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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화

Penulis: 윤소정
김태하는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고 따라 웃었다.

“우리 이제 편하게 말 놓을까, 지현아?”

갑작스럽지만 또 나름 자연스러운 제안에 강지현도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태하야.”

“네가 고른 선물이 완전 사람 설레게 하네!”

강지현이 막 몸을 일으키려는데 남자가 가볍게 손목을 잡아당기는 바람에 균형을 잃고 그의 품에 쓰러지듯 안겨 무릎 위에 앉아버렸다.

김태하의 숨결이 그녀를 덮쳤다. 남자의 뜨거운 숨결이 귓가에 스치자 강지현은 자신도 모르게 목덜미를 움츠렸다. 고개를 들어 그의 눈빛과 마주쳤을 때,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팔이 저절로 그의 목덜미를 감쌌다.

김태하는 그녀의 붉어진 귓불을 응시하며 본능적으로 앞으로 몸을 기울여 귓속말을 속삭이려 했다. 하지만 그녀가 간지러움을 참지 못하고 고개를 돌리는 바람에 남자도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입술이 그녀의 뺨을 살짝 스치고 말았다.

강지현은 온몸이 굳었고 귓불에 뺨까지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김태하 역시 흠칫하며 그녀의 허리를 단단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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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222화

    “어젯밤 일은...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나요.”현다영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곧 입가에서 피가 스며 나왔다.주단우가 미간을 찌푸리더니 손을 뻗어 그녀의 입가를 가볍게 문질렀다.“네가 기억 못 해도 상관없어. 내가 기억하면 되니까.”그는 무심하게 시선을 내렸다. 손가락에 묻은 선명한 피를 바라보다가 가볍게 숨을 들이켰다.어젯밤 그는 현다영의 집에 갔다.처음엔 그저 조금 놀려 볼 생각이었다.강지현의 유능한 부하라니. 그런 여자가 자신과 얽히게 되면 꽤 재미있을 것 같았다.그런데 예상과 달리 현다영은 조금도 장난을 받아 주지 않았다. 마치 전염병이라도 피하듯 그를 멀리했다.주단우는 지금까지 자신에게 넘어오지 않는 여자를 거의 본 적이 없었다. 가볍게 떠보듯 돈을 줄 테니 자신 곁에 있으라는 말까지 꺼냈지만 현다영은 단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거절했다.더 편한 길이 분명히 있는데도 그녀는 끝까지 그 길을 택하지 않았다.그가 그렇게 형편없는 남자인가? 고작 이런 가난한 여자 눈에도 들지 못할 정도로?주단우의 마음속에 묘한 정복욕이 고개를 들었다. 그는 상처가 덧났다는 핑계를 대며 현다영에게 밤새 자신을 돌보게 했다.그리고 그녀가 지쳐 잠든 뒤, 잠옷 단추 몇 개를 살짝 풀고 그녀를 끌어안은 채 두 사람의 다정한 사진을 찍어 두었다.처음에는 그저 심심풀이 장난이었다. 그런데 현다영은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순진했다.어젯밤 두 사람이 잠자리를 가졌다고 말하자 그녀는 정말로 그대로 믿어 버렸다.현다영이 일부러 모르는 척하는 건지, 정말 믿은 건지 주단우는 크게 상관하지 않았다. 어차피 조금 더 놀아 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부대표님, 우리한테 뭐 있었더라도 그건 그냥 실수였을 뿐이에요. 대표님이 저 같은 여자한테 관심 있을 리 없잖아요. 그날 저 다 봤어요. 길 건너편에서 여자 친구랑 같이 계시던 거요.”현다영은 원래 이런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주단우가 계속 몰아붙이자 결국 못 이기고 사실을 꺼냈다.주단우의 눈빛이 깊어졌다.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221화

