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533화

Author: 재인
강하리는 그 후 이틀 동안 정주현에게 업무를 넘기면서 외교부에 제출할 자료를 준비했다.

그녀는 지금까지의 추측대로라면 정양철이 그렇게 순순히 보내주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인수인계 마지막 날까지 정양철은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강하리는 자신이 정말 괜한 생각을 한 건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업무 인계가 끝났으니 구승훈에게 연락한 다음 퇴근하고 곧장 공항으로 가려고 했다.

그런데 회사 아래층에 있던 한 남자가 그녀를 막았다.

“강하리 씨, 안녕하세요. 얘기 좀 할 수 있을까요?”

강하리는 미간을 찌푸린 채 앞에 서 있는 예쁘고 상냥한 여자를 바라보았다.

“누구세요?”

“저 승훈이 엄마예요.”

강하리는 잠시 당황하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요, 옆에 있는 카페로 가요.”

여초연은 강하리를 본 순간부터 강하리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두 사람이 자리에 앉자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강하리 씨 정말 예쁘네요. 이러니까 승훈이가 그렇게 좋아하죠.”

강하리는 여초연의 의도를 알 수 없어 그저 담담하게 웃기만 했다.

“칭찬 감사합니다.”

여초연은 여전히 미소를 머금은 눈으로 바라보았다.

“걱정하지 마요, 긴장도 하지 말고. 귀찮게 하려는 것도 아니고 승훈이 떠나라는 말도 안 해요. 그냥 그 자식 정신 차리게 한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해서요.”

강하리는 약간 놀란 표정이었다.

구승훈의 엄마도 그의 할아버지와 같은 생각인 줄 알았는데 이런 태도를 보일 줄은 몰랐다.

여초연은 커피를 강하리 쪽으로 밀었다.

“승훈이 성격이 워낙 유별나서 평소에 힘든 부분이 많죠?”

강하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래도 절 잘 챙겨줘요.”

여초연은 커피를 들고 가볍게 한 모금 마신 뒤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강하리 씨, 승훈이는 어렸을 때부터 엄마인 나를 포함해서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어본 적이 없어요. 아마 하리 씨가 처음일 거예요. 그래서 부탁 좀 할게요. 인내심 갖고 지켜봐 줘요. 사랑을 몰라도 내가 보기엔 하리 씨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 같으니까.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Related chapters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534화

    그는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입을 열었다.“영감탱이가 문씨 가문이랑 오래 알고 지낸 사이라.”강하리도 알아들었다.구승훈은 웃으며 말했다.“약속할게, 파티에서 문연진이랑 절대 가까이 있지 않을게, 알았지?”강하리는 왠지 씁쓸함이 밀려왔다.그에게 안 가면 안 되냐고 묻고 싶었다.가까이하든 말든 구동근은 분명 문연진을 구씨 가문의 예비 며느리로 소개할 것이다.하지만 입가에 차오른 말을 그대로 삼켜버렸다.구승훈은 어쨌든 구씨 가문 사람인데 본인 할아버지 생신에 무슨 이유로 가지 말라고 하겠나.구승훈은 그녀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걸 알고 손을 뻗어 얼굴을 어루만졌다.“나랑 같이 갈래?”강하리는 고개를 저었다.“싫어요.”그렇게 말한 뒤 그녀는 애써 입꼬리를 끌어당겼다.“괜히 찾아가서 욕만 먹을 텐데요.”구승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강하리의 손을 붙잡고 낮게 속삭였다.“하리야, 조금만 더 시간을 줘.”강하리는 입술을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저녁 비행기로 B시에 가야 했고 구승훈은 공항에 그녀를 내려주면서도 보내주기 싫은 표정으로 껴안고 입 맞추기를 몇 번이고 반복했다.“이틀 동안 겨우 즐겁게 지내나 싶었는데 다시 혼자 있으라고?”강하리가 웃었다.“나랑 같이 갈래요?”구승훈은 홧김에 그녀의 목을 힘껏 빨아당겼다.“못 간다는 거 잘 알잖아.”강하리는 그를 밀어내며 말했다.“흔적 남기지 마요, 일하다가 보이면 어쩌려고.”그 말에 구승훈은 그녀의 옷깃을 열고 가슴에 자국 몇 개를 남겼다.“거기 가면 주해찬이랑은 떨어져 있어, 알았지?”강하리가 그를 밖으로 밀어냈다.“알았어요.”구승훈은 이를 갈았다.“오면 나랑 밤새 같이 있어, 피곤하단 말 하지 마.”할 말을 잃은 강하리는 그를 밀어내고 곧장 차 밖으로 나갔다.강하리의 뒷모습이 사라지는 걸 보고 나서야 구승훈은 휴대전화를 꺼내 전화를 걸었다.여초연은 구승훈의 전화를 받고도 놀라지 않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저녁 언제 먹으러 올 거야? 네가 좋아하는 거 만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535화

