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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8화

Author: 재인
강하리는 느낄 수 있었다. 아니, 굳이 손으로 만져보지 않아도 너무나 선명했다. 거기엔 분명히 이빨 자국이 남아 있었다.

“설마 자기가 남긴 자국조차 못 알아보는 건 아니겠지?”

구승훈이 갑자기 낮은 목소리로 비꼬듯 말했다.

강하리는 순간 화가 치밀었다. 잡힌 손을 빼내려 했지만 구승훈의 손에 의해 더 세게 눌리기만 했다. 구승훈의 피부는 순식간에 달아올라 잠시라도 더 닿아 있는 게 고통스러울 정도였다.

“놓아줘요!”

강하리는 화난 눈빛으로 구승훈을 노려보았다.

“느껴져?”

구승훈은 다시 물었다. 마치 그녀가 대답하지 않으면 절대 놓지 않겠다는 듯이 말이다.

강하리는 손을 몇 번이나 더 빼보려 했지만 여전히 빠져나올 수 없었다. 결국 그녀는 손가락을 굽혀 구승훈의 어깨를 세게 할퀴고 나서 힘을 줘 손을 뺐다.

구승훈은 악 소리를 내며 옷을 벗어 어깨를 살폈다. 이빨 자국 옆으로 선명한 손톱자국이 몇 줄 새겨져 있었다. 구승훈은 입꼬리를 씰룩이며 이를 악물었다.

‘강하리, 진짜 한 치의 망설임도 없네.’

강하리는 손을 빼내자마자 화장실로 향했다. 손을 빡빡 씻고 고개를 들자, 구승훈이 그녀 뒤에 서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이제 내 억울함 조금은 풀릴 수 있을까? 강 대표님?”

강하리는 눈을 내리깔고 묵묵히 손을 닦았다. 다 닦은 뒤에야 고개를 들고 구승훈의 눈을 마주했다.

“구승훈 씨, 당신을 모함한 건 내가 아니에요. 그러니 내가 당신의 억울함을 풀어줄 이유도 없지요.”

구승훈은 그녀의 말에 한순간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몸을 숙이며 강하리에게 바짝 다가왔다.

“모함은 아니지만 오해는 한 거 맞잖아.”

“내가 오해하든 말든 그게 당신한텐 중요했어요? 정말 중요했다면 그런 오해할 일들을 애초에 안 만들었겠지요.”

“좋아요, 그 영상이 오해였다고 쳐요. 그 사진도 오해였다고 쳐. 그럼 나머지는? 구승훈 씨, 당신은 누군가의 진심을 그저 당연히 짓밟아도 되는 거라고 생각하나 봐요?”

그 사건 이후로 강하리는 자신의 감정을 담담한 표정 뒤에 숨겨왔다. 불평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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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1103화

    하지만 구승훈 것과는 달리, 강하리의 머플러는 훨씬 색상이 밝아 보였다.그리고 끝자락엔 세 개의 이니셜이 수놓아져 있었다.[HNN]세 사람 이름의 마지막 글자를 딴 이니셜.그 옆엔 두 개의 큰 웃는 얼굴과 하나의 작은 웃는 얼굴. 무엇을 의미하는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알 수 있었다.강하리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녀는 당장이라도 그 머플러를 벗어 던지려 했지만, 구승훈이 먼저 말했다.“연정이가 고른 거야.”강하리는 콧소리를 내뱉었다. “그래서 이 이니셜이랑 애기 얼굴도 연정이가 수놓았다는 거야?”구승훈은 웃으며 대답했다. “그럼. 우리 딸 원래 재능이 넘치잖아.”강하리는 머플러를 벗으려 하면서 눈엔 분노가 가득했다.비록 말은 하지 않았지만, 표정 하나로 다 드러났다.‘이 개자식은 정말 부끄러운 줄도 모르나!’그녀가 계속 벗으려 하자 구승훈은 아예 자신의 머플러를 벗어버렸다.“이러면 됐지? 내가 억지로 걸친 거 아니야. 그냥 연정이 기분 맞춰주자. 매장에서 보자마자 마음에 들어 했거든.”강하리는 잠시 멈칫했다.결국, 그녀는 머플러를 벗지 않았다.조시욱은 그들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며 묘한 눈빛을 보였다.애써 부정해왔지만, 이제는 더 이상 모른 척할 수 없을 것 같았다.강하리는 구승훈 앞에서만큼은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그녀는 늘 조시욱 앞에선 정중했고, 심지어 거절조차도 예의 바르게 말했다.마음이 아프지 않다면 거짓말이다.늘 기회가 있다고 믿었는데 지금은...그때 강하리의 휴대폰이 울렸다.그녀는 휠체어를 돌려 옆으로 이동했다.조시욱과 구승훈은 나란히 차 옆에 서 있었다.조시욱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구 대표님은 항상 이렇게 억지로 하리를 설득하시나요?”구승훈은 아무 말 없이 강하리의 뒷모습만 바라봤다.“그 머플러 싫어하는 거 뻔히 알면서 왜 또 연정이 핑계 대서 억지로 걸치게 하신 거죠? 오늘 저녁도 마찬가지잖아요. 또 어떤 방법으로 설득하신 겁니까?”구승훈은 그제야 시선을 거둬 조시욱을 바라봤다.아까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1102화

