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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화

Author: 윤소정
백하린이 그들을 괴롭히는 건 상관없었지만 매번 꾸짖을 때마다 강지현을 언급했다.

요즘 회사에 나오지도 않는 강지현을 욕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들의 얘기를 들은 이도운은 백하린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지금이 때가 어느 때인데 아직도 지현이랑 몰래 경쟁하고 있다니.’

“강지현 곧 회사로 돌아올 거니까 그만두지 말아요. 그동안 여러분들이 잘했으니 휴가를 내고 싶으면 이틀 정도 내도록 해요. 지금 회사가 중요한 시기에 놓여 있어서 모두 힘을 합쳐 이 난관을 극복해야 해요.”

이도운은 잠시 생각하다가 그들에게 연봉을 올려주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그가 아무리 설득해도 모두 고개를 저으며 정중히 거절했다.

그렇게 대화가 한 시간 넘게 이어졌다. 이도운은 정말로 그들을 붙잡을 수 없음을 깨닫고 더 이상 강요하지 않았다.

그들은 강지현의 사람이었다. 백하린이 아무리 심하게 굴었더라도 단체로 사직했다는 건 분명 강지현과 관련이 있을 터.

이도운은 문득 문수정의 말이 떠올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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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956화

    현다영은 케이크를 탁자에 내려놓고 곧장 부엌으로 들어갔다. 주단우에게 물 한 잔 따라 주는 예의조차 차리지 않았다.환영하는 태도가 아니라는 건 누가 봐도 분명했다.주단우도 잘 알고 있었지만, 모르는 척 소파에 조용히 앉았다.그러면서도 부엌에서 나란히 붙어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현다영과 송준호를 곁눈질했다.현다영이 방금 만든 음료를 건네자 송준호는 숟가락으로 한 모금 맛보고 고개를 끄덕였다.“맛있네.”그러더니 한 잔을 따로 따라 주단우에게 다가왔다.“다영이가 직접 만든 거예요. 맛있어요.”주단우는 입꼬리만 살짝 올린 채 잔을 받아 탁자에 내려놓았다.“고마워요.”“참, 몸은 좀 어때요? 다친 데는 다 나았어요?”송준호의 목소리는 담담했고, 눈빛에도 다른 속셈은 비치지 않았다.정말로 주단우를 걱정하는 듯했다.주단우는 송준호를 잠시 바라보다 대답했다.“많이 나았어요.”“다행이네요. 칼에 베이거나 피부에 상처가 났을 때 흉터를 옅게 하는 데 효과 좋은 약이 몇 가지 있어요. 적어 줄게요.”송준호는 종이와 펜을 꺼내 약 이름 몇 개를 적어 주단우에게 건넸다.주단우는 종이를 받았지만 더는 입을 열지 않았다.순식간에 묘한 침묵이 흘렀다.그때 분위기를 눈치챈 듯 현다영이 송준호를 나직이 불렀다.송준호는 곧바로 일어나 다시 부엌일을 도왔다.얼마 지나지 않아 음식이 식탁에 올랐다.환자라는 이유로 내내 앉아서 기다리기만 한 주단우는 현다영과 송준호가 함께 그릇과 수저를 나르는 모습을 지켜봤다. 눈빛과 손짓까지 주고받는 두 사람을 보자 속에서 불이 치밀었다.더는 감정을 억누를 수 없었다.“고기만 잔뜩 있네. 채소는 하나도 없어? 환자인데 이렇게 기름진 음식은 못 먹겠어.”주단우가 입을 열자 식탁 분위기가 순식간에 싸늘해졌다.현다영은 주단우가 찾아와 방해하는 것만으로도 짜증이 나 있었다. 그런데 이 와중에 트집까지 잡으니 화가 치밀었다.그래도 송준호가 있어서 애써 예의를 지켰다.“못 드시겠으면 집에 가서 드시는 게 낫겠네요. 주 대표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955화

