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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화

Author: 재인
강하리의 말이 끝나자 구승훈은 가볍게 웃었다. 그의 표정에는 경멸과 조롱이 가득했다.

“강 부장은 자기가 나와 협상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강하리는 눈을 들어 그와 시선을 마주쳤다.

“구 대표님이 얘기 나누자고 하셨잖아요? 말해도 되는 줄 알았죠.”

구승훈의 시선은 그녀의 하얗고 부드러운 귓볼로 향했다.

분명 연약한 여지일 뿐이지만 여전히 이런 일로 그와 싸웠다.

그는 그 모습에 가슴에서 분노가 치솟았다.

강하리의 허리를 잡고 더 가까이 당겨 그녀의 귓볼을 세게 깨물었다. 강하리는 귀에서 날카로운 통증을 느꼈고 이어 그의 목소리라 귓가에서 들려왔다.

“나하고 협상한 뒤 또 그 임정원을 도와주겠다는 거야?”

그의 목소리에서는 강한 한기가 느껴졌다.

강하리는 그가 화가 났다는 것을 알았지만 부인하지 않았다. 임정원을 돕고 싶은 것이 맞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임정원에게 대답한 것을 후회하지 않았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돈과 그녀만의 커리어를 위해서였다.

먼저 커리어는 제쳐두더라도 돈을 벌 기회를 그녀는 거절할 수 없었다. 그녀 어머니의 병원비는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과 같았기에 많은 돈이 필요했다.

구승훈도 매달 그녀에게 돈을 주지만 그녀는 이제 그를 떠날 준비를 해야 했다. 미래의 계획들을 잘 세우는 것이 맞았다.

“네, 나 돈 필요해요. 그리고 임 변호사님 쪽뿐만 아니라 앞으로 난 더 많은 아르바이트할 거예요. 만약 내가 회사 일에 지장을 준다고 생각되면 바로 날 잘라요. 난 의견 없으니까.”

구승훈이 비웃음을 날렸다.

“강 부장 너무 좋게 생각하는 거 아니야? 이렇게 해서 100억에 달하는 위약금을 아끼겠다는 거야?”

강하리의 입술이 움찔했다. 그것이 그녀의 계획이었기 때문이었다.

구승훈이 그녀의 사직을 막는다면 그녀는 회사를 출근하면서 아르바이트할 수밖에 없었다.

만약 구승훈이 받아들일 수 없다면 바로 그녀를 자르면 된다.

구승훈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꼭 그렇게 해야겠어?”

강하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구 대표님은 사업가이시니까 신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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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 안에서 둘이 껴안고 입을 맞추는 것보다 아무렇지 않다는 말이 더 큰 충격이었다.조시욱은 묻고 싶었다.‘구승훈이라면 같은 반응을 보였을까?'하지만 결국 입을 열지 않았다.“그래... 네가 화내지 않는다면 됐어. 푹 쉬어. 몸이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으니 무리하지 마.”“네.”“연정이 옷 몇 벌 샀어. 내일 가져다줄게.”강하리는 거절하려다가 옆에 서 있는 구승훈을 의식하고는 결국 입을 다물었다.“그럼 나도 증조부님께 영양제라도 보내드릴게요.”전화를 끊자 엘리베이터는 꼭대기 층에 도착했고 강하리 얼굴에는 떠오르던 미소가 완전히 사라졌다.구승훈은 그런 그녀를 조용히 바라보다가 가볍게 웃었다.“조시욱이랑 통화할 때는 환하게 웃더니 내 앞에서는 웃음 하나 안 주네?”강하리는 대답조차 하지 않았다.아니, 대답할 필요도 없었다.그에게는 미소도 시선도 아까웠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강하리는 휠체어를 밀며 빠르게 나갔다.구승훈도 발걸음을 재촉하면서 따라붙었다.가슴속에 답답함을 억누르며 낮게 말했다.“조시욱이 네가 생각하는 그런 사람 아니야. 가능하면 멀리해.”강하리는 걸음을 멈췄다.“그럼 내가 가장 멀리해야 할 사람은 그쪽 이겠네요.”구승훈은 말문이 막혔다.어깨를 떨어뜨리며 무겁게 한숨을 내 쉬었다.그리고 그녀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진심이야. 너랑 연정이를 위험에 빠뜨리고 싶지 않아. 하리야, 제발 조시욱과 거리를 둬.”강하리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발을 들어 구승훈의 가슴을 걷어찼다.“자기 모습을 먼저 보고 얘기해요.”구승훈은 가슴에 느껴지는 묵직한 통증에 얼굴을 찡그렸다.하지만 그녀의 발목을 손으로 꼭 잡고 놓지 않았다.긴 손가락이 발목을 부드럽게 쓸더니, 천천히 고개를 들고 그녀를 바라봤다.“내가 잘못한 거 알아. 그래서 어떻게 벌을 줄 거야?”강하리는 냉소적인 미소를 지었다.“왜서 뭐든지 그렇게 간단해요?”그녀는 발을 빼려고 했지만 구승훈은 오히려 그녀의 발목에 입을 맞췄다.따뜻한 입술이 닿자 강하리는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1110화

