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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화

Author: 은지아
송남지는 한동안 멍하니 식탁 위 가득한 음식을 바라봤다. 사실 조금 배가 고팠지만 하씨 집안 사람들과 이렇게 마주 앉아 식사할 마음의 준비는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

그때 하정훈이 그녀를 흘긋 보더니 자연스럽게 젓가락을 들어 달콤한 갈비찜을 집어 송남지의 그릇에 올려주었다.

“이거 한번 먹어봐. 우리 집 주방장이 제일 잘 하는 요리야.”

달콤한 음식을 좋아하는 송남지는 원래 갈비찜 같은 서경 특유의 요리를 특히 좋아했다. 하지만 여전히 망설이는 눈치를 보이자 오가은이 다시 젓가락을 들어 살이 부드러운 찐 생선을 집어 주었다.

“갈비가 입에 안 맞으면 생선이라도 먹어. 그것도 아니면 굳이 안 먹어도 돼.”

하씨 집안의 세심한 배려는 오히려 송남지를 더 어찌할 바 모르게 만들었다. 그녀는 잠시 망설이다가 젓가락을 내려놓고 고개를 숙이며 다시 한번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저씨, 아주머니 그리고 정훈 씨...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아마 전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겁니다.”

수년 동안 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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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효
하종현 넘 멋지네 하씨가문 인성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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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면을 쓴 남편   제792화

    전면 통유리창이 돋보이는 792호 귀빈 휴게실 안.방에 들어서자마자 송남지는 채광과 인테리어에 감탄했다. 단순한 휴게실이라기보단 7성급 호텔의 프레지덴셜 스위트룸에 가까운 고급스러움이었다.송남지의 뒤를 따라 들어온 웨이터가 웃으며 가볍게 덧붙였다.“이 방은 평소엔 개방을 안 하는 곳입니다. 오늘 전시 교류회에 아주 대단한 VIP께서 오셔서 특별히 열어둔 거랍니다.”귀빈이 누구든 송남지는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그저 고개를 숙여 흑백 투피스에 묻은 얼룩을 힐끗 보며 어떻게 해야 말끔히 지울 수 있을까 하는 생각뿐이었다.웨이터는 그녀의 걱정을 눈치챈 듯 위로의 말을 건넸다.“손님,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휴게실 안에 편하게 입으실 수 있는 잠옷이 있고 세탁 건조기도 구비되어 있거든요. 샤워하시기 전에 옷을 기기에 넣어두고 씻고 나오시면 거의 다 마를 겁니다.”송남지는 그제야 안심하며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이곳 시설은 정말 기대 이상이군요.”라인국 출신답게 뼛속까지 낙천적인 웨이터는 나가기 전 농담까지 덧붙였다.“새옹지마라는 옛말도 있지 않습니까? 방금 전 일처럼, 비록 옷은 더러워졌지만 이렇게 훌륭한 휴게실을 체험해 보시는 것도 꽤 괜찮은 일 아닐까요.”송남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확실히, 교류회에서 잘 알지도 못하는 동종 업계 사람들과 가식적인 대화를 나누는 것보다 차라리 여기서 여유로운 휴식을 취하는 편이 나았다.웨이터가 나가면서 문을 닫아주었다.문 닫히는 소리를 들으며 송남지도 옷장 안에서 잠옷을 찾아냈다. 얇고 가벼운 소재에 아주 깨끗해서 마음에 쏙 들었다.더러워진 흑백 투피스를 벗어 던진 송남지는 몸을 돌려 욕실로 향했다.놀랍게도 이 휴게실 안에는 욕조까지 마련되어 있어 최고급 스위트룸을 방불케 했다.하지만 송남지가 욕실에 발을 들여놓기가 무섭게 전화벨이 끊임없이 울리기 시작했다.그녀는 욕조에 물을 틀어놓은 채 맨발로 걸어 나갔다.최미경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하루에 두 번이나 최미경의 전화를 받는 건 송남지