    송준호가 배고플까 봐 현다영은 집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재료 손질을 시작했다.송준호는 먼 길을 오느라 피곤했을 텐데도 쉬려고 하지 않고 옆에서 돕겠다고 나섰다.“고기는 내가 손질할게.”그는 재료를 한번 훑어보고 소매를 걷었다. 단단하고 매끈한 팔뚝 근육이 드러났다.현다영은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주방에서 함께 움직였다.송준호의 칼질은 마치 공연을 보는 것처럼 현란했다. 고기를 써는 그의 손놀림을 보던 현다영은 멍하니 넋을 잃고 말았다. 웬만한 특급 셰프라도 이렇게 일정하고 예쁜 두께로 고기를 썰지는 못할 것 같았다.현다영은 채소 손질을 끝내고 양념을 준비했다.높은 곳에 있는 병이나 통을 꺼내려고 까치발을 들 때면 송준호가 늘 먼저 손을 뻗어 내려 줬다.두 사람의 호흡은 오랫동안 함께 살아온 사람들처럼 잘 맞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냄비에는 소고기찜이 보글보글 끓기 시작했고, 주방에 진한 향이 퍼졌다.도마 위에도 예쁘게 썰어 놓은 재료들이 가득했다.그때 초인종이 갑자기 울렸다.인터넷 레시피를 보며 음료를 배합하던 현다영은 멈칫하며 의아한 표정으로 현관으로 향했다.현관문 구멍을 통해 보니 밖에는 주단우가 서 있었다.손에는 뭔가를 들고 있었는데 케이크 상자처럼 보였다.현다영은 주방에 있는 송준호를 힐끗 보고는 잠시 망설이다 문을 아주 조금만 열었다.“주 대표님, 여기 웬일이세요?”“밥 얻어먹으러 왔지.”주단우가 입꼬리를 올리며 코를 킁킁거렸다.“타이밍이 기가 막히네? 대단한 요리라도 하나 봐? 냄새 끝내주는데?”“그런건 아니고요...”주단우가 몸을 비집고 들어오려 하자 현다영은 얼른 막아섰다.“주 대표님, 무슨 일 있으세요?”“있지.”주단우는 코웃음을 치며 손에 든 케이크를 들어 보였다.“승진 축하하러 왔어.”현다영이 미간을 찌푸렸다.“주 대표님, 마음은 감사한데 아직 몸도 다 안 나으셨잖아요. 저 때문에 굳이 여기까지 오실 필요는 없는데. 그러니까...”“현다영, 너 양심도 없어? 내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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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953화

    서로에게 이득인 일이니 서지아도 당연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다만 신제품 자체가 아직 최종 확정되지 않아 모든 게 준비 단계였고, 마침 김태하와 강지현의 결혼식까지 겹쳐 미래 그룹 팀과 세부 사항을 상의할 시간이 없었다.강지현이 웃으며 말했다.“맞아요. 그것 때문에 불렀어요.”“나랑 김태하 둘 다 회사에 없으니까 지아 씨가 업무 연결하는 데 불편할까 봐. 그래서 든든한 사람 하나 붙여 주려고요.”“든든한 사람이라고요?”서지아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누구지?”김태하를 바라보자 그의 시선이 옆으로 움직여 최동윤에게 멈췄다.최동윤도 어리둥절하기는 마찬가지였다.“오늘부터 네 협업 관련 업무는 최동윤이 전담할 거야. 미래 그룹 쪽 대표 실무자로서 너와 네 팀과 협업을 도와 자원 배분은 물론 소통이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할 거야.”“앞으로 필요한 게 있으면 뭐든 최 비서한테 말하면 돼. 그리고...”김태하가 잠시 말을 멈추자 강지현이 자연스럽게 이어받았다.“이번 입찰에서도 지아 씨가 많이 도와줬잖아요. 우리 성의를 보여주려고 이번 프로젝트가 끝날 때까지 최 비서님을 단순한 담당자가 아니라 지아 씨의 전담 비서로 붙이기로 했어.”“협력이 끝날 때까지 최 비서님에 대한 모든 임무 조정 권한은 서지아 씨에게 있으니까 마음껏 부리세요.”“뭐라고요? 최동윤 씨를요?”“대표님, 사모님.”서지아와 최동윤이 거의 동시에 놀라 소리쳤다.몇 초 뒤 서지아가 먼저 강지현에게 말했다.“안 돼요. 다른 사람으로 바꿔주세요. 최동윤은 씨는 태하의 오른팔이에요. 두 분이랑 함께 떠나는 게 훨씬 도움이 될 걸요.”“맞습니다. 대표님, 사모님. 저는 이런 업무에 익숙하지 않아 다른 사람을 보내시는 게 낫습니다.”최동윤도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맞장구쳤다.“나랑 태하가 충분히 생각해서 내린 결정이에요. 회사 일이나 개인적인 상황까지 다 고려하면 최 비서님이 직접 담당을 맡는 게 가장 좋은 거예요.”강지현은 여전히 웃고 있었지만 말투에는 반박할 수 없는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952화