    강하리는 끝내 구승훈의 배웅을 받지 않았다.노민우가 손연지와 연정이 그리고 강하리를 함께 차에 태우고 출발했다.저 멀리 구승훈이 서 있는 모습을 본 노민우는 눈썹을 찌푸리며 옆자리에 앉은 손연지를 슬쩍 바라봤다.손연지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이번엔 뒤쪽 좌석에 앉은 강하리를 바라봤다.그리고 헛기침을 하며 입을 열었다.“강하리씨, 안현우가 죽은 거 알아요?”강하리는 순간 멍해졌지만 곧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몰랐어요”노민우의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듣자 하니 이틀 전쯤 구승훈이 잠깐 연성시에 다녀왔대요. 그런데 그날 밤에 안현우가 심장마비로 죽었거든요. 안 씨 집안은 전부 구승훈 탓이라고 난리래요”강하리는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노민우를 바라봤다.“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데요?”노민우는 코를 만지면서 말했다.“구승훈이 요즘 많이 노력하고 있어요. 지난 일 만회하려고 많이 애쓰고 있다구요. 그러니까 너무 차갑게 대하지 말아줘요”강하리는 연정이를 안은 채 피식 웃으며 말했다.“노민우 씨 정신 좀 차려요. 지금 일하는 기명제약의 생사권을 쥐고 있는 사람은 저에요... 당신 절친이 아무리 구승훈이라 하더라도 그렇죠... 지금 가는 집도 저의 집이에요... 싫으면 다른데로 가세요.”노민우의 입꼬리가 푹 내려갔다.“됐네요. 안 꺼냈던 얘기로 할게요. 그리고 절친 아니에요! 쓰레기지 쓰레기! 나 같은 좋은 남자가 어떻게 그런 쓰레기랑 절친이에요!”강하리는 그만 짓던 미소를 가라앉혔다.앞자리에서 손연지와 노민우는 다시 말싸움을 시작했지만 강하리의 생각은 이미 멀리 날아갔다.안현우의 죽음은 분명 자업자득이다.하지만 정말 그걸 구승훈이 직접 손에 피를 묻혔을까.그녀는 안현우가 벌을 받길 바랬지만 그 피를 구승훈이 묻히는 걸 원하지는 않았다.적어도 그는 연정이의 아빠니까.비록 앞으로 그와 어떤 관계도 없을지라도 딸과는 끊을 수 없는 혈육 관계가 있으니어쩔수 없었다.해가 저물 무렵 검은 SUV 한 대가 람월만 입구에 도착했다.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1101화

