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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화

Author: 윤소정
역시나 투표가 시작되자마자 강지현에게는 만장일치의 찬성표가 쏟아졌다. 그녀의 권한은 그 자리에서 즉시 활성화되었고 임명장 또한 전 직원에게 전달되었다.

모든 것이 끝났을 때, 주단우의 오만함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넥타이도 느슨하게 풀어 헤쳐졌다. 그는 안경을 벗어 던지며 억지로 마음을 가라앉혔다.

“부대표님, 오늘 고생 많으셨습니다. 아쉽게도 엄 대표님이 며칠째 안 계시네요. 그분께 경영 노하우를 좀 배우고 싶었는데... 대신 안부라도 전해주시고 부디 쾌차하시길 바란다고 말씀해주세요.”

강지현은 마지막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실을 나섰다. 떠나기 전, 그녀는 주단우를 향해 부드러운 목소리로 이 한 마디를 덧붙였다.

“그래, 알았어.”

주단우는 이를 악물며 억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모두가 떠난 뒤, 그는 곧장 사무실로 돌아가 격분한 채로 방금 찬성표를 던진 두 주주에게 전화를 걸었다. 대체 왜 갑자기 마음을 바꾼 건지 맹렬히 따져 물었다.

강지현의 금융계 인맥이 그들이 생각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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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732화

    현다영은 기다렸다는 듯 가방에서 서류 뭉치를 꺼내 주단우 앞으로 밀어놓았다.“당시 엄경미는 주승호와 교제 중이었고 엄씨 가문과 주상 그룹은 첫 협력을 추진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엄씨 가문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그 틈을 이용해 자신도 이득을 챙기려 했던 엄경미는 부대표님 부모님을 이용해 거액의 자금을 빼돌렸고 엄씨 가문을 통해 주상 그룹의 핵심 자료까지 빼냈죠.”“나중에 그 일이 드러나자 엄경미는 자신만 교묘하게 빠져나갔어요. 엄씨 가문과는 선을 긋고 주씨 가문과 단독으로 접촉하면서 부대표님 부모님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겼죠.”현다영은 한 문장씩 또렷하게 말을 이어갔다.주단우는 한동안 굳은 채 서류를 바라보다가 그녀가 건넨 자료를 펼치고 천천히 시선을 내렸다.강지현은 오래전부터 엄경미가 주단우를 입양한 시기가 지나치게 절묘하다고 의심하고 있었다.주단우의 부모가 사건에 연루돼 도주했고 엄경미는 그 직후 아이를 입양한 뒤 주승호와 결혼했다.어떻게 보아도 누군가 치밀하게 짜놓은 계획의 한 부분처럼 보였다.강지현은 주단우 같은 사람이라면 진실의 실마리만 던져줘도 엄경미를 의심할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예상과 달리 그는 엄경미에게 남은 정이 여전히 깊었다.오랜 시간 그녀를 믿고 따르며 살아온 탓인지 결국 그녀의 곁을 쉽게 떠나지 못했다.이번에 주호석이 엄씨 가문을 압박하면서 엄경미의 범죄 증거 역시 대거 확보됐다.살길이 급해진 엄씨 가문은 모든 책임을 엄경미에게 돌리려 하고 있었다.당시 엄경미는 주승호와 함께하게 된 뒤, 엄씨 가문에 복수할 마음을 품고 있었다.그래서 엄씨 가문과 주상 그룹의 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척하며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일처럼 꾸몄지만 실제로는 그 협력으로 엄씨 가문에 큰 손해를 입힐 생각이었다.그리고 자신은 주승호의 후광을 등에 업고 엄씨 가문이 더 이상 자신을 무시하지 못하게 만들려 했다.하지만 엄경미의 계산은 지나치게 극단적이었다.주씨 가문을 이용해 엄씨 가문에 타격을 입히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 일로 인해 엄씨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731화