    주해찬은 더 이상 얘기하지 않고 회의 흐름에 맞춰 최종 확인만 한 뒤 자리를 떠났다.주해찬이 떠난 후 문연진이 강하리 옆에 나타났다.“강하리 씨, 주해찬 씨랑 아직도 그렇게 사이좋은 거 승훈 오빠도 알아요?”강하리가 그녀를 힐끗 보았다.“문연진 씨 상처는 다 나았어요?”당연히 상처는 아직 낫지 않았고 얼굴에 흉터가 남을지도 모른다.이 말을 들은 문연진은 울컥 화가 치미는 것 같았다.구승훈이 강하리를 위해 자신을 건드릴 줄은 몰랐다.문씨 가문 사람들이 구씨 가문을 찾아갔고 구동근은 그녀에게 제대로 된 보상을 해주겠다고 말했다.하지만 구승훈이 강하리를 이렇게 감싸고 도니 속에 열불이 나 견딜 수가 없었다.문연진이 피식 웃었다.“강하리 씨는 뭐가 그렇게 당당해요? 승훈 오빠가 당신 곁에 있다고 해서 승훈 오빠를 가질 수 있을 것 같아요?”강하리가 대본을 내려다보며 그녀를 무시했지만 문연진은 굴하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구씨 가문에서 인정한 며느리는 나고 오빠 마음속에 있는 여자는 송유라예요. 명분이든 오빠 마음이든 다 가지지 못했으면서 뭐가 그렇게 의기양양한데요? 고작 같이 밤이나 보내는 장난감 주제에!”강하리가 마침내 시선을 들어 그녀를 올려다보았다.“문연진 씨는 통역이 아니라 이간질하는 일이 더 잘 어울리겠어요.”말을 마친 그녀가 원고를 들고 가려는데 문연진이 뒤에서 말했다.“아직 모르죠? 승훈 오빠가 송유라 걷게 하려고 의사 찾아주고 있다는 거.”강하리의 걸음이 멈칫했지만 곧 다시 제 갈 길을 갔다.자리로 돌아와 보니 손에 들고 있던 원고가 이미 구겨져 있었다.구겨진 원고를 펴고 나니 마음속의 혼란스러움도 함께 진정되었다.문연진의 도발이 아닌 구승훈을 믿어야 한다.문연진이 둘 사이를 갈라놓는다는 걸 알기에 더더욱 그녀를 믿지 말아야 했다.하지만 그럼에도 원고를 보면서 넋이 나갔고 옆에 있던 사람이 그녀를 불러서야 정신을 차렸다.곧 회의를 시작하기에 그녀는 마음을 가다듬고 정신을 집중해 업무에 임했다.기자 회견은 총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536화

    말을 마친 강하리가 유창한 외국어로 인사를 건네자 대통령은 놀란 눈으로 강하리를 바라보았다.진태형은 웃으며 말했다.“이 여사님을 봐요.”강하리는 살짝 미간을 찌푸리다가 이윽고 지난 이임식 때 자신이 화장실에서 구해준 여성임을 알아차렸다.그 여성은 강하리를 보자마자 감격해서 곧바로 다가와 그녀를 끌어안았다.“강하리 씨, 드디어 만났네요. 이번에 특별히 당신을 보러 왔어요. 지난번에 구해줘서 고마워요.”강하리는 웃으며 답했다.“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요.”하지만 여자는 여전히 그녀를 껴안고 놓지 않았다.“아니요, 당신에겐 단지 호의일지 몰라도 나에겐 생명의 은인이에요.”그녀의 남편이 감사의 말을 건넸고 진태형도 그 옆에서 웃으며 말했다.“이분들이 하리 양을 L국 친선 대사로 초대하고 싶다는데 마침 백 장관님과 저도 하리 양을 파견하고 싶어요. 하리 양 생각은 어때요? 이건 쉽게 오지 않을 좋은 기회예요.”강하리는 입술을 꾹 다물고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난감했다.놓칠 수 없는 좋은 기회라는 건 당연히 알고 있었다.하지만 구승훈과 화해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해외 파견을 수락하면 다시 헤어지는 것과 마찬가지였다.그녀가 이틀 동안 B시에 오는 것도 구승훈은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데 3년씩이나 해외에 나가는 건 더 말할 것도 없었다.“진 장관님, 백 장관님, 저...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아요.”백아영과 진태형이 서로를 바라보더니 진태형이 먼저 말했다.“네, 잘 생각해 봐요. 그래도 우린 이번 기회를 잡았으면 좋겠어요.”강하리는 입술을 달싹이며 미소를 지었다.“네, 진지하게 생각해 볼게요.”백아영과 진태형은 볼 일이 있었고 강하리는 대통령 부부와 한참을 더 이야기를 나눈 뒤 자리를 떠났다.문연진은 손가락이 살에 파고들 기세로 주먹을 꽉 쥔 채 강하리의 뒷모습을 옆에서 지켜보았다.조금 전까지 그들의 대화를 모두 들었다.‘지난번 화장실에서 강하리가 L국 대통령 부인을 구해줬다고?’자신이 시간을 끌기 위해 그 안에 집어넣은 건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537화

    구승훈은 이미 지쳐 있는 강하리를 안고 욕실에서 나왔다.강하리는 그의 가슴에 기댄 채 금방이라도 잠들 기세였다.하지만 여전히 구승훈의 기분을 살피고 있었다.오늘 구승훈에게 분명히 무슨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평소에도 때때로 감정이 들쑥날쑥한 남자였지만 두 사람이 화해한 뒤로 지금처럼 거친 감정을 드러낸 적은 없었다.오늘 어딘가 이상하다.“오늘 왜 그래요? 무슨 일 있었어요?”구승훈은 품에 안긴 여자를 잠시 내려다보다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많이 티 나?”강하리는 입술을 다물고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구승훈은 그녀를 침대에 눕히고 드라이기를 가지러 돌아섰다.그는 대답 대신 부드럽게 그녀의 머리를 말려주며 에어컨을 적당한 온도로 맞춘 뒤 그녀를 안고 눈을 감았다.“보고 싶어서 왔어. 오는 길에 다른 남자가 널 데려가는 꿈도 꿨어.”강하리는 다소 어이가 없었고 구승훈은 다시 힘껏 그녀를 품에 가두었다.“조금만 누워 있어. 먹을 것 가져오라고 할 테니까 일어나면 먹자.”강하리는 그가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살짝 한숨만 쉬었다.“나 여기 있잖아요, 아무도 안 데려가요.”구승훈이 피식 웃었다.“널 내 곁에 묶어둘 방법을 생각해야겠어.”강하리는 입술을 달싹이며 그를 바라봤다. 해외 파견에 관해 얘기하려고 했는데 지금 상황에서 말을 꺼내기가 힘들었다.“일단 좀 자.”강하리는 정말 피곤한 상태였기에 잠이 드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구승훈은 잠든 강하리의 모습을 지켜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휴대폰에는 강하리가 주해찬과 함께 서 있는 사진이 열댓 장 정도 있었다.강하리가 미소를 지으며 주해찬을 올려다보는 사진, 두 사람이 서로 기대어 귓속말을 하는 사진, 심지어 주해찬의 입술이 강하리의 이마에 닿은 것처럼 보이는 사진도 있었다.앵글이 굉장히 잘 잡혔고 두 사람 분위기도 무척 다정해 보였다.구승훈은 사람들도 많은 그런 자리에서 두 사람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하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538화

