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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화

작가: Jino
last update 게시일: 2026-10-15 08:36:37
세 번째에 찍혔다. 사진 속 서윤은 웃고 있었다. 언제 웃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하나 더요." 서윤이 말했다. "남이 찍어 준 척."

산책로 가로등 아래, 서윤은 휴대폰을 화단 돌 위에 세웠다. 타이머 10초. 버튼을 누르고 이현 옆으로 뛰었다.

일곱 걸음째에 보도블록 턱이 있었다.

"어어."

몸이 앞으로 쏠리는 순간, 이현이 서윤의 손목을 잡았다. 휙 당겨지는 힘에 서윤은 그대로 그의 옆에 섰다. 정확히 사진 구도 안에.

찰칵.

둘 다 잠깐 말이 없었다.

"……손목은요." 서윤이 먼저 입을 열었다.

"네?"

"손목도 손에 포함돼요? 제3조."

이현이 잡고 있던 손목을 내려다봤다. 그리고 천천히 놓았다.

"긴급 상황이었으니까 예외로 하죠."

"예외 조항은 없는데."

"그럼 부칙대로, 제가 다음 회의에서 한 번 져 드리면 되나요."

서윤은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사진 속 이현은 서윤을 보고 있었고, 서윤은 놀란 얼굴로 입을 벌리고 있었다. 커플 사진이라기보다 사고 현장 같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지우고 싶지 않았다.

"……이건 단톡방에 안 올려요."

"왜요."

"그냥요."

사진을 가족 단톡방에 올린 건 밤 아홉 시였다. 방 이름은 '정씨네 명절 준비위원회'. 참여자 열네 명.

일 분 만에 숫자 1이 전부 사라졌다.

[큰이모: 어머어머]

[큰이모: 어머]

[둘째 이모: 키가 크네? 몇이래?]

[막내 이모: 치과의사 총각은 어떡하라고]

[아빠: 인상 좋다.]

[큰이모: 손잡은 거 봐라 수줍어하는 거 봐라]

[둘째 이모: 서윤이 웃는 거 오랜만에 본다]

서윤은 마지막 줄에서 스크롤을 멈췄다. 오랜만에 웃는다니. 그랬나.

그때 엄마의 영상통화가 걸려 왔다.

"지금요?" 서윤은 옆에 앉은 이현을 봤다. 둘은 아직 카페 앞 벤치에 있었다.

"받으세요."

"같이요?"

"사진만 보내고 목소리 안 들려주면 더 수상하죠."

맞는 말이었다. 서윤은 통화 버튼을 눌렀다.

"서윤아! 옆에 있어? 있지? 바꿔 봐, 얼굴 좀 보자!"

화면에 엄마 얼굴이 가득 찼다. 뒤로 아빠의 이마가 반쯤 보였다.

이현이 화면 안으로 몸을 기울였다. 그의 어깨가 서윤의 어깨에 닿았다.

"안녕하세요, 어머님. 차이현입니다. 서윤 씨랑 같은 회사 다닙니다."

목소리가 놀랄 만큼 차분했다. 회의실에서 "공수 부족입니다"라고 말할 때와 같은 목소리였는데, 이상하게 다르게 들렸다.

"어머, 목소리 좋다. 무슨 일 해요?"

"개발자입니다. 서윤 씨가 기획한 걸 만들어요."

"어머, 그럼 우리 서윤이가 일 많이 시키겠네."

"네. 많이 시킵니다."

서윤이 옆구리를 찔렀다. 이현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래도 잘해요. 서윤 씨 기획은 늘 이유가 있어서, 만들다 보면 납득이 됩니다."

엄마가 화면 너머에서 손으로 입을 막았다. 서윤도 막을 뻔했다. 5년 동안 그런 말은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었다.

"여보, 들었어? 우리 서윤이 칭찬해 주네."

"들었다." 아빠의 이마가 끄덕였다.

"그럼 이현 씨, 추석에 뭐 해요?"

서윤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이 질문은 기획안에 없었다.

"엄마, 이현 씨도 집에 가야 돼."

"하루만! 첫날 점심만. 이모들 다 오는데 얼굴 한 번만 보여 줘. 송편도 빚어 놨어."

서윤이 이현을 봤다. 안 된다고 말하라고, 눈으로 신호를 보냈다. 이현도 서윤을 봤다. 그리고 아주 조금, 입꼬리가 움직였다.

"깨송편 있어요?"

"있지! 깨, 콩, 밤 다 있어."

"그럼 가겠습니다."

통화가 끝나고 서윤은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

"……미쳤어요?"

"어머님이 깨송편 있다고 하셔서."

"그게 이유예요?"

"그리고 서윤 씨 댁에 다녀오면, 저희 할머니한테도 할 말이 생기잖아요. '여자친구 집에 인사드리고 왔다.' 이거면 내년까지 조용해요."

논리적이었다. 너무 논리적이어서 반박할 수가 없었다.

이현의 휴대폰이 울렸다. 그는 화면을 보더니 드물게 헛기침을 했다.

"뭔데요."

"할머니요."

그가 화면을 보여 줬다. 아까 그 증명사진 같은 첫 장이 거기 있었다.

[할머니: 손주며느리 곱다]

[할머니: 근데 둘이 왜 싸운 사람들처럼 서 있냐]

서윤은 웃음을 참다가 실패했다. 이현도 이번엔 웃었다. 벤치 위에서 둘의 어깨가 같이 흔들렸다.

"첫 장을 보냈어요? 그 망한 걸?"

"제일 자연스러워서요. 우리 원래 그렇게 서 있잖아요."

서윤은 휴대폰을 무릎에 내려놓고, 방금 전까지 손가락이 반쯤 걸쳐 있던 오른손을 가만히 내려다봤다. 아직도 거기가 조금 따뜻했다.

그때 단톡방 알림이 다시 울렸다. 큰이모였다.

[큰이모: 추석날 온다며? 이모 셋 다 간다. 그 총각한테 단단히 준비시켜 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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