  • 가면을 쓴 남편   제791화

    그녀는 참으로 생기가 넘쳤다.시선을 거두기가 못내 아쉬울 만큼 그 생동감은 무척이나 매혹적이었다.하정훈이 무겁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송남지, 임승아 씨 임신 안 했어. 네가 오해한 거야.”송남지가 의아한 듯 눈썹을 치켜올렸다.“본인 입으로 직접 말한 건데, 내가 오해할 수가 있나요?”그녀가 우리 말을 못 알아들을 리도 없는데 말이다.임승아가 조금 난감한 기색으로 다가왔다. 오늘 확실하게 해명하지 않으면 하정훈에게 어떻게든 변명할 길이 없다는 걸 그녀도 알고 있었다.그녀는 굳어진 얼굴로 어색하게 해명할 수밖에 없었다.“송남지 씨, 저 정말 임신 안 했어요. 그때는 그냥 매장 직원분 말에 장단 맞추느라 가볍게 얘기한 건데, 오해하실 줄 몰랐어요.”송남지는 눈앞에 선 임승아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그녀는 누군가 가련한 척하는 꼴을 가장 질색했다. 제 실속은 다 차려놓고서, 이제 와 누구에게 핍박이라도 당한 양 구는 꼴은 가당치도 않았다.“상관없어요. 임신 여부 따윈 두 사람이 알아서 해요. 나랑은 무관한 일이니까. 고작 그 말을 하려고 부른 거라면 다 들었으니 이만 가봐도 될까요?”몇 초간 아무도 말이 없자, 송남지는 몸을 돌려 황급히 자리를 떴다.그런데 발걸음을 너무 서두른 탓에 술잔을 든 웨이터와 부딪히고 말았고 제법 큰 소동이 일었다.지인들과 수다를 떨고 있던 김신예가 그쪽을 발견하고는 서둘러 일행을 뒤로한 채 송남지 곁으로 다가왔다.“괜찮으세요?”송남지는 오늘 새로 산 투피스 정장이 더러워진 것을 보며 난감하게 사과했다.“정말 미안해요.”“괜찮습니다. 손님 다치신 데는 없으십니까?”웨이터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송남지를 바라보았다.김신예는 작게 심호흡을 하더니 자신의 정장 재킷을 벗어 송남지에게 덮어주었다.“일단 휴게실로 가서 수습부터 해요.”송남지는 제 몸을 감싼 재킷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품이 넉넉한 재킷이 허벅지까지 가려준 덕분에 스커트가 젖었음에도 속살이 비칠 염려는 없었다.그녀는 고마운 기색으로 김

  • 가면을 쓴 남편   제790화

    하정훈은 송남지의 말을 듣고 순식간에 얼굴이 굳어졌지만 임승아는 송남지의 말뜻을 파악하는 데 몇 초가 더 걸렸다.그녀가 머뭇거리며 대답했다.“마음에 드는 게 아니라, 그냥 그렇게 훌륭한 분이 송남지 씨한테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서요.”송남지는 임승아의 눈빛에 담긴 가식적인 칭찬을 한눈에 간파했다. 그녀는 여전히 표정 없는 미소를 지으며 임승아를 똑바로 응시했다.“저한테 중매라도 서주러 오신 거라면, 굳이 여기서 오지랖 부릴 필요는 없을 것 같네요. 더 할 말씀이 없으시다면 이쯤에서 대화는 끝내도 될 것 같은데요.”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고 김신예 쪽을 바라봤다.“김신예 씨 같은 분이 저에게 어울린다고 생각하시는 거 아니었어요? 그렇다면 눈치껏 행동하세요. 저랑 김신예 씨의 만남을 방해하지 말고요.”말을 마친 송남지가 막 몸을 돌리려 했다.하지만 발을 떼는 순간, 누군가 손목을 낚아챘다.전시장의 냉기보다 더 싸늘하게 차가운 촉감이었다. 송남지는 뒤를 돌아봤다. 당연히 임승아가 자신을 붙잡았을 거라 예상했지만, 그녀의 손목을 붙잡은 이는 뜻밖에도 하정훈이었다.하정훈의 손끝에서 전해지는 차가운 감촉에 송남지의 미간이 더욱 굳어졌다.하정훈도 이내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황급히 손을 거두었다.송남지의 물음에는 차가운 기운이 서려 있었다.“하정훈 씨, 무슨 일 있으세요?”“아니, 아무것도 아니야.”하정훈의 심박수는 평소보다 높게 뛰고 있었다.임승아가 하정훈이 이렇게 말을 더듬는 것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그녀는 송남지의 옆으로 다가서며 말했다.“송남지 씨, 제가 할 얘기가 있는데, 저의 임신에 대한 거예요.”송남지는 기가 막혔다.‘대체 이 무슨 황당한 상황이지? 전남편의 현 여자친구가 임신했다고 내 앞에 와서 자랑이라도 하겠다는 건가? 혹시나 나에게 아이를 갖지 못한다고 비웃기라도 하면서 이 기형적인 세상을 완벽하게 마무리 지으려고?’송남지의 미간은 잔뜩 찡그려져 더욱 깊은 주름을 만들었다.“그쪽의 임신 소식을 저한테 왜 말하세요