    “가요, 집에 어르신 몇 분이 기다리고 있어요.”말을 마친 그가 강하리를 바라보았다.“특히 우리 집 어르신께서 지난번 만난 이후로 계속 하리 씨 얘기만 해요.”강하리는 웃으며 말했다.“진작 왔어야 했는데.”심준호는 웃으며 두 사람을 안으로 안내했다.얼마 가지 않아 백아영이 심문석을 부축하며 안에서 걸어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드디어 왔네!”심문석은 강하리를 보고 손을 흔들었다.“하리야, 얼른 이리 와 봐. 이 할아버지가 너 살 야윈 건 아닌지 보게.”심준호는 옆에서 웃음을 참지 못했다.“할아버지, 하리 씨 안 본 지 며칠밖에 안 됐는데 과장이 좀 심하시네요.”심문석은 그를 노려보며 강하리를 안으로 끌어당겼다.강하리는 구승훈을 힐끗 쳐다보았고 구승훈은 고개를 끄덕였다.강하리와 심문석이 사라지자 구승훈은 백아영에게 인사를 건넸다.“안녕하세요 아주머니.”백아영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준호랑 얘기 나누고 있어. 난 요리하러 부엌에 가야 해서.”백아영이 떠난 뒤에야 심준호는 입을 열었다.“어르신 팔순 생신이지? 잘 왔어. 선물 너한테 보낼 테니까 나 대신 전해드려. 난 안 갈래.”구승훈은 고개를 끄덕였고 두 사람은 나란히 안으로 들어갔다.심준호는 강하리가 사라진 방향을 힐끗 쳐다보았다.“너랑 강하리 씨 만나는 거 어르신은 뭐라고 하셔?”구동근을 언급하자 구승훈의 얼굴에 머금었던 미소가 싸늘해졌다.“할아버지 생각은 중요하지 않아.”심준호는 그 말에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깊은 눈빛으로 구승훈을 바라보았다.“두 사람 만나는 거 반대하시나 보네.”구승훈의 깊은 눈동자가 어두워졌다.“내 일 그 사람 동의는 필요 없어.”심준호는 웃었다.“알지, 넌 늘 그렇게 무모하게 행동하는 게 익숙하잖아. 근데 승훈아, 넌 어르신 태도 무시할 수 있어도 하리 씨는, 하리 씨도 괜찮대? 처음부터 끝까지 집안에서 인정을 못 받고 집안에서 결혼까지 주선하는 걸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면 당연히 기분이 좋지는 않겠지?”구승훈은 한 손을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539화

    “여긴 준호 누나네 마당인데 몇 년 동안 아무도 살지 않았고 안에 있는 물건도 건드리지 않아서 가끔 이렇게 보면 마음이 너무 힘들어.”어르신은 살짝 한숨을 쉬었다.강하리는 예전에 백아영에게 사라진 딸이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그녀가 입술을 달싹이며 무슨 말을 하려는데 갑자기 누군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아빠, 손님이 오셨다고 들었어요.”두 사람이 뒤를 돌아보니 한 여성이 이쪽으로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그 여자는 다름 아닌 주해찬의 이모, 심준호의 숙모 석미란이었다.석미란은 강하리를 보자마자 얼굴에 가득했던 미소가 순식간에 사라졌다.“난 또 누구라고, 망할 년 너였어?”심문석의 얼굴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어디서 그런 말을 해!”석미란은 어르신의 호통에 순간 당황했다.“아빠, 진짜예요. 이 년이 해찬이를 유혹하고 다른 남자들이랑 놀아났어요. 어떤 돈 많은 사람한테 빌붙어서 유산한 적도...”“닥쳐! 이년이라니, 어디서 감히 그런 말을 입 밖에 꺼내?”심문석은 석미란을 노려보며 다시 한번 고함을 질렀다.“당장 여기서 꺼져!”석미란은 분노했다.“아빠, 정말이에요. 못 믿겠으면 주씨 가문에 가서 물어봐요. 우리 해찬이 저년 때문에 지금 여자도 안 만나요. 아빠도 설마 저년한테 홀린 거예요? 저년이...”“여사님.”석미란이 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누군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뒤돌아보니 멀지 않은 곳에 구승훈과 심준호가 서 있었고 두 사람 모두 똑같이 일그러진 얼굴을 하고 있었다.“여사님, 말을 제대로 할 줄 모르시면 제가 직접 가르쳐 드리죠.”구승훈이 어두운 얼굴로 말하자 석미란이 무슨 말을 하려는데 심준호가 이미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그녀는 심준호를 보자 살짝 겁이 났다.이 집안에서 다른 사람은 몰라도 유독 심준호는 두려운 존재였다.심준호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어지며 주위에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다.“준호야, 난 사실을 말한 것뿐이야. 이년이 정말 예전에...”그녀가 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얼굴에 손바닥이 날아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540화

