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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8화

Author: 윤소정
“오늘 강지현한테 무슨 말 했어? 그리고 하원영 그 여자는? 한 번 영웅 노릇 했으면 끝까지 데려다줄 일이지, 왜 너 혼자 보냈대?”

주단우가 아무리 현다영에게 휘둘리는 듯 보여도, 여자 때문에 판단력이 흐려질 사람은 아니었다.

현다영이 집으로 돌아왔다는 건, 이미 어느 정도 일이 정리됐다는 뜻이었다.

현다영은 보기보다 영리했다. 강지현이 아직 주상 그룹에 남아 있는 한, 주단우가 자신에게 함부로 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엄경미 역시 그에게 단단히 일러둔 터였다. 강지현을 완전히 무너뜨리기 전까지는 괜한 일을 벌이지 말라고.

특히 이런 식의 하찮은 문제는 더더욱 피해야 했다.

현다영은 주단우를 잠시 바라보다가 솔직하게 말했다.

“제가 지현 언니한테 무슨 말을 했는지, 그걸 부대표님께 말씀드릴 리가 없잖아요.”

세 시간 전, 현다영은 하원영을 따라 호텔에서 빠져나왔다.

하원영은 회사를 나서던 길에 현다영이 주단우와 함께 주차장으로 향하는 모습을 우연히 보았다.

현다영은 강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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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488화

    “오늘 강지현한테 무슨 말 했어? 그리고 하원영 그 여자는? 한 번 영웅 노릇 했으면 끝까지 데려다줄 일이지, 왜 너 혼자 보냈대?”주단우가 아무리 현다영에게 휘둘리는 듯 보여도, 여자 때문에 판단력이 흐려질 사람은 아니었다.현다영이 집으로 돌아왔다는 건, 이미 어느 정도 일이 정리됐다는 뜻이었다.현다영은 보기보다 영리했다. 강지현이 아직 주상 그룹에 남아 있는 한, 주단우가 자신에게 함부로 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엄경미 역시 그에게 단단히 일러둔 터였다. 강지현을 완전히 무너뜨리기 전까지는 괜한 일을 벌이지 말라고.특히 이런 식의 하찮은 문제는 더더욱 피해야 했다.현다영은 주단우를 잠시 바라보다가 솔직하게 말했다.“제가 지현 언니한테 무슨 말을 했는지, 그걸 부대표님께 말씀드릴 리가 없잖아요.”세 시간 전, 현다영은 하원영을 따라 호텔에서 빠져나왔다.하원영은 회사를 나서던 길에 현다영이 주단우와 함께 주차장으로 향하는 모습을 우연히 보았다.현다영은 강지현 쪽 사람이었다. 그런 그녀가 주단우와 가까이 지낸다는 것부터가 이상했다.호기심이 많은 하원영은 결국 참지 못하고 두 사람을 따라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현다영이 주단우의 사람들에게 붙잡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하원영은 곧바로 움직이지 않았다. 먼저 현다영이 있는 방 번호를 확인한 뒤, 주단우가 다시 식당으로 향하는 것까지 보고 나서야 프런트로 가 상황을 알아보려 했다.하지만 그 호텔은 엄씨 일가 계열이었다. 하원영이 직접 알아낼 수 있는 정보는 없었다.잠시 고민하던 하원영은 주시언에게 전화를 걸었다.늦은 시간이었지만 주시언은 아직 잠들지 않은 상태였다. 그는 지방 출장 중이었고 마침 접대 자리에 있었다.하원영이 상황을 설명하고 호텔 이름을 알려 주자, 주시언은 곧장 사람을 알아봤다.그의 지인 중에는 해원시 대형 호텔들을 관리하는 사람이 있었다. 호텔 내부 사람을 찾는 건 그에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날 밤 예약된 VIP 정보를 간단히 확인하는 정도는 더더욱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487화

