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628화

Author: 윤소정
하원영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맞아. 하씨 가문이 나한테 참 못 해 줬지. 맞춤 드레스 같은 건 한 번도 입어 본 적 없거든. 그런데 시언 오빠가 선물해 준 이 드레스는 정말 예쁘더라.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하원영의 목소리도 또렷했다.

드물게도 그녀는 흥분하지 않았다. 하지유가 시비를 걸자마자 맞받아치며 말다툼을 벌이지도 않았다.

두 사람의 대화는 곧 주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뭐야, 하원영은 집에서 오냐오냐 자라서 저렇게 됐다던데. 그런데 맞춤 드레스 하나 못 입어 봤다고?”

“그러게. 하 회장 쪽에서 양녀를 너무 예뻐해서 버릇이 나빠졌다더니, 그래서 지금 골치 아파한다는 얘기 아니었어?”

분위기가 이상하게 흘러가자 하지유는 곧바로 입을 다물었다.

하원영이 체면을 내려놓고 이런 얘기를 꺼내기 시작하면, 하씨 가문도 결코 무사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하원영이 주시언을 언급하자, 하지유는 금세 말을 돌렸다.

“그래, 드레스는 예쁘네.”

“시언 오빠가 준 거라면 당연히 좋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Latest chapter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1092화

    진지한 표정으로 살짝 타박하기까지 하자 주단우는 얌전히 다시 누웠다.“이제 많이 괜찮아졌어. 내가 거실 소파에서 잘까?”“소파에서 재울 거면 차라리 지금 당장 집에 가라고 하죠.”현다영은 그의 말을 흘려듣고 소독약과 면봉을 가져왔다.주단우가 잠든 사이 비서에게 부탁해 상처를 대강 치료해 둔 상태였다. 피부가 찢어진 곳은 많지 않았고 대부분 멍이었다.그런데 이마의 열을 식혀 주다가 관자놀이 부근에도 상처가 몇 군데 있는 걸 발견했다. 머리카락 사이로 핏자국이 숨어 있었다.그대로 두면 땀이 나면서 염증이 생길 수도 있었다.“머리 좀 이쪽으로 기울여 봐요.”준비를 마친 현다영은 주단우가 여전히 자신만 멍하니 바라보자 다시 말했다.주단우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가 힘겹게 몸을 움직여 현다영의 손 가까이 다가갔다.“번거롭게 해서... 미안해.”“주 대표님이 언제부터 저한테 이렇게 깍듯하게 말씀하셨어요?”현다영은 웃음 섞인 목소리로 말하며 굳은 피를 닦아 냈다. 시선은 상처에 집중되어 있었고, 혹시라도 덧나게 할까 봐 손길도 조심스러웠다.주단우는 현다영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숨소리가 선명하게 들리고 몸에서 은은한 바디워시 향이 풍겼다.잠시 넋을 잃고 있던 주단우가 낮게 중얼거렸다.“난 원래 예의 바른 사람이었는데.”“...”현다영은 대답하지 않았다. 목덜미를 스치는 따뜻한 숨결이 마치 자꾸만 그를 간질이며 유혹하는 듯했다.주단우의 귓불이 빨개졌다. 몸까지 저도 모르게 떨려 오자 허벅지를 손바닥으로 꾹 눌렀다.현다영은 그가 움찔하는 것을 보고 손을 멈췄다.“아파요?”주단우는 고개를 저었다.“안 아파.”“그럼 힘 좀 빼요. 몸 떨지 말고요.”“응.”주단우는 애써 진정하려 했지만, 참으려 할수록 이상하게 몸이 더 굳어 갔다.다행히 현다영은 그사이 피딱지를 모두 닦아 내고 상처에 약만 살짝 발랐다.“고마워.”현다영이 몸을 돌리자 주단우도 얼른 고개를 돌렸다.“주 대표님이 이렇게 예의 차리시니까 좀 낯설어요.”현다영은 물건을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1091화