    강하리는 알 수 없는 그의 말에 혼란스러웠지만 그녀도 착용할 생각은 없었다.한눈에 봐도 너무 비싼 물건인데 망가지거나 잃어버리면 너무 아깝지 않나.두 사람은 오후에 연성으로 돌아왔고 공항에서 나오던 구승훈은 강하리를 끌고 차에 태웠다.“집에 가요?”강하리는 고개를 저었다. “엄마 보러 병원에 가고 싶어요.”정서원은 상태가 조금 안정되어 중환자실에서 나왔다.한동안 이리저리 다니느라 제대로 돌보지 못했는데 이제야 시간이 났으니 엄마와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구승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곧바로 차를 몰고 병원으로 향했다.병원에 도착하자 강하리가 그를 바라보았다.“이따 나랑 같이 들어가요.”구승훈은 살짝 당황했다. 그녀와 따라 들어갈 생각이긴 했어도 강하리의 입에서 나온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를 리 없었다.정서원에게 남자 친구로 그를 데려가겠단 뜻이다.구승훈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다가와 강하리의 허리를 붙잡고 무릎에 앉혔다.“강 대표님 지금 나 데리고 부모님 뵈러 가는 건가?”강하리가 웃었다.오늘 심씨 가문에서 그녀는 왠지 모르게 정서원 생각이 났다.진작 구승훈을 데리고 정서원을 만나러 갈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었다.앞으로 자신과 구승훈이 잘 될지 안 될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자신의 곁에 의지할 사람이 있다는 걸 정서원에게 알리고 싶었다.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갈 거예요?”구승훈의 목울대가 움찔하더니 한참이 지나서야 겨우 답했다.“갈 거야, 무릎 꿇고 기어 오라고 해도 가.”강하리가 웃었다.구승훈은 고개를 숙여 그녀의 붉어진 눈가에 입맞춤했다.“걱정하지 마, 앞으로 내가 곁에 있을 테니까.”강하리는 참아왔던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구승훈은 그녀의 눈물에 입을 맞추며 귓가에 다정하게 속삭였다.한참이 지나서야 강하리가 겨우 진정하고 두 사람은 차에서 내려 입원 병실로 향했다.그런데 복도에 다다르자 손연지가 씩씩거리며 밖에서 들어왔고 당황한 강하리는 서둘러 손연지를 붙잡았다.“연지야, 무슨 일이야?”손연지는 화가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541화

    강하리가 얼굴을 찡그리며 슬쩍 보자 구승훈은 덤덤한 표정으로 옆에 기댔다.“노민우가 잘못한 건 맞지, 맞아도 싸.”손연지가 그를 힐끗 쳐다봤다. “웬일로 개 입에서 사람 말이 나오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손연지가 사무실로 달려갔다.강하리는 그녀가 무슨 짓을 할까 봐 겁이 나서 서둘러 그녀를 뒤로 끌어당겼다.“손연지,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말고 말로 해, 알았어?”강하리가 말하며 손연지의 손에서 날카로운 메스를 빼내려는데 구승훈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노민준 있잖아, 괜찮아.”강하리는 그를 뿌리치고 손연지를 따라갔다.노민우는 노민준의 사무실에 여유롭게 앉아 있었고 노민준은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요즘 병원에 잘 안 오던데 무슨 일이야? 그 예쁜 의사 선생님들한테 더 이상 관심이 없나? 아니면 정말 그쪽 구실을 제대로 못 하는 거야?”노민우는 콧방귀를 뀌었다. “요즘 미친 여자랑 싸우는 중이야. 복수 끝나면 다시 올게.”노민준이 웃으며 무슨 말을 하려는 찰나 갑자기 사무실 문이 벌컥 열리더니 손연지가 곧장 들어와 노민우에게 달려들었다.노민우는 너무 놀라서 의자에서 떨어질 뻔했다.“손연지, 여긴 어떻게 왔어?”“너 죽이러 왔다!”노민우는 당황하며 말했다.“손연지, 실컷 즐겨놓고 나 몰라라 하는 거야?”“즐기긴 개뿔. 노민우, 네가 나 해고하라고 우리 원장님한테 얘기했어?”노민우가 멈칫했다.“김 원장님이 말했어?”“쓸데없는 소리, 안 그랬으면 내가 너한테 왔겠어?”노민우는 순간 기분이 좋아졌다.“김 원장님 일 처리 잘하시네.”손연지는 화가 치밀어 눈가마저 붉게 물들었다.“진짜 너였네. 내가 고작 말 한마디 했다고 날 해고해? 노민우, 다들 너처럼 맘 편히 먹고 노는 재벌 집 아드님인 줄 알아?”노민우는 그녀의 빨개진 눈을 보자 순간 가슴이 답답해 났다.이 마녀의 두 눈이 이처럼 붉어진 건 처음 본다.그는 황급히 다가가 손연지를 노민준 앞으로 끌어당겼다.“형, 우리 병원 산부인과에 의사 부족하지 않아? 월급이 중

