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CCTV를 다시 뒤져야겠어. 비옷 입은 사람이 있는지.군인도 있나 봐주세요.난데없는 말에 박 형사가 강수를 돌아봤다. 강수는 소파에서 현관 쪽으로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뭐라고?비옷 입은 사람 중에 군인이 있나 확인해 달라는 겁니다.강수가 현관문을 열고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범인이 달아나는 것을 보는 것 같았다.아니 군인은 왜?그제야 강수가 박 형사를 쳐다봤다.군인들 비옷 있잖아요. 검정색 레인코트 같은.군인이 보였어?민 박사가 벌떡 일어나서 강수를 쳐다봤다. 강수가 민 박사를 바라보았다.비. 그리고 이상한 옷이 보였는데, 비옷, 일반 비옷이 아니라 뭔가 제복 같은 비옷…….박 형사가 강수와 민 박사를 번갈아 보았다. 대산은 긴장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일반 비옷과는 좀 다르긴 하지. 군인, 그래 군인…, 참!박 형사의 표정이 굳어졌다.왜요?그런 비옷 말이야. 사실 경찰도 그런 걸 입거든.박 형사가 뒷머리를 긁어댔다. 강수가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을 이었다.그럴 수도 있겠네요.옆에서 조용히 듣고만 있던 대산이 입을 열었다.저, 질문이 있는데요,박 형사와 민 박사가 무슨 질문이라도 괜찮다며 대산을 응시했다.저기, 모방범죄라고 했잖아요. 그런데 빨간 매직을 쓴 거나, 살해형태는 모방할 수 있겠지만 어떻게 비오는 날 범죄를 저지르는 것까지 베꼈을까요?- 뭐라고?- 비 오는 날 저질렀다는 게 언론에 공개되었었나요?- 아니. 그건 관계자, 그러니까 경찰들만 아는 사실인데.민 박사가 심각한 얼굴을 대답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정말…, 그러네. 이런 것까지 어떻게 알았지? 대산이 말이 맞네.민 박사가 놀란 얼굴로 대산을 바라보았다.오, 대산이 큰 건 했는데.박 형사가 대견하다는 듯 엄지손가락을 올렸다.- 그렇다면 조승재와 아는 사이 아닐까요? 최소한 서로 만난 적이 있거나…….강수가 셋을 둘러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럴 수도….민 박사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강수와 친구들은 가끔 강수
부검실 캐비닛이 열리고 시신이 나왔다. 부검의가 하얀 천을 치웠다.순간 화사가 울먹이기 시작했다.오빠….저기…. 눈을 좀 볼 수 있을까요?천명의 말에 부검의가 갸웃거렸다.눈이라뇨?그러니까, 눈동자를 한번 확인할 수 있을까 해서요.동행한 형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부검의가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백리안의 눈꺼풀을 벌렸다.휴….천명이 한숨을 쉬었다.사인은 분명합니다. 자상입니다. 가슴 깊숙이 20센티미터 정도. 그 한 방에 즉사하신 겁니다.혹시 생각나시는 사람이 있습니까? 원한 관계라든가….형사의 물음에 천명이 머뭇거렸다.글쎄요. 원한을 살만한 친구가 아니라서….천명이 둘러댔다.병원 문을 열고 두 사람이 걸어 나왔다. 찬바람이 매섭게 몰아쳤다.- 이 개 자식을 어떡하지?천명이 이를 갈았다.백리안 오빠, 불쌍해서 어떡해.화사가 눈물을 글썽거렸다.그나마 다행인 건 제대로 당하지는 않았다는 거야. 눈을 안 빼앗겼어. 그냥 칼 맞은 거지.죽은 건 똑같지.그 놈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어. 