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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6화

Author: 재인
자료는 사실 간단했다.

일종의 정씨 가문의 성장 스토리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정주현은 그 내용을 연표로 정리해놓았다.

정가는 처음에 B시에서 그다지 이름 있는 가문은 아니었다.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건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이었다.

당시 정가가 받은 첫 번째 투자는 강하리 어머니가 납치되기 한 달 전의 일이었다.

그리고 그후 부터 이어진 대규모 투자들이 북양그룹을 단숨에 B시의 톱 기업으로 끌어올렸다.

특히 심미현이 납치된 이후 이름조차 생소했던 북양그룹은 투자계의 슈퍼스타처럼 주목받기 시작했고, 자금은 마치 쏟아붓듯 몰려들었다.

그 시절 정가의 성장이 심미현의 납치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지는 강하리도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시점은 너무나도 의심스러웠다.

정가가 입지를 굳힌 후 정양철은 곧바로 연미숙과 정약 결혼을 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여초연이 후원했던 고아들 중에는 임희주도 포함되어 있었다.전부가 연씨 복지재단 소속이었다.

강하리는 손에 든 서류를 바라보며 얼굴이 점점 굳어갔다.

자료를 쥔 손끝은 이미 하얗게 질려 있었다.

정주현은 몇 번이나 그녀에게 무슨 말을 건네려 했지만 구승훈은 그때마다 조용히 손짓으로 막았다.

결국 그녀가 직접 자료를 끝까지 읽고 나서야 구승훈이 서류를 받아들었다.

“당시 정가에 투자한 기업이나 개인은 현재 조사 중이야. 아직은 성급해하지 말고 기다려봐.”

강하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생 많았어요.”

이번만큼은 구승훈도 장난기 없이 고개를 숙였다.

“이건 내 책임이기도 해. 예전엔 분명 지켜주겠다고 했으니까.”

강하리는 쓴웃음을 지으며 지금의 관계에 이런 책임까지 떠안을 필요는 없다고 말하려 했다.

하지만 끝내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그 옆에서 정주현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둘 다 이제 책임이니 뭐니 하는 말은 그만하자. 사실 제일 책임이 큰 건 우리 정가야.”

그는 강하리에게 언제나 미안한 감정을 품고 있었다.

“강하리씨 우리 집 다 줄게요. 나까지 포함해서요...”

정주현의 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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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1109화

    강하리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이 상황에서 또 거절하면 정말 너무한 사람처럼 보일 것 같았다.“너 요즘 차나 우려 마셨냐? 말투가 왜 이렇게 나긋나긋해졌어?”구승훈은 가볍게 기침을 했다.“진심이야. 연정이 보러 가도 될까?”강하리는 창밖을 가만히 응시했다.그녀도 예전, 혼자서 명절을 보낸 적이 있었다.수많은 창문에 불이 켜지고 가족들이 모이는 그 시간, 혼자 남겨진 외로움은 지금도 잊히지 않았다.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쉬며 입을 열었다.“그래, 연정이 보러 오는 건 괜찮아. 하지만 보기만 해야 해.”“진짜 보기만?”구승훈은 여전히 불쌍한 척하면서도, 입꼬리는 숨기지 못한 웃음으로 살짝 올라갔다.“구승훈, 선 넘지 마.”“알겠어. 보기만 할게. 연정이도 보고... 너도 살짝 보고.”강하리는 더 이상 대꾸하지 않고 고개를 돌렸다.차 안엔 은은한 클래식 음악만이 흐르고 있었다.차가 라안웨이 입구에 다다르자, 구승훈은 갑자기 속도를 늦췄다.멀리서 조시욱의 차가 여전히 주차돼 있는 것이 보였다.그는 작게 비웃듯 중얼거렸다.“참 끈질기네. 아직도 기다리고 있어.”“세워.”강하리가 조용히 말했다.하지만 구승훈은 오히려 액셀을 더 밟아 조시욱의 차 옆을 빠르게 지나쳤다.강하리는 그를 노려보며 외쳤다.“구승훈, 유치하냐 진짜?”그는 대답 대신 그녀 집 앞에 차를 세우더니 조용히 말했다.“나도 신경 쓰인다고.”“뭐가?”그녀가 눈을 가늘게 뜨자, 그는 살짝 웃었다.“하리야, 조시욱이랑 너무 가깝게 지내지 마. 부탁이야.”강하리는 복잡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구승훈은 지친 듯 좌석에 기대어, 그녀 목도리 술을 가볍게 손끝으로 만지작거렸다.“이 말 할 자격 없는 거 나도 알아. 근데 그래도 말할래.네가 나랑 임희주랑 있는 거 싫어하듯이, 나도 네가 조시욱이랑 있는 거 싫어.”강하리는 그 손을 뿌리치며 목도리를 움켜쥐었다.“자격 없는 거 알면 말하지 마.”그녀가 문을 열려는 순간, 구승훈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1108화

