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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8화

Author: 윤소정
강지현은 김태하의 손을 잡고 천천히 백하린 앞으로 걸어갔다.

“진짜처럼 꾸미지 않으면 어떻게 당신들이 방심하고 마음껏 날뛰겠어요?”

“생중계가 한 시간 늦게 나가니까 연회장에 있던 사람들은 사실 배우였어.”

백하린에게 혹시나 남은 기대가 있을까 봐 김태하도 차갑게 세부 상황을 설명했다.

실제 결혼식은 한 시간 뒤 시작될 예정이었고, 원래 연회장에서는 간단한 리허설이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일이 생기자 김태하는 리허설을 취소했다.

대신 육운성이 데려온 수많은 인원 중 일부를 급히 연회장에 투입해 하객처럼 채워 넣었다.

양가 가족과 친구들에게는 미리 알릴 시간이 없었던 만큼, 김태하는 오히려 그들의 진짜 반응을 그대로 이용해 즉흥극을 완성했다.

이제 최동윤도 연락을 받아 모두에게 상황을 설명한 상태였다.

“사기꾼... 너희 다 사기꾼이야...”

백하린의 얼굴 근육이 심하게 떨렸다. 또다시 자신이 철저하게 농락당했다는 사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아악!”

그녀가 갑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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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920화