    연정아는 병원에 이틀 더 있다가 퇴원 준비를 하게 되었다.손연지는 아침 일찍 근무 교환을 마치고 병실로 향했다.그런데 병실 문을 열기도 전에, 익숙한 남자의 목소리가 귀에 들려왔다.“우리 형 요즘 계속 B시에 있다니까? 구승훈 도와서 무슨 약 만들고 있다더라?”손연지가 걸음을 멈췄다. 문고리를 잡은 손은 순간 굳어버렸다.노민우였다.‘노민우와 마지막으로 연락했던 게 언제였더라?’예전에 강하리 한테서 노민우가 회사를 인수하려고 한다는 말을 들은 이후부터 그는 마치 세상에서 증발하듯 사라져버렸다.연지는 노민우가 혹시 철들어서, 아니면 밖에서 충분히 놀다 와서 이제 도련님 생활에 집중하려는 것으로 믿고 있었다.그리고 그사이, 그녀도 자기감정과 일상 속 상처를 조금씩 추슬러 가며 제자리로 돌아가고 있었다.그런데 또다시 나타나다니...연지는 돌아서려 했다. 하지만 그때, 소아과 후배가 멀리서 외쳤다.“손연지 쌤! 또 연정이 보러 가요?”말이 끝나기도 전에 병실 문이 활짝 열렸다. 그리고 노민우가 환하게 웃으며 달려와 그녀를 와락 안았다.그녀는 당황한 채 주위를 둘러봤고, 벌써 여러 명의 동료가 이쪽을 힐끗거리며 보고 있었다.얼굴이 화끈거렸다.“야!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정신 나갔어? 놓으라고!”“놓기 싫은데 어쩌지? ”“그럼 내가 도와줄게.”무릎이 반사적으로 올라가자, 노민우는 재빠르게 몸을 뒤로 빼며 피했다. 그리고는 껄껄 웃으며 말했다.“봐봐. 실력 좀 늘었지?”그 멍청한 얼굴을 보자 연지는 한숨이 먼저 나왔다. 그녀는 그대로 병실로 걸어 들어갔다.노민우는 바짝 따라붙으며 그녀의 어깨를 감쌌다.“보고 싶었지 우리 연지”“죽었는지 살았는지 관심 없어!”“그래도 부부였던 사이인데 너무 냉정하잖아.”“네가 일찍 죽었으면 더 편했겠지.”“그럼 뽀뽀 한 번만 해줘. 그러면 죽어줄게.”“꺼져!”병실은 한순간에 개그 콘서트장이 됐다.강하리도 그 광경을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문가에 서 있는 한 남자를 본 순간, 그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1100화

    여초연의 낯색이 순식간에 변했다. 초췌하던 표정이 무섭게 일그러졌다.“구승훈! 감히 그 아이에게 손대기만 해봐! 네 온 가족을 몰살시켜 버릴 거야! 강하리랑 그 애까지! 감히 건드리기만 해봐!”구승훈은 담배를 비벼 끄고 자리에서 일어나 여초연 앞으로 다가가며 말했다.“그 말 그대로 돌려주지. 그들 모녀에게 손대는 순간 당신이 그렇게 아끼는 아들은 뼈도 못 추릴 줄 알아!”여초연의 두 눈이 즉시 붉게 물들었다.“네가 감히, 감히 어떻게 그래!”구승훈은 자신의 양복 앞자락을 툭툭 털며 말했다.“내가 못 할 것 같아?”그가 냉소를 지으며 돌아서자 그 뒤로 방호문이 한 층씩 닫히며 여초연이 울부짖는 소리를 차단시켰다.준봉이 이미 지하실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대표님, 류 서장 쪽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그때 여초연의 수술을 집도했던 의사를 찾아내긴 했는데 안타깝게도 30년 전 어떤 사고로 인해 정신이상이 되었다고 합니다.”“그 의사가 사고 나기 전까지의 모든 정황을 전부 조사해. 인간관계, 계좌 변동, 사소한 것 하나도 빠뜨리지 말고.”“알겠습니다. 그리고 진시연 쪽은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대표님, 다른 방법을 생각해 볼까요?”구승훈은 고개를 저었다.“말하지 않는 게 아니라 정말 아무것도 모를 수도 있어.”진시연은 그저 버려진 카드였을지도 모른다.“더 이상 여초연에 대해 집요하게 묻지 마. 차라리 그 여자가 경계심을 풀었을 때전혀 다른 걸 묻는 것도 괜찮아. 예를 들어 우리가 지금껏 못 밝혀낸 해외의 그 가상 기지국이나 정 회장과의 관계 같은 거.”구승훈은 최근 내내 여초연의 비밀에 대해 알아내려 노력했었다. 그러다 조금 전 지하실에서 문득 생각나는 게 있었다. 바로 여초연이 불법 약물 개발을 하고 있다는 확신이었다. 전에는 의심만 했었지만 최근 일들을 생각해 보면 그녀 손에 전문적인 불법 약물 연구기지가 없다는 게 더 안될 말이었다.연정이를 납치했을 때 육아 도우미에게 투여한 약부터 시작해 그에게 그리고 또 임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1099화