    하지만 주단우는 자신이 결국 엄경미에게 버려지는 패가 될 줄은 꿈에도 알지 못했다.엄경미는 돌연 그의 모든 카드와 자산을 동결했다. 그가 엄경미를 대신해 관리하던 사업 자금마저 회수가 막히면서 머지않아 막대한 빚을 떠안을 처지가 됐다.그리고 별다른 변수가 생기지 않는다면 모든 책임은 결국 그의 몫으로 돌아올 터였다.지금 주단우에게 가장 시급한 일은 강지현 쪽의 소식을 알아내는 것이었다. 하지만 직접 강지현을 찾아간다고 해도 그녀가 순순히 자신을 도와줄 리는 없었다.주단우에게 남은 선택지는 현다영뿐이었다.그가 술집에서 세 번째 잔을 비울 무렵, 현다영이 도착했다.그녀는 들어오자마자 그를 향해 말했다.“조용한 룸 없어요?”주단우는 바 테이블에 앉은 채 눈을 가늘게 뜨고 현다영을 바라보다가 턱짓으로 종업원에게 신호를 보냈다.두 사람은 자리를 옮겼고 주변의 소음은 완전히 차단됐다. 방 안의 분위기 역시 차갑게 가라앉았다.주단우의 시선이 무심코 현다영의 손목에 머물렀다.“아직도 아파?”그날 현다영이 보였던 행동은 그에게도 적잖은 충격이었다. 그녀는 차라리 죽는 한이 있더라도 자신과 얽히고 싶어 하지 않았다.솔직히 말하면 그 역시 상처받았다.현다영은 담담하게 대답했다.“부대표님, 농담도 다 하시네요. 이미 다 나은 상처가 어떻게 아직도 아프겠어요?”“하지만 난 아직도 아픈데.”주단우는 한숨을 내쉬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농담처럼 내뱉은 말이었지만 그 안에는 쉽게 감추지 못한 씁쓸함이 묻어 있었다.현다영은 그런 그의 태도가 불쾌해 곧바로 화제를 돌렸다.“저를 부르신 이유가 이런 이야기를 하려고 한 건 아니잖아요.”“그럼 내가 왜 널 불렀을 것 같아?”주단우는 서두르지 않고 되물었다.“엄경미.”현다영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저한테 어머니의 행방을 물으려고 했던 거 아닌가요?”“그걸 알려주려고 일부러 온 거야?”주단우의 눈빛에 문득 웃음기가 번졌다.그는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그녀를 바라봤다. 시선에는 여전히 능청스러운 여유가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730화

    주단우는 그 이상 강제로 현다영을 건드리지는 않았다. 원하는 건 현다영이 제 발로 굴복하는 것이었다.현다영은 주단우가 견딜 수 없을 만큼 싫었다. 그렇다고 지고 싶지도 않았다. 결국 손에 든 칼로 자기 손목을 그었다.“너 너무 무모했어. 주단우랑 엮이면 손해 보는 건 너라고 내가 몇 번이나 말했잖아... 이 개자식.”강지현은 듣는 내내 가슴을 졸였다. 평소에는 그렇게 얌전하고 말을 잘 듣는 현다영이 막상 일을 벌였다 하면 앞뒤를 가리지 않았다.“저도 제가 손해 볼 거라는 건 알아요. 애초에 그 사람 곁에 접근할 때부터 이길 생각은 없었어요.”현다영은 고개를 숙였다.그녀는 그저 주단우가 괴롭고 고통스러워지기만을 바랐다. 가까이 가지 않으면 그의 약점을 알 수도, 무너지는 모습을 볼 수도 없었다.누군가에게 복수하는 일은 결국 자기 자신도 함께 갉아먹는 일이었다. 현다영은 이미 그 정도 각오는 하고 있었다.“그래서 너는...?”강지현은 아직 놀란 마음을 다 진정시키지 못한 채 조심스럽게 물었다.현다영은 고개를 저었다.“제가 협박하니까 물러났어요. 저한테 손대지는 않았어요.”현다영은 주단우 같은 겁쟁이에게는 협박이 먹힌다는 걸 알고 있었다. 일이 커져 자신까지 휘말리는 걸 꺼리는 사람이니 결국 물러설 거라고 판단했다.현다영의 판단은 맞았다. 사실 주단우는 이미 오래전부터 엄경미에게 밀려나 중요한 일에서 배제되고 있었다.엄경미 주변 사람들에게서 소식을 조금 들었을 뿐이었다. 강지현과 김태하가 M국에 갇혔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다.이후 주시언에게서 강지현이 무사하다는 말을 들은 현다영은 더는 주단우를 상대하지 않았다.그런데 강지현이 해원시에 돌아오자마자 주단우가 다급하게 연락해 왔다. 아마 엄경미에 관한 소식을 캐내려는 거였다.현다영의 설명을 모두 듣고 나서야 강지현은 안심했다.강지현은 현다영의 상처를 조심스럽게 만지며 안타깝게 말했다.“다영아, 다시는 이런 바보 같은 짓 하지 마. 아무리 누군가를 미워해도 언제나 네가 제일 중요해. 네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729화

