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지금은 키스부터

그러니까 지금은 키스부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2
By:  엘리 지Updated just now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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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아홉에 만나 스물아홉이 되기까지 그저 한순간의 불장난으로 맺어졌을 뿐이라 생각했다. 그 인연이 끝이 났다. 그런데, 빌어먹을 운명이 장난질을 시작하였다. 바로, 헤어짐을 결심한 그 날로부터. 아픈 이별을 겪고, 서른을 앞둔 문턱에서 비로소 성숙한, 어른의 사랑은 시작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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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1. 우린 헤어졌다

「おめでとう、妊娠してる!……双子だよ!一条くん、きっと驚くね!」

専属医の三上先生の言葉が何度も頭の中で復唱されている。

「信じられない!嘘?本当に私のお腹に子どもが?しかも二人も!?」

嬉しいというよりも頭の中が真っ白だ。結婚して三年。妊活に励み子どもを授かることを待ちわびていた。ずっと、ずっと待ち望んでいた瞬間が今日、いきなり二倍になってやってきた。

病院からの帰り道、窓の景色を眺めながら私は夫の瑛斗に報告する場面を何度も想像した。彼のくしゃっと笑った顔。少し照れたような心の底から嬉しそうな顔。早くその顔が見たかった。

長年仕えている運転手が私の変化に気づき話しかけてきた。

「華お嬢様、何か良いことでもあったのですか?さきほどからとても幸せそうなお顔で微笑んでいらっしゃいますね。」

「ええ、とっても素敵で幸せなことがあったの。」

夫の一条瑛斗は、一条グループの若きCEO。切れ長の瞳、通った鼻筋、そしていつも自信に満ちた佇まい。初めて見た時、私はその完璧なまでのルックスに息を呑んだ。瑛斗のことを高校の時からずっと好きで初恋の人だった。

神宮寺家の令嬢である私は、父や祖父が決めた相手と結婚をしなくてはいけなかった。いわゆる「政略結婚」だ。家のために自分の気持ちとは関係なく結婚することは絶望的な未来に思えた。しかし、運命は残酷なだけではなかった。

お見合いの席で、一条家の御曹司として瑛斗が現れた時は信じられなくて言葉を失った。まさか初恋の相手が夫になるなんて想像もしていなかった。その夜、喜びと幸せで胸がいっぱいになり興奮して眠れなかった。こうして私たちは夫婦になった。

あれから三年。瑛斗は社長に就任して多忙な毎日を送っているが、私は初恋の相手瑛斗の妻になれたことに幸せを感じながら毎日を過ごしている。

(念願の妊娠だもん。こんな嬉しいニュースは直接伝えて瑛斗の喜ぶ顔が見たい)

病院を出てすぐに電話で報告しようと思ったが直接伝えることにした。

病院から帰ってきてすぐに瑛斗が好きなラザニアを作って帰りを待つことにした。もちろんソースは一から手作りだ。料理長の作るご飯も美味しいが、こんな特別な日は自分で作って瑛斗を喜ばせたかった。

(どんな顔をするだろう。どんな言葉をくれるだろう。)

ソースを煮込みながら、彼の喜ぶ姿とこれから始まる家族4人の生活を想像しながら彼の帰りを待っていた。出来立てを食べて欲しくて帰りが何時になるか連絡したが返事は来ない。ソファで待っているうちにうたた寝をしてしまい、車のエンジン音で目を覚ました時には既に22時を過ぎていた。

瑛斗を出迎えるため慌てて玄関へ向かう。

「おかえりなさい」

「ただいま。」

「なんだか疲れているみたいだけど大丈夫?」

「ああ。……話があるんだ。少しいいかな」

いつもより冷たく沈んだ声で瑛斗が静かに言った。疲れ切った様子の瑛斗だが、大人の男の色香をまとい、疲れた顔さえも魅力的だった。3年たった今でも瑛斗と目が合うとドキドキして胸が高鳴る。

表情がどこか硬い瑛斗の後ろを歩きリビングへ入った。

(仕事で疲れているのかもしれない。でも妊娠のことが分かったら気持ちも変わるかも!)