    고집 센 여자는 귀했다. 적어도 주단우에게는 충분히 사람을 홀리는 매력이 있었다.그렇게 보자, 치밀어 오르던 화도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대신 정복욕이 고개를 들었다. 주단우는 힘을 주어 현다영의 팔을 확 끌어당겼다. 그녀의 몸이 그대로 그의 가슴팍에 부딪혔다.현다영은 예전처럼 거세게 밀쳐 내지는 않았다. 다만 손바닥을 그의 가슴에 가볍게 대고, 억지로라도 둘 사이에 조금의 거리를 만들었다.“내가 얼마나 화났는지 알아?”차갑게 가라앉은 숨결이 얼굴 가까이 닿자, 현다영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주단우의 말투는 묘하게 끈적했다. 말을 하면서도 그는 현다영의 귀 뒤로 흘러내린 잔머리를 가볍게 쓸어 넘겼다.주단우에게는 너무도 자연스러운 행동이었다. 두 사람은 이미 애매한 선을 넘나드는 사이였으니까.“부대표님 속을 제가 어떻게 알겠어요.”현다영은 입꼬리만 희미하게 올렸다. 눈빛에는 아무 감정도 담겨 있지 않았다.“저는 그저 제가 부대표님을 그렇게 믿었다는 것만 알아요. 지현 언니가 말리는데도 부대표님하고 따로 만나려고 했고요. 그런데 부대표님은 저한테 이렇게까지 하셨잖아요.”그녀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조용히 덧붙였다.“저, 이제 퇴사하고 이사까지 생각해야 하는 걸까요? 그래야 부대표님이 저를 좀 놔주실까요?”“하.”주단우가 웃음을 터뜨렸다.뒤집어씌우는 솜씨 하나는 제법이었다.먼저 다가오고 떠보고 강지현에게 일러바치려 한 사람은 현다영이었다. 그런데 말 몇 마디로 자신을 그에게 농락당한 가엾은 피해자처럼 포장해 버렸다.주단우도 그런 식으로 사람을 휘두르는 여자들을 안 만나 본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현다영처럼 뻔뻔한데도 이상하게 진심처럼 보이는 여자는 처음이었다.그는 현다영의 턱을 살짝 들어 올렸다.“정말 내가 널 놔줬으면 좋겠어?”현다영은 여전히 차분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부대표님, 시간 늦었어요. 저 이제 들어가 봐야 해요.”말을 마친 현다영은 주단우를 밀어내고 돌아서서 현관문을 열었다.주단우는 고개를 숙여 바닥에 떨어진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486화

    현다영을 데려간 사람은 다름 아닌 하원영이었다.하원영이 대체 어디서 갑자기 튀어나온 건지는 몰라도, 그녀는 처음부터 주단우 일행을 뒤따라오고 있었다. 현다영이 주단우 사람들에게 호텔에 붙잡히자마자 곧장 경찰에 신고했고 사람들을 데리고 와 문을 부순 뒤 현다영을 데려갔다.덕분에 주단우의 사람들은 아직도 경찰서에 붙잡혀 있었고, 그가 직접 가서 수습하기를 기다리는 중이었다.물론 주단우는 그런 일까지 걱정하지 않았다. 그에게는 전화 몇 통 더 돌리면 끝날 일이었다.정작 그를 짜증 나게 한 건, 현다영을 데려간 사람이 하원영이라는 사실이었다.하원영, 그 여자는 할 일이 그렇게도 없나. 왜 굳이 끼어들어 일을 귀찮게 만든단 말인가.시간은 이미 늦어 있었다. 이 밤중에 하씨 가문까지 찾아가 사람을 끌고 나올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애초에 하씨 가문과 별다른 친분도 없었다. 일이 커지면 하원영도 좋을 게 없겠지만, 자신 역시 괜히 구설에 오를 수 있었다.하원영은 하씨 가문 안에서 큰소리칠 수 있는 위치가 아니었다. 그러니 현다영을 하씨 가문으로 데려갔을 리는 없었다.결국 주단우는 현다영의 집 앞에서 기다려 보기로 했다. 혹시라도 그녀가 돌아올지 모른다고 생각한 것이다.역시나 현다영은 집에 없었다.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주단우는 그녀의 집 문을 걷어차고 나서야, 현다영의 휴대폰이 아직 자기에게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하지만 전원을 켜도 잠금을 풀 수가 없었다. 한참을 이것저것 눌러 봤지만 아무 소용 없었다.곧 잠금 화면이 떠올랐다. 학교에서 찍은 듯한 현다영의 사진이었다.햇살 좋은 오후, 그녀는 몸을 살짝 돌린 채 눈을 가늘게 뜨고 있었다. 한 손으로 이마를 가린 모습은 생기 넘쳤고 온몸은 따뜻한 햇살에 감싸여 있었다.주단우는 화면 속 현다영을 바라보다가, 벽에 등을 기댄 채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현다영이 사는 곳은 오래된 아파트였다. 복도는 좁고 어두웠다.얼마 지나지 않아 센서 등마저 꺼지자, 주단우의 모습은 그대로 어둠 속에 묻혀 버렸다.그는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485화

