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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화

Author: 윤소정
“착각했나 봐요.”

이도운은 차갑게 한마디로 넘기고는 문수정이 더 묻기도 전에 병실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강지현을 보자, 권미숙의 얼굴엔 금세 기색이 돌았다. 그녀는 강지현의 손을 붙잡고 한참을 칭찬했다.

“오랜만에 보니 더 예뻐졌구나.”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말은 다정했지만 어딘가 힘이 빠져 있었다. 예전처럼 이도운과 함께 있을 때 두 사람을 감싸안아 주던 진심 어린 온기와는 미묘하게 결이 달랐다. 어딘가 의식적으로 꾸며낸 부드러움이 느껴졌다.

“할머니, 여기 보양식 조금 준비해 왔어요. 몸 잘 챙기셔야 해요. 무슨 일이 있어도 화내지 마시고요. 건강보다 중요한 건 없잖아요.”

강지현은 조용히 말했다.

그녀의 걱정은 예전과 다르지 않았다. 비록 이제 한 가족이 아닐지라도, 예전에 자신을 감싸주고 도와줬던 기억만큼은 잊을 수 없었다.

그때 이민지가 코웃음을 쳤다.

“진짜 양심 없네요. 예전에 할머니가 언니 얼마나 챙겨줬는데, 길거리에서 아무거나 집어 들고 병문안 오면 어떡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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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젯밤 일은...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나요.”현다영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곧 입가에서 피가 스며 나왔다.주단우가 미간을 찌푸리더니 손을 뻗어 그녀의 입가를 가볍게 문질렀다.“네가 기억 못 해도 상관없어. 내가 기억하면 되니까.”그는 무심하게 시선을 내렸다. 손가락에 묻은 선명한 피를 바라보다가 가볍게 숨을 들이켰다.어젯밤 그는 현다영의 집에 갔다.처음엔 그저 조금 놀려 볼 생각이었다.강지현의 유능한 부하라니. 그런 여자가 자신과 얽히게 되면 꽤 재미있을 것 같았다.그런데 예상과 달리 현다영은 조금도 장난을 받아 주지 않았다. 마치 전염병이라도 피하듯 그를 멀리했다.주단우는 지금까지 자신에게 넘어오지 않는 여자를 거의 본 적이 없었다. 가볍게 떠보듯 돈을 줄 테니 자신 곁에 있으라는 말까지 꺼냈지만 현다영은 단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거절했다.더 편한 길이 분명히 있는데도 그녀는 끝까지 그 길을 택하지 않았다.그가 그렇게 형편없는 남자인가? 고작 이런 가난한 여자 눈에도 들지 못할 정도로?주단우의 마음속에 묘한 정복욕이 고개를 들었다. 그는 상처가 덧났다는 핑계를 대며 현다영에게 밤새 자신을 돌보게 했다.그리고 그녀가 지쳐 잠든 뒤, 잠옷 단추 몇 개를 살짝 풀고 그녀를 끌어안은 채 두 사람의 다정한 사진을 찍어 두었다.처음에는 그저 심심풀이 장난이었다. 그런데 현다영은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순진했다.어젯밤 두 사람이 잠자리를 가졌다고 말하자 그녀는 정말로 그대로 믿어 버렸다.현다영이 일부러 모르는 척하는 건지, 정말 믿은 건지 주단우는 크게 상관하지 않았다. 어차피 조금 더 놀아 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부대표님, 우리한테 뭐 있었더라도 그건 그냥 실수였을 뿐이에요. 대표님이 저 같은 여자한테 관심 있을 리 없잖아요. 그날 저 다 봤어요. 길 건너편에서 여자 친구랑 같이 계시던 거요.”현다영은 원래 이런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주단우가 계속 몰아붙이자 결국 못 이기고 사실을 꺼냈다.주단우의 눈빛이 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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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21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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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217화