강산에 이어 백리안까지…. 왜 십년 만에…. 이제 우리를 노릴 거야. 어떡할까?천명이 화사를 바라보며 물었다. 화사가 한숨을 내쉬었다.도망 다닌다고 될까? 백리안 오빠도 숨어있었는데 저렇게 당했잖아.그렇긴 하지만…. 나도 물론 때려잡고 싶은데, 마음은 굴뚝같은데, 그 놈을 찾을 수가 있어야지. 제기랄.천명이 하늘을 쳐다보며 혀를 찼다.- 그렇지만 언제까지 도망만 다닐 수는 없잖아. 우리가 먼저 움직이자, 응?생각 좀 해보자.잠시 침묵이 흘렀다.강산 오빠 아들 있잖아. 강수라 했나? 걔는 어떡해? 분명 걔를 노릴 텐데. 걔가 받았잖아.그냥 받은 정도가 아닌 것 같던데, 그때 보니까. 아주 강력한 기를 받았어.그래도…. 어쨌든 걔 혼자 뭘 어떡해? 아무것도 모를 텐데. 우리가 사실을 말해줘야 할 것 같아.생각에 빠졌던 천명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냥 당하게 놔둘 수는 없겠지. 근데 내가 요즘은 정리할 일이 있어서 좀 바빠. 내가 일
제가 조승재를 직접 한 번 만나보면 더 확실해질 것 같습니다. 만나서 직접 얼굴을 보면…….강수는 시선의 부담감을 느끼며 침을 한 번 삼켰다.확실하다? 만나보면 확실하게 안다?남자가 되물었다. 다시 침묵이 흘렀다.- 증거가 있나? 이무심이 아니라 조승재 라는 증거.조승재의 증언을 받아 오겠습니다. 조승재가 증언하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민 박사가 대신 대답했다.본인이 그걸 밝힌다고?네. 조승재는 자기과시형 범죄자입니다. 빨간 매직을 사용한 것이 대표적 예입니다.민 박사는 스크린에 빨간 매직 희생자들의 사진을 다시 띄웠다.이번 3번 사건에서 보시다시피, 초기에는 소극적으로 표시를 하다가, 군복무 이후 4번부터는 노골적으로 숫자를 보여주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체포될 당시, 그러니까 11번 사건은 목격자들 앞에서 과감하게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보란 듯이. 그런 유형의 사이코패스는 우리가 증거를 보여주며 추궁하면 반드시 대답할 것입니다.그런 과시형이 이때까지 나머지 숫자에 대해서 발설하지 않고 참았다? 이상한데?그건…, 즐기는 거죠.즐겨?네. 과시의 한 형태입니다. 난 경찰들의 머리위에 있다. 자신 있으면 한번 찾아봐라. 그런 겁니다. 즐기고 있는 겁니다. 감방에서 버틸 수 있는 마지막 자존심이랄까요?즐기고 있다…….남자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좋아. 일단 만나서 자백을 받아와 봐.네. 알겠습니다.오케이. 그럼 이제 끝내자고.양복 입은 남자가 일어났다. 형사들도 따라서 일어났다.아 참, 그러면 그 이전, 그러니까 1번과 2번도 찾아낼 수 있어?그러면서 민 박사와 강수를 돌아보았다.…….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안 팀장이 대신 대답했다. 민 박사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아이고, 부담스러워. 나 이 팀에서 빼줘. 내가 굳이 왜 그런데 앉아 있어야 해?브리핑이 끝나고 박 형사가 안 팀장에게 투덜거렸다. 민 박사와 강수, 대산, 이렇게 5명이 안 팀장의 방에 모였다.무슨 소리예요? 14번 사건이 형 사건인데.그 사건하고