    강하리는 차에서 내리자 얼굴빛이 좋지 않았다.휠체어를 스스로 밀겠다고 고집했고, 구승훈도 자신이 또 한 번 선을 넘었다는 걸 잘 알기에 얌전히 그녀 뒤를 따랐다.엘리베이터 앞에 이를 때까지도 그는 떠날 기색이 없었다.“이제 가.”그녀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정중하지만 차갑고 그리고 분명한 거리감이 느껴졌다.연정이를 사이에 둔 관계라 이 남자와 완전히 등을 지는 건 불가피한 일이었고.표면적인 평화는 유지하되 그를 용서한 건 아니었다.입술은 아직도 화끈거렸고, 강하리는 손을 꽉 움켜쥐고 있었다. 손등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아까 차 안에서 그녀는 그가 감정을 가라앉히고 나서 조용히 나가길 바랐지만, 오히려 감정이 정리되자 그녀를 눌러 앉히고 입을 맞췄다.“내가 잘못했어.”구승훈의 낮은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고, 이어서 그녀의 휠체어를 잡았다.강하리는 돌아보며 노려봤다.“꺼져.”“집까지만 데려다줄게. 널 혼자 보내면 마음이 안 놓여.”그녀는 비웃듯 말했다.“너랑 같이 있는 게 제일 위험 한거 알지?”구승훈의 입술이 미세하게 떨렸다.“내가 그렇게 믿을 수 없는 사람이야?”강하리는 대꾸하지 않고 휠체어를 밀고 엘리베이터로 향했다.“믿을 수 있는 구석이 하나라도 있니?”구승훈도 같이 엘리베이터에 올랐다.“그럼 연정이 얼굴만 보고 가면 안 될까?”“지금 자고 있어.”“응, 자는 모습만 보고 갈게.”강하리는 그를 또 한 번 노려보려던 찰나, 휴대폰 벨이 울렸다.화면을 확인한 그녀는 전화를 받았다.“하리야.”조시욱의 목소리였다.“무슨 일이야?”조용한 숨소리만 이어졌고, 한참 뒤 그가 낮게 말했다.“아냐, 그냥… 무사히 도착했는지 확인하고 싶었어.”“엘리베이터 안이야. 곧 도착해. 걱정하지 마.”“그래.”그는 더 말하지 않았고, 전화도 끊지 않았다.단지 그녀의 움직임만 조용히 듣고 있었다.“별일 없으면 끊을게. 얼른 자.”“하리야.”끊으려던 그녀를 그가 다시 불렀다.“그 킬러 일 말이야... 말 안 한 거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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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1108화

    임명우의 말이 끝나자, 구승훈의 주변 공기가 순식간에 가라앉았다.“임 대표님, 요즘 본업 바꾸셨나요? 이 사람 저 사람 이간질하는 게 주업처럼 보이네요.”임명우는 헛웃음을 터뜨렸다.“난 사실을 말한 줄 알았는데, 그게 이간질이었군요? 그럼 내 잘못이네.”그는 웃으며 강하리에게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하지만 난 강 대표님이 옳고 그름을 스스로 판단할 줄 아는 분이라고 믿어요. 사실 내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강 대표님 마음속엔 이미 답이 있겠죠.”그 말과 함께 임명우는 강하리에게 미소를 지어 보이며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갔다.구승훈은 그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가자.”강하리가 낮고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감정은 읽기 어려웠다.구승훈은 정신을 가다듬고 강하리의 휠체어를 밀며 주차장 쪽으로 향했다.차 앞에 도착하자, 그는 문을 열고 강하리가 거절할 틈도 없이 그녀를 번쩍 안아 올렸다.하지만 곧장 차 안에 태운 것이 아니라, 앞 보닛 위에 그녀를 내려놓았다.“또 뭐 하려는 거야?”강하리는 짜증 섞인 얼굴로 물었다.조금 전 임희주의 이름을 들었을 때부터 기분은 바닥이었고, 지금은 그보다 더 나빠졌다.“나, 임희주랑 아무 일도 없었어.”구승훈은 낮고 단호한 목소리로 또 한 번 해명했다.그 말은 이미 여러 번 반복된 이야기였다.이전 같았으면 강하리는 ‘그게 무슨 상관이냐’며 밀어냈겠지만, 이번에는 그의 옷깃을 움켜잡았다.“아무 일도 없었다고 해서 뭐가 달라? 구승훈, 넌 아직도 몰라?네가 그동안 해온 짓들 때문에, 세상 사람들 눈엔 넌 이미 그 여자랑 한 쌍으로 보인다니까.”구승훈은 본래 강하리와 가까이 서 있었지만, 지금은 그녀가 옷깃을 잡고 있어 거의 숨결이 닿을 만큼 가까웠다.그는 그녀에게서 나는 익숙한 향기에 숨을 삼켰고, 손을 뻗어 그녀의 목덜미를 감싸 쥐었다.“그럼 넌? 남남, 넌 어떻게 생각해? 남들이 뭘 어떻게 말하든 상관없어. 난 네 마음이 궁금해.”그의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웠지만, 그 안엔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1107화