「先にご飯にする?今日ね、話をしたいことがあって瑛斗の好きなラザニアを作って待っていたんだ。」

「……そうやって機嫌でも取っているつもりなのか。」

「え……?」

瑛斗の言葉に耳を疑った。普段はそんなことを言う人ではない。頭の回転が早く、いつも冷静で落ち着いて、人が不快に思うような台詞は今まで一度も言ったことがないので信じられなかった。

「瑛斗、仕事で何か嫌なことや問題でもあったの?何か疲れている?私に出来ることがあるなら……」

ソファに座る瑛斗に近寄り、膝をついて手を重ねると怪訝そうな顔をしてすぐさま振り払った。

「触るな。もう放っておいてくれ。それよりここにサインをしてくれないか?」

彼は深くため息をついた後、鞄から一枚の白い封筒を取り出した。

何の書類か分からず受け取ったがタイトルを見た瞬間、頭の中が真っ白になった。

(なにこれ……)

【離婚協議書】 彼から渡された書類にはこう記されてあっ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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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린 헤어졌다
헉, 헉, 헉, 헉! 새벽 네 시. 차가운 공기가 휘몰아치는 복도의 끝, 단영은 숨도 고르지 못하고 ER을 향해 내달렸다. 연이어 밀려드는 스트레처와 보호자들의 불안한 목소리, 모니터에서 쉴 새 없이 울리는 경보음이 주말이라 더욱 정신 없는 응급실 안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오단영 선생님!” 누군가 부르는 소리에 정신을 차린 단영은 헐레벌떡 걸음을 멈췄다. ER 담당 간호사가 숨 돌릴 틈도 없이 다가와 반색하며 말했다. “28세 남자 환자구요, 삼십 분 전부터 복통을 호소합니다. 그런데…… 보호자 성함이 오단영 선생님으로 되어 있는데요?” “뭐라고요?” 당직의를 보조하느라 환자차트를 받아들던 단영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 순간 뇌리를 스친 것은 한 가지. 설마. 단영은 시트를 홱 들췄다. 순간, 환한 조명 아래에 일그러진 얼굴이 드러났다. 시트 속에서 눈을 질끈 감고 복부를 움켜쥔 채 끙끙 앓던 우석이었다. 가슴 속에서 쿵 하고 묵직한 무언가가 떨어졌다. 잠시 눈앞이 아뜩했다. 하지만 애써 걱정을 누르며 단영은 차갑게, 그러나 떨리는 눈빛으로 우석을 향해 쏘아붙였다. “내가 왜 네 보호자니?” “아윽, 너무 아파. 그러지 말고…… 배가 너무 아파 단영아!” 다급한 목소리가 귀를 때렸지만 단영은 냉정한 얼굴을 유지했다. 곧 그녀의 손끝이 우석의 하복부를 사정없이 눌렀다. 우석이 악 하는 비명을 내질렀다. 눈물이 맺힌 듯한 눈가가 단영의 눈에 들어왔다. “여기는? 여기는 안 아프고?” 연이어 하복부를 꾹꾹 눌러대자 우석은 거의 울 것 같은 얼굴로 신음을 삼키며 단영을 노려보았다. “너 지금 일부러 그러는 거지?” 밤새 얼마나 고통을 참았을까. 하지만 다행히 심각한 건 아니다. 물론 정확한 건 CT를 찍어봐야겠지만. 단영은 은근슬쩍 밀려드는 걱정을 누르고 부러 더 차갑게 말했다. “어떻게, 지금이라도 다른 병원으로 전원조치 해드려요?” “야, 오단영!” 그 순간 위급 환자 조치를 마친 당직의가 다가와 상황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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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감당, 하고 싶어지게