    최동윤은 알겠다고 대답했지만 그대로 서 있었다.한참 뒤 강지현이 고개를 들었다.“됐어요. 가서 일 보세요.”최동윤은 무슨 말인가 하려다 망설였다.“무슨 일 있어요?”“아닙니다.”최동윤은 고개를 저은 뒤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갔다.최동윤이 떠나자 현다영이 바로 강지현을 말렸다.“언니, 너무 오래 일했어요. 이제 좀 쉬어요. 제가 디저트 만들었는데 맛볼래요?”강지현은 아직 보지 못한 서류가 많아 거절하려 했지만 현다영이 계속 졸라 대는 바람에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 식당으로 향했다.방을 나오고 나서야 강지현은 현다영과 아주머니가 집 안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 놓은 걸 알아차렸다.소파에는 알록달록하고 귀여운 쿠션이 가득했고, 테이블을 비롯한 집 안 곳곳에는 생화가 놓여 있었다.강지현이 단것을 좋아한다는 걸 아는 현다영은 케이크를 두 종류나 만들었다. 한눈에도 정성이 느껴졌다.“맛있다.”한입 맛본 강지현이 웃었다.현다영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언니 입에 맞아서 다행이에요. 저 처음 만들어 봤어요. 아주머니가 가르쳐 주셨어요.”“너 진짜 대단하다. 나중에 너랑 결혼할 사람은 입이 호강하겠네.”강지현은 무심코 말한 뒤 문득 무언가가 떠올라 잠시 표정이 굳었다.현다영도 덩달아 긴장했다.“저는 그냥 열심히 일해서 돈 벌고 싶어요. 그런 건 아직 저한테 너무 먼 얘기예요.”강지현은 더 말하지 않았다.그때 현다영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 발신자를 확인한 현다영은 바로 전화를 끊었다. 그러나 같은 번호로 계속 전화가 걸려 왔다.강지현이 눈썹을 살짝 올렸다.“괜찮아. 전화 받아.”“괜찮아요.”현다영은 미간을 찌푸리며 다시 전화를 끊고 휴대폰을 무음으로 바꿨다.강지현은 우연히 화면에 뜬 번호를 확인했다.“주단우가 전화한 거야?”현다영은 조금 난처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강지현은 한숨을 내쉬었다.“그 사람이 그렇게 좋아?”“아니에요. 저 정말 그 사람 안 좋아해요!”현다영은 깜짝 놀라 다급히 부정했다.강지현이 고개를 저었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728화