    백하린은 주상 그룹에서 이번 자리에 보낼 사람이, 베일에 싸인 주씨 가문의 딸이거나 주승호의 아내일 거라고 짐작하고 있었다.그녀도 들은 이야기가 있었다. 현재 주상 그룹의 실무를 쥐고 있는 사람은 주씨 가문의 딸이지만, 주씨 가문 안에는 부대표 직함을 가진 사람이 여럿 있다고 했다.그중에는 주승호의 양자도 포함되어 있다고 들었다.아마 눈앞의 남자가 바로 그 사람일 것이다.“맞습니다. 제가 주상 그룹 부대표, 주단우입니다.”주단우는 백하린과 악수하면서도 곁눈으로 이도운을 살폈다.주단우의 소개를 듣는 순간, 이도운도 모든 상황을 알아차렸다.“부대표님, 저를 놀리시는 겁니까? 해원시에 이경 그룹이라는 회사는 이제 없습니다. 저도 더는 대표가 아니고요.”그는 그동안 자신이 주상 그룹의 딸과 연이 닿았다고 믿고 있었다.하지만 강지현이 주씨 가문의 딸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야 깨달았다. 애초에 이경 그룹에 투자하려 했던 사람은 강지현이 아니었다.지금 주단우가 이렇게 나오는 걸 보니, 답은 분명했다. 이씨 가문에 손을 내밀었던 사람은 주단우였다.이도운도 주상 그룹에 대해 어느 정도 알아본 적이 있었다. 주승호의 양자는 결혼을 계기로 주씨 가문 쪽에 몸담게 된 사람이라고 했다.공개된 자료만 봐도 주승호의 재산 대부분은 친딸에게 돌아간 것으로 나와 있었다.그 정도면 충분했다. 주단우와 강지현의 사이가 좋을 리 없다는 건 누구라도 짐작할 수 있었다.강지현이 버젓이 있는데도 주단우가 이경 그룹에 투자했다는 사실은, 이도운의 추측에 더욱 힘을 실어 주었다.다만 양자는 결국 친딸을 넘어서지 못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경 그룹이 이렇게 빨리 파산 절차에 들어가지는 않았을 것이다.그래도 이도운은 이제 어느 정도 현실을 받아들였다. 자세를 낮추는 것도 꼭 나쁜 일만은 아니었다.적어도 이제는 영문도 모른 채 정체 모를 힘에 짓눌려 당하기만 하지는 않을 테니까.“이 대표님, 너무 낙담하실 필요 없습니다. 세상일이라는 게 늘 돌고 도는 법 아니겠습니까. 지금은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484화