연인들의 성지이자, 요즘 인스타와 블로그에서 핫한 라이브 카페 JULY에 감미로운 피아노 선율이 울려 퍼졌다. 출연진들이 하나같이 비주얼이 좋고 가창력 좋기로 소문난 이곳에서도 금요일 저녁 프라임 타임대를 책임지는 솔로 우석의 무대였다. 후렴에 들어서자 굵은 울대가 격렬히 오르내리고, 감성이 충만한 목소리가 카페 안을 가득 메웠다. 절로 귀에 감겨오는 멜로디. 어쩌면 원곡보다 더 곡 해석을 잘하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그의 무대는 달콤했다. 오늘도 그 노래에 홀려 감탄에 마지않는 젊은 여성팬들이 저마다 핸드폰 카메라를 집어 들었을 정도로. 가게에 대한 포스팅이 늘어만 가는 걸 실시간으로 목도한 전직 현(賢) 엔터테이먼트의 대표이자 지금은 카페 JULY의 사장 태성이 그 모습을 흡족하게 바라보았다. 옆엔 그의 사촌 한결도 함께였다. “노래를 저렇게 잘하는데 배우 지망생이야.” “와우, 저건 뭐 얼굴이 연예인 해야겠는데? 형, 절대로 옆에 가지 마라. 완전 오징어 되겠다.” “오징어 좀 되면 어떠냐. 가게 매출 올려주는데. 실력도 좋아. 한예종 출신. 낮엔 소극장 공연도 하는데 얼굴 천재에 완전 노력파. 대관해주는 소극장 주인이 또 내 지인인데 우석이 나오는 날이랑 아닌 날 매출 차이가 엄청나.” 노래를 마친 우석이 땀에 젖은 이마를 쓸며 두 사람의 테이블로 다가왔다. “이야. 덕분에 오늘도 만석. 기분이다. 여기 싹 다 내가 쏜다!” 태성이 흡족하게 웃으며 버드와이저 병을 건넸다. 우석은 그 실없는 농담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며 옆자리에 동석한 낯선 얼굴의 남자를 흘끗 보았다. 푸른 조명을 제대로 받은 그 눈빛이 심연처럼 깊었다. “근데, 이분은 누구?” “아, 여긴 내 사촌, 서한결. 대학병원 교수시다. 너도 오늘 얼굴 트고 아픔 찾아가. 아, 병원에 아는 사람이 있댔나?” “초면에 소개가 너무 투머치한데!” 한결이 농담 섞인 웃음으로 손을 내밀었다. “노래 잘 들었습니다. 서한결입니다. 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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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혹시, 연애하니?
‘소개팅이라니. 내가 미쳤지!’ 단영은 스스로를 책망했다. 수아를 보러 가기에도 빠듯한 시간에 낯선 사람을 만나러 가다니. 그것도 남자를. 만약 오늘 그 자리에서 단칼에 거절하고 나오지 않았다면 귀찮을 정도로 계속되는 연두의 집요한 연락을 피할 길이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조차 합리화일뿐 결국엔 죄책감으로 돌아왔다. 그 죄책감은 곧바로 수아의 얼굴을 불러왔다. 또렷한 눈망울, 가끔은 고집스레 입술을 꾹 다무는 표정, 그 모든 게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수아의 얼굴과 함께 자꾸 우석이 떠올랐다. 기억은 여전히 생생했다. 처음 이혼 이야기를 꺼냈을 때 부부 아닌 연인 사이에도 사귀다가 헤어지면 이런 저런 말들이 오가는 법인데 우석은 놀라울 정도로 담담했다. 물론 담담한 척을 했는지, 정말 담담했는지는 모른다. 내가 그 사람은 아니니까. 하지만 그때, 우석은 왜냐고 묻지도 무엇 때문이냐고 따지지도 않았다. 질문은커녕 기다렸다는 듯이 마지막까지 그러마로 일관해 단영의 가슴에 차가운 금을 새겼다. 헤어짐의 이유를 한 번쯤 물어 주어야 했을 그가. 퇴근 후, 집에 돌아온 단영은 수아에게 주기 위해 사 두었던 것들을 끄집어냈다. 동화책, 학용품, 알록달록한 머리끈, 작은 티셔츠…… 예쁘게 포장할수록 마음은 더 무거워졌다. 봉투는 날이 갈수록 부풀어 갔지만 수아의 반응은 처음 같지 않았다. 