  • 가면을 쓴 남편   제789화

    김서윤이 이렇게 말하자 다른 사람들도 더는 방해하기가 어려워, 아첨의 말들은 다음 기회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사람들이 모두 눈치껏 자리를 뜨자, 하정훈은 다과가 마련된 곳에 있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시야를 가리는 것이 없으니 그의 눈빛은 한층 더 깊어졌다.김서윤이 곁에서 상기시켰다.“대표님, 전시회 측에서 특별히 귀빈 휴게실을 마련해 두었습니다. 지금 바로 가실 수 있습니다.”하정훈은 말이 없었다.임승아는 하정훈의 시선을 따라가며 입을 열었다.“송남지 씨에게 가서 오해를 풀어드릴 생각이었는데, 지금 보니 좀 바빠 보이네요. 젊은 인재와의 좋은 시간을 제가 방해할까 염려됩니다.”그제야 김서윤도 두 사람의 시선을 따라 그곳을 보았다.다과 코너에서 어떤 젊은 남자가 송남지와 즐겁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두 사람은 어느새 전시회 담론에서 벗어나 어떤 디저트가 더 맛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눈치 없는 김서윤이 임승아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송남지 씨가 인기가 정말 많네요.”임승아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김 비서님이 먼저 대표님을 휴게실로 모시는 건 어떨까요? 저는 여기서 좀 기다리다가 두 분 대화가 끝날 때쯤 가겠습니다.”그제야 하정훈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그럴 필요 없어요. 아직 피곤하지 않으니, 나와 같이 갑시다.”임승아는 순간 멈칫했다. 하정훈이 자신이 송남지에게 직접 해명하는 것을 꼭 들어야만 하겠다는 사실을 미처 몰랐던 것이다.자단목 지팡이가 바닥에 부딪히는 맑은소리가 울렸다.이 소리가 들렸을 때 송남지는 김신예와 전시회 다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역시 국제 교류회답네요. 디저트마저 다른 곳보다 훨씬 맛있어요.”김신예는 엄지를 치켜세우며 송남지를 칭찬했다.“보통 여자분들은 몸매 관리다 뭐다 해서 이런 디저트는 건강에 해롭다며 입도 안 대시던데, 송남지 씨는 전혀 개의치 않으시네요.”“송남지 씨는 원래부터 남다른 분이시죠.”이 목소리의 주인은 임승아였다.김신예는 호기심에 고개를 들어 그녀를 보더니