    강지현은 곧장 주방으로 뛰어갔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사람은 그토록 보고 싶던 김태하가 아니었다.현다영이 돌아봤다.“지현 언니!”옆에는 아주머니 한 명이 주방 일을 하고 있었다. 강지현과 눈이 마주치자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낯익은 얼굴이었다. 지순옥 곁에서 자주 보던 아주머니였다.현다영이 강지현 쪽으로 다가왔다.그녀는 소매를 높이 걷어붙이고 있었다. 손에는 물기가 묻어 있었다. 조금 전까지 아주머니를 도와 채소와 과일을 씻고 있었다.“다영아, 네가 왜 여기 있어...?”실망한 기색이 잠깐 스쳤지만 현다영을 보자 강지현의 얼굴도 자연스럽게 풀렸다.현다영은 강지현의 팔을 끌어안으며 말했다.“은 여사님이 언니 곁에 있어 달라고 하셨어요.”현다영도 온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강지현은 어지간히 피곤했는지 깊이 잠들어 있었다.방으로 옮겨 재우고 싶었지만 괜히 깨웠다가 다시 잠들지 못할까 봐 그러지 못했다.조금 더 기다렸다가 아주머니가 아침을 준비하면 강지현에게 뭐라도 먹인 뒤 방에서 쉬게 할 생각이었다.강지현은 가슴이 뭉클했다. 은주희는 직접 곁에 있으면 부담을 줄까 봐, 그렇다고 혼자 두면 너무 힘들어할까 봐 일부러 친구를 보내 준 셈이었다.현다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이미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있었다.현다영은 강지현을 조심스럽게 소파에 앉히고 따뜻한 물을 따라 줬다.“언니, 배 안 고파요?”강지현은 고개를 저었다.강지현은 따뜻한 컵을 손에 쥐고도 한 모금도 마시지 않았다.“안 고파도 지금은 영양 잘 챙겨야 해요. 좀 더 드셔야죠.”“저는 배고파요. 은 여사님한테 들었는데 언니네 아주머니 음식 솜씨가 좋다면서요. 저 여기서 하루 세 끼 다 얻어먹어도 돼요?”현다영이 일부러 가볍게 말하자 강지현이 희미하게 웃었다.“몇 끼든 먹고 싶은 만큼 먹어.”“그럼 염치없이 좀 얻어먹을게요.”현다영은 웃으며 말했지만 마음은 더 무거워졌다. 이런 상황에 농담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걸 자신도 알고 있었다.김태하가 세상을 떠났다는 말을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727화

    육운성에게는 공회 내부 소식을 전해 주는 사람이 있었다. 덕분에 김태하가 위험한 상황이라는 걸 알게 됐다.오랜 인연을 생각해서라도 반드시 김태하를 구해야 했다. 하지만 지금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면 직접 이 일에 뛰어들 수는 없었다.공회를 적으로 돌리는 것만으로도 골치 아픈데, 거래해 온 큰손들까지 여럿 잃을 수 있었다.그래서 육운성이 할 수 있는 건 공회 사람들보다 먼저 김태하를 찾아 아무도 모르게 구해 내는 것뿐이었다.그 뒤 안전하게 국내로 돌려보내면 됐다.단, 그 모든 과정은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게 조용히 끝내야 했다.밤구름이 흘러가고 달빛이 기울더니 어느새 해가 떠올랐다. M국에 막 아침이 밝을 무렵, 강지현은 밤이 내려앉은 해원시에 도착했다.은주희는 강지현을 혼자 두기가 걱정돼 김씨 가문 저택으로 데려가려 했지만 강지현이 거절했다.강지현은 차분하게 인사를 건넸다. 그녀는 지금 그저 집에 돌아가 혼자 푹 쉬고 싶었다.은주희도 억지로 권하지 않고 최동윤에게 강지현을 먼저 집에 데려다주라고 부탁했다.지순옥과 김윤석 두 어른도 집에 있었다. 김태하의 일을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 아직 정하지 못한 데다, 지금 강지현에게 더 큰 부담을 줄 수도 없었다.“그럼 내일 내가 보러 갈게. 오늘은 푹 쉬고 너무 많은 생각 하지 마.”은주희는 강지현을 한 번 꼭 안아 주고 뺨을 쓰다듬은 뒤 김무언과 함께 떠났다.김무언도 표정이 무거웠다. 집에 돌아가 두 어른을 마주하면 김태하 이야기를 어떻게 꺼내야 할지 막막했다.미래 그룹도 문제였다. 김태하가 없는 미래 그룹을 강지현이 정말 버텨 낼 수 있을까?능력도 책임감도 충분했지만 강지현은 임신한 몸이었다. 무엇보다... 김태하의 사망 소식을 언제까지 숨길 수 있을까?김무언이 걱정하던 문제들은 강지현도 돌아오는 내내 이미 한 번씩 생각해 본 것들이었다.다만 지금은 너무 많이 울고 지쳐 있었고 몸도 무거웠으니 우선 쉬어야 했다.최동윤은 아파트 앞에 차를 세운 뒤 엘리베이터까지 데려다주려 했지만 강지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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