무엇을 내밀어도 예전처럼 눈을 반짝이지 않는 아이. 그 예민하고 섬세한 기질이, 엄마의 마음까지 꿰뚫는 듯 아렸다. 갑자기 수아의 목소리가 듣고 싶어졌다. 하룻밤이면 되는데, 그 하루를 기다리는 게 이렇게나 못 견디게 그리움에 사무칠 일이었나. 밤 열 한 시가 다가오는 시각, 단영은 그리움을 참지 못하고 전화를 걸었다. 충동적으로, 우석에게. 신호음이 채 몇 번 울리기도 전에 그의 목소리가 전화를 타고 흘러들었다.- 응. 나야. 순간, 단영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익숙한 목소리가 너무 가까이 다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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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왜 나 한 번도 안 건드렸어?
‘니들 혹시 연애하니?’ ‘뭐, 뭐래, 얘가! 무슨 소리야?’ 억지로 웃음기를 띠며 손사래를 쳐봤지만 그마저도 힘이 없었다. 순간 방금 전 좁은 부엌 안에서 우석이 냉장고에 반찬통을 차곡차곡 넣어주던 장면이 떠올랐다. 손끝이 스치고, 눈길이 겹쳐지고, 낯설 만큼 다정했던 공기의 온도까지. 마치 사랑하는 연인과의 일상처럼 느껴졌던 순간이었다. 쿵! 연두의 내쏘듯 던진 한 마디가 가슴에 쾅 박힌 채로 좀처럼 빠져나갈 기미가 없었다. 단영은 차에 몸을 싣고도 한동안 멍하니 안전벨트만 만지작거렸다. 옆자리에 앉은 우석은 무심한 듯 담담한 얼굴로 운전대를 잡고 있었고, 차창 밖은 느리게 흘러가고 있었다. “아까 그 친구, 연두 씨였나?” 불쑥 말을 꺼낸 건 우석이었다.“기억하네.” “가장 친한 친구라며.” “내가 그런 얘길 했었나?” “응. 전에.” 단영은 순간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다. 오단영이라는 여자에 대하여 아무 관심이 없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우석은 많은 것들을 기억하고 있었다. 헤어지고 난 뒤, 가끔은 그 의외의 모습에 귓불을 파르르 떨리게 만들 때가 있는데 지금도 그랬다.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단영이 차창 너머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만 바라보았다. 바람 결에 머리칼이 가볍게 흔들렸지만 마음은 무거운 돌멩이처럼 가라앉아 있었다. 그때였다. “우리, 여행 갈래?” 순간 단영의 고개가 홱 돌아갔다. “뭐?” “학교에서 수아 친구들이 체험학습 같을 걸 간다나 봐. 방학이 아니어도 엄마 아빠랑 같이 여행을 다녀온다고.” “수아가 가자고 해?” “아니. 그건 아니고. 그냥 가고 싶은 눈치.” 우석의 말투는 조심스러웠다. 그저 흘려들은 이야기들을 건네는 것 같지만 그 안에 담긴 진심은 단영이 누구보다 잘 알아챌 수 있었다. 단영은 잠시 말을 잃었다. 그의 말속에서 수아를 세심하게 지켜보고 챙기려는 마음이 고스란히 묻어났기 때문이다. 아이의 작은 눈빛 하나, 표정 뒤에 숨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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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응급의학과 교수 서한결
