 나.”

송남지는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

“다들 가서 한잔해요. 계산은 내가 할 테니까 난 이만 먼저 가볼게요.”

그녀는 황급히 마카롱 색 차에 올랐다.

30분 후, 하씨 저택으로 돌아온 송남지는 이미란에게 인사한 후 곧바로 안방으로 향했다.

안방 커튼을 걷고 발코니에 앉자마자 하정훈의 영상 전화가 정확히 걸려왔다.

그녀는 머리카락을 정리하고 영상 통화를 받았다.

그녀가 이미 집에 도착한 것을 확인하자 하정훈의 얼굴에는 희미하고 미묘한 웃음이 떠올랐다.

“우리 사모님은 나보다 더 바쁘네, 이렇게 늦게 집에 오고.”

하정훈의 말에는 숨길 수 없는 불쾌감이 은근히 배어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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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면을 쓴 남편   제576화

    깊은 밤. 윤이현은 친구와의 약속 장소로 향했다.땅값 비싸기로 유명한 서경의 시내 중심가, 화려한 거리의 한 PUB 앞에선 검은 정장을 입은 경호원들이 그에게 깍듯하게 인사했다.옆에서 기다리고 있던 지배인이 바로 달려와 길을 안내했다.“윤 대표님, 소 대표님 일행은 VIP석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제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윤이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바를 드나드는 각양각색의 여자들에게 무심히 시선을 던졌다.대부분 짙은 화장을 하고 있었고 하나같이 이목구비는 화려했다.하지만 이런 스타일은 딱 질색이었다. 화장 지운 얼굴이 어떨지 누가 알겠는가.그의 머릿속에는 온통 송남지의 얼굴만이 맴돌았다.누군가가 이토록 정확하게 그의 미적 기준에 부합했던 적은 드물었다.시크하면서도 미묘한 거리감이 느껴지는 분위기, 완벽한 계란형 얼굴에 웃을 때면 본인도 모를 아주 작은 보조개가 생겼고 속눈썹은 어찌나 짙고 풍성한지 눈을 감을 때면 마치 작은 부채를 펼친 듯했다.송남지의 얼굴을 떠올리기만 해도 윤이현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자리에 앉기가 무섭게 오늘 모임을 주선한 소민우가 그를 놀리듯 말을 건넸다.“윤 대표님, 피곤한 거예요 아니면 무슨 걱정이라도 있는 거예요?”곁에 있던 젊은 여인이 눈치 빠르게 윤이현에게 술 한 잔을 따르며 말했다.“윤 대표님, 여기 오셨으니 속상한 일들은 다 잊어버리세요.”윤이현은 건네받은 위스키를 마시며 눈썹을 치켜올리고 어깨를 으쓱했다.“별거 아니에요. 그냥 좀 피곤해서.”그는 본래 오고 싶지 않았으나 집에 있으면 송남지가 그 다이아몬드 반지를 내밀던 장면이 머릿속을 가득 채워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그러다 마침 술 약속이 잡히자 그냥 나온 것이었다.어차피 업계 관계는 늘 유지해야 하는 법이니, 오늘 참석한 것도 나름 관계 유지를 한 셈이었다.하지만 위스키 한 잔을 마시자 마음은 더욱 심란해졌다.그래서 결국 도저히 참지 못하고 물었다.“나 정도면 최고 미녀랑은 안 어울려요?”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당연히 그에게