    강하리는 임명우가 이번 기회에 뭔가 시도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의외로 협력은 꽤나 깔끔하게 진행되었다.그녀는 혹시 자신이 그를 오해했던 건 아닐까 싶기도 했다.하지만 처음 인상이 썩 좋지 않았던 탓에 강하리의 태도는 줄곧 차가웠고 거리를 둘 수 있을 땐 최대한 거리를 두었으며 일 외의 접점은 절대 만들지 않았다.그래서 지금 임명우를 마주쳤을 때도 놀라긴 했지만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오히려 구승훈이 임명우를 보자 눈빛이 살짝 어두워졌다.임명우는 그의 표정을 보며 피식 웃었다.“역시 구 대표님은 여전히 절 좋아하지 않으시네요?”구승훈은 차갑게 웃었다.“누군가에게 호감을 얻고 싶다면 최소한 그럴만한 부분이 있어야죠.”그 말은 누가 봐도 명백한 적대감을 품고 있었다.임명우는 그럼에도 여유롭게 웃으며 강하리 쪽으로 다가섰다.“강 대표님도 그렇게 생각하시나요?”그는 강하리보다 두 계단 아래에 서 있었다.지금은 한 발을 그녀 앞 계단에 올려두고 몸을 기울여 다가갔다. 마치 금방이라도 그녀 위로 덮칠 듯 가까웠다.구승훈의 눈에는 어둠이 번졌다.그가 움직이기 전, 정주현이 먼저 손가락 하나를 뻗어 임명우의 이마를 툭 밀어냈다.“넌 누구냐?”정주현은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말했다.“이 기분 나쁜 분위기 뭐야? 보자마자 역겨운데?”임명우는 그 말에 잠시 눈빛이 어두워졌지만, 이내 다시 태연하게 웃음을 지었다.“정 소장도 계셨군요. 전 어차피 어머니 원수의 자식은 그녀 앞에 다시 설 자격도 없다고 생각했는데요.”정주현의 표정이 순식간에 얼어붙었다.그는 늘 ‘어머니를 죽인 원수의 자식’이라는 말을 피하고 있었다.강하리가 그를 탓하지 않는다 해도, 그의 마음속엔 여전히 깊은 죄책감이 남아 있었다.하지만 그가 죄책감을 가지는 것과, 다른 사람이 그걸 빌미로 조롱하는 건 완전히 다른 이야기였다.정주현은 한걸음 다가가 임명우의 옷깃을 움켜쥐었다.“야, 네가 뭔데? 나랑 강하리 처음 만났을 때 넌 똥통에서 개밥이나 뒤졌어!”그의 손이 워낙 빨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1106화

