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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7화

지이익-!

소송취하서가 반으로 갈라지며, 그 사이로 고드름 끝처럼 날카롭고 서늘한 강하리의눈빛이 드러났다.

구승훈이 송유라 소송에 끼어들 건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심판 결과가 나온 뒤 인맥을 동원해 감형이나 보증석방을 해줄 거라고 생각했다.

상상도 못 했었다. 소송을 아예 싹을 잘라버릴 궁리까지 했단 건.

두 장이 되어버린 취하서를 냉랭한 눈길로 바라보는 구승훈.

언짢은 기분과는 별개로 말 못할 안도감이 드는 구승훈이었다.

적어도 강하리와의 관계가 완전히 끊기지는 않았다는 입증이니까.

“강 부장, 이게 뭐 하는 짓이지?”

짐짓 언성을 높였다. 이글거리는 눈길로 강하리를 응시했다. 그 눈동자 속에는 일말의 희망이 피어있었다.

혹시, 후회하는 건가?

아니면 이 회사를 떠나기가 망설여졌을 수도?

강하리가 꼭 다물었던 입을 열었다.

“위약금 내겠습니다.”

한 마디에 구승훈의 눈에 맺혔던 희망이 파사삭 사그라져 버렸다. 희망이 사라진 자리에 한기가 서렸다.

“무슨 수로? 주해찬이 대 주겠다고 그러던?”

주씨 가문이 실력으로 손꼽히는 명문가이긴 하지만 돈이 수면 위에서 오가는 상업 명문은 아니었다.

관직 명문가인 주씨 가문이 몇십억을 공공연히 내놓을 수 있을 리가.

강하리는 대답 없이 돌아서 나갔다.

구승훈의 입술이 실룩였지만, 결국 아무 말도 나오지 않고 강하리를 그대로 보냈다.

사무실 문이 닫힘과 동시에, 상 위의 물건들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그 소리에 강하리가 잠시 멈춰섰다가 다시 멀어져갔다.

……

강하리의 핸드폰이 울렸다.

[정양철]

“네, 정 회장님.”

“하리 양, 생각은 잘 해봤어요?”

“만나뵙고 얘기해도 될까요?”

그렇게 대양지사와 에비뉴 사이 어딘가의 한 커피숍에 두 사람이 앉았다.

“대양에 입사하겠습니다. 대신 조건 세 개만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당찬 강하리의 발언에 정 회장의 눈썹이 흥미롭단 듯 꿈틀했다.

“얘기해 보시죠.”

“첫째는 공적인 업무 외 기타 요구는 상황에 따라 거절할 권리.”

“두 번째, 연성 지사만큼은 모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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