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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3화

Author: 윤소정
현다영은 무척 실속을 따지는 사람이었다. 평소에도 돈을 허투루 쓰는 법이 없었기에 옷 한 벌 사려고 명품 매장에 오는 일은 있을 수 없었다.

설령 하원영과 주시언이 대신 계산해 줄 수 있다고 한들 대뜸 세 세트나 구매하며 매장 직원에게 그토록 터무니없는 가격을 제시할 리도 없었다.

현다영은 결코 바보가 아니었다. 다만 그녀는 그를 바보 취급했다.

명품 매장에서 흥정이 통할 리 만무했고 어떤 할인 혜택도 존재하지 않으니 그 차액은 고스란히 주단우가 메울 수밖에 없었다.

자신은 좋은 마음으로 현다영을 위해 직원을 연결해 주며 옷을 고르게 도왔건만 상대는 고의로 그의 지갑을 털어버린 셈이었다.

하지만 주단우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빠진 뒤였다.

안면이 있는 직원에게까지 도움을 청해 둔 터라 자존심상 이 주문을 끝까지 책임지고 결제할 수밖에 없었다.

비록 주단우에게 이 정도 돈은 한낱 푼돈에 불과했으나 현다영의 이러한 행동거지는 그를 몹시 불쾌하게 만들었다.

현다영이 자신에게 부탁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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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664화

    정작 본인은 이미 M국 전체를 뒤덮고도 남을 만큼 질투에 휩싸여 있었다.은주희가 눈치를 살피다가 슬쩍 말을 꺼냈다.“그래도 아내가 이렇게 늦게 돌아오는데 데리러는 가야 하지 않겠니? 게다가 이런 중요한 소식이면 지현이도 누구보다 빨리 알고 싶을 거고.”이번 말은 김태하의 마음을 정확히 꿰뚫었다.김태하가 고개를 들었다. 어두웠던 눈에 금세 빛이 돌고 가슴이 작게 들썩였다. 잠시 뒤 그가 애써 태연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어머니 말씀이... 맞네요.”말투는 침착했지만 몸은 달랐다.말이 끝나기도 전에 자리에서 일어난 김태하는 침실로 들어가 외투를 챙겼다. 긴 다리로 성큼성큼 걸어 순식간에 현관까지 갔다.은주희는 그 빠른 움직임에 잠시 멍해졌다가, 문 닫히는 소리를 듣고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평소에는 그렇게 침착한 아이가 강지현만 관련되면 이성도 냉정함도 모조리 잃어버렸다.연회장은 술잔과 웃음소리로 떠들썩했다.강지현은 지씨 가문 사람들과 한바탕 인사를 나누고 지현우와 함께 테이블로 돌아왔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사람들이 앞다투어 술잔을 들이밀었다.강지현은 애초에 얼굴만 비추고 적당히 자리를 뜰 생각이었다.하지만 주호석도 연회에 참석해 있었다. 그는 강지현을 데리고 투자자들 사이를 돌며 적극적으로 인사를 시켰다. 대충 얼굴만 비추고 빠져나가게 둘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다행히 강지현은 이런 자리에 익숙했다. 주호석과도 손발이 잘 맞아, 연회 내내 별다른 잡음 없이 자연스럽게 어울렸다.김씨 가문 문제로 갈등을 빚었던 일은 애초에 없었던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그때 지현우가 강지현 앞을 막아서며 술잔을 대신 받았다.“죄송하지만 강지현 씨는 이미 술을 많이 마셨습니다. 더는 곤란하니, 마음만 제가 대신 받겠습니다.”지씨 가문의 체면이 있는 만큼 사람들도 더는 억지로 술을 권하지 않았다. 하지만 놀려 대는 말까지 멈추지는 않았다.“지 대표님, 역시 멋지십니다. 제대로 흑기사 노릇을 하시네요!”“지 대표님이 직접 술을 대신 마셔 주다니, 이런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663화

