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MELDEN126화.“응?”뜬금없는 말에 은별이 눈동자를 키웠다. 은별의 눈동자가 순수하게 빛났다.재훈은 그런 여자의 모습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으려 애쓰며 은별의 손을 꼭 잡았다.“프랑스 가지 말고, 내 옆에 있어.”“재훈아….”“알아, 당신 가야 한다는 거.”“….”“근데 나 요즘, 자꾸 똑같은 꿈을 꿔.”“꿈?”“응. 당신이 내 눈앞에서 사라지는 꿈.”“그런 꿈을 왜 꿔. 내가 사라질 일이 없잖아.”“그러게, 고은별이 사라질 일이 없을 텐데…. 아마도 당신 보내고 싶지 않은 마음이 꿈으로 나타난 거 같아.”조금 전까지 너털웃음을 짓던 재훈은 금세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은별은 그런 재훈의 모습에 애잔한 표정을 지으며 제 손을 잡고 있는 재훈의 손에 깍지를 꼈다.그러곤 재훈의 손등에 쪽, 입술을 내렸다.“그럴 일 없을 거야. 그러니까 앞으로는 그런 꿈, 꾸지 마.”“그럴게. 사랑해, 은별아.”“나도 사랑해.”2년 전 공항에서 나눴던 대화를 떠 올리던 은별은 제 입속을 농염하게 유영하는 재훈의 혀를 부드럽게 감아올렸다. 눈물이 날 정도로 감미로운 키스가 이어졌다.한동안 뜨거운 숨결이 맞물려 떨어질 줄 몰랐다. 재훈이 입술을 떼고 은별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하…, 은별아.”“으응.”“우리 아이는 언제 생길까.”“…!”대답 없이 흠칫 놀라는 은별을 재훈이 바짝 끌어안았다.“당신 닮은 딸이었으면 좋겠다.”“….”“당신은 우리 아이가 누굴 닮았으면 좋겠어?”아직 생기지도 않은 아이를 은별은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무엇보다 그녀는 재훈과 다르게 임신을 기다리고 있지 않았다.결혼했으니, 아이를 갖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그러나 은별은 이런 불안한 삶을 살면서 임신하고 싶지는 않았다.그런 생각 때문인지, 몇 달 동안 피임하지 않았는데도 아이는 들어서지 않았다.은별에게는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었다.“대답해줘, 은별아.”푸딩처럼 부드러운 재훈의 음성이 이번엔 은별의 귓바퀴에 깊게 닿았다.오늘 그는 욕실 일로 충
125화.“허튼수작 부리지 마, 고은별! 내가 당신 죽게 놔둘 거 같아?”천둥과 같은 음성이 은별의 몸 위로 떨어졌다.그사이 기침을 멈춘 은별은 간신히 몸을 일으켜 앉았다.그와 동시에 그녀의 양쪽 어깨를 재훈이 힘껏 그러쥐었다.“윽! 재, 재훈아.”“당신 죽으면, 나도 죽는 거야.”은별을 향해 몸을 구부린 재훈이 단어 하나하나를 씹어 말하며 으름장을 놓았다.“그, 그런 거 아니야….”은별은 제 어깨를 짓누르는 힘에 고통스러운 듯 미간을 찡그리며 간신히 입을 열었다.그 모습을 눈에 담던 재훈은 번득 정신을 차리며 은별의 어깨에서 손을 뗐다.재훈은 좀처럼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지 못했다.욕조 가득 물을 채우고 그 속에 죽은 듯이 떠 있는 은별을 발견한 순간, 온몸의 피가 모조리 밖으로 쏟아지는 듯한 충격에 휩싸였다.숨을 쉬기 위해 뱉어내는 기침 소리에 자신이 얼마나 안도했는지, 이 여자는 알까….