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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3화

Author: 윤소정
“아니에요. 굳이 그렇게까지 안 하셔도...”

“괜찮아요. 하린 씨 부모님께 내가 직접 말씀드릴게요. 어차피 한 가족인데, 돌아온 마당에 서로 마음 터놓고 얘기 못 할 게 뭐가 있겠어요?”

서운혁의 말에 백하린은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마치 그녀와 부모 사이의 해묵은 갈등을 꿰뚫어 보고 있는 듯한 말투였다.

“우리 집 사정을 알고 계셨나요?”

서운혁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평판 조사는 거쳐야 하니까요. 형식적인 절차로 두 분을 뵙고 간단히 대화를 나눴을 뿐이에요. 별말씀은 안 하시더군요. 그저 철부지 딸이 집을 오래 떠나 있었다며, 하린 씨 채용 문제를 신중하게 고려해달라고만 하셨죠.”

집안의 치부를 밖으로 드러낼 부모는 없기에 그들도 딸의 일을 떠들고 다니지는 않았을 터였다.

하지만 아무리 말을 번지르르하게 포장한들 입장만으로 이미 모든 것을 설명해주고 있었다.

지난 세월 동안 백하린이 보여준 냉정함은 부모의 마음을 싸늘하게 식게 했다.

백하린이 돌아와 화해를 청하자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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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강지현이 배아름 이야기를 꺼내기 전까지는, 지현우도 그녀를 특별히 의식한 적이 없었다.지현우가 강지현에게 자기 마음을 몰라준다며 농담을 던지자, 강지현은 오히려 곁에 있는 사람부터 제대로 보라고 했다.지현우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받아쳤다.“내 곁에 누가 있다고 그래요? 난 늘 혼자인데.”“대표님처럼 잘난 사람한테는 마음이 있어도 쉽게 다가가기 어려워요. 오랫동안 지켜만 본 사람도 있을걸요.”강지현은 한숨을 내쉬더니 좀처럼 답을 알려 주지 않았다.처음 만난 순간부터 지현우에게 마음을 빼앗긴 여자가 있다고 했다. 그 뒤로 줄곧 말없이 지켜보고 남몰래 챙겨 온 사람이었다.그렇게 혼자 품은 마음이 벌써 삼 년째였다.지현우와 마주칠 기회도 적지 않았지만, 정작 그는 다정하게 굴다가도 아무렇지 않게 돌아서곤 했다. 상대 마음은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말이다.“누군데요? 그런 사람이 있었다고요?”지현우는 정말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그동안 그는 연구와 일에만 매달려 살았다. 여자에게 먼저 다가가는 일도 거의 없었다.무엇보다 능력 있는 사람에게만 관심을 보이는 성격이었다. 남녀를 따지기보다, 대화가 통하고 배울 점이 있어야 흥미를 느꼈다.가족이나 지인들이 소개해 준 사람들과도 좀처럼 공통점을 찾지 못했다. 그러니 감정이 생길 리도 없었다.그런 자신이 누군가에게 여지를 줬다니, 지현우로서는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말이었다.“배아름 씨요.”한참 뜸을 들이던 강지현이 마침내 이름을 밝혔다.그러고는 웃으며 덧붙였다.“대표님은 기억도 못 하겠지만, 좋아하는 사람은 작은 행동 하나까지 전부 기억해요.”강지현에게 마음을 들킨 뒤, 배아름은 오히려 홀가분해졌다.오랫동안 지현우를 좋아했지만 그 사실을 평생 혼자 묻어 둘 생각이었다.그런데 한때 질투했던 강지현이 이제는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상대가 되어 있었다.강지현은 배아름이 자신감이 부족해 감히 지현우에게 다가가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도 도와줄 수 있는 건 여기까지였다.지현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667화