    한민혁은 고개를 끄덕였다가 곧바로 다시 저었다.송준호는 어이가 없어 그의 뒤통수를 툭 때렸다.“지금 당장 널 넘겨 버릴 수도 있다는 거 알아?”“...제 몸에 있긴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드릴 수가 없어요.”한민혁은 난감한 얼굴로 옷자락을 걷어 올렸다. 복부에는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가 남아 있었다.그는 물건을 몸 안에 숨겨 둔 상태였다. 송준호도 그건 예상하지 못했는지 잠시 굳었다.한민혁은 얼른 고개를 숙이고 애원했다.“제발 한 번만 도와주십시오. 이 나라를 빠져나갈 수 있게 해 주세요. 저한테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건 압니다. 그래도 이걸 빼앗기면 그 사람들이 저를 살려 둘 것 같지 않아서...”송준호는 무언가 말하려다 입을 다물었다.예전의 공회라면 무고한 사람을 함부로 해치지 않는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달랐다.한민혁을 찾아갔을 때 가족들이 모두 자취를 감춘 걸 보고, 송준호는 임지태가 이번 일에 얼마나 독하게 나섰는지 알아차렸다.그는 더 묻지 않았다. 얼굴만 무겁게 굳었다.같은 날 저녁, M국.은주희도 송준호에게서 연락을 받자 곧장 강지현과 김태하를 찾아갔다. 하지만 문을 연 사람은 김태하뿐이었다. 방 안에도 그 혼자였다.“지현이는?”은주희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두 사람은 며칠 내내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붙어 다녔다. 벌써 저녁인데 강지현이 혼자 어디를 갔는지 궁금할 만했다.“신규 사업 출범 행사에 갔어요.”김태하가 무심하게 대답했다.은주희가 놀란 기색을 보이자 그가 덧붙였다.“제가 가라고 했어요.”강지현은 지현우와 함께 진행 중인 사업이 있었다. 오늘은 지씨 가문에서 새 프로젝트를 공식적으로 선보이는 날이라 투자자들을 초청해 연회를 열었다.당장 사업 때문이 아니더라도 인맥을 넓힐 좋은 기회였다.하지만 지현우가 직접 전화했는데도 강지현은 망설임 없이 참석을 거절했다. 김태하가 몇 번이나 설득하고 나서야 마지못해 행사장으로 향했다.두 사람 모두 알고 있었다. 주호석도 오늘 행사에 관해 분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66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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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661화

    한민혁은 눈치가 빨랐다.영상을 찾는 자들이 사고를 꾸민 장본인이거나, 그 영상을 이용해 큰일을 벌이려는 자들이라는 것쯤은 진작 알아챘다.그래서 터무니없이 높은 값을 불렀다. 상대가 요구한 대로 영상 일부만 잘라 먼저 보내고 급한 돈부터 챙겼다.한민혁은 제게 뜻밖의 횡재가 굴러들어 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선택 하나 때문에 목숨까지 위태로워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얼마 전부터 구매자가 사람을 풀어 자신을 찾고 있다는 소문이 인터넷에 돌았다.정말 거래만 할 생각이었다면 굳이 사람까지 보내 추적할 리 없었다. 한민혁은 곧바로 영상을 숨기고 이곳저곳을 전전했다.친척이 사는 어촌은 외지고 사람의 발길도 뜸했다. 한동안 몸을 숨기기에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고작 며칠 만에 그들이 들이닥쳤다.한민혁의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놈들은 친척들을 모조리 바다에 던져 버렸다. 그나마 자신을 살려 둔 건 아직 영상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었다.지금 여기서 영상까지 빼앗기면 자신도 곧 죽은 목숨이었다.“끝까지 입 다물겠다는 거야? 정말 죽고 싶어?”한민혁이 계속 잡아떼자 조수석의 남자는 끝내 인내심을 잃었다. 그는 군용 칼로 한민혁의 뺨을 길게 그었다.상처에서 솟은 피가 순식간에 목까지 흘러내렸다. 입이 막힌 한민혁은 소리조차 제대로 내지 못한 채 몸부림쳤다.“그만 건드려. 데려가서 지태 형한테 넘겨. 산 사람 입이라면 어떻게든 열 수 있겠지.”운전자가 말리자 남자는 그제야 손을 멈췄다. 그는 휴지를 꺼내 칼끝의 피를 닦으며 차갑게 코웃음 쳤다.깊은 밤이라 산길은 어두웠고 승합차는 위험할 만큼 빠르게 달리고 있었다.다음 굽잇길에 들어선 순간, 옆길에서 픽업트럭 한 대가 갑자기 튀어나왔다.두 차는 그대로 부딪칠 뻔했다.운전자는 급히 핸들을 꺾어 승합차를 가드레일에 들이받았다. 가까스로 충돌은 피했지만, 차가 뒤집힐 만큼 크게 흔들렸다.갑자기 나타난 픽업트럭도 미끄러지듯 회전하더니 승합차 앞을 가로막았다.“젠장!”칼을 든 남자는 충격으로 머리를 세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660화