    온몸이 쑤셨다. 하지만 통증이 극에 달한 탓인지 이제는 감각마저 무뎌졌다.어쩌면 주단우의 인생은 처음부터 실패할 운명이었는지도 몰랐다.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였다.현다영이 그의 감정을 비웃었던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토록 자신만만하던 마음은 이제 산산조각이 났다.연애에 능숙한 척했지만, 정작 사랑도 여자의 마음도 전혀 모르는 사람은 주단우 자신이었다.현다영 눈에 우스워 보일 만도 했다.‘잘난 척만 하는 멍청이, 이보다 우스운 꼴이 또 있을까.’주단우는 산에서 내려갈 기운조차 없어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비서가 도착했을 때 그는 이미 땅바닥에 쓰러져 잠들어 있었다.날씨가 워낙 추웠던 탓에 차에 탄 뒤에도 상태는 좋지 않았다. 의식마저 점점 흐려졌다.다시 눈을 떴을 때, 귓가에 들리는 목소리는 비서의 것이 아니라 익숙한 여자의 목소리였다.온몸이 불덩이처럼 뜨거웠다. 눈앞이 안개 낀 듯 뿌옇게 흐려진 가운데 현다영의 모습이 어렴풋이 보였다.현다영은 바로 곁에 엎드린 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살피고 있었다. 손에는 수건까지 쥐고 있는 걸 보면 이마를 닦아 주고 있었던 모양이다.“왜 네가 여기에... 꿈인가?”주단우의 목소리는 알아듣기 힘들 정도로 쉬어 있었다. 환영이라도 만져 보려 손을 뻗었는데, 뜻밖에도 여자의 가느다란 손목이 손안에 잡혔다.조금 서늘했지만 촉감만큼은 더없이 생생했다.“주 대표님, 몸은 좀 어때요? 열이 나서 아까 약 먹였는데, 이제 좀 괜찮아요?”“나...”주단우는 미간을 찌푸렸다. 아직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몸을 움직이며 조금씩 정신을 차리자 자신이 정말 현다영의 집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옷도 벗겨져 앞이 트인 잠옷으로 갈아 입혀져 있었다. 몸에 난 상처는 물론 다시 벌어진 오래된 상처까지 치료를 받은 상태였다.“비서가 데려왔어요. 저한테도 전화했더라고요. 대체 무슨 일 있었어요?”현다영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다시 물었다.주단우는 시계를 올려다봤다. 벌써 새벽 세 시가 넘었다.자신도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1090화

    이도운은 강지현을 잘 알고 있었다. 강지현이 단둘이 만나면 녹음을 남기고 반드시 이서에게 접근하리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이도운은 일부러 그들에게 시간을 주어 이서에게 접근하게 했다.이서는 이미 그의 말만 믿고 있었다. 아무리 이도운이 완벽하지 않다는 걸 알아도 주단우나 강지현의 말은 듣지 않을 터였다. 그들이 접근하는 순간 이미 패배는 정해진 셈이었다.강지현도 이도운을 잘 알았기에 주단우에게 조심하라고 경고했다.하지만 이도운은 강지현이 이런 상황에서 가만히 있지 못하리라고 확신했다. 복수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거나 진실을 폭로할 기회를 참아 낼 사람은 없었다.자기가 정의롭다고 믿을수록 무언가 증명하고 싶어지는 것, 그게 인간의 본성이었다.주단우도 강지현도 예외는 아니었다.이서가 한 번 그들에게 속았다고 느끼게 만들면 앞으로 그 누구도 그녀를 통해 허점을 파고들 수 없다.언젠가 이서가 이도운의 진짜 모습을 알게 되더라도 자신을 이용하려는 게 뻔한 강지현 일행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을 테니까.“주 부대표님, 참 대단하시네요. 바쁘실 텐데 저랑 얘기할 시간도 내시고. 며칠 동안 술 사 주신 건 감사해요. 나중에 주상 그룹이 망하면 이력서라도 보내 보세요. 천해 그룹 인사팀에 전달해 드릴 수는 있을 테니까요.”이서는 한 마디씩 또렷하게 말했다. 조용한 목소리가 오히려 서늘하게 들렸다.말을 마친 이서는 먼저 이도운의 팔짱을 끼고 돌아섰다.이도운이 고개를 돌려 도발적인 눈빛을 보냈다.“주 부대표님, 며칠 동안 고생 많으셨어요. 강 대표께도 안부 전해 주세요.”“...”그 말을 들은 주단우는 어금니가 부서질 듯 이를 악물었다. 두 걸음 나아가 이도운을 바닥에 내동댕이치고 두들겨 패고 싶었다.하지만 이도운이 데려온 사람들까지 다가왔다. 호위를 받으며 두 사람은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젠장!”분노를 풀 곳이 없던 주단우는 발치의 돌멩이를 세차게 걷어찼다.그는 찬바람 속에서 한참 후회하다가 무거운 발걸음으로 산에서 내려갔다. 머릿속은 뒤죽박죽이었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1089화

