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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오래된 이름

Penulis: 도롱이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06-02 19:23:35

새벽 2시.

서하는 다시 잠들어 있었다.

도윤은 침실 창가에 서 있었다. 손에는 휴대전화가 들려 있었다.

경찰청 정보과.

이정훈 경감.

도윤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예상보다 빨랐다.

너무 빨랐다.

성북구 차고지는 원래 흔적 하나 남지 않았어야 했다.

그런데 경찰이 혈흔을 확보했다.

그리고 그 혈흔이 최준혁까지 이어졌다.

이제 이정훈의 이름까지 나왔다.

도윤의 시선이 침대 위로 향했다.

곤히 잠든 서하.

그녀는 아직 모르고 있었다.

자신이 얼마나 위험한 진실에 가까워졌는지.

짧은 통화음이 울리고.

"보스."

"계획 앞당긴다."

전화기 너머가 조용해졌다.

"이정훈부터 처리한다."

“...네, 보스.”

그 말을 끝으로 통화는 끊어졌다.

도윤은 침대로 다가가 잠시 서하를 바라보았다. 머리카락 한 올이 서하의 얼굴 위로 흘러내려 있었다.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조심스럽게 넘겨주며 아주 작게 말했다.

“그만...그만 와. 내가 끝낼 때까지만...그 때까지만 기다려줘, 서하야.”

도윤은 잠든 서하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그리고 천천히 눈을 감았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조직범죄수사팀.

김민석이 밤새 정리한 자료를 들고 서하에게 다가왔다.

"경위님."

"응."

"이정훈 경감 일정 확인했습니다."

서하가 고개를 들었다.

"어디 계시는데?"

"오늘 오전 10시."

"경찰청 본청입니다."

서하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민석아."

"네."

"같이 가자."

서하는 곧바로 겉옷을 챙겨입고 김민석과 함께 본청으로 출발했다.

이정훈 경감은 믹스 커피를 뽑아 마시며 동료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웃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이정훈 경감님.”

이정훈은 서하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 의아한 듯한 표정으로 살짝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무슨 일로...? 날 아나?”

서하는 자신을 소개하며 이번 사건에 대해 짧게 설명했다.

“피해자의 사망 전 마지막 통화 기록이 경감님이셔서 몇 가지 물어볼게 있어 왔습니다. 시간 괜찮으십니까?”

이정훈의 눈썹이 미세하게 올라갔다.

“피해자?”

“네. 최준혁이라고 아십니까?”

최준혁이라는 말을 듣자 이정훈이 잠시 말이 없었다. 그러나 곧 태연하게, 믹스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담담하게 말했다.

“최준혁...예전 내 정보원입니다. 사망했다고요?”

서하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정보원이요?”

“조직 쪽 정보 흘려주던 사람입니다. 흑룡파. 조직범죄수사팀이면 알텐데?”

그의 목소리에는 한치의 동요도 없었다.

너무 담담했다.

사망 소식을 처음 들은 사람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서하는 말없이 그를 바라보았다.

"그럼 어젯밤 통화는 왜 하신 겁니까? 무슨 대화를 나누셨죠?"

이정훈은 잠시 침묵했다.

"도움을 요청하더군요."

"무슨 도움 말입니까?"

"그건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예? 하지만,”

이정훈이 서하의 말을 끊으며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내려다보았다.

"죄송하지만 윤 경위."

"예."

"지금 저를 용의자로 의심하는 겁니까?"

복도의 공기가 잠시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건 아닙니다."

"그럼 참고인 조사인 거군요."

"...예."

"그렇다면 제가 답할 수 있는 범위에서만 답하겠습니다."

"무슨 도움을 요청했는지만 말씀해주시죠. 그렇지 않으면.."

"신변보호."

"...신변보호요?"

"자기 목숨이 위험하다고 하더군요."

서하와 민석이 동시에 시선을 마주쳤다.

"누구에게서요?"

이정훈은 잠시 생각하는 척하다 어깨를 으쓱했다.

"그건 말 안 했습니다."

"그런데 경감님은 왜 바로 신고하지 않으셨죠?"

이정훈이 헛웃음을 흘렸다.

"성인 남성이 술 마시고 새벽에 전화해서 무섭다고 하는데."

그가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그걸 다 정식 사건으로 접수합니까?"

"..."