    자료는 사실 간단했다.일종의 정씨 가문의 성장 스토리라 할 수 있었다.하지만 정주현은 그 내용을 연표로 정리해놓았다.정가는 처음에 B시에서 그다지 이름 있는 가문은 아니었다.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건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이었다.당시 정가가 받은 첫 번째 투자는 강하리 어머니가 납치되기 한 달 전의 일이었다.그리고 그후 부터 이어진 대규모 투자들이 북양그룹을 단숨에 B시의 톱 기업으로 끌어올렸다.특히 심미현이 납치된 이후 이름조차 생소했던 북양그룹은 투자계의 슈퍼스타처럼 주목받기 시작했고, 자금은 마치 쏟아붓듯 몰려들었다.그 시절 정가의 성장이 심미현의 납치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지는 강하리도 확신할 수 없었다.하지만 그 시점은 너무나도 의심스러웠다.정가가 입지를 굳힌 후 정양철은 곧바로 연미숙과 정약 결혼을 했다.그리고 공교롭게도 여초연이 후원했던 고아들 중에는 임희주도 포함되어 있었다.전부가 연씨 복지재단 소속이었다.강하리는 손에 든 서류를 바라보며 얼굴이 점점 굳어갔다.자료를 쥔 손끝은 이미 하얗게 질려 있었다.정주현은 몇 번이나 그녀에게 무슨 말을 건네려 했지만 구승훈은 그때마다 조용히 손짓으로 막았다.결국 그녀가 직접 자료를 끝까지 읽고 나서야 구승훈이 서류를 받아들었다.“당시 정가에 투자한 기업이나 개인은 현재 조사 중이야. 아직은 성급해하지 말고 기다려봐.”강하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고개를 끄덕였다.“고생 많았어요.”이번만큼은 구승훈도 장난기 없이 고개를 숙였다.“이건 내 책임이기도 해. 예전엔 분명 지켜주겠다고 했으니까.”강하리는 쓴웃음을 지으며 지금의 관계에 이런 책임까지 떠안을 필요는 없다고 말하려 했다.하지만 끝내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그 옆에서 정주현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둘 다 이제 책임이니 뭐니 하는 말은 그만하자. 사실 제일 책임이 큰 건 우리 정가야.”그는 강하리에게 언제나 미안한 감정을 품고 있었다.“강하리씨 우리 집 다 줄게요. 나까지 포함해서요...”정주현의 말에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1105화

    하지만 강하리는 이상하게 느껴졌다.구승훈은 예전에 여초연이 포크로 그를 죽일 뻔한 적이 있어서 서양식을 좋아하지 않는 거였다.그런데도 지금 그는 묵묵히 스테이크를 잘라 강하리에게 건네고 있었다.웨이터가 와인 한 병을 들고 와서 강하리에게 잔을 따르려 하자 그녀가 손으로 막았다.“안 마셔요”그리고는 구승훈을 향해 말했다.“저는 오늘 얘기하러 나온 거지 데이트하러 나온 거 아니에요. 데이트하고 싶으면 정신과 의사를 불러요”구승훈이 입꼬리를 씰룩거렸다.그는 웨이터에게 와인을 내려놓게 하고 주변에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한 뒤에야 입을 열었다.“다 말했잖아... 나 임희주랑 아무 사이 아니라니고. 왜 그렇게 한 번 삐지면 안 풀리는 거야?”강하리는 피식 웃었다.“그래요? 손도 안 잡았고 허리도 아니 감았다는 거네요. 나한테 그렇게 말하고 싶으면 손부터 자르고 와요”“그것도 괜찮지... 목숨만 남겨주면 돼. 강 대표 만족시켜드려야 하니까”강하리는 더 이상 말 섞고 싶지 않다는 듯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정양철 일은 도대체 어떻게 된거에요?”구승훈은 강하리를 보며 다시 한번 마음을 드러냈다.“나 너랑 연정이랑 같이 살면 안 돼? 맹세할게...그냥 바닥에서 잘게. 너랑 연정이 지금 위험하잖아. 내가 옆에서 지켜주고 싶어.”강하리는 ‘쾅’ 소리를 내며 칼과 포크를 접시에 내려놓았다.“말을 할거에요 아님 말거에요?”“할게...”그녀는 다시 포크를 들었고, 천천히 식사를 이어갔다.구승훈의 얼굴에는 억누를 수 없는 웃음기가 번졌다. 그리고 조용히 입을 열었다.“사실 오늘 한 사람 더 부르긴 했어. 반 시간 정도 기다리면 올 거야. 그때 같이 얘기하자. 지금은 먼저 먹어.”강하리는 자리에서 일어날 뻔했지만 겨우 참았다.다행히도 그 이후로 구승훈은 헛소리를 하지 않았다.시간은 빠르게 지나갔다.식사가 끝날 무렵에 웨이터가 문을 열고 한 사람을 안내했다.그 모습을 본 강하리는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정주현?”정주현도 강하리를 보자 두 눈을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1104화

