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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Author: 만천홍
“아가씨!”

김현지도 발을 동동 굴렀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두 여자가 절망에 빠져 있던 그때였다.

“사내들이 떼로 몰려다니면서 고작 이런 치졸한 수단으로 여자 하나를 상대하다니... 부끄러운 줄도 모르냐?”

...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말을 꺼낸 염수호에게 쏠렸다.

김현지는 놀란 얼굴이었고 황보시은은 희미하게나마 희망을 품었다.

“나서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를 이곳에서 데리고 나가 주신다면... 반드시 후하게 보답하겠습니다.”

지금의 황보시은은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하는 처지였다. 아주 작은 희망이라도 있다면 절대 놓을 수 없었다.

이진웅이 미간을 찌푸렸다.

“너는 누구냐? 감히 우리 백우회 일에 끼어들다니!”

그는 처음부터 세 사람이 한패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보니 아닌 듯했다.

염수호가 담담하게 말했다.

“내가 누군지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너희 하는 꼴이 보기 역겨워서 나서려는 것뿐이다.”

‘짝짝짝!’

독고재훈이 손뼉을 치며 웃었다.

“하하, 배짱 하나는 좋구나. 감히 내 일에 끼어들다니.”

그러다 그의 얼굴에서 웃음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대신 음산한 기색이 떠올랐다.

“영웅 놀이라도 하겠다는 거냐? 너 따위가? 죽기 싫으면 당장 무릎 꿇어. 오늘은 내가 기분이 좋아서 말이지. 네 두 다리만 부러뜨릴 수도 있는데... 손은 싹싹 빌며 살려달라고 구걸할 때 써야 하지 않겠냐.”

말을 마친 독고재훈이 크게 웃었다. 염수호를 바라보는 눈에는 노골적인 조롱이 담겨 있었다.

이진웅도 곧장 고함쳤다.

“이 개자식, 아직도 안 꿇고 뭐 하냐! 도련님의 자비에 감사하며 당장 무릎 꿇어라!”

염수호가 무심하게 말했다.

“그럴듯한 제안이네. 마침 나도 네게 손 한 쌍은 남겨 줄 생각이었거든.”

독고재훈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그 모습을 본 이진웅이 큰 소리로 외쳤다.

“이 건방진 놈이! 감히 재훈 도련님께 무례를 범해!”

그는 곧바로 주먹을 휘둘러 염수호에게 달려들었다.

“조심하세요!”

김현지가 놀라 외쳤다.

황보시은 역시 걱정스러운 얼굴이었다. 염수호는 지금 그녀에게 남은 마지막 희망이었다. 절대 무너지면 안 되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직접 도와주고 싶었지만 이미 약기운이 완전히 퍼진 상태라 의식이 점점 흐릿해지고 있었다.

그때 염수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대로 주먹을 내질렀다.

‘우드득!’

두 주먹이 맞부딪히는 순간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울렸다.

이진웅의 몸이 그대로 공중으로 튕겨 나갔다. 입에서는 피가 분수처럼 쏟아져 나왔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눈을 크게 뜨고 굳어 버렸다.

단 한 번의 공격, 한 방으로 단체 7단의 고수가 중상을 입었다.

그 말은 곧 염수호가 최소 단체 9단의 고수라는 뜻이었다.

황보시은의 흐릿하던 눈이 번쩍 뜨였다.

이번에는 정말로 희망이 보였다.

독고재훈 역시 놀라긴 했지만 전혀 두려워하는 기색은 없었다.

그는 염수호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미묘한 웃음을 지었다.

“야, 너 실력 괜찮네. 기회 하나 줄게.”

그는 턱을 세우며 말했다.

“앞으로 나를 주인으로 모시는 건 어때?”

마치 엄청난 은혜라도 베푸는 것처럼 거만한 태도였다.

염수호는 기가 막힌다는 듯 헛웃음을 흘렸다.

‘저 새끼는 대체 어디서 저런 근거 없는 우월감을 느끼는 거지?’

“꺼져.”

독고재훈의 얼굴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어르신!”

그가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저 새끼를 당장 죽여주십시오! 사지를 전부 부러뜨려 살아 있는 걸 후회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마른 체구의 노인 주석구가 성큼 앞으로 나섰다. 매처럼 날카로운 눈이 염수호를 노려보았다.

“젊은 놈, 순순히 항복해. 내가 손을 쓰기 시작하면 죽는 것보다 더한 고통을 느끼게 될 거야.”

목소리는 울림이 깊고 서늘했다.

염수호는 아무 말 없이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건방진 놈!”

주석구의 눈빛이 번뜩이며 염수호를 향해 번개처럼 달려들었다.