Latest chapter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1085화

    구승훈이 의미를 알 수 없는 웃음을 흘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 쪽을 바라보았다.물 흐르는 소리가 막 멈춘 참이었다.그는 몸을 일으켜 화장실로 향했다. 살균 티슈로 손을 닦는 강하리의 모습이 차가운 벽처럼 느껴졌다. “이렇게 싫어하는 이유가.. 조시욱 때문이야?”구승훈은 무릎을 꿇고 강하리 앞에 앉아 그녀의 턱을 잡아올렸다.“대답해 봐, 조시욱을 위해 몸을 지키겠다는 거냐고?”강하리는 고개를 쳐들며 비웃었다.“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묻는 건데요?”구승훈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휠체어를 돌려 화장실을 나서는 그녀의 등 뒤에서 구승훈은 한참이나 멍을 때렸다. 구승훈이 다시 정신을 차린 건 병실 문이 열리고 심준호와 백아영, 조시욱이 들어와서였다.구승훈을 본 심준호와 백아영의 눈빛이 칼날처럼 날카로웠다.예전에는 무슨 일이 있든 심준호가 먼저 구승훈에게 상황을 묻고 강하리와 화해할 수 있도록 조율하려 했다.하지만 이번 일 이후 심준호는 단 한 번도 구승훈을 찾지 않았다.그건 구승훈에 대한 더 말할 나위 없는 실망을 의미했다.백아영은 당장이라도 구승훈의 뺨을 때리고 싶었지만 수십 년간 유지해 온 품격과 매너로 화를 억눌렀다.세 사람이 강하리와 함께 연정이 주위에 둘러앉자, 병실 한구석에 있던 구승훈은 마치 외부인 같이 느껴져 굳은 표정으로 병실을 나와 유리 창가에 서서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뒤늦게 찾아온 심준호가 말을 꺼냈다.“일은 다 정리됐어?”구승훈은 낮게 대답했다. “거의.”비록 여초연의 주변이 완전히 정리되진 않았지만 그녀를 손아귀에 넣고 있는 이상 큰문제는 없었다.“하리랑 조시욱 일은 너도 알고 있겠지. 승훈아, 너한테 양심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이제 그만 하리 인생에서 나가줘.”구승훈은 멈칫하다 이내 비웃듯 웃음을 터뜨렸다.“내가 강하리 인생을 방해한다고? 준호야, 세상 사람들은 몰라도 넌 알잖아, 어떻게 된 일인지.”“알면 뭐 하냐? 구승훈, 우리 하리가 몇 번이나 목숨을 잃을 뻔했는데 그걸로도 부족해?”심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1084화

    강하리의 몸이 순간 굳어졌다.무의식적으로 구승훈을 밀쳐내려 했지만 연정이의 웃음소리에 잠시 망설였다.아직 열이 가시지 않은 구연정은 강하리와 구승훈을 보고 흥분했던 것도 잠시, 곧 다시 기운이 빠졌다.구연정은 힘없이 구승훈 어깨에 기댄 채 한 손은 구승훈의 옷자락을, 다른 한 손은 강하리의 손을 꼭 붙잡고 있었다.구승훈은 눈썹을 치켜들며 강하리를 바라봤지만 강하리는 그의 시선을 외면했다.그가 한숨을 내쉬며 무언가 말하려는 찰나 의사가 검사 결과를 들고 들어왔다.“강 대표님, 아가씨는 현재 바이러스 감염으로 보입니다. 며칠 입원이 필요할 것 같아 이미 병실은 준비해두었습니다. 곧 간호사가 안내해 드릴 겁니다.”강하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수고 많으셨습니다.”병실에 도착하자마자 연정이는 곧 깊은 잠에 빠졌다.강하리는 침대 곁에 앉아 연정의 손을 꼭 잡고 걱정 가득한 눈빛으로 아이를 바라보았다.구승훈은 다른 한쪽에서 의사와 연정이의 상태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있었다.의사가 떠난 뒤에야 그는 강하리 옆으로 돌아왔다.“의사 말로는 보기보다 심각하진 않대. 너무 걱정하지 마.”하지만 강하리는 여전히 연정이의 손을 놓지 않은 채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구승훈이 그녀 곁에 앉아 손을 잡으려 하자 강하리는 황급히 그 손을 빼냈다.“이제 돌아가요. 나랑 아주머니가 있으면 돼요.”구승훈의 눈빛이 어두워졌다.“조시욱이 오기 편하게 나더러 가라는 거야?”강하리는 분노에 찬 눈빛으로 구승훈을 노려보다가 이내 비웃듯 말했다.“여기 남아 있으면 임 선생님이 화내지 않을까?”구승훈은 끝내는 강하리의 손을 잡고서 말했다.“내가 말했잖아. 임 선생이랑은 아무 사이도 아니라고. 너 정말 나 못 믿는 거야?”그의 목소리엔 억눌린 분노가 담겨 있었다.강하리가 이를 악물고 손을 빼내려 하자 구승훈이 낮게 말했다.“움직이지 마. 연정이 깼어.”강하리는 움직임을 멈추고 급히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연정이는 여전히 곤히 자고 있었다.분노에 찬 강하리를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1083화