"게다가 조직원이니 그런 일이 한 두 번도 아니구요."

서하는 반박할 말이 없었다.

그의 말에는 딱히 허점이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했다.

어딘가 설명하기 어려운 위화감이 남았다.

그 시각, 경찰청 본청 주차장 맞은편.

검은 세단 안.

도윤은 말없이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본청 출입구.

그 앞에서 서하와 김민석이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휴대전화 너머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들어갔습니다."

"..."

"지금 이정훈 경감 만나고 있습니다."

도윤은 대답하지 않았다.

톡, 톡.

손가락으로 천천히 팔걸이를 두드릴 뿐이었다.

잠시 후.

남자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오늘 처리합니까?"

도윤의 시선이 건물 입구에 머물렀다.

그리고 아주 낮게 말했다.

"아직."

"예?"

“기다려.”

설명은 없었다.

서하가 본청 건물에서 나와 복잡한 표정으로 차에 올라 김민석과 함께 주차장을 빠져나가는 것을 눈으로 좇을 뿐이었다.

서하가 다시 조직범죄수사팀 사무실로 돌아오는 차 안.

김민석이 말한다.

"경위님, 저 사람 뭔가 숨기는 것 같은데요."

서하도 동의한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근데 증거가 없어."

“...”

"일단 더 파보자."

"네."

"조사하다 보면 뭐라도 나올 것 같으니까. 감이 와."

사무실로 돌아오자마자 그녀는 최준혁의 신상 자료를 다시 펼쳤다.

정보원.

흑룡파.

사망.

짧은 단어들이 눈에 들어왔다.

분명 모든 사건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 연결고리가 보이지 않았다.

마치 짙은 안개 속을 걷는 기분이었다.

한 장.

또 한 장.

자료를 넘기던 서하의 손이 멈췄다.

15년 전 회계사 사망 사건 관련 참고인 조사.

[담당 형사 : 이정훈]

"...뭐야."

서하가 눈살을 찌푸렸다.

최준혁.

그리고 이정훈.

생각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다.

그녀는 곧바로 민석을 불렀다.

"민석아."

"예."

"15년 전 회계사 사망 사건 자료 찾아봐."

"갑자기요?"

"그냥."

서하는 모니터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뭔가 걸려."

몇 시간 뒤.

김민석이 두꺼운 사건철 하나를 들고 사무실로 뛰어 들어왔다.

"경위님."

"찾았어?"

"예."

책상 위에 낡은 사건 파일이 내려앉았다.

『회계사 김성철 사망 사건』

서하는 천천히 첫 페이지를 넘겼다.

사건 기록.

현장 사진.

참고인 진술.

그리고 담당 형사 이정훈.

서하는 무심코 다음 페이지를 넘기려다 손을 멈췄다.

[사망 원인 : 자살]

"..."

그 순간.

오래전 기억 하나가 희미하게 떠올랐다.

그때 자신은 갓 발령받은 신입 경찰이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던 시절.

비가 내리던 날이었다.

장례식장 복도.

서하는 고개를 숙인 채 서 있었다.

사건은 자살로 종결됐다.

하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뭔가 잘못된 것 같았는데.

증거도.

권한도.

경험도 없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할 수 있는건 유족에게 사과하는 것 뿐이었다.

무작정 유족의 집을 찾아갔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서하는 그 아이 앞에서 정수리가 보이도록 깊게 고개를 숙였다. 차마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죄송합니다."

어린 서하는 울먹이며 말했다.

"제가 더 잘했어야 했는데..."

"죄송합니다......"

한참 동안 대답이 없었다.

“..고개 들어요.”

서하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 앞에는 교복을 입은 소년이 서 있었다.

아버지를 잃은 아이.

그런데도 울지 않았다.

화내지도 않았다.

그저 텅 빈 얼굴로 자신을 바라봤다.

마치 감정을 잃어버린 아이처럼.

그리고, 아주 낮고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왜 당신이 사과해요."

서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경위님?"

김민석의 목소리에 정신이 돌아왔다.

"...어."

"무슨 문제 있습니까?"

서하는 말없이 사건철을 내려다보았다.

15년 전.

회계사 김성철 사망 사건.

15년 전 사건의 참고인이자, 이번 사건의 피해자 최준혁.

그리고 담당 형사 이정훈.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많이 겹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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