    “남의 혼사에 관심이 참 많으시네요. 주 부대표님은 본인이 불행하니 남들이 사랑하는 꼴도 못 보시나 봅니다?”이도운이 코웃음을 치며 주단우는 쳐다보지도 않았다.“내가 행복한지는 하늘이나 운명에 맡기면 돼요. 별로 신경 안 써요. 하지만 행복이니 욕망이니 하는 걸 얻겠다고 다른 사람을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해치는 쓰레기가 될 생각은 없어요!”“절 정말 싫어하시나 보군요. 그런데 예전에 주 부대표님도 강지현을 상대하게 도와 달라면서 먼저 제게 손을 내미셨던 거로 기억하는데요? 말씀대로라면 주 부대표님이 가장 증오해야 할 사람은 바로 본인 같은데요?”“이도운...”주단우가 발끈해 이도운의 옷깃을 거칠게 움켜쥐었다.키와 체격은 비슷했지만 주단우는 오랫동안 운동한 덕에 근육이 더 탄탄했고 힘도 강했다.그러나 갑자기 힘을 쓰는 순간 허리와 배에 난 상처가 땅겨 아팠다. 그래서 움직임이 조금 부자연스러워졌다.이도운은 그 틈에 주단우의 팔을 붙잡고 밀쳐 내며 미소를 싹 거뒀다. 눈빛은 섬뜩할 만큼 음산했다.“아, 맞다. 지금은 그때와 다르다는 걸 깜빡했네요. 이제는 강지현의 개가 되셨잖아요. 강지현이 정의로운 편이라고 믿으니까 본인이 저질렀던 추잡한 짓도 다 잊으셨겠죠?”“...”주단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간신히 몸을 바로 세웠다. 하지만 이도운의 말이 정곡을 찔렀다.“이 자식이... 날 너 같은 놈이랑 같은 취급 하지 마!”분노한 주단우는 성큼 다가가 이도운에게 주먹을 날렸다.그러나 이도운은 예상했다는 듯 재빨리 막아 냈다. 그래도 힘에서는 주단우를 당해 내지 못했다. 주단우가 있는 힘껏 내지른 주먹이 결국 이도운의 뺨을 강타했다.“도운 씨!”이서가 놀라 소리치며 이도운에게 달려갔다.이도운을 부축한 이서는 재빨리 앞으로 나서서 주단우에게 외쳤다.“대체 정체가 뭐예요?”조금 전 두 사람의 대화를 전부 들었다.처음에는 주단우가 그저 작은 술집을 운영하는 사장인 줄 알았다.물론 녹음 파일을 보여 줬을 때부터 평범한 사람이 아니며 일부러 접근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1088화

