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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3화

Author: 은지아
하정훈의 얇은 입술이 칼날처럼 일자로 굳게 닫혔다.

눈가에 힘을 준 채 하정훈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대꾸했다.

“생각해본 적 없어.”

유경태가 눈썹을 슬쩍 치켜세웠다.

“그럼 지금이라도 한번 생각해 봐. 어쩌면 전혀 다른 결정을 내리게 될지도 모르잖아.”

엘리베이터가 지하 2층에 도착하자 하정훈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밖으로 걸어 나가며 내뱉었다.

“현재의 내 판단을 뒤흔드는 생각 따윈 안 해. 그건 스스로 고민을 사서 하는 짓일 뿐이니까.”

유경태는 입술을 삐죽이며 엘리베이터에 기댄 채 급히 내려가지 않고 멀어지는 하정훈의 등 뒤에 대고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고민을 사서 한다고? 하지만 정말로 그런 날이 왔을 때를 생각하면, 지금 미리 고민해 두는 것도 나름 나쁘지는 않겠지?”

하지만 하정훈이 이 말을 들었는지는 알 길이 없었다.

어찌 됐든 한정판 벤틀리에 올라타는 하정훈의 모습은 감탄이 나올 만큼 멋졌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자 유경태는 혼잣말을 했다.

“저 자식은 저렇게 멋진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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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은 그렇게 뒤숭숭하게 흘러갔다. 아침 해가 갓 떠오를 무렵 송남지는 땀에 흠뻑 젖은 채 잠에서 깼다.머리가 지끈거리고 무거운 기분은 결코 유쾌하지 않았다.지난밤 꿈속에서 나눈 통화가 떠올랐는데, 너무나 생생했던 탓에 마음이 쓰여 베개 밑에 있던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통화 기록을 확인해 본 송남지는 숨을 들이켰다. 꿈이 아니었다. 진짜였던 것이다.송남지는 헛웃음을 터뜨리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무슨 다섯 살 어린아이도 아니고 악몽을 꿨다고 달래줄 사람이 필요하다니...”하정훈에게 메시지를 보낼까 고민하던 송남지는 씻으러 들어가면서 그 일을 까맣게 잊어버렸다.양치질을 하던 중, 민지현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천 대표님이랑 약속 시간은 잡으셨어요?”송남지는 입안 가득 거품을 문 채 웅얼거렸다.“아니요.”민지현이 낄낄거리며 농담을 던졌다.“누가 입에 양말이라도 쑤셔 넣었어요?”“양치하고 있어요.”양치를 끝내고 나서야 송남지는 휴대폰을 제대로 귀에 갖다 댔다. 거울 속에 비친 안색을 보니 날이 갈수록 불그스레하니 생기가 도는 듯했다.정말 이곳 서경의 풍수가 체질에 맞는 것일까 싶었다.“예약도 없이 대체 어쩔 셈이에요? 그 천남현이라는 분이 만나기 힘든 걸로 악명 높긴 해도, 일단 찔러는 봐야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요.”송남지는 립밤을 집어 들어 붉은 입술 위에 꼼꼼하게 발랐다. 서경의 날씨는 여전히 건조해서 입술이 트기 십상이었다.외출 채비를 마친 송남지가 민지현에게 대답했다.“약속은 못 잡았고 그냥 오늘 직접 찾아가 보려고요.”민지현은 잠시 멍해지더니 이내 감탄을 쏟아냈다.“와, 역시 관장님 추진력은 알아줘야 해요! 역시 머리 아프게 잔머리 굴릴 필요 없이, 예약이고 뭐고 무작정 찾아가서 얼굴 들이미는 게 최고죠!”송남지는 준비를 마치고 문을 나서며 피식 웃었다.“그만 좀 놀려요. 진짜로 그 사람 비서랑 연락이 닿질 않아서 그래요. 아는 사람도 없고 어떻게 약속을 잡아야 할지도 모르겠고. 지난번 실장님이 알려준 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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