평소 같았으면 수아가 잠들 때까지 곁에 앉아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아이의 숨소리가 고르게 깊이 잠든 걸 확인한 뒤에야 자리에서 일어났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도저히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엉망이 되어버린 감정으로 우석이 보는 앞에서 참다못해 울음을 터뜨리고, 볼썽사납게 흔들려 버린 마음을 수습하지 못한 채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다시 수아를 보러 갈 수가 없었다. 감정의 잔해가 온몸에 널브러져 있는 것 같았다. 단영은, 결국 우석의 만류를 뿌리치고 기어이 그 자리에서 택시를 잡아타 버렸다. 단영아, 오단영! 아직도 자신을 부르는 우석의 목소리가 귓가에 생생했다. 느낌 탓일까. 이혼을 결정한 뒤로, 우석은 유난히 단영의 이름을 자주 불렀다. 잠깐의 만남과 헤어짐 사이의 순간마다, 그저 스쳐가는 인사에도, 그 목소리는 거의 매일 밤 단영의 귓가에 맴돌았다. 비단, 오늘밤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더 또렷했다. ‘단영아, 오단영!’ 벚꽃이 흩날리던 골목. 그 떨림이 아직 손 끝에 남아 있는 듯 가슴은 벌벌 떨렸고 머릿속은 어지럽게 휘몰아쳤다. ‘나 때문에 인생 망쳤다 두려움에 짓눌려 있던 건 내가 아니라 너였어! 왜 한 번도 안지 않았냐고? 네가 원하지 않았으니까!’ ‘아냐, 네가 잘못 알고 있는 거야. 널 원하지 않았던 게 아니야. 그땐 너무 어렸으니까. 모든 게 두렵고 갑작스러웠으니까. 그래서 그랬어. 두렵고, 바보 같이 겁이 나서 피하고만 싶었나 봐. 바보 같이…… 진짜 바보 같이…….’ 휴대폰 진동이 울렸다.「수아, 아이스크림 먹고 자. 걱정하지 말라고.」 우석에게서 온 메시지였다. 단영은 핸드폰을 움켜쥐곤 다시 왈칵 울음을 터뜨렸다. “하던대로 해! 그냥 너 하던대로 하란 말이야!” 혼잣말처럼 쏟아낸 외침이 방 안에 메아리쳤다. 며칠을 집에 들어오지 않아도 미안해하는 기색 하나 없던 그때처럼, 같은 공간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라는 게 무색하게 서로를 투명인간 취급하던 그때처럼! 왜 이제 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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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그럼 오단영 씨는 언제 쉬고, 언제 노나? 
“이달 당직표 이거 픽스된 거예요?” “네! 조금 전 서 교수님께서 결재 마치신 거라고…….” 단영의 얼굴빛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늘 주말을 비워 수아와의 약속을 지켜왔던 그녀에게 당직표의 변화는 곧 삶의 균열이었다. 수,목,금 맡아둔 ‘당당당’으로 주말 오프를 보장받았던 그 동안의 루틴이 와장창 박살이 났다. 단영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절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주말에 못 가게 되었다고, 수아에게 어떻게 설명할까. 으레 주말이면 자신이 올 거라고 생각하고 있을 우석에게도 마음이 쓰였다. 한결은 멀리서 그 모습을 가만히 눈에 담았다. 입술을 깨물며 낙담한 얼굴, 허공에 시선을 잃은 채 잠깐 주저앉을 듯 흔들리는 어깨. 그 순간, 단영도 응급 수술을 마치고 나오는 서 교수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단영은 생각하고 말고 할 것 없이 후다닥 서 교수에게로 달려갔다. “시정해주십시오.” “안 그래도 시장했는데 같이 밥이나 먹으러 갑시다!” “농담할 기분 아닙니다.” “그럼 나는 농담할 기분일까? 