    진행자의 말이 끝나는 순간 모든 시선이 연회장 입구로 향했다.진행자마저 긴장한 채 숨을 죽였다.장엄한 결혼식 곡이 울려 퍼졌다.모든 하객의 기대와 생중계 카메라의 시선이 한곳에 모인 가운데, 두꺼운 조각 문이 천천히 열렸다.눈 부신 빛이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그리고 그 빛 속에 김태하와 강지현이 나란히 서 있었다.김태하는 짙은 회색 예복을 입고 있었다. 크고 반듯한 체격은 당당하면서도 단정했고, 분위기는 고급스럽고 부드러웠다.강지현은 진줏빛 흰색 머메이드 웨딩드레스를 입었다. 디자인은 심플했지만 그녀의 늘씬한 몸매를 완벽하게 살려 줬다.마주 선 두 사람은 완벽한 비율과 분위기까지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잘 어울렸다.순간 모든 소리가 사라졌다.강지현의 손에는 새하얀 은방울꽃 작은 부케가 들려 있었고, 얇고 부드러운 베일 너머로 정교한 얼굴선이 아련하게 비쳤다.김태하는 반걸음 앞으로 나와 강지현의 앞에 손을 내밀고 살짝 허리를 숙였다.평소 깊은 바다와 빙하처럼 차갑던 그의 눈에 지금은 뼛속까지 녹일 만큼 다정한 빛만 가득했다.강지현은 고개를 살짝 숙이며 수줍게 미소 짓고 자신의 손을 그의 손바닥 위에 올렸다.김태하는 그 손을 단단히 잡은 뒤 자신의 팔에 살포시 걸치게 했다.두 사람의 시선이 잠깐 마주쳤고, 이내 함께 발걸음을 옮겨 꽃으로 가득 꾸민 연회장 중앙의 레드카펫 위로 올라섰다.곧 우레 같은 박수가 터졌다.두 사람의 걸음은 서두르지도 느리지도 않았고, 차분하면서도 확고했다.김태하는 강지현이 걷기 불편할까 봐 계속 몸을 조금 기울였고, 강지현은 고개를 살짝 숙인 채 감출 수 없는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레드카펫 양옆의 하객들도 처음의 놀라움과 정적에서 벗어나 하나둘 정신을 차렸다.박수 소리는 끊이지 않았고 점점 더 뜨거워졌다.카메라 셔터 소리도 사방에서 연달아 터졌다.여기저기서 자리에서 일어나 휴대전화로 촬영하며 환호하는 사람들도 많았다.“강지현이다!”“와! 신부 진짜 너무 예뻐요!”“신랑도 정말 잘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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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지현은 김태하의 손을 잡고 천천히 백하린 앞으로 걸어갔다.“진짜처럼 꾸미지 않으면 어떻게 당신들이 방심하고 마음껏 날뛰겠어요?”“생중계가 한 시간 늦게 나가니까 연회장에 있던 사람들은 사실 배우였어.”백하린에게 혹시나 남은 기대가 있을까 봐 김태하도 차갑게 세부 상황을 설명했다.실제 결혼식은 한 시간 뒤 시작될 예정이었고, 원래 연회장에서는 간단한 리허설이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일이 생기자 김태하는 리허설을 취소했다.대신 육운성이 데려온 수많은 인원 중 일부를 급히 연회장에 투입해 하객처럼 채워 넣었다.양가 가족과 친구들에게는 미리 알릴 시간이 없었던 만큼, 김태하는 오히려 그들의 진짜 반응을 그대로 이용해 즉흥극을 완성했다.이제 최동윤도 연락을 받아 모두에게 상황을 설명한 상태였다.“사기꾼... 너희 다 사기꾼이야...”백하린의 얼굴 근육이 심하게 떨렸다. 또다시 자신이 철저하게 농락당했다는 사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아악!”그녀가 갑자기 몸부림치며 강지현에게 달려들려 했지만 뒤의 경찰에게 단단히 제압됐다.“강지현! 김태하! 너희가 날 속였어! 저주할 거야! 둘 다 비참하게 죽어! 내가 죽어서 귀신이 돼서라도 가만두지 않을 거야!”백하린의 발악이 아무 소용 없다는 걸 알면서도 김태하는 즉시 강지현을 품에 감쌌다.백하린의 악다구니는 이내 멀어졌다.현장 정리가 어느 정도 끝나자 경찰도 김태하와 강지현의 상태를 간단히 확인하고 기본적인 진술만 기록한 뒤 먼저 떠났다.“너희는 먼저 가. 여긴 내가 마무리할게.”육운성은 두 사람을 차에 태워 보내며 시간을 확인했다.결혼식이 정식으로 시작되기까지 이제 30분, 지금 출발해도 제시간에 도착하기는 힘들었지만 늦는 게 아예 못 가는 것보다는 나았다.“하지만 서운혁 씨...”구급차에 실려 간 서운혁이 떠오르자 강지현의 가슴이 다시 조여 왔다.해독제는 맞았지만 위험한 고비를 넘겼는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걱정하지 마. 서운혁은 가장 가까운 시립 병원으로 갔어.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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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사람은 생명이 위급한 상황이 생기면 면사포를 벗는 것을 신호로 삼기로 약속했다.그래서 CCTV에서 강지현이 차에서 내리며 면사포를 벗는 모습을 확인한 순간, 김태하는 곧바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백하린은 눈앞의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다 성공한 줄 알았는데, 이런 상황에서도 강지현이 죽지 않았다니!창고 밖에서는 경찰차 사이렌 소리도 점점 가까워졌다.곧 들어온 경찰이 백하린의 두 손에 수갑을 채웠다. 차가운 금속이 손목을 조이자 그녀는 미친 사람처럼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강지현! 네가 안 죽었다고 이긴 줄 알아? 너희 결혼식은 이미 망했어! 온 국민 앞에서 너희 둘은 웃음거리가 됐다고! 김씨 집안도 웃음거리, 주씨 집안도 웃음거리야! 다들 웃음거리라고!”백하린은 밖으로 끌려가면서도 있는 힘껏 강지현을 향해 악담을 쏟아냈다.“그래요? 그럼 지금 휴대전화 켜서 생중계 다시 한번 봐요.”강지현이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백하린을 보고 있자니 미워하기보다 우스워 보였다.백하린이 순간 멈칫했다.육운성은 기다렸다는 듯 미리 준비해 둔 휴대전화를 꺼내 생중계를 켰다.이렇게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생겼는데, 남의 불행에 한술 더 뜨는 걸 좋아하는 그가 빠질 리 없었다.휴대전화 화면 속 상원궁 생중계에서는 놀랍게도 강지현과 김태하가 미리 촬영해 둔 아름다운 영상이 여전히 재생되고 있었다.결혼 영상 한 편이 끝날 때마다 관련 역사 다큐멘터리와 현장 무대 공연이 이어졌다.지금까지 겨우 첫 번째 순서만 끝난 상태였다.“어떻게...”백하린은 머리가 작동이 멈춘 듯 한참 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결혼식은... 분명 이미 끝난 거 아니었나...’“아직도 모르겠어? 너희가 본 생중계는 다 연출이었어. 진짜처럼 보여야 우리가 사람을 구할 시간을 벌지. 처음부터 끝까지 놀아난 쪽은 너희였다고. 겨우 보고 싶던 장면 좀 봤다고 너무 몰입한 거 아니냐?”육운성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백하린의 속을 후벼팠다.백하린은 눈이 빠질 듯 크게 떴고 입만 벌린 채 아무 말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916화