  • 가면을 쓴 남편   제575화

    [U are the apple of my eye.]송남지는 그 문장을 소리 내 읽었다.“넌 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사람...”그녀는 웃으며 답했다.[내일 봐요! 여보!]어차피 서로 다 아는 사이라 댓글이 공개되자마자 최보라와 오지훈은 다시 한번 열광적으로 아우성을 쳤다.[어머머! 내일 당장 만난다고? 남지야, 언제부터 그렇게 굶주린 늑대처럼 안달이 나 있었니?]오지훈이 최보라의 뒤를 받쳤다.[역시 우리 정훈이가 매력이 넘치긴 하나 보네. 남지 씨가 하루도 못 참고 이렇게 안달이 난 걸 보면 말이야. 쯧쯧]그 시각, 어느 6성급 호텔의 프레지덴셜 스위트룸에서 하정훈은 두 사람의 짓궂은 장난이 담긴 문자를 내려다보며 위험할 정도로 차갑게 눈을 가늘게 떴다.그는 망설임 없이 오지훈에게 전화를 걸었다.오지훈은 여전히 짓궂게 놀려댔다.“하 대표, 오늘 밤에 푹 안 자두면 내일 남지 씨 실망한다? 컨디션 관리 잘해야지.”하정훈은 나직이 웃으며 경고했다.“오지훈, 적당히 해. 남지는 얼굴이 얇아서 너희가 그러면 부끄러워한단 말이야.”“쯧, 알았다고, 알았어. 아주 그냥 팔불출 나셨네. 남지, 남지... 성은 그룹 대표의 그 위엄은 대체 어디로 다 팔아먹은 거야.”하정훈은 어이없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성은 그룹 대표는 뭐 별거야? 대표는 아내도 필요 없나?”“필요하지, 필요하고말고! 이렇게 좋은 아내라면 더더욱!”오지훈은 눈을 흘기며 장난스러운 대화를 이어가다 이내 진지한 목소리로 화제를 돌렸다.“정훈아, 내일 겨울 전시회가 끝나면 분명 업계에서 재스민을 견제하고 따돌리려는 움직임이 많을 거야. 남지 씨가 너한테 가면 잘 다독여줘. 그런 일에 너무 상처받지 말라고. 그림 실력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대단하니까 다른 걸로 자신을 증명할 필요 없다고 말이야.”하정훈은 눈썹을 살짝 올렸다.“말 안 해도 알아. 내 와이프가 세상에서 제일 최고인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잖아.”오지훈은 더 이상 들어줄 수 없다는 듯 진저리를 쳤다.“끊는

  • 가면을 쓴 남편   제574화

    서재에서.이미란은 차를 가져다 놓으며 컴퓨터 화면을 뚫어져라 보는 송남지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사모님,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일하고 계세요? 도련님께서 아시면 또 야단치실 거예요.”송남지는 컴퓨터 화면에 시선을 고정한 채 한참이 지나서야 이미란이 자신에게 말을 걸었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녀는 약간 지친 듯한 눈을 비비며 말했다.“금방 끝나요. 저도 이것만 마무리하고 바로 자러 갈 거예요.”이미란은 송남지를 바라보았다. 분명 피곤해 보였지만, 눈빛에는 어울리지 않는 흥분이 감돌고 있었다.“재스민이 내일 겨울 전시회를 연다고 들었는데, 혹시 그것 때문에 너무 흥분해서 잠 못 이루시는 거예요?”송남지는 미소 지으며 답했다.“그것도 이유 중 하나겠죠.”이미란이 조심스럽게 권했다.“설레는 건 당연하겠지만 잠까지 설쳐가며 무리하진 않았으면 해요. 오늘 잠을 설치면 내일 컨디션에도 분명 지장이 갈 테니까요. 너무 부담 가질 것 없어요. 애초에 회장님과 사모님께서 갤러리를 선물하신 건 남지 씨를 고생시키려던 게 아니라, 그저 적적하지 않게 소일거리라도 하나 있었으면 하는 마음뿐이셨거든요. 그러니 어떤 압박감도 갖지 말고 편하게 즐겨요.”송남지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았어요.”송씨 가문을 떠나 최미경의 품을 벗어난 송남지는 이 저택에서도 어머니의 품 같은 온기를 느끼고 있었다.비록 시부모님은 출타 중이셨지만 이미란은 언제나 아이를 물가에 내놓은 부모처럼 지극정성으로 그녀를 살폈다.그런 존재가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송남지의 마음은 따스한 온기로 채워졌다.이미란은 차를 내려놓고 서재를 나섰다.그녀가 문고리를 잡으려던 순간, 송남지가 불러 세웠다.“미란 이모!”이미란이 돌아보았다.“더 필요하신 거라도 있으세요?”송남지는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늘 챙겨주셔서 감사해요. 이모님도 이제 그만 쉬러 가세요.”이미란은 순간 놀란 듯했으나 이내 온화하게 웃었다.“사모님을 모시는 건 제 기쁨이자 소임인걸요. 저도 이제 자야지요. 푹