새벽부터 수술만 세 건이야. 아주 피곤해 죽겠다고. 오단영 선생! 여기, 다크서클 내려앉은 거 안 보입니까?” “당직표가 대체 왜 바뀐 겁니까?” “당당당을 어떻게 매주! 지금은 젊어서 체력을 자신하는지 모르지만 여기, 다 쌓여. 죽습니다 그러다.” 꽤나 생각해주는 척 한결은 가슴에 손바닥까지 갖다대며 진지하게 경고했다. “해 왔던 일입니다. 할 수 있습니다.” “안 됩니다. 당직 다음 날은 오프가 기본이지. 나는 아랫사람의 복리후생을 무엇보다 중요시 하는 사람이라.” 잠시도 쉬는 꼴을 못 보고 이리 와라, 저리 가라 부려먹으면서 ‘복리후생’ 운운하는 모습이 기도 차지 않았지만 단영은 애써 평정심을 유지하곤 정중히 자신의 입장을 전했다. “제가 하겠다는데 가능하다는데 이러시는 이유, 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말했잖아. 나는 복리후생을 매우 중시하는 사람이라고. 힘들게 공부해 전문의도 못 따고 과로사하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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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내가 널 이러라고 보내 준 줄 알아?
「미안해. 내일은 못 갈 것 같아.」 금요일 밤 JULY에서의 무대를 모두 마치고 내려와 핸드폰을 확인하던 우석의 표정이 굳었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태성이 슬며시 스트레이트잔을 건네자 우석은 그 자리에서 단숨에 잔을 들이켰다.드디어 터질 게 터진 건가.옆에서 오래 지켜본 사람으로서 직감적으로 우석의 문제를 알 것 같았던 태성이 안타까운 속내를 내비쳤다. “그럴 거면 합의해주지 말지 그랬어.”태성의 한 마디에 우석은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 “형이…… 어떻게?”형이 이혼 이야기를 알고 있다? 누구에게도 얘기한 적 없던 사실을 태연히 짐작하고 먼저 말을 꺼내오는 태성의 모습에 우석은 말없이 잔을 매만졌다. “어떻게 모르냐. 널 알고 지낸 게 몇 년인데.”태성은 우석의 빈 잔에 독한 럼주를 다시 채우며 다시금 말을 건넸다.“네가 그동안 기획사로부터 받은 숱한 러브콜들을 거절한 이유. 나는 다 알지. 알고 있었지. 하지만 말은 못 하지.” “형!” “그래도 우석아. 그동안 세상 많이 변했다. 너무 너만 다 포기하고, 양보하려 들지 말아. 때때로 욕심낼 건 욕심내고 갖고 싶은 게 있음 갖고……. 누구에게나 그렇겠지만 한 번뿐인 인생 아니겠냐?” 정작 당사자도 까맣게 모르고 있던 진심을 태성은 그 속을 훤히 들여다보기라도 한 것처럼 두런두런 꺼내놓았다. “솔직히 후회되지?” “후회는 무슨.”그동안 한 번도 서로 간에 꺼내 놓지 않은 이야기가 두 사람 사이에서 이어지고 있었다.“솔직히 좀 놀랐어. 이렇게 쉽게 갈라설 줄이야.” 그건 우석도 마찬가지였다. 몰랐다. 이렇게 쉽게 헤어질 줄은. 우석은 독한 술을 한 모금 입에 가져가며 단영이 이혼 얘기를 꺼내던 때를 떠올렸다. ‘이혼하자.’ 너무나 일상적인 말투여서 저도 모르게 흠칫 당황해버리고 말았던 그 날.‘뭐, 뭘해?’ ‘이제…… 그만하자고.’ 재차 담담한 투로 일관하는 단영을 보면서 우석은 그때 깨달았다. 그 말이 오랜 시간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해서 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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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나 좀 치료해주라