재훈은 휘몰아치는 감정을 억누르며 연신 마른 세수를 했다.“하아…, 젠장.”은별은 제가 죽으려 했다는 생각에 패닉 상태인 재훈을 진정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그래서 그에게 무릎걸음으로 다가가 그의 옷깃을 붙잡았다.“그냥 목욕한 거야. 그런 거뿐이야.”재훈의 입에서 다시금 욕지거리가 뱉어졌다.목욕을 왜 그딴 식으로 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그가 거친 숨을 몇 번 뱉어내더니, 조금 진정이 된 듯 다시금 은별의 어깨를 부여잡았다. 이번엔 힘이 들어가지 않은 손길이었다.그가 몸을 구부리고 얼굴을 내리더니 은별의 이마에 제 이마를 맞대었다.그러곤 은별의 눈을 정면에서 꿰뚫으며 단호하게 말했다.“다신, 다신 그런 거 하지 마. 그딴 목욕 하지 말라고.”“….”은별은 제 눈동자를 꿰는 살벌한 눈빛에도 그러겠다고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욕조에서 잠수는 그녀가 유일하게 안식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그 시간마저 뺏긴다면 그녀는, 정재훈 옆에서 살아갈 수가 없었다.“대답 안 해? 같이 죽을까?”“….”“은별아.”다시금 그녀의 어깨를
124화.은별 또한 김 여사의 말에 상당히 놀랐다.재훈이 저의 일거수일투족에 두 눈을 부릅뜨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집안의 CCTV까지 보는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요즘 재훈은 영화 프로덕션 일로 한창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그 와중에 자신의 위치를 추적해 전화하는 것도 내심 놀랐었는데, 아무리 간혹 이라지만, 집안의 CCTV를 본다니….은별은 말할 수 없는 충격에 휩싸였다.저를 향한 재훈의 지나친 집착은 자신의 과오로 인해 시작됐다고 생각했었다.그래서 결혼하고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다 보면, 언젠가는 그의 마음이 풀리겠지, 그리고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오겠지 싶었다.그런데 그런 그녀의 생각은 너무 순진한 바람이었을까.유부녀의 신분으로 다른 남자와 말을 섞고 웃었다는 이유만으로 재훈은 마치 벌을 주듯 서재에서 저를 강하게 몰아붙였었다.은별은 갤러리 바닥에 떨어진 핸드폰을 마도준에게서 건네받으며, 실수로 재훈에게 전화가 걸렸었다는 것을 그제야 알았었다.그것이 그를 자극해 유서하라는 어린 여자를 이 집에 불러들였다는 것도.결국엔 정재훈이 놓은 덫에 자신은 제대로 걸려들었고, 그를 향한 죄책감과 사랑을 다시 한번 확인해야만 했었다.조금 전 은별은 정재훈의 절절한 편지가 든 가방을 보고 헛구역질했었다.어찌 보면 그 편지들은 그녀로 하여금 그에게 완전히 무릎 꿇게 한 결정적인 덫이었다.저를 향한 사랑과 그리움과 때론 미움이 그 편지에 적나라하게 쓰여 있었다.마치 그가 쏟아 낸 피 웅덩이와 같았다. 그래서 그에게 너무너무 미안했었다.그랬는데…. 헛구역질은 무의식중에 나온 자각이었을까. 정재훈에게 벗어나려는.그런데 고은별, 너 정재훈 사랑하잖아.하아….그래, 난 정재훈을 사랑한다.하지만 저를 향한 재훈의 집착은 테러 사건 트라우마보다 그녀를 더 짓누르고 있었다.이렇게 살아가다간 자신이 지쳐 죽을 것만 같았다.은별은 놀란 마음을 애써 감추며 핏기를 잃은 입술을 뗐다.“아주머니, 그렇게 할게요. 저 옷 좀 갈아입고 내려갈