    임명우의 말이 끝나자, 구승훈의 주변 공기가 순식간에 가라앉았다.“임 대표님, 요즘 본업 바꾸셨나요? 이 사람 저 사람 이간질하는 게 주업처럼 보이네요.”임명우는 헛웃음을 터뜨렸다.“난 사실을 말한 줄 알았는데, 그게 이간질이었군요? 그럼 내 잘못이네.”그는 웃으며 강하리에게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하지만 난 강 대표님이 옳고 그름을 스스로 판단할 줄 아는 분이라고 믿어요. 사실 내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강 대표님 마음속엔 이미 답이 있겠죠.”그 말과 함께 임명우는 강하리에게 미소를 지어 보이며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갔다.구승훈은 그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가자.”강하리가 낮고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감정은 읽기 어려웠다.구승훈은 정신을 가다듬고 강하리의 휠체어를 밀며 주차장 쪽으로 향했다.차 앞에 도착하자, 그는 문을 열고 강하리가 거절할 틈도 없이 그녀를 번쩍 안아 올렸다.하지만 곧장 차 안에 태운 것이 아니라, 앞 보닛 위에 그녀를 내려놓았다.“또 뭐 하려는 거야?”강하리는 짜증 섞인 얼굴로 물었다.조금 전 임희주의 이름을 들었을 때부터 기분은 바닥이었고, 지금은 그보다 더 나빠졌다.“나, 임희주랑 아무 일도 없었어.”구승훈은 낮고 단호한 목소리로 또 한 번 해명했다.그 말은 이미 여러 번 반복된 이야기였다.이전 같았으면 강하리는 ‘그게 무슨 상관이냐’며 밀어냈겠지만, 이번에는 그의 옷깃을 움켜잡았다.“아무 일도 없었다고 해서 뭐가 달라? 구승훈, 넌 아직도 몰라?네가 그동안 해온 짓들 때문에, 세상 사람들 눈엔 넌 이미 그 여자랑 한 쌍으로 보인다니까.”구승훈은 본래 강하리와 가까이 서 있었지만, 지금은 그녀가 옷깃을 잡고 있어 거의 숨결이 닿을 만큼 가까웠다.그는 그녀에게서 나는 익숙한 향기에 숨을 삼켰고, 손을 뻗어 그녀의 목덜미를 감싸 쥐었다.“그럼 넌? 남남, 넌 어떻게 생각해? 남들이 뭘 어떻게 말하든 상관없어. 난 네 마음이 궁금해.”그의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웠지만, 그 안엔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1107화