    문수정은 백하린의 체면 따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이윤후가 보는 앞에서 인정사정없이 손을 휘둘렀다.백하린의 뺨은 금세 불에 덴 듯 화끈거렸고 손가락 자국이 선명하게 부어올랐다.이윤후는 엄마가 맞는 것을 보자마자 몸을 버둥거리며 문수정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나쁜 할머니! 엄마 때리지 마!”“어디서 버릇없이 굴어! 당장 이 녀석 방에 가둬서 반성하게 해!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지. 네 엄마가 저 모양이니 애를 이런 꼴로 키우는 거 아니야?”문수정은 백하린의 안색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버럭 고함을 질렀다.가정부도 습관적으로 그녀의 명령을 따라 이윤후의 입을 틀어막고는 강제로 끌고 가려 했다.“누가 감히 내 아들을 건드려!”이때 백하린이 앙칼진 목소리로 가정부에게 쏘아붙였다.“나도 이 집 안주인이야! 우리 윤후 건드리기만 해봐. 당장 월급 정산해서 내쫓을 줄 알아!”그녀의 서슬 퍼런 기세에 가정부는 당황해하며 문수정의 눈치만 살폈다.“뭐야?”문수정은 기가 찬다는 듯 실소를 터트렸다.“백하린, 언제부터 네가 이 집안의 안주인이 됐어? 당장 저 녀석 끌어내!”“어머님 기어이! 저 지금 바로 도운이랑 아버님께 전화할 거예요!”백하린의 말을 들은 문수정은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이규진은 그녀에게 집에서는 백하린을 배려해 주라며 신신당부했다. 이도운과의 관계가 알려지면 안 된다는 이유로. 하지만 제 머리 꼭대기까지 올라앉은 백하린을 보고 있자니 문수정은 분해서 숨이 넘어갈 지경이었다.“또 무슨 소란이냐?”그때, 권미숙이 인기척 소리를 듣고 다가왔다.두 명의 가정부에게 부축받은 그녀가 느릿느릿 걸어와 이윤후 곁에 섰다.이윤후는 문수정을 뚫어지게 노려보고 있었는데 커다란 눈가는 이미 붉게 충혈되어 있었고 분에 겨운 듯 온몸을 파르르 떨었다. 콧소리를 섞어 흐느끼는 모습이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만 같았다.“윤후야, 어른들께 예의를 갖춰야지. 할머니나 증조할머니를 보면 바로 인사해야 한단다. 이렇게 고집부리는 게 아니라.”권미숙은 온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53화

    프로젝트 기획안을 수정 중이었는데 아직 저장하지 않았다.“이사님...”여자 부하직원이 화들짝 놀라며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섰다.“강지현이 없다고 해서 다들 빈둥거려도 되는 줄 알아? 이렇게 간단한 프로젝트 기획안을 아직도 못 고치면 어떡해?”“죄송합니다. 저희 지금 서두르고 있어요...”백하린의 말에 모두가 벌떡 일어났다. 그런데 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탁 하는 소리와 함께 컴퓨터가 그들의 발치에 내동댕이쳐졌다.화면이 순식간에 파랗게 변했다.“이사님,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급히 컴퓨터를 살리려 달려들었지만 이미 늦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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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단우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주상 그룹은 인재 관리가 매우 엄격해서 주단우도 밑바닥부터 시작해 회사의 시가총액을 돌파하는 성과를 여러 번 내고서야 지금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강지현이 주상 그룹을 손에 넣으려면 막아야 할 입이 한둘이 아니었다.“그래.”주단우가 느긋하게 대답했다.“그나저나 내가 내 힘으로 프로젝트를 따내면 그땐 회사 경영 권한을 어떻게 보장해줄 건데요?”주단우가 비웃듯이 입꼬리를 올렸다. 강지현이 자기 주제를 정말 모른다고 생각했다.진작 준비를 마쳤는지 휴대폰을 꺼내 누르더니 곧바로 강지현에게 성과 연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51화

    “이도운, 난 지는 거 싫어. 알았지?”“응.”이도운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백하린의 볼을 감싸고 입을 맞췄다. 하지만 이번에도 눈을 감자마자 머릿속에 강지현의 모습이 떠올랐다.그는 저도 모르게 움찔했다가 황급히 백하린을 밀쳐내더니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왜 그래?”당황해하는 이도운을 본 백하린은 불안한 마음이 밀려왔다.“아니야. 내일 중요한 프로젝트 회의가 있다는 게 갑자기 생각나서. 그것도 지현이가 담당했던 거거든.”이도운은 백하린을 보지 않고 시선을 돌렸다.강지현이 맡았던 프로젝트는 강지현이 직접 나서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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