123화.일주일 뒤.아침부터 비가 내리는 날이었다.본격적으로 여름을 알리는 비는 세찬 비바람과 함께 거센 빗줄기를 뿜어내는 폭우였다.재훈은 이미 출근한 뒤였고, 은별은 불안한 눈빛으로 침실과 연결된 드레스룸 구석에서 쪼그린 채 앉아 있었다.보통 이 정도의 빗줄기는 천둥과 번개를 동반했기에, 그녀는 일부러 넓은 창가와 멀리 떨어진 드레스룸에 몸을 숨겼다.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똑똑, 노크 소리가 들렸다.“사모님, 식사하세요.”점심을 먹으라고 아주머니, 김 여사가 2층으로 올라온 듯했다.은별은 어쩔 수 없이 몸을 일으켰다.“윽!”한참을 쪼그려 앉아 있어서인지, 저린 다리로 인해 그녀는 제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그러면서 그녀의 발에 딱딱한 무언가가 툭, 걸렸다.은별은 발밑에 시선을 두었다. 제 발에 걸린 것은 재훈의 편지가 가득 든, 그의 가방이었다.몇 달 전 부랴부랴 서울로 왔을 때, 재훈은 업체를 불러 청솔민박의 짐을 정리했었다.민박에 있던 대부분의 짐을 다 버리고, 택배로 도착한 이사 박스 안에는 재훈의 노트북과 저 가방이 유일했다.은별은 저 가방 안에 있는 편지의 내용들이 머릿속에 훅하고 떠오르자 갑자기 메스꺼움이 올라왔다.“우욱!”그녀는 한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드레스룸을 나와 부리나케 욕실로 향했다.이내 변기를 붙잡고 헛구역질을 했다.그때. 똑똑!조금 전보다 더 큰 노크 소리가 들렸다.“사모님!”김 여사가 은별을 재차 불렀다.은별은 간신히 몸을 일으켜 세면대에 섰다. 흐르는 물에 입안을 헹궜다.“사모님! 무슨 일 있으세요?”도통 대답이 없는 은별이 걱정되었는지 김 여사는 목소리를 더 높였다.은별은 욕실을 나와 힘겹게 침실 문을 열었다.“괘, 괜찮으세요?”눈자위가 퀭한 은별의 모습에 김 여사는 놀라며 물었다.아침을 챙겨줄 때만 해도 기운은 없어 보였지만,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괜찮아요. 근데 혹시 오늘 점심은 뭔가요?”은별은 속이 불편한 상태에서 무언가를 먹는 것이 힘들었다.언제나 고기가 빠
122화.대리석 테이블 위에 엎드려진 은별의 몸이 정처 없이 흔들렸다. 차가운 테이블 위에 은별의 가슴이 찌부러지며 뭉개졌다. 대리석의 서늘함을 느낄 새도 없었다.재훈은 뒤에서 은별의 둔부를 강하게 잡아 연신 허리짓을 해댔다. 질척한 구멍을 들락거리는 페니스를 살구빛 질구가 꽉 물었다 놓기를 반복했다.그 구멍에 재훈이 뜨거운 시선을 떼지 않았다. 성기를 박아 쳐넣을 때마다 쫘악 달라붙는 속살이 미치도록 사랑스러웠다.애액으로 흥건한 내벽을 가로지르며 들어간 성기가 귀두를 자궁구까지 들이밀더니 흥분점을 찾아 쿡쿡! 강하게 자극했다.“으읏, 아아아, 아앗….”머릿속이 하얗게 점멸되는 쾌감이 온몸에 전이되며 은별은 저도 모르게 엉덩이를 흔들어댔다. 재훈은 제 것을 있는 힘껏 물어대고 흔들어대는 음탕한 여자의 모습에 돌아버릴 것 같은 환락을 느꼈다.쫙!“하읏!”흔들거리는 뽀얀 엉덩이에 손자국을 남겼다.짧은 비명과 함께 은별이 밀려드는 환락에 질벽을 더 바짝 옥죄었다.“하, 씨발.”