    강하리는 임명우가 이번 기회에 뭔가 시도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의외로 협력은 꽤나 깔끔하게 진행되었다.그녀는 혹시 자신이 그를 오해했던 건 아닐까 싶기도 했다.하지만 처음 인상이 썩 좋지 않았던 탓에 강하리의 태도는 줄곧 차가웠고 거리를 둘 수 있을 땐 최대한 거리를 두었으며 일 외의 접점은 절대 만들지 않았다.그래서 지금 임명우를 마주쳤을 때도 놀라긴 했지만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오히려 구승훈이 임명우를 보자 눈빛이 살짝 어두워졌다.임명우는 그의 표정을 보며 피식 웃었다.“역시 구 대표님은 여전히 절 좋아하지 않으시네요?”구승훈은 차갑게 웃었다.“누군가에게 호감을 얻고 싶다면 최소한 그럴만한 부분이 있어야죠.”그 말은 누가 봐도 명백한 적대감을 품고 있었다.임명우는 그럼에도 여유롭게 웃으며 강하리 쪽으로 다가섰다.“강 대표님도 그렇게 생각하시나요?”그는 강하리보다 두 계단 아래에 서 있었다.지금은 한 발을 그녀 앞 계단에 올려두고 몸을 기울여 다가갔다. 마치 금방이라도 그녀 위로 덮칠 듯 가까웠다.구승훈의 눈에는 어둠이 번졌다.그가 움직이기 전, 정주현이 먼저 손가락 하나를 뻗어 임명우의 이마를 툭 밀어냈다.“넌 누구냐?”정주현은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말했다.“이 기분 나쁜 분위기 뭐야? 보자마자 역겨운데?”임명우는 그 말에 잠시 눈빛이 어두워졌지만, 이내 다시 태연하게 웃음을 지었다.“정 소장도 계셨군요. 전 어차피 어머니 원수의 자식은 그녀 앞에 다시 설 자격도 없다고 생각했는데요.”정주현의 표정이 순식간에 얼어붙었다.그는 늘 ‘어머니를 죽인 원수의 자식’이라는 말을 피하고 있었다.강하리가 그를 탓하지 않는다 해도, 그의 마음속엔 여전히 깊은 죄책감이 남아 있었다.하지만 그가 죄책감을 가지는 것과, 다른 사람이 그걸 빌미로 조롱하는 건 완전히 다른 이야기였다.정주현은 한걸음 다가가 임명우의 옷깃을 움켜쥐었다.“야, 네가 뭔데? 나랑 강하리 처음 만났을 때 넌 똥통에서 개밥이나 뒤졌어!”그의 손이 워낙 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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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는 사실 간단했다.일종의 정씨 가문의 성장 스토리라 할 수 있었다.하지만 정주현은 그 내용을 연표로 정리해놓았다.정가는 처음에 B시에서 그다지 이름 있는 가문은 아니었다.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건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이었다.당시 정가가 받은 첫 번째 투자는 강하리 어머니가 납치되기 한 달 전의 일이었다.그리고 그후 부터 이어진 대규모 투자들이 북양그룹을 단숨에 B시의 톱 기업으로 끌어올렸다.특히 심미현이 납치된 이후 이름조차 생소했던 북양그룹은 투자계의 슈퍼스타처럼 주목받기 시작했고, 자금은 마치 쏟아붓듯 몰려들었다.그 시절 정가의 성장이 심미현의 납치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지는 강하리도 확신할 수 없었다.하지만 그 시점은 너무나도 의심스러웠다.정가가 입지를 굳힌 후 정양철은 곧바로 연미숙과 정약 결혼을 했다.그리고 공교롭게도 여초연이 후원했던 고아들 중에는 임희주도 포함되어 있었다.전부가 연씨 복지재단 소속이었다.강하리는 손에 든 서류를 바라보며 얼굴이 점점 굳어갔다.자료를 쥔 손끝은 이미 하얗게 질려 있었다.정주현은 몇 번이나 그녀에게 무슨 말을 건네려 했지만 구승훈은 그때마다 조용히 손짓으로 막았다.결국 그녀가 직접 자료를 끝까지 읽고 나서야 구승훈이 서류를 받아들었다.“당시 정가에 투자한 기업이나 개인은 현재 조사 중이야. 아직은 성급해하지 말고 기다려봐.”강하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고개를 끄덕였다.“고생 많았어요.”이번만큼은 구승훈도 장난기 없이 고개를 숙였다.“이건 내 책임이기도 해. 예전엔 분명 지켜주겠다고 했으니까.”강하리는 쓴웃음을 지으며 지금의 관계에 이런 책임까지 떠안을 필요는 없다고 말하려 했다.하지만 끝내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그 옆에서 정주현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둘 다 이제 책임이니 뭐니 하는 말은 그만하자. 사실 제일 책임이 큰 건 우리 정가야.”그는 강하리에게 언제나 미안한 감정을 품고 있었다.“강하리씨 우리 집 다 줄게요. 나까지 포함해서요...”정주현의 말에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1105화