    구승훈은 강하리의 턱을 쥔 채 엄지로 그녀의 분홍빛 입술을 거칠게 문질렀다.입술이 붉게 충혈되자 강하리는 구승훈의 손을 힘껏 뿌리쳤다.“구승훈 씨, 그만해요. 연정이 보러 가는 길에 추태 부리고 싶지 않아요.”구승훈은 이를 갈며 말했다.“그럼 조시욱은 안아도 되고 난 안 되는 거야? 조시욱은 널 만져도 되고 난 안되는 거냐고!”“그래요!”강하리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앞으로 누구든 가능할 수 있어도 구승훈 씨 당신만은 절대 안 돼요!”그녀는 이 말을 하면 구승훈이 분노하며 문을 박차고 나갈 줄 알았다. 사실 그걸 바라기도 했다.하지만 뜻밖에도 화가 머리끝까지 난 구승훈은 몸을 낮춰 무릎을 꿇었다. 강하리는 아직 걸을 수 없는 상태였고, 발목에는 여전히 붕대가 감겨 있었다. 그래서 요즘엔 털실 슬리퍼 하나만 신은 채 다녔다.아까 구승훈이 강하리를 안고 차에 태울 때 슬리퍼 한 짝이 옆으로 벗겨졌었다. 구승훈은 몸을 낮춰 그 슬리퍼를 주워 조심스럽게 그녀의 발에 신겨 주었다.그의 큰 손이 그녀의 발목을 감싸며 아주 조심스럽고 부드럽게 움직였다. 마치 조금만 세게 다뤄도 그녀가 아플까 봐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강하리는 순간 그 손끝에서 묘한 애틋함을 느꼈다. 하지만 곧 그런 감정을 느낀 스스로가 우스워 웃음이 난 강하리 발을 움츠렸다.그럼에도 구승훈은 손을 놓지 않고 슬리퍼를 신긴 뒤 다시 강하리를 안아 휠체어에 앉혔다.“말도 안 되는 부탁인거 아는데...”구승훈이 그녀를 휠체어에 앉히고 나서 속삭였다.“제발 나한테 너무 차갑게 하지 말아 줘, 부탁이야.”강하리는 입술을 꾹 다문 채 전혀 마음을 열 기색이 없었다.“그럼 적어도 다시 쟁취할 기회라도 줘, 응? 강 대표?”“구승훈 씨, 대체 왜 이러는 건데요? 이렇게 헤어졌다 만났다, 당신은 안 질려도 나는 질렸어요. 그만 좀 해요. 내가 부탁할게요.”말을 마친 강하리는 스스로 휠체어를 밀어 응급실 쪽으로 향했다.구승훈은 한숨을 내쉬며 그녀 옆으로 다가가 휠체어를 대신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1082화

    구승훈의 동작이 너무 빨라 강하리는 미처 반응할 새도 없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차 안에 앉아 있었다.“구승훈 씨!”강하리가 소리쳤다. “나 혼자 갈 수 있어요.”구승훈이 비웃으며 말했다.“어떻게 가? 조시욱이 데려다준대? 다른 남자랑 내 딸 보러 가겠다는 거야?”강하리는 말문이 막혔다. 문이 쾅 닫히는 소리와 함께 구승훈은 그녀의 휠체어를 접어 트렁크에 싣고 있었다.조시욱은 막무가내인 구승훈을 막으려다 아까 전화 받던 강하리의 불안한 표정이 떠올라 막지 않았다.“연정이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야? 나도 같이 갈게.”구승훈이 동작을 멈추고는 싸늘하게 웃었다.“조 도련님은 매일 이렇게 한가한가 보지?”말을 마친 구승훈은 휠체어를 트렁크에 던져 넣고는 차에 올라 그대로 출발했다.달리는 차 안에서 강하리는 창밖만 응시한 채 구승훈 쪽으로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구승훈은 조용히 운전하면서 가끔 백미러로 강하리를 살펴보았다.“아까... 아프지 않았어?”강하리는 마치 듣지 못한 것처럼 창밖만 보며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물음은 공허하게 차 안을 맴돌 뿐이었다.구승훈은 계속하여 말을 이어갔다.“의사 말로는 이제 재활 치료 들어가야 한다던데, 치료사는 예약했어?”“했어요.”강하리는 낮은 소리로 대답했다.딸을 보러 가는 길에 더 이상 구승훈과의 그 어떠한 불필요한 갈등도 피하고 싶었다. 잠시나마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것도 그녀에겐 너무 힘들었다.“이 차에 임 선생은 태운 적 없어.”구승훈의 뜬금없는 한마디에 강하리는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설명할 필요 없어요. 신경 안 써요.”그 한마디에 구승훈의 하려던 말들이 전부 목에 걸려버렸다.그는 깊게 숨을 쉬며 말했다.“임 선생과는 아무 사이도 아니야. 단지 여초연의 시선을 흐리려고 잠깐 곁에 뒀을 뿐이야.”강하리의 속눈썹이 미세하게 떨렸다.한때 그녀는 구승훈이 이런 한 마디라도 해주기를 바랐다. 설령 지금처럼 단순하고 허술한 변명이라도 좋았다. 그랬더라면 그녀는 혼자서 괴로워하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1081화