  • 가면을 쓴 남편   제573화

    차는 거침없이 하씨 저택까지 내달렸다.두 사람은 말이 많지 않았지만 분위기는 시종일관 화목했다.송남지는 차를 안전하게 세운 뒤, 거치대에서 휴대폰을 떼어내며 말했다.“이만 전화 끊을게요.”하정훈은 졸음이 몰려와 소파에 기댄 채 힘없이 보였지만, 송남지가 전화를 끊으려 하자마자 금세 생기가 돌았다.“전화를 왜 끊어? 끊지 마.”송남지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답했다.“도우미 아주머니들이 보시면 곤란하잖아요.”“뭐가 곤란하다는 거야?”하정훈은 솔직함을 넘어 순진하게 되물었다.그러자 송남지는 미간을 찌푸리는 힘을 더했다.“우리 결혼한 지도 꽤 됐는데, 출장 간 사람하고 아직도 이렇게 다정하면 곤란하죠. 도우미 아주머니들 보기에 민망해서 얼굴이 다 화끈거린다고요.”하정훈은 딱히 부끄러울 게 없다고 생각했지만 송남지의 뜻을 존중했다.“알겠어.”송남지는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어 보이고는 코트를 여미고 성큼성큼 본관을 향해 걸어갔다.오늘따라 정원에 누군가 다녀간 듯한 느낌이 들었다. 길바닥에 떨어진 낙엽 위로 묵직한 바퀴 자국이 선명했기 때문이다.집안에 들어서자 과연 거대한 크리스마스트리가 우뚝 서 있었다.분명 차로 운반해 온 것이었다.트리에는 수많은 선물이 주렁주렁 걸려 있어 축제 분위기를 한층 더 짙게 만들었다.송남지는 놀란 듯 입을 가리고 옆에 서 있던 이미란에게 시선을 던졌다.“이건...?”이미란은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도련님께서 사모님을 위해 특별히 준비하신 거예요. 오늘 밤은 크리스마스이브이고 내일은 크리스마스니까요. 요즘 사모님이 워낙 바쁘셔서 직접 도울 일은 없지만, 따뜻한 진심만큼은 꼭 전해달라고 신신당부하셨어요.”말을 마친 이미란은 송남지에게 다가와 눈을 가늘게 뜨며 더욱 온화하게 웃었다.“사모님, 이 크리스마스트리에 걸린 선물들은 모두 도련님께서 사모님을 위해 세심하게 준비하신 거예요. 하나도 겹치는 것 없이요!”송남지는 고개를 들어 선물이 가득한 트리를 바라보았다. 적어도 백 개는 넘어 보였다.이 장관에