    하지만 강하리는 이상하게 느껴졌다.구승훈은 예전에 여초연이 포크로 그를 죽일 뻔한 적이 있어서 서양식을 좋아하지 않는 거였다.그런데도 지금 그는 묵묵히 스테이크를 잘라 강하리에게 건네고 있었다.웨이터가 와인 한 병을 들고 와서 강하리에게 잔을 따르려 하자 그녀가 손으로 막았다.“안 마셔요”그리고는 구승훈을 향해 말했다.“저는 오늘 얘기하러 나온 거지 데이트하러 나온 거 아니에요. 데이트하고 싶으면 정신과 의사를 불러요”구승훈이 입꼬리를 씰룩거렸다.그는 웨이터에게 와인을 내려놓게 하고 주변에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한 뒤에야 입을 열었다.“다 말했잖아... 나 임희주랑 아무 사이 아니라니고. 왜 그렇게 한 번 삐지면 안 풀리는 거야?”강하리는 피식 웃었다.“그래요? 손도 안 잡았고 허리도 아니 감았다는 거네요. 나한테 그렇게 말하고 싶으면 손부터 자르고 와요”“그것도 괜찮지... 목숨만 남겨주면 돼. 강 대표 만족시켜드려야 하니까”강하리는 더 이상 말 섞고 싶지 않다는 듯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정양철 일은 도대체 어떻게 된거에요?”구승훈은 강하리를 보며 다시 한번 마음을 드러냈다.“나 너랑 연정이랑 같이 살면 안 돼? 맹세할게...그냥 바닥에서 잘게. 너랑 연정이 지금 위험하잖아. 내가 옆에서 지켜주고 싶어.”강하리는 ‘쾅’ 소리를 내며 칼과 포크를 접시에 내려놓았다.“말을 할거에요 아님 말거에요?”“할게...”그녀는 다시 포크를 들었고, 천천히 식사를 이어갔다.구승훈의 얼굴에는 억누를 수 없는 웃음기가 번졌다. 그리고 조용히 입을 열었다.“사실 오늘 한 사람 더 부르긴 했어. 반 시간 정도 기다리면 올 거야. 그때 같이 얘기하자. 지금은 먼저 먹어.”강하리는 자리에서 일어날 뻔했지만 겨우 참았다.다행히도 그 이후로 구승훈은 헛소리를 하지 않았다.시간은 빠르게 지나갔다.식사가 끝날 무렵에 웨이터가 문을 열고 한 사람을 안내했다.그 모습을 본 강하리는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정주현?”정주현도 강하리를 보자 두 눈을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1104화

    조시욱의 몸이 굳어졌다.그는 갑자기 고개를 돌려 강하리를 바라봤다.하지만 그녀의 표정은 여전히 차분했다.그런데 조시욱은 왠지 모르게 찔리는 기분이 들었다.“하리야, 나 그게...”강하리는 입술을 다물고 살짝 웃었다.“오늘은 일이 좀 있어서 나중에 이야기하자. 연정이 보고 싶으면 올라가 봐. 손연지가 집에 있어”조시욱은 뭔가 말하려다 삼켜버렸다.결국 그는 가볍게 고개만 끄덕였다.강하리는 구승훈이 안아주겠다는 것도 거절하고, 스스로 힘겹게 차에 올라탔다.그리고는 조시욱을 향해 손을 살짝 흔든 뒤 구승훈과 함께 떠났다.람월만을 벗어나자마자 구승훈이 시니컬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요즘 참 착하네”그 말이 무슨 뜻인지 강하리는 단번에 알 수 있었다.그녀가 조시욱에게는 순한 태도를 보인다고 은근히 꼬집는 말투였다.“나 원래 착해요 ”그녀는 더 이상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구승훈은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근데 왜 나한테는 그리 까칠해?”그리고는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아, 혹시 내가 특별한 존재라서? 그래서 그런 거야?”강하리는 어이없는듯 입을 열었다.“구승훈씨 오늘 아침에 얼굴에 시멘트라도 바르고 나왔어요? 어떻게 이렇게 얼굴이 두꺼워요?”구승훈은 눈에 장난기가 가득한 채 웃었다.“그렇게 두꺼워? 난 괜찮은데... 한번 만져볼래?”강하리는 옆에 있던 쿠션을 들더니 그의 뒤통수에 그대로 던졌다.“그만하세요!”구승훈은 장난이라고 넘기려 했지만, 실제로는 머리가 핑 도는 느낌이 들었다.눈앞이 빙글빙글 돌면서 순간 당황한 기색이 스쳤다.혼자였으면 그냥 기절해도 상관없었을 텐데, 옆엔 강하리가 있었다.그녀 앞에서 다시는 무슨 일이 생기게 하고 싶지 않았다.차는‘끼익’ 소리를 내며 급하게 도로 옆에 멈춰 섰다.강하리는 방금까지 조시욱과 구승훈의 대화를 곱씹고 있었는데, 갑작스러운 브레이크에 몸이 앞으로 확 쏠렸다.안전벨트 덕분에 겨우 버텼지만, 놀란 그녀는 반사적으로 물었다.“뭐에요? 무슨 일이에요? 차가 고장 났어요?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1103화