    최동윤이 김태하와 강지현을 전용 보안 검색 통로 앞까지 배웅했을 때 강지현이 그를 불렀다.“여기까지만 해요. 최 비서.”강지현이 다른 수행 비서와 직원들을 바라보자 최동윤이 들고 있던 짐을 누군가 바로 받아 갔다.최동윤은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사모님, 무슨 뜻입니까?”“최 비서는 남아. 우리랑 노르국까지 갈 필요 없어.”김태하가 담담하게 말했다.그는 최동윤 앞으로 다가가 잠시 훑어보고는 손을 들어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최동윤은 오늘도 정장을 반듯하게 입고 있었다.생각해 보니 김태하는 최동윤이 다른 옷을 입은 모습을 거의 본 적이 없는 것 같았다.처음 미래 그룹에 입사해 자신의 곁에서 일하기 시작한 날부터 최동윤은 김태하의 모든 습관과 기준에 맞춰 자신을 철저히 관리했다.“대표님, 제가 뭔가 잘못했어요?”최동윤은 당황했다.그동안 김태하가 어디를 가든 자신은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아니. 이번에는 네가 회사에 남아서 맡아 줘야 할 일이 있어.”김태하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최동윤은 늘 강압적이고 냉철하게 지시를 내리던 김태하가 이토록 다정하고 차분하게 말하는 모습이 오히려 더 낯설었다.“대표님, 다른 사람에게 맡기면 안 되나요? 저는 대표님과 사모님 곁에 있고 싶습니다. 게다가 회사 일이라면 저보다 잘하는 사람도 많고...”최동윤은 다급해졌다.자기가 없어도 회사가 돌아가는 건 알았다. 하지만 김태하는 이번에 치료를 받으러 가는 것이었다.직원이라는 관계를 떠나 그는 김태하를 친구처럼 생각했고, 곁에 있고 싶었다.“이 일은 네게 맡겨야 마음이 놓여. 그리고 너도 몇 년 동안 나 때문에 밤낮없이 일했잖아. 진작 좀 한가하게 쉬게 해 줬어야 했어.”김태하의 말이 끝나자 강지현이 바로 덧붙였다.“맞아요. 나랑 태하도 결혼식 끝나면 최 비서한테 휴가 주자고 미리 얘기했어요.”최동윤은 바로 고개를 저었다.“대표님, 사모님. 저는 휴가 필요 없습니다. 그리고 저도...”“완전히 쉬라는 건 아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951화

    주상 그룹의 모든 업무 인계를 마친 강지현은 비로소 안심하고 건물을 나섰다.건물 밖에는 차량이 대기하고 있었다.김태하는 벌써 차 안에서 한참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강지현에게 전화 한 통 걸지 않았다.그는 강지현에게만큼은 끝없는 인내심을 가진 사람이었다. 얼마나 오래 기다려도 지루해하지 않았다.현다영은 강지현이 탄 차가 멀어지는 걸 바라봤다.그때 등 뒤에서 누군가 자신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뒤를 돌아보자 길 건너 나무 아래에 익숙한 사람이 서 있었다.예전과 똑같았다. 크고 탄탄한 체격은 어디에서든 눈에 띄었다.수수한 후드티에 안에는 몸에 붙는 검은 민소매를 받쳐입고 현다영을 지켜보고 있는 이 남자는 송준호였다.현다영의 심장이 콩닥거렸다. 그녀는 깊이 생각할 틈도 없이 몸이 먼저 움직였다.두 사람 사이에는 큰 도로가 있었다. 마침 차들이 끊임없이 지나가는 시간이라 현다영이 건너가기 전에 차량 몇 대가 시야를 가렸다.“준호 오빠.”현다영이 다급하게 그의 이름을 불렀지만 그 목소리는 도로의 소음에 묻혀 버렸다.차들이 지나가고 다시 건너편이 보였을 때, 조금 전 그곳에 있던 사람은 사라지고 없었다.현다영은 미간을 찌푸렸다. 순식간에 실망감이 밀려왔다.‘내가 잘못 본 건가?’그때 갑자기 날카로운 경적이 울렸다.정신이 팔린 사이 현다영은 자신이 차들이 오가는 도로 한가운데 서 있다는 것조차 잊고 있었다.눈앞으로 승용차 한 대가 그대로 현다영 쪽으로 달려왔다.피할 틈도 없었다. 그런데 강한 힘이 그녀를 낚아채 자신의 품에 안았다.익숙한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먼지와 아주 옅은 담배 향이 섞인, 부드럽지는 않지만 사람을 설레게 하는 냄새였다.현다영의 뺨이 상대의 단단한 가슴에 닿았다. 옷 아래로 팽팽한 근육선과 안정적으로 뛰는 심장 소리까지 또렷하게 느껴졌다.차가 멀어지고 타이어가 바닥을 긁는 소리도 잦아들었다. 세상이 한순간 조용해진 것 같았다.현다영은 번쩍 고개를 들고 눈앞에 가까이 나타난 송준호 얼굴을 바라봤다.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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