  • 가면을 쓴 남편   제572화

    하정훈의 불쑥 튀어나온 고백에 송남지는 순간 얼어붙었다.저 엄숙한 얼굴로 저렇게 오글거리는 말을 진지하게 내뱉다니,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기묘한 조합이었다.송남지는 하정훈에게 쑥스러운 표정을 들키지 않으려 애써 전방의 도로를 주시했다.그녀는 그의 말을 받아 장난스럽게 물었다.“말해준 적도 없는데, 내가 기특한 건 어떻게 알았대요?”‘이 남자, 진짜 내 뱃속의 회충이라도 되나?’하정훈이 신비로운 미소를 지었다.“맞춰봐.”송남지는 피식 웃으며 어깨를 으쓱했다.“싫은데요.”둘 사이의 분위기는 딱 좋았다.하정훈은 테이블 위 커피를 들어 화면 속에서 진지하게 운전하는 송남지를 조용히 바라보았다.신호 대기에 잠시 멈춘 틈을 타, 송남지는 하정훈의 손에 들린 커피를 발견했다.그는 평소 차를 즐겨 마셨고 가끔 우유나 신선한 과일 주스를 마시는 게 전부였다.송남지의 목소리에 섬세한 염려가 묻어났다.“이번 출장, 많이 바쁜가 봐요?”하정훈은 소파에 몸을 기댔다. 다른 이가 보지 않을 때에만 그의 얼굴에 비로소 낯선 피로감이 스쳐 지나갔다.송남지가 부정적인 답변을 예상하던 그때, 전화 저편에서 나지막한 대답이 들려왔다.“어.”“음...”송남지는 약간 당혹스러운 기색을 보였다. 예전에도 이런 질문을 안 한 것은 아니었으나, 대부분의 경우 하정훈은 바쁘지 않거나 피곤하지 않다고 답했기 때문이다.이번에는 업무로 인한 영향이 분명히 있었던 모양이었다.송남지의 눈에는 희미한 안타까움이 서렸다.그녀는 시선을 들어 화면 속 그를 바라보았다.호텔의 밝은 노란 조명 아래, 호텔 가운을 입은 그의 눈 밑 다크서클은 평소보다 짙게 배어 있었고 소파에 기댄 탓인지 살짝 위로 향한 얼굴과 턱선에서는 서늘한 기운과 피로함이 동시에 묻어났다.오뚝한 콧날 끝에서 시작된 미간의 주름은 좀처럼 펴질 줄 몰랐고 칼날 같은 눈썹이 꿈틀거리며 모였다가 흩어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송남지는 그런 하정훈을 보며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몰랐다.지난 시간 동안 하정훈이 이

  • 가면을 쓴 남편   제571화

    송남지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죄송해요, 윤 대표님. 저와 제 남편은 당분간 결혼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않기로 했습니다. 정말 미안합니다.”윤이현은 순식간에 모든 의욕을 잃고 간신히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알겠습니다. 그 결정 존중하죠. 불꽃놀이야... 뭐, 사실 꼭 봐야만 하는 것도 아니고요.”말을 마친 윤이현은 차 문을 열었다.송남지는 깍듯하게 서서 고개를 숙였다.“조심히 가세요, 윤 대표님.”윤이현이 어색하게 웃었다.“그래요.”차창이 닫히자마자 비서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대표님, 레스토랑 측에서 연락 왔는데, 송남지 씨가 이미 계산을 전부 마쳤다고 합니다.”고급 레스토랑을 통째로 빌린 비용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그러나 윤이현은 처음부터 오늘 발생할 모든 비용을 기꺼이 지불할 생각이었다. 그는 기어를 P로 바꾸고 차 문을 다시 열고는 막 돌아서려던 송남지를 향해 물었다.“송남지 씨, 저한테 밥 살 기회조차 주지 않고 계산을 먼저 하신 겁니까?”송남지의 얼굴에는 정중하지만 선명한 거리감이 서려 있었다.“윤 대표님, 오늘 밤 제게 이미 큰 도움을 주셨습니다. 제가 먼저 부탁드린 일인데 식사까지 대접받는 건 도리가 아니지요.”윤이현은 불과 서너 걸음 앞에 서 있는 송남지를 바라보았다. 이토록 선명하게 눈앞에 존재하는데도, 단 한 번도 그녀에게 진정으로 닿은 적이 없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그를 파고들었다.주체할 수 없는 무력감이 마음속에서 피어올라 그는 나직이 한숨을 쉬었다.송남지는 쥐려 하면 할수록 손가락 사이로 무심히 빠져나가는 모래알 같았다. 손안에 머무는 듯했으나 단 한 번도 온전히 가져본 적 없는 존재 말이다.결국 윤이현은 허탈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 남은 미련 때문이었을까. 그는 마지막으로 물었다.“송남지 씨가 쌓아 올린 그 철옹성에 남편분은 가까이 다가갈 수 있습니까?”그는 진심으로 궁금했다. 이토록 세상과 벽을 치는 그녀가 과연 남편이란 존재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지.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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