    “이도운!”백하린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입술을 떨었다.“너 양심도 없어?”그녀는 이도운을 위해 아이까지 낳았고, 이씨 가문에서 여러 해 동안 온갖 질책을 견뎌 왔다.이제 겨우 집안에서 조금이나마 자리를 잡았는데, 그는 모든 문제를 그녀 탓으로 돌리고 있었다.“그만하자. 머리 아파.”이도운은 미간을 꾹 눌렀다. 지금은 백하린과 말다툼을 하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백하린은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오늘 너 어디도 못 가. 만약 나가면 내일 당장 윤후 데리고 집 떠날 거야!”“그만 좀 해.”“그래? 그럼 아버님한테 가서 따져 볼까? 우리가 앞으로 평생 이렇게 따로 살아야 하는지!”백하린은 더 강하게 나왔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돌아서 이규진을 찾아가려 했다.이도운은 당연히 그걸 가만히 두고 보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팔을 붙잡아 세우더니 그대로 벽 쪽으로 밀어붙였다.거칠게 밀려난 탓에 허리가 벽에 부딪혀 찌릿하게 아팠다. 백하린이 눈살을 찌푸리며 그를 노려봤다.이도운의 눈에 비친 그녀는 여전히 아름다웠지만 그에게는 그저 일그러진 표정만 보였다.“...남을게.”한참 뒤, 이도운이 차갑게 세 글자를 내뱉었다.결국 그가 한 발 물러선 셈이었다. 하지만 말을 마친 뒤 그는 백하린에게 더 이상 손도 대지 않았다.외투를 벗어 던지고 침실로 들어가 이불 한 채를 들고 나왔다. 그리고 소파 위에 펼쳐 놓고 그대로 누울 준비를 했다.백하린의 마음은 산산이 부서졌다. 자신을 대하는 남자의 냉담한 태도를 보자 자존심이 견딜 수 없었다.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돌아서서 문을 세게 닫고 침실로 들어가 버렸다.밤중이 되자 머리가 점점 더 심하게 아프기 시작했다.온몸이 식은땀으로 흠뻑 젖었다. 이도운은 눈을 뜨고 쉰 목소리로 누군가를 부르려 했다.입을 여는 순간, 습관처럼 흘러나온 이름은 단 하나였다.“지현아...”한편 그 시각, 강지현은 서씨 가문의 프로젝트 술자리에 참석해 있었다.현다영과 함께 잠깐 인사만 하고 적당한 핑계를 대서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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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219화

    “아니 그건...”이도운은 미간을 찌푸린 채 순간 할 말을 잃었다.“왜? 싫어?”문수정이 벌떡 몸을 일으켰다.평소 혈색이 좋던 그녀의 얼굴이 지금은 영락없이 초췌해졌다.문수정은 아들의 손을 덥석 잡았다.“나랑 하린이 중에 한 명만 선택해야 한다면 너 설마 하린이 택할 거야?”“엄마! 그게 대체 무슨 말씀이세요? 왜 꼭 그런 식으로 질문을 해요?”이도운은 서둘러 어머니를 달래려 애썼지만, 워낙 급하고 극단적인 문수정의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혹여라도 다시 화를 낼까 봐 노심초사했다.“하린이가 엄마한테 마음 상한 게 좀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제가 잘 달래서 좋게 얘기해 볼 테니 이제 그만 노여움 푸세요.”“좋게 얘기를 해? 걔는 내가 미워서 확 죽어버렸으면 하는 마음이야. 네가 하는 말을 진심으로 들었다면 지금 날 이런 꼴로 만들었겠니? 너희 둘 일을 시댁 어른들 앞에서 낱낱이 까발렸겠냐고?”문수정의 말이 듣긴 거북해도 한마디 한마디가 이도운의 정곡을 콕콕 찔렀다.그와 백하린은 겉으로는 더없이 화목한 세 식구처럼 보였다.하지만 백하린이 몰래 그를 배신하고 위협했던 사실은 두 사람 사이의 신뢰에 돌이킬 수 없는 금을 내고 말았다.요 며칠 이도운은 야근으로 밤늦게 들어오고 본가에서 백하린과 함께 있어 주지도 못했다. 기껏해야 저녁 식사 시간에 이윤후를 잠시 보는 정도였다.오늘 문수정이 부르지 않았다면 이리로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백하린과 10년을 함께했지만 이도운은 지금 처음으로 그녀 곁에서 극심한 피로감과 답답함을 느꼈고 어디라도 좋으니 무작정 도망치고 싶었다.그렇지만 책임감과 약속, 그리고 지난날의 은혜 때문에 그는 여전히 백하린을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어쩌면 사랑이라는 게 다 이런 건가 보다. 늘 바닥을 치는 고비가 있기 마련이고 그저 묵묵히 견뎌내고 나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괜찮아질 테니까.하지만 문수정의 말을 듣자 그는 순간 멍해졌다.만약 백하린과 이혼한다면...강지현과 다시 시작할 기회가 생기는 걸까?이 생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218화