    하지만 구승훈 것과는 달리, 강하리의 머플러는 훨씬 색상이 밝아 보였다.그리고 끝자락엔 세 개의 이니셜이 수놓아져 있었다.[HNN]세 사람 이름의 마지막 글자를 딴 이니셜.그 옆엔 두 개의 큰 웃는 얼굴과 하나의 작은 웃는 얼굴. 무엇을 의미하는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알 수 있었다.강하리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녀는 당장이라도 그 머플러를 벗어 던지려 했지만, 구승훈이 먼저 말했다.“연정이가 고른 거야.”강하리는 콧소리를 내뱉었다. “그래서 이 이니셜이랑 애기 얼굴도 연정이가 수놓았다는 거야?”구승훈은 웃으며 대답했다. “그럼. 우리 딸 원래 재능이 넘치잖아.”강하리는 머플러를 벗으려 하면서 눈엔 분노가 가득했다.비록 말은 하지 않았지만, 표정 하나로 다 드러났다.‘이 개자식은 정말 부끄러운 줄도 모르나!’그녀가 계속 벗으려 하자 구승훈은 아예 자신의 머플러를 벗어버렸다.“이러면 됐지? 내가 억지로 걸친 거 아니야. 그냥 연정이 기분 맞춰주자. 매장에서 보자마자 마음에 들어 했거든.”강하리는 잠시 멈칫했다.결국, 그녀는 머플러를 벗지 않았다.조시욱은 그들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며 묘한 눈빛을 보였다.애써 부정해왔지만, 이제는 더 이상 모른 척할 수 없을 것 같았다.강하리는 구승훈 앞에서만큼은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그녀는 늘 조시욱 앞에선 정중했고, 심지어 거절조차도 예의 바르게 말했다.마음이 아프지 않다면 거짓말이다.늘 기회가 있다고 믿었는데 지금은...그때 강하리의 휴대폰이 울렸다.그녀는 휠체어를 돌려 옆으로 이동했다.조시욱과 구승훈은 나란히 차 옆에 서 있었다.조시욱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구 대표님은 항상 이렇게 억지로 하리를 설득하시나요?”구승훈은 아무 말 없이 강하리의 뒷모습만 바라봤다.“그 머플러 싫어하는 거 뻔히 알면서 왜 또 연정이 핑계 대서 억지로 걸치게 하신 거죠? 오늘 저녁도 마찬가지잖아요. 또 어떤 방법으로 설득하신 겁니까?”구승훈은 그제야 시선을 거둬 조시욱을 바라봤다.아까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1102화