    조시욱의 몸이 굳어졌다.그는 갑자기 고개를 돌려 강하리를 바라봤다.하지만 그녀의 표정은 여전히 차분했다.그런데 조시욱은 왠지 모르게 찔리는 기분이 들었다.“하리야, 나 그게...”강하리는 입술을 다물고 살짝 웃었다.“오늘은 일이 좀 있어서 나중에 이야기하자. 연정이 보고 싶으면 올라가 봐. 손연지가 집에 있어”조시욱은 뭔가 말하려다 삼켜버렸다.결국 그는 가볍게 고개만 끄덕였다.강하리는 구승훈이 안아주겠다는 것도 거절하고, 스스로 힘겹게 차에 올라탔다.그리고는 조시욱을 향해 손을 살짝 흔든 뒤 구승훈과 함께 떠났다.람월만을 벗어나자마자 구승훈이 시니컬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요즘 참 착하네”그 말이 무슨 뜻인지 강하리는 단번에 알 수 있었다.그녀가 조시욱에게는 순한 태도를 보인다고 은근히 꼬집는 말투였다.“나 원래 착해요 ”그녀는 더 이상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구승훈은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근데 왜 나한테는 그리 까칠해?”그리고는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아, 혹시 내가 특별한 존재라서? 그래서 그런 거야?”강하리는 어이없는듯 입을 열었다.“구승훈씨 오늘 아침에 얼굴에 시멘트라도 바르고 나왔어요? 어떻게 이렇게 얼굴이 두꺼워요?”구승훈은 눈에 장난기가 가득한 채 웃었다.“그렇게 두꺼워? 난 괜찮은데... 한번 만져볼래?”강하리는 옆에 있던 쿠션을 들더니 그의 뒤통수에 그대로 던졌다.“그만하세요!”구승훈은 장난이라고 넘기려 했지만, 실제로는 머리가 핑 도는 느낌이 들었다.눈앞이 빙글빙글 돌면서 순간 당황한 기색이 스쳤다.혼자였으면 그냥 기절해도 상관없었을 텐데, 옆엔 강하리가 있었다.그녀 앞에서 다시는 무슨 일이 생기게 하고 싶지 않았다.차는‘끼익’ 소리를 내며 급하게 도로 옆에 멈춰 섰다.강하리는 방금까지 조시욱과 구승훈의 대화를 곱씹고 있었는데, 갑작스러운 브레이크에 몸이 앞으로 확 쏠렸다.안전벨트 덕분에 겨우 버텼지만, 놀란 그녀는 반사적으로 물었다.“뭐에요? 무슨 일이에요? 차가 고장 났어요?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1103화

    하지만 구승훈 것과는 달리, 강하리의 머플러는 훨씬 색상이 밝아 보였다.그리고 끝자락엔 세 개의 이니셜이 수놓아져 있었다.[HNN]세 사람 이름의 마지막 글자를 딴 이니셜.그 옆엔 두 개의 큰 웃는 얼굴과 하나의 작은 웃는 얼굴. 무엇을 의미하는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알 수 있었다.강하리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녀는 당장이라도 그 머플러를 벗어 던지려 했지만, 구승훈이 먼저 말했다.“연정이가 고른 거야.”강하리는 콧소리를 내뱉었다. “그래서 이 이니셜이랑 애기 얼굴도 연정이가 수놓았다는 거야?”구승훈은 웃으며 대답했다. “그럼. 우리 딸 원래 재능이 넘치잖아.”강하리는 머플러를 벗으려 하면서 눈엔 분노가 가득했다.비록 말은 하지 않았지만, 표정 하나로 다 드러났다.‘이 개자식은 정말 부끄러운 줄도 모르나!’그녀가 계속 벗으려 하자 구승훈은 아예 자신의 머플러를 벗어버렸다.“이러면 됐지? 내가 억지로 걸친 거 아니야. 그냥 연정이 기분 맞춰주자. 매장에서 보자마자 마음에 들어 했거든.”강하리는 잠시 멈칫했다.결국, 그녀는 머플러를 벗지 않았다.조시욱은 그들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며 묘한 눈빛을 보였다.애써 부정해왔지만, 이제는 더 이상 모른 척할 수 없을 것 같았다.강하리는 구승훈 앞에서만큼은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그녀는 늘 조시욱 앞에선 정중했고, 심지어 거절조차도 예의 바르게 말했다.마음이 아프지 않다면 거짓말이다.늘 기회가 있다고 믿었는데 지금은...그때 강하리의 휴대폰이 울렸다.그녀는 휠체어를 돌려 옆으로 이동했다.조시욱과 구승훈은 나란히 차 옆에 서 있었다.조시욱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구 대표님은 항상 이렇게 억지로 하리를 설득하시나요?”구승훈은 아무 말 없이 강하리의 뒷모습만 바라봤다.“그 머플러 싫어하는 거 뻔히 알면서 왜 또 연정이 핑계 대서 억지로 걸치게 하신 거죠? 오늘 저녁도 마찬가지잖아요. 또 어떤 방법으로 설득하신 겁니까?”구승훈은 그제야 시선을 거둬 조시욱을 바라봤다.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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