    황급히 돌아보니 이도운이 트렌치코트를 걸치고 천천히 두 사람에게 다가오고 있었다.멀리 주단우의 고급 차 옆에는 이도운과 함께 온 차량 여러 대가 나란히 서 있었다. 이도운만 혼자 걸어온 것이었다.이도운이 말을 이었다.“이서와 저는 진심으로 사랑하니까요. 제가 가장 힘들 때 이서는 기꺼이 제 곁을 지켰고, 저도 평생 지켜 주겠다고 맹세했어요. 사람들이 제 과거를 들먹이고 이간질해도 우리 사랑은 절대 흔들리지 않아요.”주단우는 본능적으로 이서 앞을 막아서려 했지만 이서는 오히려 재빨리 거리를 벌렸다.“도운 씨? 어떻게... 여길 찾아왔어요?”이서의 눈에 찔리는 듯한 기색이 스쳤다. 그녀는 몇 걸음 다가가다가 이도운의 살벌한 기운을 느끼고 멈춰 섰다.이도운이 이서를 훑어보며 입꼬리를 올렸다.“널 찾는 게 뭐가 어려워? 네가 위험하다면 해원시를 전부 뒤집어서라도 찾아낼 수 있어.”주단우는 기가 막혀 속이 메스꺼워질 지경이었다.여자를 꼬실 때 자신도 온갖 낯간지러운 말을 한다고 생각했는데 여기에는 그보다 더한 고수가 있었다.강지현이 이도운의 수법을 조심하라고 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본모습을 아는 사람이 봐도 저렇게 말하면 순간 자신이 잘못 알고 있나 싶을 정도였다.“도운 씨...”이서가 고개를 숙였다. 조금 미안했지만 이도운이 저렇게 말하는 건 옆에 있는 남자에게 들으라는 뜻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사실 두 사람은 휴대전화 위치를 공유하고 있었다. 이도운이 찾으려면 언제든 이서의 위치를 알 수 있었다. 반대도 마찬가지였다.해원시로 돌아왔을 때 이도운이 사랑의 증표라며 직접 설정해 준 기능이었다.사랑에 빠졌다고 해도 이서는 이성을 잃을 정도는 아니었다. 이도운은 복수 때문에 돌아오면 생길 수 있는 상황을 이미 예측하고 미리 이서에게 당부해 뒀다.“예전 사람들은 날 뼛속까지 미워해. 우리가 복수를 시작하면 틀림없이 널 이간질해서 내 곁을 떠나게 할 거야. 난 널 잃고 싶지 않아. 하지만 네가 날 믿지 못한다면... 마지막 방법으로 모든 걸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1087화

    거센 추궁에 주단우도 불길함을 느꼈지만 애써 침착하게 말했다.“사람의 동기가 그렇게 단순하겠어요? 하지만 믿어 주세요. 해칠 생각은 없어요. 그저 그런 악한 사람에게 이용당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이서는 잠깐 멈칫했다. 남자의 눈빛에서 진심이 느껴졌다.하지만 이서는 그런 진심 어린 눈빛을 수도 없이 봐 왔다.어릴 때부터 주변 사람들은 모두 친절했다. 하나같이 이서를 위한다면서 아무 대가도 바라지 않는 척 곁을 지켰다. 하지만 어린 시절 나라 안의 어떤 사건에 휘말려 집안이 한동안 몰락한 적이 있었다.그때 이서는 사람들의 태도가 얼마나 쉽게 바뀌는지 똑똑히 봤다. 그들이 진심으로 대하는 대상은... 이서라는 사람이 아니라 그저 그녀가 가진 가치였다.그들에게 이서는 하나의 인간이 아니라 가치 있는 존재를 상징하는 인물이었다. 그 역할을 완벽히 해내면 무엇이든 얻고 행복하게 살 수 있었다.처음에는 이서도 반항했다. 순수한 감정을 갈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순수하고 진실하다고 믿었던 관계조차 시작부터 거짓이었다...나중에는 생각을 바꿨다.세상에 순수한 감정이 어디 있는가. 결국 사람은 이익 때문에 모인다.그나마 자신에게는 그런 사치스러운 순정을 추구할 자격이 있었다.그러니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는 것도,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는 것도, 이용당하는 것조차 상관없었다.그저... 자신이 행복하면 그만이었다.이서가 갑자기 웃으며 주단우를 바라보았다.“제가 그 녹음 내용도 이미 알고 있었다면 어떡하실래요?”주단우가 굳었다.“뭐라고요?”“도운 씨가 전부 얘기해 줬어요.”이서가 담담하게 말했다.“강지현에게 복수하는 모든 단계를 저한테 알려 주고 의견도 물어봤어요... 제가 동의한 일이에요.”심지어 이도운의 복수 계획을 구상할 때 이서가 직접 의견을 보태기도 했다.강지현은 예전에 이도운에게 복수하면서 몰래 다른 남자와 혼인신고까지 해 그의 자존심을 짓밟았다.그런 여자에게 똑같이 갚아 주는 게 뭐가 잘못됐단 말인가?주상 그룹만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