    강지현은 귓불이 달아올랐다.김태하는 말없이도 줄곧 자신을 살피고 있었다.요 며칠 일부러 적게 먹은 건 아니었다. 입맛이 없어 음식이 잘 넘어가지 않았을 뿐이었다.그런데 김태하가 곁에 앉아 있으니 거짓말처럼 허기가 돌았다.김태하가 강지현의 식사까지 세심하게 챙기는 모습을 보자 주호석은 갈수록 속이 불편해졌다.강지현은 김태하 때문에 주씨 가문을 저버리는 일은 없을 거라고 약속했다.하지만 지금처럼 사랑에 푹 빠진 모습은 젊은 시절의 주승호와 너무도 닮아 있었다.당시 주호석은 엄경미를 향한 마음을 좀처럼 끊지 못하는 주승호를 여러 번 타일렀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아야 가문과 사업을 온전히 지킬 수 있다고.그나마 주승호가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현명한 판단을 내린 것이 다행이었다. 주상 그룹을 엄경미에게 넘기지 않았으니 말이다.연회가 끝난 뒤, 지현우는 강지현과 김태하를 직접 입구까지 배웅했다.두 사람을 자신의 차에 태워 호텔까지 데려다주려 했지만 강지현은 김태하의 품에 기대어 있었고 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사양했다.강지현이 김태하를 한번 바라본 뒤, 옅게 붉어진 얼굴로 말했다.“지 대표님, 오늘 정말 감사했어요. 대표님도 피곤하실 텐데 이제 들어가서 쉬세요.”김태하도 지현우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예의 바르게 웃었다.지현우는 김태하에게 손을 내밀었다. 술기운이 조금 오른 목소리였다.“김 대표님, 두 분 오래도록 행복하시길 바랍니다.”김태하가 그의 손을 맞잡으며 담담하게 대답했다.“그럴 겁니다.”그때 뒤늦게 배아름이 따라 나왔다.“지현 씨.”배아름은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말을 꺼냈다.“회장님께서 두 분을 따로 만나 몇 말씀 나누고 싶다고 하십니다.”강지현과 김태하는 서로 눈을 마주쳤다. 이미 예상하고 있었던 듯 두 사람 모두 별다른 내색은 하지 않았다.그때 강지현은 배아름의 시선이 지현우에게서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는 걸 알아차렸다.그녀의 눈에 잔잔한 웃음이 어렸다.“알겠어요. 저희는 먼저 가 볼게요. 지 대표님 술 많이 드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66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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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665화

    “태하야.”강지현은 반가운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뒤를 돌아보았다.김태하는 담담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단숨에 주변을 압도할 만큼 존재감이 강했다.벗어 둔 정장 재킷은 팔에 걸친 채였다. 몸에 꼭 맞는 검은 셔츠의 단추는 목 아래까지 느슨하게 풀려 있었고, 소매도 팔뚝까지 아무렇게나 걷어 올린 상태였다.그가 천천히 걸어오는 동안 시선은 오직 강지현에게만 향했다. 반대로 연회장에 있는 사람들은 누구 하나 김태하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잠시 정적이 흐른 뒤, 곳곳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누구야? 진짜 잘생겼다.”“방금 강지현 씨를 자기 아내라고 한 거 맞지? 지현 씨 결혼했었어?”“지 대표와 주씨 가문의 외동딸을 두고 맞설 정도면 보통 사람은 아닌가 본데.”“쉿, 목소리 낮춰. 오늘 지씨 가문 연회잖아.”수많은 시선이 쏟아지는 가운데 김태하는 자연스럽게 강지현의 허리를 감싸고 곁에 섰다.그를 본 순간, 강지현도 줄곧 유지하던 긴장을 풀었다. 굳어 있던 표정이 부드러워지고 얼굴에는 따뜻한 미소가 번졌다.그녀가 곧바로 사람들에게 김태하를 소개했다.“제 남편 김태하예요. 미래 그룹의 현 대표이사입니다.”“김태하...”“저 사람이 미래 그룹의 김태하 대표라고?”“나 알아. 전에 아이 구한 일로 뉴스에 나왔던 사람이잖아.”연회장은 다시 크게 술렁였다.이번에는 앞선 소란보다 훨씬 거셌다. 장내 전체가 들끓는 듯했다.M국 금융계에서 지씨 가문의 영향력은 절대적이었다. 최근 들어 기세도 더욱 거세지고 있었다.하지만 미래 그룹 역시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대기업이었다. 김씨 가문은 오랜 세월 사업 기반을 다져 왔고, 재력도 주씨 가문에 전혀 뒤지지 않았다.더구나 김태하는 예전에 아이를 구하려다 목숨까지 걸었던 일로 크게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본인이 워낙 외부 활동을 꺼려 모습을 자주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그 사건 이후 미래 그룹과 김태하를 바라보는 평가는 크게 높아졌다.대중뿐 아니라 재계에서도 그를 높이 평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664화