  • 가면을 쓴 남편   제788화

    라인국, 국제무역센터 고층.통창 너머로 찬란한 햇살이 부서져 내렸다.라인국의 태양은 언제나 눈 시리게 찬란한 듯했다.전시장 내부는 사람들로 북적이면서도 기묘할 만큼 정숙했다.전 세계 각지에서 온 업계 관계자들이 모여 있었으나, 다들 약속이나 한 듯 목소리를 낮춰 속삭이며 조용히 대화를 나눴다.송남지는 방명록에 자신의 이름과 소속 전시관을 적어 넣었다.명단에는 우리글 이름이 드물게 섞여 있었고 대부분은 영문이었다.그래서 나란히 적힌 두 개의 이름이 더욱 그녀의 눈에 밟혔다.‘하정훈도 여길 왔다고?’고개를 들어 넓은 홀을 바라보니, 화려한 옷차림과 잔을 부딪치는 사람들 사이로 유독 인파가 몰려 있는 곳이 눈에 띄었다.하정훈은 뭇사람들의 칭송을 받는 별처럼 중심에 둘러싸여 있었다.깍듯하지만 다가갈 수 없는 하정훈 특유의 미소가 보였는데 표정 하나하나를 읽을 순 없었지만 뿜어져 나오는 기품은 여전했다.그리고 그의 곁에는 임승아가 서 있었다.주변 사람들은 모두 하정훈과 적당한 안전거리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오직 임승아만이 그에게 바짝 밀착해 있었다.송남지가 시선을 거두려 할 때, 등 뒤에서 그녀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송남지 씨?”송남지가 고개를 돌려보니 낯이 익은 얼굴이었다. 어디선가 본 듯했지만 정확히 기억나진 않았다.상대는 그녀의 속마음을 간파한 듯 웃으며 먼저 인사를 건넸다.“재능 있는 분들은 기억력이 안 좋다더니 정말 그런가 보네요. 우리 오늘 오전에 만났잖아요.”그제야 송남지는 뒤늦게 깨달았다.오늘 오전 박씨 저택에서 박명규가 소개했던 라인국의 청년 엘리트 중 한 명이었다.하지만 더 곤란한 건, 박명규가 너무 많은 사람을 소개한 탓에 그녀가 단 한 명의 얼굴도, 이름도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실이었다.그녀는 멋쩍은 미소로 난감함을 얼버무리려 했다.상대는 훤히 보이는 그녀의 당혹감을 눈치채고 다시 한번 자신을 소개했다.“송남지 씨, 제 이름은 김신예라고 합니다. AI 관련 사업을 하고 있고요. 아침에 아저씨께서 부르신

  • 가면을 쓴 남편   제787화

    최미경이 덧붙였다.“정훈이 시간도 꼭 확인해 봐. 성은 그룹을 이끄는 사람이니 워낙 일이 많잖니. 상의해서 날 잡고 꼭 같이 오렴.”“네.”송남지가 나직하게 대답했다.일상적인 안부를 주고받은 후에야 통화가 끝났다.박재용은 유리창 너머로 수영장 가에 서 있는 송남지를 지켜보고 있었다. 라인국의 강렬한 태양 빛을 받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금색 아우라를 두른 듯 눈부셨다.그는 곁에 있던 도우미에게 무심결에 한마디를 던졌다.“참 예쁘죠?”도우미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한참 뒤에야 수영장 구석에 서 있는 송남지를 발견하고는 웃으며 대답했다.“송남지 씨는 정말 미인이시네요. 도련님이 좋아하실 만합니다.”박재용은 눈을 가늘게 뜨며 미소 지었다.“수정 이모, 나를 너무 속물로 보시는 거 아니에요? 내가 얼굴만 보는 남자로 보여요?”도우미 이수정은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도련님, 맞으시잖아요. 예전에 라인국에서 염문설이 났던 아가씨들도 하나같이 절세미인이었죠. 하지만 다들 화려하기만 했는데 송남지 씨는 참 단아하고 성격도 좋아 보이시네요. 도련님은 언제쯤 송남지 씨의 마음을 얻으실 건가요? 박씨 가문의 큰 경사가 될 텐데 말이에요.”박재용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글쎄요, 난 아마 안 될 거예요. 저 사람 마음속엔 이미 다른 사람이 있거든요.”겉으론 하정훈을 쓰레기라고 몰아세우는 박재용이었지만, 사랑에 빠진 여자의 눈빛이 어떤 말을 하는지 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늘 차갑고 도도한 송남지였음에도 하정훈과 마주하는 찰나의 흔들림까지는 미처 숨기지 못했다.아무리 억누르고 감추려 애써도 어떤 감정들은 결국 제 자취를 드러내기 마련이었다.거실로 걸어 나온 송남지가 말을 건넸다.“샤워하고 옷 좀 갈아입고 올게요.”화동에서 라인국까지 비행시간이 아주 길지는 않았지만 엄연히 몇 시간이나 걸리는 국외 노선인 데다 라인국 특유의 가혹한 무더위까지 더해지니 온몸이 진득하게 끈적거렸다.도우미는 그녀를 욕실로 안내하며 새 수건을 준비해주고 새로 산 옷의