빠른 추삽질과 함께 덜렁거리던 고환이 은별의 엉덩이를 때렸다. 착, 착, 착! 찰박거리는 음난한 소리와 함께 간드러진 교성이 뒤섞였다.서재 천장에 매달린 긴 나선형 모양의 화려한 조명이 재훈과 은별을 있는 그대로 비췄다.잔근육이 촘촘히 일어선 재훈의 넒은 등이 땀에 흠뻑 젖어 들어갔다. 구멍에 자지를 박아대며 재훈이 은별의 젖가슴을 뒤에서 움켜쥐었다.그의 손등이 대리석에 쓸렸다. 커다란 손바닥에 가슴이 억세게 짓눌려갔다. 은별은 비명 같은 신음을 연신 질렀다. 동물처럼 딱 붙어 있던 몸이 떨어질 줄 몰랐다.“은별아, 이 세상에서 당신 구멍이 제일 부드럽고, 뜨겁고, 쫀득거리는 거 알아?”“하읍, 으으윽. 아파….”“아파?”“으응, 조, 조금만 살살…. 아아앗! 윽!”“아프라고 박는 거야. 내가 딴짓하면 혼난다고 몇번을 말해.”퍼억! 퍼억!“하아아앙! 으으윽, 윽!”재훈이 은별의 몸을 뒤에서 완전히 껴안으며 화가 잔뜩 나 두꺼워진 페니스를 강하게 쑤셔
121화.재훈은 눈동자를 화르르 불태우는 은별을 시종일관 응시하며 한쪽 입가를 삐딱하게 올렸다.이윽고 은별의 귓가에 입술을 바짝 대며 속삭인다.“저는 경계가 주는 선악적 표현이 좋아요. 한 끗 차이에서 오는 스릴.”“…!”“마.도.준. 왈. 오늘 당신이 만나고 온 아저씨지.”“그, 그 사람은!”“변명은 하지 마. 그 새끼의 목소리, 당신의 행복한 웃음소리. 다, 녹음 되어 있으니까.”“…!”정재훈은 판도를 바꾸는데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귀재였다.언제 분노에 타올랐나 싶게, 은별의 눈동자는 삽시간에 불길을 잃었다.어떻게 알았을까.당황함에 방향을 잃은 은별의 눈동자가 재훈의 눈에 들어왔다.그때였다.“저, 대표님….”그사이 자리에서 일어난 유서하가 살벌한 분위기를 감지하고 어렵게 입을 열었다.서재의 문과 테이블까지는 거리가 멀지는 않았으나, 두 남녀의 귓속말이 들리는 거리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눈치가 없지는 않았다.노크도 없이 문을 연 여자에게 정재훈은 망설임 없이 다가가 볼을 어루만졌다. 그 단면만 보더라도 두 사람이 보통 사이가 아니라는 것 정도는 바보도 알 것이다.정재훈은 조금 전까지 저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미소 짓고, 손을 살피던 남자였다. 반존대를 해가며, 은근한 매력을 발산하던 남자였다.설레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정재훈은 이십 대의 젊은 영화 제작사 대표인데다가, 연예인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잘생긴 남자가 아닌가.그뿐만 아니라, 많은 부동산을 소유한 상당한 재력가라는 말도 들었다.그 어느 것 하나 탐나지 않은 게 없었다.그런데 여자가 있었나? 그 얘기는 듣지 못했었다.하긴, 저런 남자한테 여자가 없는 것도 이상한 일일 테다.집으로 자신을 부르길래, 이십 대의 젊은 남녀로서 솔직히 하룻밤, 기대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생각보다 그 기대감은 너무 쉽게 사그라져 버렸지만.유서하는 제가 불렀는데도 불구하고 고개 한번 돌리지 않는 재훈의 뒷모습을 보며 서운함이 치솟았다.하지만 지금 자신의 위치에서 영화사 대표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