    정작 본인은 이미 M국 전체를 뒤덮고도 남을 만큼 질투에 휩싸여 있었다.은주희가 눈치를 살피다가 슬쩍 말을 꺼냈다.“그래도 아내가 이렇게 늦게 돌아오는데 데리러는 가야 하지 않겠니? 게다가 이런 중요한 소식이면 지현이도 누구보다 빨리 알고 싶을 거고.”이번 말은 김태하의 마음을 정확히 꿰뚫었다.김태하가 고개를 들었다. 어두웠던 눈에 금세 빛이 돌고 가슴이 작게 들썩였다. 잠시 뒤 그가 애써 태연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어머니 말씀이... 맞네요.”말투는 침착했지만 몸은 달랐다.말이 끝나기도 전에 자리에서 일어난 김태하는 침실로 들어가 외투를 챙겼다. 긴 다리로 성큼성큼 걸어 순식간에 현관까지 갔다.은주희는 그 빠른 움직임에 잠시 멍해졌다가, 문 닫히는 소리를 듣고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평소에는 그렇게 침착한 아이가 강지현만 관련되면 이성도 냉정함도 모조리 잃어버렸다.연회장은 술잔과 웃음소리로 떠들썩했다.강지현은 지씨 가문 사람들과 한바탕 인사를 나누고 지현우와 함께 테이블로 돌아왔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사람들이 앞다투어 술잔을 들이밀었다.강지현은 애초에 얼굴만 비추고 적당히 자리를 뜰 생각이었다.하지만 주호석도 연회에 참석해 있었다. 그는 강지현을 데리고 투자자들 사이를 돌며 적극적으로 인사를 시켰다. 대충 얼굴만 비추고 빠져나가게 둘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다행히 강지현은 이런 자리에 익숙했다. 주호석과도 손발이 잘 맞아, 연회 내내 별다른 잡음 없이 자연스럽게 어울렸다.김씨 가문 문제로 갈등을 빚었던 일은 애초에 없었던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그때 지현우가 강지현 앞을 막아서며 술잔을 대신 받았다.“죄송하지만 강지현 씨는 이미 술을 많이 마셨습니다. 더는 곤란하니, 마음만 제가 대신 받겠습니다.”지씨 가문의 체면이 있는 만큼 사람들도 더는 억지로 술을 권하지 않았다. 하지만 놀려 대는 말까지 멈추지는 않았다.“지 대표님, 역시 멋지십니다. 제대로 흑기사 노릇을 하시네요!”“지 대표님이 직접 술을 대신 마셔 주다니, 이런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663화

    한민혁은 고개를 끄덕였다가 곧바로 다시 저었다.송준호는 어이가 없어 그의 뒤통수를 툭 때렸다.“지금 당장 널 넘겨 버릴 수도 있다는 거 알아?”“...제 몸에 있긴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드릴 수가 없어요.”한민혁은 난감한 얼굴로 옷자락을 걷어 올렸다. 복부에는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가 남아 있었다.그는 물건을 몸 안에 숨겨 둔 상태였다. 송준호도 그건 예상하지 못했는지 잠시 굳었다.한민혁은 얼른 고개를 숙이고 애원했다.“제발 한 번만 도와주십시오. 이 나라를 빠져나갈 수 있게 해 주세요. 저한테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건 압니다. 그래도 이걸 빼앗기면 그 사람들이 저를 살려 둘 것 같지 않아서...”송준호는 무언가 말하려다 입을 다물었다.예전의 공회라면 무고한 사람을 함부로 해치지 않는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달랐다.한민혁을 찾아갔을 때 가족들이 모두 자취를 감춘 걸 보고, 송준호는 임지태가 이번 일에 얼마나 독하게 나섰는지 알아차렸다.그는 더 묻지 않았다. 얼굴만 무겁게 굳었다.같은 날 저녁, M국.은주희도 송준호에게서 연락을 받자 곧장 강지현과 김태하를 찾아갔다. 하지만 문을 연 사람은 김태하뿐이었다. 방 안에도 그 혼자였다.“지현이는?”은주희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두 사람은 며칠 내내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붙어 다녔다. 벌써 저녁인데 강지현이 혼자 어디를 갔는지 궁금할 만했다.“신규 사업 출범 행사에 갔어요.”김태하가 무심하게 대답했다.은주희가 놀란 기색을 보이자 그가 덧붙였다.“제가 가라고 했어요.”강지현은 지현우와 함께 진행 중인 사업이 있었다. 오늘은 지씨 가문에서 새 프로젝트를 공식적으로 선보이는 날이라 투자자들을 초청해 연회를 열었다.당장 사업 때문이 아니더라도 인맥을 넓힐 좋은 기회였다.하지만 지현우가 직접 전화했는데도 강지현은 망설임 없이 참석을 거절했다. 김태하가 몇 번이나 설득하고 나서야 마지못해 행사장으로 향했다.두 사람 모두 알고 있었다. 주호석도 오늘 행사에 관해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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