    구승훈과 헤어진 후로 그녀는 두번 다시 그곳에 가지 않았다.“왜 갑자기 거기에 가고 싶어진 거야?”조시욱이 무심한 듯 물었다.강하리는 창밖을 바라보다가 한참 후에야 입을 열었다.“시욱 선배, 해찬 선배가 뭐라고 말했어요?”조시욱은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사실은 별말 없었어. 그냥 국내에 며칠밖에 머물지 못하니까 내게 틈틈이 널 돌봐 달라고 했지.”강하리의 눈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선배는 항상 걱정이 많아.”“하리야, 사실 나는...”“시욱 선배.”강하리가 말을 끊었다.“그만해요.”조시욱은 하려던 말을 다시 삼켰다. 그는 길가에 차를 세우고 강하리를 돌아보며 말했다.“왜? 구승훈 때문이야? 정말 구승훈에게 다시 기회를 주려는 거야?”강하리는 창밖에서 시선을 거두며 말했다.“그 사람과는 상관없어요.”조시욱은 쓴웃음을 지었다.“그럼 왜 자신에게 새롭게 시작할 기회를 주지 않는 건데?”강하리는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시욱 선배, 나도 새로운 삶을 시작할 거예요. 하지만 진심으로 누군갈 다시 좋아하거나 새 감정을 쌓을 마음의 여유가 없어요. 미안해요, 일찍 말했어야 했는데... 장 회장님께도 희망을 품게 하지 말았어야 했어요.”조시욱은 말하고 싶었다. 괜찮다고, 기다릴 수 있다고. 하지만 그 말도 결국 삼켜야 했다. 어떤 말은, 그냥 그녀에게 부담만 줄 뿐이었다.그는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알겠어. 할아버진 걱정 마, 내가 설명할게. 그럼 다른 감정은 일단 치워두고 우리 친구는 될 수 있잖아?”강하리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고마워요.”조시욱은 더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은 씁쓸했다.주해찬이 부탁했다는 건 모두 거짓이었다.처음 임무를 함께 할 때부터 그의 마음은 이미 흔들리고 있었다.협상장에서 여유롭고 능숙하게 대처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시선을 뗄 수 없었다.하지만 그녀에게 이미 남자친구가 있다는 걸 알고는 마음을 접어야 했다.강하리가 어르신 생신 파티에 모습을 드러내고 아주머니의 생신 파티에 나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1080화

    구승훈은 순간 말이 막혔다.“하리야, 제발... 나한테 한 번만 더 기회를 줄 수 없어?”그의 목소리엔 분명한 간절함이 실려 있었다.하지만 강하리의 눈빛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가요.”그녀는 다시 한번 담담하게 말했고 구승훈은 쓴웃음을 지으며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마지막으로 조용히 한마디를 건넸다.“너무 무리하지 마. 에비뉴 쪽 일은 내가 처리해 둘게.”강하리는 아무 말 없이 시선을 돌렸고 조시욱은 그대로 그녀를 밀고 자리를 떠났다.구승훈은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겨우 정신을 차린 듯 몸을 돌려 진료실로 들어갔다.“강하리 씨의 상태를 좀 알고 싶습니다.”의사는 잠시 당황한 듯 멈칫했다.병원 안에선 이미 구승훈과 강하리에 관한 얘기가 돌 만큼 돌았다.사랑스러웠던 커플이 순식간에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됐다는 말들이었다.강하리가 수술할 때 구승훈은 오지도 않았고 입원하는 내내 찾아온 건 한 번뿐이었으며 오늘 깁스 푸는 날에도 옆에 있어 준 사람은 다른 남자였다.그래서 의사는 솔직히 말해 구승훈이 강하리를 완전히 내쳐버린 줄 알았다.‘이런 여자를 놓친 건 눈이 먼 건가... 양심이 없는 건가...’의사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구승훈이 직접 찾아와 그녀의 상태를 묻는다는 게 당황스러웠다.“상처 회복은 꽤 잘 되고 있어요. 다만 완전 회복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겁니다. 재활 치료가 오래 걸릴 수도 있고요...”반쯤은 형식적인 설명이 끝난 뒤 구승훈은 반 시간쯤 지나서야 진료실에서 나왔다.그는 2층 복도 끝에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1층 로비에서 강하리는 조시욱과 함께 웃으며 조 회장과 이야기를 나누며 병원을 나서고 있었다.그 모습을 바라보는 그의 마음 한구석은 시리도록 쓰렸다.그때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고 바로 그 순간 강하리는 숨이 턱 막히는 듯 살짝 멈춰 섰다.고개를 돌려 위층을 올려다보았지만 보이는 건 남자의 뒷모습뿐이었다.그 시선을 따라 조시욱도 뒤를 돌아보았지만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1079화

    그가 말을 마치자마자 진료실 문이 안에서 열렸고 강하리가 휠체어를 밀며 천천히 나왔다.구승훈과 마주친 것이 놀랍지도 않은 듯한 그녀의 표정엔 그 어떤 변화도 없었다.그저 조시욱을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가요. 오늘 조 회장님께서 건강검진 있다고 하지 않았어요? 같이 가봐요.” 그러자 조시욱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 말을 아직 기억하고 있었어? 우리 할아버지가 아시게 되면 분명 오늘 밤 내내 그 얘기만 하실걸.”강하리는 여전히 미소를 머금고 있었지만 아무도 보지 못하는 그늘진 표정 속 그 웃음은 희미하기 짝이 없었다.“하리야.”구승훈이 낮은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그러자 조시욱은 발걸음을 멈추고 아래를 내려다보며 물었다.“둘이 잠깐 이야기할래?”하지만 구승훈은 이미 그녀에게 다가와 무릎을 꿇고 앉았다.그러고는 방금 깁스를 푼 그녀의 팔을 조심스레 감싸 쥐었다.“아직도 아파?”단 한 마디였지만 거기에 담긴 감정은 지독할 정도로 절절했다.그러나 강하리의 마음속엔 이 말이 오히려 조롱처럼 다가왔고 그동안 꾹 눌러왔던 분노와 상처가 그 순간 와르르 무너져버렸다.그녀는 눈가가 시큰해지며 치밀어 오르는 감정에 숨이 턱 막혔다.‘아프냐고? 정말 이젠 웃기지도 않네. 사고가 난 지 벌써 한 달이 지났는데 이 자식은 이제 와서 상처가 다 아물어갈 무렵에야 묻네. 아프냐고?’구승훈의 긴 손가락은 그녀의 손목을 조심스럽게 감싸고 있었지만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그는 망설이다가 감싸진 붕대를 살짝 만지려 했으나 강하리는 재빨리 팔을 빼냈다.“손대지 마요.”강하리의 붉어졌던 눈가는 이미 차갑게 식어 있었고 마음은 이미 굳어진 상태였다.“역겨워요.”구승훈의 손은 허공에 멈춰 선 채 얼어붙었고 그는 마치 부서질 듯한 표정으로 강하리를 바라보았다.“그때 내가 몇 초 망설였다는 이유로 그래? 하리야, 설마 진심으로 내가 임희주를 선택할 거라고 생각해?”강하리는 눈을 내리깔며 감정을 숨겼고 가슴 깊숙이 파고든 통증도 억눌렀다.그러고는 쓴웃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1078화