    구승훈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화장실 문 앞에 서서 강하리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한참 시간이 흐른 뒤에야 그가 입을 열었다.“그 킬러는 잡았어. 하지만 배후 인물에 대해서는 아직 입을 열지 않아. 당분간 조심해야 할 거야.”“고맙네요.”감정 하나 실리지 않은 차가운 말투였다.구승훈은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이제는 그녀에게서 진심 어린 말 한마디조차 듣지 못하고 있었다.“딴 건 몰라도 연정이를 위해서라도 나한테 좀 더 부드럽게 대할 순 없어?”강하리는 입술을 살짝 움직이려다가 한참 후에야 말했다.“연정이 앞에서는 당신한테 뭐라 안 해요. 하지만, 그 이상은 바라지 마세요. 선을 지켜줘요.”구승훈의 눈빛이 부드러워졌다.“내가 뭐 막무가내로 굴 사람처럼 보여?”강하리는 그를 흘겨보고는 더 이상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구승훈은 기분 좋게 웃으며 연정이를 안아 올렸다.“우리 딸, 아빠가 막무가내로 굴 사람 같아?”‘막무가내’라는 말이 연정이에겐 조금 어려웠지만 그래도 연정이는 아빠의 물음에 웃으며 답했다.“응!”연정이의 대답에 강하리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정말 아주 짧은, 웃은 게 맞나 싶을 정도로 너무 빨리 사라져버린 웃음이었지만 그 웃음에 구승훈의 눈은 반짝였다. 마치 오랫동안 가슴속을 짓누르던 먹구름이 걷히며 햇살 한 줄기가 비친 듯했다.병원을 나설 때는 이미 해가 지고 있었다. 준봉이 몹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구승훈이 나오자 그는 벌떡 일어서며 말했다.“대표님, 여초연이 약을 내놓긴 했는데 임 선생님 쪽에서는 아직 해독제가 없다고 합니다.”구승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차에 탔다.요양원에서는 노민준이 급히 약물 분석을 하고 있었다. 그는 구승훈을 보자 조금만 더 기다리라며 약물 성분만 확인하면 바로 쓸 수 있다고 말했다.구승훈은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형, 나도 검사 좀 해줘.”노민준은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왜?”구승훈은 담담히 말했다.“오늘 하루 종일 어지럽더라고.”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1098화

    강하리는 느낄 수 있었다. 아니, 굳이 손으로 만져보지 않아도 너무나 선명했다. 거기엔 분명히 이빨 자국이 남아 있었다.“설마 자기가 남긴 자국조차 못 알아보는 건 아니겠지?”구승훈이 갑자기 낮은 목소리로 비꼬듯 말했다.강하리는 순간 화가 치밀었다. 잡힌 손을 빼내려 했지만 구승훈의 손에 의해 더 세게 눌리기만 했다. 구승훈의 피부는 순식간에 달아올라 잠시라도 더 닿아 있는 게 고통스러울 정도였다.“놓아줘요!”강하리는 화난 눈빛으로 구승훈을 노려보았다.“느껴져?”구승훈은 다시 물었다. 마치 그녀가 대답하지 않으면 절대 놓지 않겠다는 듯이 말이다.강하리는 손을 몇 번이나 더 빼보려 했지만 여전히 빠져나올 수 없었다. 결국 그녀는 손가락을 굽혀 구승훈의 어깨를 세게 할퀴고 나서 힘을 줘 손을 뺐다.구승훈은 악 소리를 내며 옷을 벗어 어깨를 살폈다. 이빨 자국 옆으로 선명한 손톱자국이 몇 줄 새겨져 있었다. 구승훈은 입꼬리를 씰룩이며 이를 악물었다.‘강하리, 진짜 한 치의 망설임도 없네.’강하리는 손을 빼내자마자 화장실로 향했다. 손을 빡빡 씻고 고개를 들자, 구승훈이 그녀 뒤에 서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이제 내 억울함 조금은 풀릴 수 있을까? 강 대표님?”강하리는 눈을 내리깔고 묵묵히 손을 닦았다. 다 닦은 뒤에야 고개를 들고 구승훈의 눈을 마주했다.“구승훈 씨, 당신을 모함한 건 내가 아니에요. 그러니 내가 당신의 억울함을 풀어줄 이유도 없지요.”구승훈은 그녀의 말에 한순간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몸을 숙이며 강하리에게 바짝 다가왔다.“모함은 아니지만 오해는 한 거 맞잖아.”“내가 오해하든 말든 그게 당신한텐 중요했어요? 정말 중요했다면 그런 오해할 일들을 애초에 안 만들었겠지요.”“좋아요, 그 영상이 오해였다고 쳐요. 그 사진도 오해였다고 쳐. 그럼 나머지는? 구승훈 씨, 당신은 누군가의 진심을 그저 당연히 짓밟아도 되는 거라고 생각하나 봐요?”그 사건 이후로 강하리는 자신의 감정을 담담한 표정 뒤에 숨겨왔다. 불평도,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1097화