    현다영은 민망한 자리를 피해 얼른 다른 진열대로 향했다. 그곳에서 다시 휴대전화를 하나씩 살펴보기 시작했다.대기석에 앉아 있던 송준호는 심심한지 줄곧 현다영을 바라보았다.현다영은 제품을 볼 때마다 직원에게 게임이 얼마나 잘 돌아가는지부터 물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송준호의 입가에 슬며시 웃음이 걸렸다.한참을 둘러봤지만, 현다영은 예산에 맞으면서도 마음에 드는 제품을 찾지 못했다.아무래도 처음 직원이 추천했던 기종이 가장 나아 보였다.휴대전화는 오래 쓰는 물건도 아니고 현시우는 아직 학생이었다. 처음부터 너무 비싼 제품을 사 주면 다음에는 더 좋은 걸 사 줄 수도 없을 것 같았다.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결국 마음이 약해졌다. 그래도 동생에게는 가장 좋은 걸 사 주고 싶었다.현다영이 직원을 불러 처음 봤던 기종을 달라고 하려던 찰나, 아까 응대했던 직원이 급히 다가왔다.“고객님, 새 제품 준비됐습니다. 한번 확인해 보세요.”현다영은 의아한 얼굴로 상자를 받아 들었다. 아직 사겠다는 말도 하지 않았는데 영수증까지 들어 있었다.“이게 왜...”“아까 그 남자분이 결제하셨어요. 그리고 이건 고객님께 남긴 메모입니다.”“하지만 저 그분이랑 모르는 사이인데요...”현다영은 영문을 몰라 송준호가 있던 곳을 돌아봤다.하지만 그는 이미 자리를 떠난 뒤였다.급히 메모를 펼쳤다. 연락처라도 적혀 있을 줄 알았는데, 종이에는 게임 닉네임과 계정만 덩그러니 적혀 있었다.현다영은 곧장 직원에게 휴대전화를 돌려주었다.“이건 제가 직접 결제할게요. 아까 그분한테는 환불해 주시면 안 될까요?”아무런 이유도 없이 이런 비싼 선물을 받을 수는 없었다. 더구나 처음 본 남자가 갑자기 사 준 물건이라니, 선뜻 받아들이기엔 너무 수상했다.직원은 난처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죄송하지만 그건 어려울 것 같아요. 그분이 현금으로 결제하셨거든요.”현다영이 곤란해하자 직원은 오히려 웃으며 말했다.“그래도 연락할 방법은 남겨 줬잖아요. 직접 연락해서 말씀해 보세요. 요즘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659화

    송준호는 밖으로 나오자마자 휴대전화에 든 자료를 클라우드에 백업했다. 곧바로 기기를 초기화한 뒤 쓰레기통에 던져 넣었다.아까 임지태의 떠보는 말에도 태연하게 대응했지만, 의심 많고 예민한 임지태가 그대로 믿었을지는 알 수 없었다.더구나 자신까지 같은 사람을 찾고 있다는 사실을 들키면 일이 복잡해진다.사실 송준호도 잠시 망설였다.임지태는 단순한 상사가 아니라, 형이자 아버지나 다름없는 사람이었다. 송준호는 그를 배신하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이미 한민혁의 자료를 확인했다. 아무리 살펴봐도 그는 평범한 사람이었다.그런데 임지태는 한민혁을 찾아내라는 지시와 함께, 일을 마친 뒤 사고로 위장해 없애 버리라는 명령까지 내렸다.은주희 쪽의 말이 사실이고 한민혁이 그저 사건의 증인일 뿐이라면, 임지태는 명백히 악인의 편에 선 셈이었다.이제 그는 더 이상 송준호가 믿고 따르던 예전의 임지태가 아니었다.송준호는 택시를 타고 시내로 향했다. 우선 새 휴대전화부터 살 생각으로 가까운 쇼핑몰에 들어갔다.국산 브랜드 매장에 들어서던 순간, 작고 가녀린 몸이 그의 가슴팍에 부딪혔다.“죄송해요...”현다영은 고개도 들지 못한 채 연달아 사과했다. 손에는 체험용 휴대전화가 들려 있었다. 기기를 만져 보는 데 정신이 팔린 나머지 입구에 사람이 서 있는 줄도 몰랐던 모양이었다.“무슨 게임이에요?”송준호는 현다영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고 그녀가 들고 있는 휴대전화를 내려다보았다.화면에서는 인기 게임이 실행 중이었다. 화려한 그래픽에도 움직임이 끊기지 않는 걸 보니 성능이 제법 괜찮아 보였다.송준호는 평소 게임을 자주 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한번 시작하면 깊이 빠져드는 편이었다. 특히 지난 이 년 동안 시간이 남을 때면 방에 틀어박혀 게임으로 시간을 보내곤 했다.“이건... 무협풍 대전 게임이에요. 요즘 꽤 인기 있대요.”현다영은 갑작스러운 질문에 잠시 당황했다.그녀 역시 게임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오늘 이곳에 온 것도 동생 현시우의 새 휴대전화를 골라 주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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