염수호는 태연하게 몸을 비켜 공격을 피했다. 그리고 가볍게 손바닥을 들어 주석구의 옆구리를 쳤다.

‘쾅!’

주석구의 몸이 그대로 날아가 벽에 부딪혔다. 바닥에 떨어진 그는 피를 토하더니 고개를 떨군 채 그대로 기절했다.

장내가 순식간에 고요해졌다.

주석구는 단체 9단의 고수였다. 그런 인물이 단 한 번의 공격에 쓰러지다니,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설마... 개맥 종사?’

그 가능성이 떠오르자, 몇몇 사람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저 나이에 개맥 종사가 될 수 있다는 말은 들어 본 적조차 없었다.

황보시은 역시 놀랐지만 마음속에서는 안도감이 밀려왔다.

긴장이 풀리는 순간 체내의 약효가 절정에 달아올라 발작이 시작됐다.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고 두 손은 무의식적으로 옷깃을 움켜쥐었다. 입술 사이로 억눌린 신음이 새어 나왔다.

“아가씨!”

김현지는 백우회 부하들이 놀란 틈을 타 달려와 황보시은을 부축했다.

독고재훈이 그제야 정신을 차렸고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

“개자식, 감히 내 사람을 건드려? 넌 오늘 반드시 죽는다. 너뿐 아니라 네 가족도 전부 끝장이야.”

염수호의 눈빛이 차갑게 번뜩였다.

그의 몸이 번개처럼 튀어 나갔다.

어느새 독고재훈의 목이 염수호의 손에 붙잡힌 채 공중에 들려 있었다.

“방금 뭐라고 했지?”

염수호의 목소리는 싸늘했다.

독고재훈의 얼굴이 점점 창백하게 변해 갔다.

그러나 그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이 자식... 독고 가문을 건드리고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아?”

염수호는 말없이 손아귀에 힘을 더했다.

독고재훈의 얼굴이 점점 보랏빛으로 변했고 이마에는 핏줄이 두드러졌다.

그때 ‘쾅!’하고 사무실 문이 거칠게 열렸다.

검은 옷을 입은 사내들이 몰려들어 왔다. 순식간에 복도가 사람들로 가득 찼다.

염수호가 순식간에 포위되자, 그 가운데서 이진웅이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이 자식! 당장 그 손을 놓아라. 그렇지 않으면 오늘 여기서 살아서 나갈 생각은 하지 마.”

조금 전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느낀 그는 몰래 휴대전화로 도움을 요청해 두었다. 건물에 있던 부하들을 전부 불러 모은 것이었다.

이진웅의 얼굴에 다시 오만한 웃음이 떠올랐다.

염수호가 손을 놓자, 독고재훈이 바닥에 떨어졌다.

목에서 전해지는 극심한 통증을 살필 겨를도 없이 그는 급히 염수호에게서 멀어졌다. 이진웅의 뒤까지 물러난 뒤에야 표정이 조금 풀렸다.

“다들 뭐 하고 있어! 전부 덤벼! 팔다리부터 부러뜨려라. 감히 나를 건드린 대가가 뭔지 똑똑히 보여줘!”

독고재훈이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눈에는 광기와 증오가 가득했다.

태어나서 이런 치욕을 당해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으니까.

“도련님, 안심하십시오. 저놈은 오늘 절대 도망치지 못합니다.”

이진웅이 자신만만한 얼굴로 말했다. 그리고 시선을 염수호에게 돌렸다.

“이 자식, 네가 대단한 실력을 지닌 건 인정한다. 하지만 아무리 두 주먹이 강해도 저 많은 인원을 다 상대할 수는 없겠지. 여기가 네 무덤이 될 것이다.”

염수호 같은 적을 놓쳐 버리면 두고두고 마음이 편치 않을 터였다.

그리고 황보시은 역시 절대 떠나게 할 수 없었다. 그녀가 빠져나가는 순간, 백우회에는 큰 골칫거리가 생길 게 분명했다.

염수호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

“그렇게 자신 있어?”

이진웅은 책상 뒤로 걸어가 서랍을 열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권총 한 자루를 꺼내 들었다.

“여기 있는 내 부하들이 전부가 아니야. 나한테는 총기가 있어. 그래도 오늘 네가 살아서 나갈 수 있다면... 그때는 내 목을 내놓아도 좋다!”

김현지의 표정이 다시 굳어졌다.

‘단체 절정이라 해도 총알을 피할 수는 없다. 종사가 아닌 이상은 절대 불가능해.’

염수호는 너무 젊었기에 종사일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였다.

설령 정말 종사라고 해도 총알을 반드시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김현지의 마음이 서서히 가라앉았다.

‘설마... 오늘 정말 여기서 죽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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