    건강 검진을 받고 있던 연정이가 병실 문에 있는 작은 유리창 너머로 구승훈을 보자 밖을 가리키며 신나게 아빠를 불렀다.연정이의 시선을 따라가다 구승훈과 눈이 마주친 강하리는 눈이 마주치자마자 바로 시선을 거두었다. 눈가에 웃음을 머금고 바라보던 구승훈의 눈빛이 강하리의 외면과 함께 금세 어두워졌다.그때 조시욱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가능하다면 부탁 좀 할게. 하리 좀 그만 괴롭혔으면 좋겠어. 당신이 한 번 올 때마다 하리는 며칠씩 감정을 추슬러야 한다는 걸 모르진 않겠지?”구승훈은 아무 말 없이 코웃음을 내뱉었다. 대답은 없었지만 그 의미는 분명했다. 그는 그럴 생각이 없었고, 절대 그렇게 하지도 않을 것이다.‘조시욱, 네가 무슨 자격으로 내게 이런 말을 하나?’구승훈은 감히 이런 말을 꺼내는 조시욱이 가소롭게 느껴졌다.조시욱이 얼굴을 찌푸리며 무언가 말하려는 순간 병실 문이 열렸다.의사들이 줄지어 병실 밖으로 나왔고 가정부 아주머니도 도시락통을 들고 식사를 가지러 가려는 듯 보였다.조시욱이 자신이 들고 있던 아침을 아주머니에게 건네자 구승훈도 자신이 들고 있던 팥죽을 내밀었다. 아주머니는 순간 난처해졌다. 그녀는 팥죽을 받고 싶었지만 그녀의 선택이 중요한 건 아니었다. 아주머니가 주저하며 병실 안 쪽을 힐끔 돌아보자 강하리는 연정이의 손과 얼굴을 닦아주며 말했다.“아줌마, 식당에 가서 밥 챙겨와요.”아주머니는 아쉬운 눈빛으로 구승훈을 쳐다보며 자리를 떴다.조시욱은 들고 있던 아침을 들고 병실 안으로 들어가 강하리 옆에 앉으며 물었다.“피곤하지?”반면 구승훈은 여전히 문가에 서서 병실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연정이는 한결 좋아진 모습이었다. 구승훈을 보자마자 침대 위에서 깡충깡충 뛰며 그에게 달려가려 했다. 그순간 구승훈의 팥죽을 들고 있는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는 연정을 향해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이내 병실을 떠났다.돌아서 가버리는 아빠를 본 연정이의 얼굴에서 웃음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을 눈치챈 강하리의 손길이 멈칫했다.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1096화