    “내가 안 이랬으면, 넌 강지현한테 말 안 했을 것 같아? 아니잖아.”주단우의 한마디에 현다영은 말문이 막혔다.“그게 무슨 뜻이에요?”“내 사무실 앞에서 엿들어 놓고, 어쩜 그렇게 당당해? 내가 너한테 이렇게 잘해 주는데, 넌 끝까지 강지현 첩자 노릇이나 하려고 하고. 나 진짜 상처받았어.”주단우의 목소리는 잔잔했다. 웃음기가 섞여 있었지만 그 안에는 온통 놀리듯 비꼬는 기색뿐이었다.그가 현다영을 놀리는 걸 좋아한다고 해서, 눈치까지 없는 건 아니었다.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만큼 어리석지도 않았다.처음에는 건강차를 가져온 걸 봐서 그냥 넘어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일이 틀어지면 그 뒷감당은 결국 자신이 해야 했다.현다영은 그를 떠볼 때도 조금의 망설임이 없었다. 그렇다면 자신도 더는 맞춰 줄 필요가 없었다.현다영의 얼굴이 살짝 하얗게 질렸다.“엿들은 거 아니에요. 전 그냥 건강차 가져다주러 온 거예요...”“그래서 뭘 들었는데?”주단우가 말을 끊었다. 하지만 현다영이 대답하기도 전에,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뭐, 상관없어. 이 거래가 끝날 때까지 넌 계속 나랑 같이 있으면 돼. 딱히 너한테 무슨 짓을 하겠다는 건 아니니까.”“진짜 양심도 없어요? 이런 식으로 약점 잡는 게 어디 있어요. 제가 부대표님 믿고 차에 탄 걸 이용하는 거예요?”현다영은 다급한 와중에도 억울하고 가엾은 표정만은 잃지 않았다.주단우는 그녀를 힐끗 보더니, 갑자기 차를 길가에 세웠다. 그리고 현다영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억지로 휴대폰을 빼앗았다.현다영이 이미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걸 보지 못했다면, 그는 정말로 자신이 지나쳤다고, 순진한 여자를 또 한 번 상처 준 거라고 착각할 뻔했다.“이 나쁜 자식!”현다영의 힘으로는 주단우를 당해낼 수 없었다.그가 거칠게 나오자, 그녀에게는 맞설 틈조차 없었다.휴대폰을 빼앗은 주단우는 화면을 확인하지도 않은 채 그대로 전원을 꺼 버렸다. 그리고 제 주머니에 넣었다.“그래, 나 나쁜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483화

    주단우의 자아도취 섞인 말에, 현다영은 속이 다 메스꺼워졌다.하지만 이번에는 굳이 반박하지 않고 주단우가 보온병을 열고 따뜻하게 데워진 새까만 차를 컵에 따르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그가 미간을 찌푸린 채 자신을 바라보자, 현다영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는 마셔 보라는 듯 고개를 까딱였다.주단우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코끝을 맴도는 고약한 냄새에 한참이나 입술만 달싹이던 그는 결국 한발 물러섰다.“됐다. 이건 나중에 마시지.”그는 컵에 따른 차를 다시 보온병에 부어 넣고는 곧장 뚜껑을 닫았다.“가자. 데려다줄게.”주단우는 사무실 문을 잠그며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현다영은 그의 뒷모습을 차갑게 바라보다가, 이내 목소리를 한결 부드럽게 낮췄다.“부대표님, 지금 저 데려다주실 시간은 있으세요? 어디 가시려던 거 아니었어요?”“가는 길이야. 네 집이랑 멀지 않고.”주단우가 가볍게 웃었다. 그러다 잠시 말을 멈추고 덧붙였다.“널 내려 주고 나서 다른 일 보러 가면 돼.”백하린 일행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게다가 호텔 쪽에는 이미 두 사람을 맞이할 사람을 보내 둔 상태였다. 가는 길에 현다영을 잠깐 데려다주는 정도는 시간을 잡아먹을 일도 아니었다.현다영은 더 이상 거절하지 않았다.차가 출발한 뒤, 주단우의 휴대폰 화면이 몇 번이나 켜졌다. 하지만 그는 한 번도 확인하지 않았고 전화도 받지 않았다.결국 현다영이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부대표님, 바쁘시면 저 근처에 내려 주셔도 돼요.”“괜찮아. 거의 다 왔어.”주단우는 앞만 바라본 채 대답했다.밤길의 불빛이 그의 얼굴선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 빛 때문인지 평소의 느끼한 기운은 조금 덜했고 드물게 차갑고 단정해 보이기까지 했다.하지만 현다영은 그의 얼굴을 감상할 여유가 없었다. 그녀의 머릿속은 온통 어떻게 해야 주단우에게서 쓸 만한 정보를 캐내 강지현에게 전할 수 있을지로 가득했다.지금 강지현이 회사에 없는 만큼, 적들이 뒤에서 무슨 짓을 벌이는지 더더욱 경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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