    “지금 저더러...”“하린이한테 사과해. 가족끼리 말로 좋게 풀어야지.”권미숙은 문수정의 말을 가로챘다. 낮게 깔린 목소리에 타협의 여지는 없었다.이씨 가문에 시집와 반평생을 떵떵거리며 살아온 문수정에게 이런 굴욕은 처음이었다. 그녀는 억울함에 눈시울이 붉어졌다.가정부들은 모두 고개를 숙였고 백하린은 턱을 치켜들며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시어머니를 내려다보았다.그동안 쌓였던 분노가 한 번에 해소되는 듯한 희열이 느껴졌다.“할머님 말씀이 맞으세요. 어머님께 사과받고 싶은 건 아니지만 이렇게 폭력을 휘두르시면 윤후가 보고 놀라잖아요. 손자 교육을 위해서라도 어른이 먼저 모범을 보이셔야죠... 잘못을 했으면 인정하시고요.”백하린은 더없이 침착하고 여유로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순하고 부드러운 말투였지만 그것은 보이지 않는 손으로 뺨을 내리치는 것만큼이나 살벌한 일침이었다.문수정은 분해서 입술을 깨물었으나 권미숙이 짧게 헛기침을 하자 결국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미안하다.”억지로 사과한 뒤 그녀는 또다시 코웃음을 쳤다.“하린이 네가 이겼어.”“어머님, 그런 말씀 마세요. 집안이 화목하지 않은데 제가 승자가 된들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문수정의 굴복을 받아낸 백하린은 더 이상 상대를 할 가치가 없다는 듯 이윤후의 손을 잡았다. 권미숙에게 가볍게 고개만 숙여 보인 뒤, 그녀는 당당하게 거실을 빠져나갔다.문수정은 가슴에 둔한 통증을 느꼈다. 백하린이 사라지자마자 그녀는 시어머니를 붙잡고 억울함을 호소했다.“어머님, 지금 저더러 죽으라는 소리예요?”“그만해라. 네가 힘든 거 나도 안다.”권미숙은 백하린을 달랜 뒤 문수정까지 상대할 기운이 없어서 덤덤하게 말했다.“조금만 참아. 몇 달 뒤 회사 상장이 순조롭게 끝나면 하린이 다시 제집으로 돌려보낼 거야.”말을 마친 권미숙은 더 이상 문수정을 거들떠보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하지만 자신의 방으로 돌아오자 어르신 역시 가정부가 올린 찻잔을 신경질적으로 뒤엎어버렸다.백하린의 그 안하무인 격인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217화