‘술 한 잔 할래?’ 한 마디에 득달같이 달려와주는 고마운 벗 앞에서 완전히 무장해제가 되어버리고만 단영은 심장병 환자처럼 여전히 상기된 두 뺨을 어쩌지 못한 채 자신의 잔에 담긴 소주를 단숨에 들이켰다. 벌써 세 잔째였다. 평소 술을 즐기지 않는 단영이 소주 세 잔을 연거푸 마신다는 것은 그녀의 신변에 무슨 일이 있어도 단단히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만하면 충분히 뜸 들여 준 것 같은데? 자, 말하라! 뭐가 문제야?” 그녀가 이혼 의사를 처음 밝혔을 때도 이쯤 술이 들어간 뒤였다. 연두의 재촉은 집요했다. “설마 너 연우석 때문은 아니지?” 친구이기 이전에 같은 여자였다. 덩달아 가슴이 갑갑해져 오는 연두가 잔을 드는데 그 순간 단영의 눈에서 굵은 눈물이 또르르 흘러내렸다. “내가 좋대.” 갑작스런 고백에 연두의 두 눈도 휘둥그레 커졌다. “헐. 이제와서? 그 말을 가만히 듣고 있었어? 설마 그 말에 흔들려서 지금 이러고 있는거야?” “이해 안 되지. 이해 못할 거야 넌. 나 역시 이런 내가 이해가 안되는 걸. 이제 와서 이런 말 아무 소용 없다는 거 아는데…….” 후회! 뒤늦은 회환! 단영의 얼굴에 드리워진 그늘이 깊었다. 단영은 연달아 술을 들이켰다. 쓴맛을 악무는 그 입매가 너무 씁쓸해보여서 연두는 잠시 안쓰러운 기분마저 들었다. “나 연우석 좋아해. 진짜 많이 좋아했어. 그래서 힘들었고, 그래서 더 겁이 나. 여전히 그 애를 보면 설레는 내가 겁이 나 죽겠어. 나 어떡하니.” 무너지는 친구를 보며 연두는 잠시 할 말을 잊었다. 그러다 이내 원망이 차올랐다. “이 바보야! 그럴 거 뭐하러 독하게 이혼은 해서 상황을 이렇게 만들어? 너 진짜!” “연두야. 나 말이야. 나 있지…….” 누구에게도 할 수 없는 말이었다. 그런데 거짓말처럼 그 말이 입 밖으로 흘러나왔다. “우석이랑 살면서…… 한 번도 여자인 적 없었어.”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연우석…… 날 한 번도 안지 않았거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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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내가 그 말에 설레기라도 해야 해?
“간단한 처치예요. 봉합, 소독 제가 하겠습니다.” “됐고, 오 선생은 가서 허기나 채우고 오지? 십분만 쉬겠다면서?” 환자 하나를 두고 실랑이가 이어졌다. 말도 안 되는 상황이다. 이례적일 정도로 ER 내부가 고요했기 망정이지 옥신각신하는 한결과 단영을 잠자코 보던 우석의 눈빛에 일순 불안한 기색이 스쳤다. “스페셜 리스트까지는 됐고, 간단한 처치라니 여기, 오단영 선생님에게 받고 싶은데요. 개인적인 친분도 있고.” ‘개인적인 친분’ 운운하는 친근한 표현에 한결의 눈빛이 일순 치켜올라갔다. 하지만 그는 곧 아무렇지 않은 듯 최대한 침착하게 대꾸해 나갔다.“개인적인 친분이라면 나도 좀 있지 않나? 우리, 서로 구면인 것 같은데. 배우 지망생 씨.” 태성의 가게에서였다. 두 사람은 이미 일면식이 있었고, 우석도 한결의 존재가 JULY에서 잠시 스쳤던 남자와 동일인이라는데 뒤늦은 깨달음이 왔다. 우석은 굳이 단영을 사이에 두고 엮이고 싶지 않아 입을 다물고 있었지만 한결은 먼저 당당히 알은 체를 해왔다. 그 분위기가 묘했다. 단영은 그 틈을 비집고 다가와 우석의 치료에 열중했다.“많이 베었네. 어쩌다 그랬어?” “사과 깎다가. 