  • 가면을 쓴 남편   제260화

    송남지는 두 손으로 김서윤이 건네는 찻잔을 받으며 말했다.“감사합니다. 저는 차 맛을 잘 몰라서 아무거나 괜찮아요.”김서윤은 그제야 마음을 놓았다.“다행이네요. 그럼 사모님, 먼저 차 드시고 계세요. 저는 나가서 일 보겠습니다.”김서윤이 나간 후, 송남지는 찻잔을 들었다.옅은 수증기 사이로 푸릇푸릇한 찻잎이 떠 있었고 어린잎이 활짝 펼쳐진 모습이 연하고 싱그러워 보였다.안개가 흩어지듯 김이 퍼져나가자 차향이 송남지의 코끝을 가득 맴돌았다.‘이게 하정훈이 좋아하는 차인가?’송남지는 평소 차를 별로 즐기지 않고 차보다는

  • 가면을 쓴 남편   제248화

    하정훈의 얼굴에 처음으로 당황한 기색이 스쳤다.그는 굳은 얼굴로 속마음을 감추려 했지만 속으로는 이미 폭풍이 몰아치고 있었다. 그의 시선은 윤해진에게 머물렀다.“남지가 나랑 이혼한다고 했어?”윤해진은 득의양양하게 웃었다.하정훈에게 당한 설움을 갚아줄 기회가 온 것이다.송남지를 구하는 영광마저 이 자식에게 빼앗겼으니 말이다.이제 복수할 기회가 왔으니 그것을 놓칠 리 만무했다.“당연히 너와 이혼하겠지. 그래야 나와 다시 함께할 수 있을 테니까.”말을 마친 윤해진은 하정훈을 향해 노골적인 비웃음을 흘렸다.하정훈은 주먹을

  • 가면을 쓴 남편   제268화

    송남지는 롱아일랜드 아이스티 한 잔을 다 비웠다.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그녀는 이미 정신이 알딸딸했다.그러자 옆에 있던 복근남이 다정하게 어깨를 내주며 말했다.“누님, 어지러우면 제 어깨에 기대세요.”송남지의 의식은 희미했고 현란한 조명은 어지러움을 더했다. 지금 자신의 머리가 어디에 기대어 있는지조차 분간할 수 없었다. 그저 기댈 곳이 있다는 안도감만이 느껴질 뿐이었다.오지훈은 생전 처음으로 누군가를 은밀하게 카메라에 담았다.사진을 찍은 뒤 그는 화장실에 숨어 하정훈에게 전화를 걸고는 다짜고짜 물었다.“정훈아, 네 와

  • 가면을 쓴 남편   제256화

    다음 날 아침.송남지는 잠에서 깨어났다. 간밤의 꿈은 현실인 양 너무도 따스했다.그녀는 혹시나 하는 기대를 품고 조심스럽게 스탠드를 켰다.하지만 침대 위도, 침실 안도 텅 비어 있었다.그녀는 잠옷 차림 그대로 슬리퍼를 챙겨 신을 경황도 없이 침실을 뛰쳐나가 나선형 계단에 서서 1층의 식당과 거실 쪽을 훑어보았다.이미란이 분주하게 아침을 준비하고 있었다.단출한 1인분 식사였다.아래층 어디에도 하정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계단에서 아래를 살피는 그녀를 보고 이미란이 웃으며 인사했다.“사모님, 좋은 아침이에요. 뭘 찾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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