    문수정은 백하린의 체면 따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이윤후가 보는 앞에서 인정사정없이 손을 휘둘렀다.백하린의 뺨은 금세 불에 덴 듯 화끈거렸고 손가락 자국이 선명하게 부어올랐다.이윤후는 엄마가 맞는 것을 보자마자 몸을 버둥거리며 문수정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나쁜 할머니! 엄마 때리지 마!”“어디서 버릇없이 굴어! 당장 이 녀석 방에 가둬서 반성하게 해!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지. 네 엄마가 저 모양이니 애를 이런 꼴로 키우는 거 아니야?”문수정은 백하린의 안색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버럭 고함을 질렀다.가정부도 습관적으로 그녀의 명령을 따라 이윤후의 입을 틀어막고는 강제로 끌고 가려 했다.“누가 감히 내 아들을 건드려!”이때 백하린이 앙칼진 목소리로 가정부에게 쏘아붙였다.“나도 이 집 안주인이야! 우리 윤후 건드리기만 해봐. 당장 월급 정산해서 내쫓을 줄 알아!”그녀의 서슬 퍼런 기세에 가정부는 당황해하며 문수정의 눈치만 살폈다.“뭐야?”문수정은 기가 찬다는 듯 실소를 터트렸다.“백하린, 언제부터 네가 이 집안의 안주인이 됐어? 당장 저 녀석 끌어내!”“어머님 기어이! 저 지금 바로 도운이랑 아버님께 전화할 거예요!”백하린의 말을 들은 문수정은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이규진은 그녀에게 집에서는 백하린을 배려해 주라며 신신당부했다. 이도운과의 관계가 알려지면 안 된다는 이유로. 하지만 제 머리 꼭대기까지 올라앉은 백하린을 보고 있자니 문수정은 분해서 숨이 넘어갈 지경이었다.“또 무슨 소란이냐?”그때, 권미숙이 인기척 소리를 듣고 다가왔다.두 명의 가정부에게 부축받은 그녀가 느릿느릿 걸어와 이윤후 곁에 섰다.이윤후는 문수정을 뚫어지게 노려보고 있었는데 커다란 눈가는 이미 붉게 충혈되어 있었고 분에 겨운 듯 온몸을 파르르 떨었다. 콧소리를 섞어 흐느끼는 모습이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만 같았다.“윤후야, 어른들께 예의를 갖춰야지. 할머니나 증조할머니를 보면 바로 인사해야 한단다. 이렇게 고집부리는 게 아니라.”권미숙은 온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64화

    안 대표 역시 거들며 소리쳤다.“주상 그룹의 상속인이 어떤 분인데 여기까지 와서 우리한테 투자를 유치하겠어요? 지현 씨는 그냥 우리랑 곱게 술이나 마셔요. 그러면 투자 얘기도 하기 훨씬 쉬울 거예요.”전 대표는 심지어 강지현의 어깨를 감싸 안으려 손을 뻗었다. 그녀가 피하자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지현 씨 체면을 세워주려고 이러는 건데 고마운 줄도 모르고. 주제넘게 굴지 말아요.”강지현은 그들의 오만한 태도를 지켜보다가 휴대하고 있던 벨벳 가방에서 도장을 꺼냈다.“여러분, 이게 뭔지 아시죠?”손바닥 절반만 한 크기의 도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61화

    한 마디가 열 마디처럼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휴대폰 너머의 두 어르신은 조바심이 나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더는 들을 수 없었던 김태하가 결국 이렇게 말했다.“나중에 기회 봐서 데리고 올게요.”그러고는 상대방이 반응할 틈도 주지 않고 전화를 잽싸게 끊었다.강지현과 마지막으로 만난 지 꽤 시간이 흘렀다.김태하는 그날 밤을 떠올렸다. 강지현이 무도회에 오기로 했었는데 한참을 기다려도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나중에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할 일이 많았던 김태하는 준비한 선물만 주고 그 일을 잊고 지냈다.휴대폰에서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62화

    “그럼 저녁은요? 저녁도 괜찮은데.”김태하가 또 말했다.사실 그는 점심시간에만 시간이 있었다. 저녁에 만난다면 중요한 일정을 취소해야 했다.“저녁도... 어려울 것 같아요.”강지현이 미안해하며 말했다. 저녁에 투자자와 약속이 있었다.“그래요? 그럼 요즘 언제 시간이 되세요?”김태하의 목소리가 덤덤하여 감정을 읽을 수 없었지만 테이블 위에 놓인 손가락이 미세하게 구부러져 있었다.“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일주일 뒤에나 시간이 있을 것 같긴 한데 그때 제가 다시 연락드려도 될까요?”강지현이 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옆에서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60화

    백하린이 그들을 괴롭히는 건 상관없었지만 매번 꾸짖을 때마다 강지현을 언급했다.요즘 회사에 나오지도 않는 강지현을 욕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그들의 얘기를 들은 이도운은 백하린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순식간에 사라졌다.‘지금이 때가 어느 때인데 아직도 지현이랑 몰래 경쟁하고 있다니.’“강지현 곧 회사로 돌아올 거니까 그만두지 말아요. 그동안 여러분들이 잘했으니 휴가를 내고 싶으면 이틀 정도 내도록 해요. 지금 회사가 중요한 시기에 놓여 있어서 모두 힘을 합쳐 이 난관을 극복해야 해요.”이도운은 잠시 생각하다가 그들에게 연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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