    여인의 몸놀림은 매우 날렵했다.소리를 들은 그녀는 창문을 향해 몸을 날렸다. 하지만 뒤에 있던 사람은 그녀가 창문 밖으로 뛰어내릴 틈을 주지 않았다. 여인이 뛰어오르는 순간, 마치 다음 움직임을 예측이라도 한 듯 발을 뻗어 그녀의 길을 가로막았다.여인이 팔로 막아내려는 찰나, 단검이 그녀의 옆구리를 찔렀다. 몇 발자국 비틀거리며 물러서려 했지만 병실 문이 쾅 소리와 함께 열리면서 불빛에 의해 주위가 순식간에 환해졌다.그녀는 그 틈을 타 창문을 향해 몸을 던졌다. 검은 그림자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준봉이 잡으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어둠 속에서 그녀는 자유낙하하듯 아래로 떨어졌다.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것이 두렵지 않은 듯 보였다.거의 땅에 닿기 직전 그녀 손에서 튀어나온 밧줄 하나가 건물 전체를 가로지르는 산소 배기관에 걸려 낙하의 충격이 완화되었다. 승리의 미소가 여인의 입가에 걸리려는 순간, 권총 한 자루가 그녀의 관자놀이에 들이대졌다.경찰서.류덕구는 이마를 찌푸리며 사무실 문을 열었다.“쉽지 않네요, 입을 열지 않아요.”구승훈은 그다지 놀라지도 않은 듯했다.킬러가 어찌 쉽게 주인을 배신하겠는가?“단단히 지켜봐 주십시오. 도주나 구출 시도 차단해 주시고, 어젯밤 병원 내외부 CCTV 분석해서 의심 인물 있으면 연락 주세요.”구승훈의 눈이 살짝 가늘어졌다.‘도련님...’입은 웃고 있는듯했으나 눈빛은 차가운 서리로 가득했다.‘그들이 예전에 여초연을 뭐라고 불렀더라? 사모님이라고 했지. 그리고 이번엔 또 도련님이라니...’구승훈은 입안이 쓰디쓰게 느껴졌다. 그가 그렇게도 애타게 엄마의 사랑을 갈구하던 그때, 그녀의 온전한 사랑은 이미 다른 아이에게 쏟아지고 있었던 것이다.“30년 전 여초연이 인공유산했던 그 아이, 그것도 좀 조사해 주십시오. 정말 죽었는지, 아니면 누군가 몰래 살려냈는지.”류덕구는 인상을 찌푸렸다.“그 아이... 이미 오래전에 죽은 거 아니었습니까?”“누가 알겠어요?”구승훈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류덕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1095화

    구승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감사합니다” 한 마디를 남긴 뒤, 휴대폰을 들고 옆으로 비켜섰다. 안현우의 휴대폰엔 영상이 수없이 많았다.대부분이 여성을 상대로 한 폭력적인 장면들, 잔혹하고 역겨웠다.구승훈은 말없이 화면을 아래로 계속 넘겼고 그러다 어느 한 영상에서 눈길이 멈춰졌다.영상 속 남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하지만 체형도, 몸에 있는 흉터도 그를 아는 사람이라면 한눈에 눈치챌 수밖에 없었다.더군다나, 그날 차 안에서 보여졌던 건 불과 몇 초뿐.강하리는 제대로 확인할 틈조차 없었을 것이다.구승훈은 영상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보고 나서 이마를 짚으며 눈을 감았다.잠시 후 그는 그 영상을 자신의 폰으로 전송한 뒤 안현우의 휴대폰을 류덕구 서장에게 되돌려주었다.그리고 병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안현우는 한참을 소란 피운 끝에 겨우 잠잠해졌지만 구승훈이 들어서는 순간 또다시 미친 듯이 날뛰기 시작했다.“구승훈! 네가 감히 여기까지 와?!”구승훈은 아무렇지도 않게 셔츠 소매를 걷어올리며 물었다.“그 영상...네가 꾸민 거야?”양쪽 소매를 팔꿈치 아래까지 걷어올리자, 그동안 숨겨져 있던 염주가 드러났다.그는 손을 멈추고 염주를 조용히 주머니에 넣었다.곧이어 붕대를 꺼내 손에 감기 시작했다.그가 이 모든 걸 조용히 마칠 때쯤 안현우는 비로소 무슨 영상을 말하는지 깨달았다.병상에 누워 있던 안현우는 기괴한 웃음을 터뜨렸다.“그래, 내가 꾸민 거다. 어때? 짜릿하지 않아? 강하리가 나보고 더럽다며 질색하더라?근데 넌 뭐 깨끗하냐?”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구승훈은 그대로 병상에 올라가 안현우를 강하게 내리쳤다.주먹이 쉼 없이 날아갔다.생사를 아랑곳하지 않는 듯한 분노였다.결국 류덕구가 뛰어들어 그를 말렸다.“그만 좀 해! 이대로 죽여버리면 나도 보고할 방법이 없어.”구승훈은 아직 가시지 않은 살기를 눈에 담은 채, 손목에 감았던 붕대를 풀며 안현우의 목을 감았다.“영상 속 그 놈...누구야?”안현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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