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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화

작가: Jino
last update 게시일: 2026-10-15 08:36:37

제3조. 스킨십은 손잡기까지만. 그것도 필요할 때만.

('필요할 때만'에 밑줄 두 번. 그 자리만 냅킨이 살짝 찢어져 있다.)

다음 날 회의에서 둘은 평소처럼 싸웠다.

"달토끼 편지 글자 수 제한이 왜 40자예요?"

"서버에 저장하니까요."

"편지를 40자로 어떻게 써요. 문자도 그보다 길어요."

"그럼 문자를 보내시든가."

팀장이 한숨을 쉬었고, 여섯 명이 동시에 커피를 마셨다. 완벽했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제2조, 이상 무.

다만 회의가 끝나고 나갈 때, 이현이 서윤 옆을 지나가며 아주 작게 말했다.

"일곱 시. 정문 말고 뒷문."

서윤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노트에 적던 볼펜이 한 번 미끄러졌다.

일곱 시 정각. 서윤은 뒷문 앞에 모자를 푹 눌러쓰고 서 있었다. 마스크까지 썼다.

이현이 나오다 걸음을 멈췄다.

"……누구세요."

"저예요."

"알아요. 그래서 묻는 거예요. 그게 더 수상한 거 알죠?"

"제2조 때문이잖아요. 민지가 요즘 촉이 좋아요."

이현은 대답 대신 서윤의 모자챙을 손가락으로 톡 들어 올렸다. 시야가 환해졌다.

"사진 찍으러 가는 사람이 얼굴을 가리면 어떡해요."

서윤은 모자를 벗었다. 앞머리가 납작하게 눌려 있었다. 이현이 그걸 보고 고개를 돌렸는데, 어깨가 조금 떨렸다.

"웃었죠."

"아뇨."

회사 뒷골목 카페는 직원들이 잘 안 오는 곳이었다. 조용했고, 조명이 노랬다.

"커플 사진 기획안 짜 왔어요." 서윤이 태블릿을 켰다. "배경 세 가지. 카페, 산책로, 야경. 각각 셀카 한 장, 남이 찍어 준 척 한 장."

"남이 찍어 준 척은 어떻게 찍어요."

"타이머요."

"기획자는 다르네."

"비꼬는 거죠?"

"칭찬인데."

믿기 힘든 칭찬이었다. 서윤이 메뉴판을 펼치자 이현이 먼저 일어났다.

"주문하고 올게요."

"저 아직 안 골랐는데요."

이현은 이미 카운터에 가 있었다. 서윤은 그 뒷모습을 보며 입을 삐죽였다. 제멋대로네, 정말. 뭘 시킬 줄 알고.

잠시 뒤 쟁반이 놓였다. 컵 두 개. 하나는 따뜻한 아메리카노. 다른 하나는.

"아이스 바닐라라떼. 시럽 반만, 얼음 적게."

서윤은 컵을 봤다가 이현을 봤다가 다시 컵을 봤다.

"……이걸 어떻게 알아요?"

"뭘요."

"시럽 반만. 얼음 적게."

"아." 이현은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마셨다. "회의 때마다 들고 오잖아요. 컵 옆에 매직으로 적혀 있던데요. '시럽 1/2, 얼음 조금'."

"그걸 읽었어요?"

"맞은편에 앉으니까요. 싫어도 보여요."

"싫어도."

"네, 싫어도."

서윤은 빨대를 물었다. 딱 좋은 단맛이었다. 이상하게 분했다. 5년 동안 싸운 상대가 제 커피 취향을 알고 있다는 게. 그리고 그게 싫지 않다는 게.

"그럼 저도 맞혀 볼까요. 차이현 씨는 아메리카노. 뜨거운 거. 여름에도."

"그건 누구나 보면 알죠."

"……그렇네요."

"그리고 서윤 씨는 빨대를 씹어요. 생각할 때."

서윤은 물고 있던 빨대를 황급히 뺐다. 끝이 납작하게 눌려 있었다.

"……그건 또 어떻게 알아요."

"회의 때 기획서 반박당하면 씹던데요. 제가 반박할 때마다."

"그럼 차이현 씨 때문이네요."

"영광입니다."

문제는 사진이었다.

"조금만 더 붙어요." 서윤이 휴대폰을 높이 들었다. 화면 속 둘 사이엔 사람 하나가 더 들어갈 공간이 있었다.

"이만큼이요?"

"주먹 하나. 아니, 반."

이현이 옆으로 반 뼘 옮겼다. 어깨가 닿을락 말락 했다. 서윤은 괜히 목을 가다듬었다.

찰칵.

화면 속 두 사람은 증명사진 같았다.

"……이거 보내면 엄마가 경찰에 신고할 것 같아요."

"표정이 문제네요. 서윤 씨가 너무 긴장했어요."

"제가요? 차이현 씨 입꼬리 좀 보세요. 일자예요, 일자."

"원래 이렇게 생겼는데."

두 번째 장, 세 번째 장. 나아지지 않았다. 서윤은 결국 휴대폰을 내렸다.

"손을 잡아야겠어요."

이현이 서윤을 봤다.

"제3조." 서윤이 빠르게 덧붙였다. "필요할 때만. 지금 필요해요. 업무상."

"업무상."

"네."

"알겠습니다."

이현이 손을 내밀었다. 손바닥이 위로. 서윤은 그 손을 잠깐 내려다봤다. 생각보다 손가락이 길었다. 키보드를 두드리는 손. 회의 때 펜을 돌리던 손.

서윤은 손을 얹었다. 그냥 얹었다. 악수하듯이.

"……이건 악수 아니에요?" 이현이 말했다.

"그럼 어떻게 해요."

"보통은."

이현의 손가락이 서윤의 손가락 사이로 들어오려다, 멈췄다. 딱 첫 마디쯤에서. 깍지를 낄지 말지, 그 사이 어딘가에서 손가락이 망설였다.

서윤은 숨을 참았다. 왜 참는지 몰랐다.

"……이 정도면 되겠죠." 이현이 말했다. 목소리가 평소보다 반 톤 낮았다.

"네. 네, 충분해요."

손가락이 반쯤 걸친 어정쩡한 모양. 서윤은 반대 손으로 휴대폰을 들었다. 손이 떨려서 두 번이나 초점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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