    강하리는 끝내 구승훈의 배웅을 받지 않았다.노민우가 손연지와 연정이 그리고 강하리를 함께 차에 태우고 출발했다.저 멀리 구승훈이 서 있는 모습을 본 노민우는 눈썹을 찌푸리며 옆자리에 앉은 손연지를 슬쩍 바라봤다.손연지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이번엔 뒤쪽 좌석에 앉은 강하리를 바라봤다.그리고 헛기침을 하며 입을 열었다.“강하리씨, 안현우가 죽은 거 알아요?”강하리는 순간 멍해졌지만 곧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몰랐어요”노민우의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듣자 하니 이틀 전쯤 구승훈이 잠깐 연성시에 다녀왔대요. 그런데 그날 밤에 안현우가 심장마비로 죽었거든요. 안 씨 집안은 전부 구승훈 탓이라고 난리래요”강하리는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노민우를 바라봤다.“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데요?”노민우는 코를 만지면서 말했다.“구승훈이 요즘 많이 노력하고 있어요. 지난 일 만회하려고 많이 애쓰고 있다구요. 그러니까 너무 차갑게 대하지 말아줘요”강하리는 연정이를 안은 채 피식 웃으며 말했다.“노민우 씨 정신 좀 차려요. 지금 일하는 기명제약의 생사권을 쥐고 있는 사람은 저에요... 당신 절친이 아무리 구승훈이라 하더라도 그렇죠... 지금 가는 집도 저의 집이에요... 싫으면 다른데로 가세요.”노민우의 입꼬리가 푹 내려갔다.“됐네요. 안 꺼냈던 얘기로 할게요. 그리고 절친 아니에요! 쓰레기지 쓰레기! 나 같은 좋은 남자가 어떻게 그런 쓰레기랑 절친이에요!”강하리는 그만 짓던 미소를 가라앉혔다.앞자리에서 손연지와 노민우는 다시 말싸움을 시작했지만 강하리의 생각은 이미 멀리 날아갔다.안현우의 죽음은 분명 자업자득이다.하지만 정말 그걸 구승훈이 직접 손에 피를 묻혔을까.그녀는 안현우가 벌을 받길 바랬지만 그 피를 구승훈이 묻히는 걸 원하지는 않았다.적어도 그는 연정이의 아빠니까.비록 앞으로 그와 어떤 관계도 없을지라도 딸과는 끊을 수 없는 혈육 관계가 있으니어쩔수 없었다.해가 저물 무렵 검은 SUV 한 대가 람월만 입구에 도착했다.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1101화

    연정아는 병원에 이틀 더 있다가 퇴원 준비를 하게 되었다.손연지는 아침 일찍 근무 교환을 마치고 병실로 향했다.그런데 병실 문을 열기도 전에, 익숙한 남자의 목소리가 귀에 들려왔다.“우리 형 요즘 계속 B시에 있다니까? 구승훈 도와서 무슨 약 만들고 있다더라?”손연지가 걸음을 멈췄다. 문고리를 잡은 손은 순간 굳어버렸다.노민우였다.‘노민우와 마지막으로 연락했던 게 언제였더라?’예전에 강하리 한테서 노민우가 회사를 인수하려고 한다는 말을 들은 이후부터 그는 마치 세상에서 증발하듯 사라져버렸다.연지는 노민우가 혹시 철들어서, 아니면 밖에서 충분히 놀다 와서 이제 도련님 생활에 집중하려는 것으로 믿고 있었다.그리고 그사이, 그녀도 자기감정과 일상 속 상처를 조금씩 추슬러 가며 제자리로 돌아가고 있었다.그런데 또다시 나타나다니...연지는 돌아서려 했다. 하지만 그때, 소아과 후배가 멀리서 외쳤다.“손연지 쌤! 또 연정이 보러 가요?”말이 끝나기도 전에 병실 문이 활짝 열렸다. 그리고 노민우가 환하게 웃으며 달려와 그녀를 와락 안았다.그녀는 당황한 채 주위를 둘러봤고, 벌써 여러 명의 동료가 이쪽을 힐끗거리며 보고 있었다.얼굴이 화끈거렸다.“야!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정신 나갔어? 놓으라고!”“놓기 싫은데 어쩌지? ”“그럼 내가 도와줄게.”무릎이 반사적으로 올라가자, 노민우는 재빠르게 몸을 뒤로 빼며 피했다. 그리고는 껄껄 웃으며 말했다.“봐봐. 실력 좀 늘었지?”그 멍청한 얼굴을 보자 연지는 한숨이 먼저 나왔다. 그녀는 그대로 병실로 걸어 들어갔다.노민우는 바짝 따라붙으며 그녀의 어깨를 감쌌다.“보고 싶었지 우리 연지”“죽었는지 살았는지 관심 없어!”“그래도 부부였던 사이인데 너무 냉정하잖아.”“네가 일찍 죽었으면 더 편했겠지.”“그럼 뽀뽀 한 번만 해줘. 그러면 죽어줄게.”“꺼져!”병실은 한순간에 개그 콘서트장이 됐다.강하리도 그 광경을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문가에 서 있는 한 남자를 본 순간,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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