    “왜 이렇게 늦었어? 너무 느린 거 아니야?”강지현의 목소리에 살짝 투정이 묻어났고, 입꼬리는 자꾸만 올라갔다.그녀 앞의 남자는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강지현의 눈동자에 비친 모습으로, 자신의 뒤에 누가 서 있는지 확인한 것이다.다음 순간 차가운 총구가 그의 뒤통수에 닿았다.“미안. 오늘 처음 신랑 노릇을 해 봐서 할 일이 너무 많았어.”김태하 역시 장난기 어린 목소리였다.‘설마... 김태하라고? 결혼식이 이제 막 시작됐는데... 이 시간이라면 결혼식장에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말도 안 돼...”남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뭐가 말이 안 돼? 네놈들보다 우리가 한 수 위였던 것뿐이지!”그때 창고 안으로 수많은 인원이 한꺼번에 들이닥쳤다.뒤이어 육운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서운혁은 구조돼 밖에 대기하던 구급차로 옮겨졌고, 정신을 차린 백하린은 달아나려다 곧바로 제압당했다.육운성 쪽 사람들이 다가오자 김태하도 총을 거두어 원래 주인에게 돌려줬다.그리고 곧장 강지현의 손을 잡아 몸에 다친 곳이 없는지 확인한 뒤에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정말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어. 이런 식으로 몇 번만 더 놀라면 나도 할머니처럼 심장약을 늘 들고 다녀야겠네.”김태하가 부드럽게 말하며 강지현의 손을 들어 올렸다.강지현은 웃으며 곧바로 김태하를 끌어안았다.“네가 있어서 다행이야. 네가 뭐든 다 해결할 줄 알았어.”“대체 어떻게 된 거야! 아까 사람들 앞에서 결혼식 취소한다고 했잖아!”무장 해제된 남자는 동료의 시체를 바라보며 아직도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육운성이 다가오며 비웃었다.“아직도 모르겠어? 그 정도 머리로 나쁜 짓을 하겠다고 나섰으니, 주제 파악을 못 해도 너무 못한 거 아니냐?”김태하는 강지현을 안은 채 살짝 몸을 돌렸다.그러자 강지현의 가늘고 하얀 팔이 드러났다. 손목에는 화려하고 폭이 넓은 큐빅 시계가 채워져 있었다.겉으로 보면 평범한 액세서리 같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시계 판에는 숫자 대신 작은 빨간색과

  • 가짜 결혼, 진짜 신분   제915화

    강지현의 목소리가 창고를 가르며 쩌렁쩌렁 울렸다.남자는 몇 초 동안 놀란 표정을 짓다가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옆에 있던 동료에게 서운혁의 상태를 확인하라고 눈짓했다.동료가 서운혁의 목동맥을 짚어 보고 비웃듯 말했다.“제때 왔네. 몇 분만 늦었어도 끝날 뻔했어.”그러고는 서운혁의 팔에 곧장 해독제를 주사했다.주사기를 내던진 남자가 돌아서서 강지현을 향해 두 손을 펼쳤다.“어때, 강지현 씨? 우리가 약속은 확실히 지키지? 말한 건 한다니까.”“저 여자 살려 두면 안 돼요! 안 그러면 당신들도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저 서운혁도, 어떻게 저 사람을...”서운혁에게 해독제를 놓는 걸 본 백하린이 날카롭게 소리쳤다.하지만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옆의 남자가 그녀의 뺨을 후려쳤다.“젠장, 여기서 네가 끼어들 자리가 있어?”“...”억울한 눈물이 백하린의 눈에서 곧바로 떨어졌다. 하지만 무서워 더는 덤비지 못하고 조용히 뺨만 감쌌다.그래도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이들이 서운혁은 놓아줄지 몰라도 강지현만큼은 절대 살려 보내지 않을 것이다.어차피 오늘이 강지현의 제삿날이었다.강지현은 서운혁 곁으로 달려가 맥을 짚었다. 살아 있다는 걸 확인한 뒤 두 남자를 바라봤다.“당신들, 공회 사람이야?”“역시 똑똑하네. 강지현 씨. 자, 이제 직접 골라 봐. 어떻게 죽고 싶어?”백하린 옆에 있던 남자가 입을 열었다.그가 서운혁 곁의 동료에게 눈짓하자, 동료는 강지현 앞으로 독주사와 날카로운 칼 한 자루를 던졌다.“이 주사는 용량이 세서 고통은 10분 정도면 끝나. 칼을 고르면 나도 최대한 빨리 끝내줄게. 목만 한 번에 그으면 되니까.”발치에 떨어진 물건을 내려다보는 강지현의 표정은 놀라울 만큼 침착했다.“결국 오늘은 무조건 죽어야 한다는 거네?”“농담도 잘하네. 여기 오기 전부터 알고 있었잖아?”남자는 아무 경계도 없이 강지현에게 다가왔다.옆에 있던 동료는 총을 꺼내 강지현이나 백하린에게 언제든 겨눌 준비를 했다.누구든 수상하게 움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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