수아가 사과 먹고 싶대서.” 밥은 왼손으로, 글씨는 오른손으로, 양손을 쓰기는 하나 배트를 잡는다던가 공을 던진다던가 주로 사용하는 손이 왼손이다 보니 우석은 칼질이 몹시 서툴렀다. “어머니께 좀 부탁하지 그랬어.” “잠깐 외출하신 틈에.” “몇 바늘 꿰매야 할 거야. 덧나지 않게 약 잘 챙겨 먹어.” 성가시다는 듯이 얘기하곤 있지만 걱정이 배어있는 말투였다. 우석은 그 말에 피식 웃고 말았고, 단영은 손을 이렇게 다쳐 가지고 와놓고선 아무렇지 않게 웃고 있는 우석이 얄미워 힐긋 노려보았다. 그렇게 치료와 함께 몇 마디 대화가 오고 갔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둘이 마주 앉아 있는 동안 줄곧 느껴지던 어색하고도 따가운 시선. 그 눈빛의 출처를 감지한 단영이 고개를 치켜 들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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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그러니까 지금은... 키스부터
“나 일하는 곳 처음 와 보지? 한 번 구경할래?” 그날 밤, 단영은 처음으로 우석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가게 JULY를 찾았다. 단영이 호기심 가득한 시선으로 손님맞이 단장을 마친 라이브 카페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동안 태성은 놀라움이 넘어서 경탄해 마지않는 시선으로 그런 단영의 모습에서 시선을 놓지 못했다. “나 처음 본다. 맞지? 그…….” 처음으로 우석이 가게에 데려온 여자였다. 우석과 함께 등장한 단영을 도무지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몰라 태성이 말을 잇지 못하고 호칭을 고르는 새 우석은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무대 위 기타가 놓인 스툴 앞에 앉았다. “나 여기서 노래해. 옆에선 소극장 공연도 하고 있고.” 우석은 그동안 밤마다 늦었던 이유를 변명이라도 하듯 기타를 둘러매며 중얼거렸다.“어우, 우석이 노래 잘해요. 완전 가수! 가수! 우리 카페 스타죠. 스타!” 그러나 어떻게든 환심을 사보려 기를 쓰는 태성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단영의 표정은 그리 밝아 보이지 않았다. “안 그래도 지난 번에 명함 받아둔 걸 전해주려 그랬는데…… 내가 어디다 뒀더라?” 태성이 주머니며 카운터 앞을 부산하게 뒤적거리는 동안, 기타 튜닝을 마친 우석이 심드렁하게 중얼거렸다. “형, 나 그런 거 안 받는 거 아시잖아요.” “그러니까 이제 좀 받지? 아니, 받아야 돼, 너!” 태성은 여기저기서 찾아낸 하나도 아니고 수 개의 기획사 명함을 단영에게 건넸다. 막 기타 연주를 시작한 우석을 물끄러미 보고 있다가 얼결에 명함을 받아든 단영의 눈이 이게 뭔가 싶어 휘둥그레지자 태성은 자기가 마치 우석의 대변인이라도 된 듯 떠들어댔다.“막 스무 살이나 됐을까. 어디서 기가 막히게 잘생긴 놈이 아르바이트를 하겠다고 찾아온 거예요. 그땐 아직 가게가 자리도 잡지 않았을 땐데 속으로 이게 웬 떡이냐, 했죠. 노래 같은 거 못해도 무대에 그냥 세워 놓기만 해도 완전 그림이 되겠다 싶었으니까. 그런데 웬걸. 실력은 더 기가 막히네? 보니까 한예종 학생이래. 키 크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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