    구승훈의 시선은 줄곧 조시욱과 강하리의 뒷모습을 좇고 있었다.두 사람이 병원 진료동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본 뒤에야 그는 마침내 앞에 서 있는 여자를 돌아보았다.“석 여사님, 무슨 일이라도 있으신가요?”석미연은 여전히 온몸을 값비싼 명품으로 휘감은 채 늘 그렇듯 강하리에 대한 반감이 가득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승훈 씨, 나한테 그렇게 차갑게 굴 필요 없잖아. 우리 사이에 무슨 깊은 앙금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예전에 좀 불편했던 일도 다 그 여우 같은 강하리 때문이잖아. 안 그래?”석연란의 비아냥 섞인 말투에 구승훈의 눈빛이 즉시 어두워졌다.“석 여사님, 우리 사이가 그렇게 친했었나요? 감히 승훈 씨라고 부를 정도로요?” 그는 날카롭게 말을 이었다.“그리고 강하리는 분명히 심씨 가문의 당당한 맏딸입니다. 그런 사람을 여우니 뭐니 부르는 석 여사님은 남의 가정 깨고 들어온 입장인데... 여사님 같은 사람이야말로 여우가 아닌가요? 주제 파악은 하셔야죠.”그 말은 단 한 치의 여지도 없이 날카롭고 무례했다.원래 석미연은 구승훈과 적당히 말 섞으며 거리를 좁히고 싶었다.조시욱이 강하리 곁에 있는 건 그냥 잠시 눈먼 남자의 실수라 여겼다.하지만 만약 자신이 심연청을 구승훈에게 시집보낼 수만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강하리가 갖지 못한 남자, 강하리를 버린 남자가 결국은 심연청과 결혼하는 거라면 그보다 통쾌한 복수는 없을 터였다.그런데 뜻밖에도 구승훈은 말을 시작하자마자 그녀를 뼈도 못 추릴 정도로 심한 말을 뱉었다.“구승훈, 감히 나한테 그런 말을 해?”그녀가 이를 악물며 소리치자 구승훈은 더는 감정을 숨기지 않고 냉정한 눈빛을 드러냈다.“제가 사람 보는 눈이 없는 건가요. 아니면 석 여사님이 스스로를 너무 과대평가하시는 건가요? 제가 다시 기억나게 해드릴까요? 과거에 당신들과 당신 동생들이 벌인 짓들... 제 손에는 아직도 증거들이 수두룩하죠.”그렇게 말하고 그는 더는 미련 없이 병원 안으로 걸음을 옮겼고 석연란은 그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1077화

    천아름은 강하리의 휠체어를 밀며 복도를 따라나섰다.그런데 하필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하자마자 위층에서 내려오는 구승훈과 준봉을 마주쳤다.이번엔 강하리도 굳이 피하려 들진 않았다.에비뉴 대표실이 이곳에 있는 이상 앞으로 구승훈과는 자주 마주치게 될 터였다.자꾸 피하는 게 오히려 더 부자연스러울 뿐이었다.엘리베이터 안은 고요했고 기계 소리만이 낮게 울릴 뿐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강하리는 내내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조시욱과 메시지를 주고받고 있었고 구승훈은 묵묵히 그녀의 행동 하나하나를 바라보았다.핸드폰 화면 안, 조시욱과의 채팅창은 대화가 빼곡히 쌓여 있었다.그걸 보는 순간 구승훈은 입안부터 가슴까지 다 쓰려왔다.‘매일 같이 이렇게 대화를 주고받는 걸까?’그는 참다못해 먼저 입을 열었다.“속은 좀 괜찮아졌어?”강하리는 문자를 입력하던 손끝을 멈칫하더니 대꾸하지 않았다.구승훈은 짧게 웃음을 흘렸다.“조시욱이랑 있으면... 토할 일은 없나 보네?”그 말에 강하리는 피식 웃었다.“구승훈 씨, 원하는 대답이 뭔데요? 말해봐요. 제가 맞춰줄게요.”그는 입술을 꾹 다물었고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말해봤자 자존심만 더 상할 뿐이었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천아름이 먼저 휠체어를 밀고 나섰고 밖에서는 이미 조시욱이 기다리고 있었다.그 모습을 바라보던 준봉은 구승훈을 흘끗 보더니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그러자 구승훈이 문득 입을 열었다.“점심 약속 취소해.”그리고는 아무 말 없이 조시욱의 차를 따라나섰다.차 안.조시욱은 조심스럽게 달콤한 디저트를 하나 꺼내 그녀에게 내밀었다.“이거 좀 먹어. 깁스 풀고 나서 맛있는 거 사줄게.”디저트를 바라보던 강하리는 마침내 입을 열었다.“시욱 선배, 난... 나 오늘 오후에 F 국으로 출장 가요. 갖고 싶은 거 있으면 말해요. 사 올게요.”그는 그녀의 말을 가로막듯 웃으며 말했다.강하리는 입술을 굳게 다물고 디저트도 받지 않았다. “제가 지금 무슨 얘기 하려는지 알겠죠.”조시욱은 웃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