저기 민 박사님 계시네.현관 로비에서 서성이던 강수와 대산은 손을 흔드는 민 박사를 발견하고는 다가갔다.어휴, 나는 왜 또 부른 거지? 너 아니면 안 올 텐데, 참.대산이 투덜거렸다.형이 온다고 한 거잖아. 나는 형한테 부탁한 것 없다.강수가 대산을 보며 씩 웃었다.어서 와. 오늘 약간 힘든 자리일 수 있는데, 이렇게 와줘서 고마워.민 박사가 어설픈 미소를 지었다. 강수와 대산은 민 박사를 따라 긴 복도를 걸었다.참, 강수야, 네가 준 전화번호 있잖아. 죽은 사람이 사진 보내왔다는…….예.강수가 민 박사를 응시했다. 민 박사가 휴대전화를 열면서 말을 이었다.그거 박 형사님이 나 대신 알아보셨는데, 휴대전화 명의자는 이순재 라는 남자고, 현재 32세고, 주소도… 보니까 너희 집 근처인데? 일단 너에게 문자로 보내줄게.그럼 살아있다는 말씀인가요?일단 사망신고 같은 거 없고 하니 그렇게 보는 게 맞겠지?강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그럴 리가 없을 텐데. 분명히….강수는 민 박사가 보낸 문자를 확인했다.강수야, 너 가서 직접 확인하려는 거지?강수의 마음을 읽었는지 민 박사가 걱정스럽게 쳐다봤다.아, 아니에요. 다른 일도 많은데요.그러는 사이, 특수수사부 건물의 회의실에 도착했다.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안 팀장, 민 박사, 박 형사, 강수, 오대산, 그리고 처음 보는 남자 형사 두 명이 회의에 참석했다.잠시 후, 양복을 입은, 나이 지긋한 남자가 들어왔다. 모두들 일어섰다. 강수와 대산도 얼떨결에 일어섰다.이 친구들이구만. 잘 부탁하네.남자가 강수와 대산을 보고 아는 척을 했다. 그것뿐이었다. 아무도 그가 누구인지 소개해주지 않았다.민 박사가 일어섰다. 스크린이 켜지며 화면이 나왔다. 조승재의 얼굴이 화면에 떴다. 살기 가득한 얼굴이.일명 빨간 매직 살인마 조승재는 2003년 5월부터 2008년 10월까지 약 3년간 7명을 살해한혐의로 사형을 선고받고 2009년부터 복역 중입니다.발견된 시신들의 몸이나 옷에서 확인한 숫자
강수는 민 박사의 말을 금방 이해하기 힘들었다.드러난 사건이 7건이고, 첫 번째 숫자가 4이고 마지막 숫자가 11이다? 11개 숫자 전체로 보면 총 4개가 밝혀지지 않았다? 그리고 1부터 3까지 초기 숫자가 없다?그래. 정확히 말하면 1, 2, 3, 6.근데 4개의 사건, 그러니까 4개의 번호에 해당하는 진짜 사건이 있었는지는 아직 증거가 없다?응. 없어. 조승재가 자백하지 않으면 알 수가 없어. 오래된 사건이고. 만약 어디 감쪽같이 묻어 버렸다면 영영…….강수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내가 그 자식을 만났을 때 물어봤지. 근데 그 자식은 그냥 웃으면서 한번 맞춰보라고 하더라고. 그런 걸 물으면 아주 신나 해. 미친놈.아, 그 사람 사건을 아직도 조사하고 있는 거예요? 빈 숫자들 때문에?그것도 있지만, 더 큰 문제가 있어.그게 뭐예요?아직도 빨간 숫자가 계속 나온다는 거야.네?강수는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했다. 숫자가 계속 나오다니.최근에 피해자의 몸에서 빨간 매직으로 쓴 숫자가 다시 나오기 시작했어. 그것도 한 건도 아니고. 12, 13, 14. 모두 세 건이야.네?숫자 12, 13, 14가 쓰인 시신이 발견됐다고.그 사람은 교도소에 있는데요?그래.헐.그래서 내가 그걸 물어보러 간 거지. 조승재, 그 빨간 매직 살인마에게.그래서 뭐라고 하던데요?그냥 웃기만 했어.민 박사는 조승재의 얼굴이 떠올랐는지 표정이 일그러졌다.- 어, 형님? 웬일이야? 전화를 다 하고.너 뭐 하니?뭐 하긴 낚시하지. 숨어 지내는 내가 할 일이 뭐 있겠어?그렇게 말한 게 어색했던지 백리안은 특유의 웃음소리를 냈다. 전화기 너머로 천명의 한숨 소리가 들렸다.언제까지 이렇게 숨어 지내야 해? 우리가? 그놈 하나 때문에? 나, 참…. 음… 우리가 먼저 칠까?어디 있는지 알아야 치지.너는 그 좋은 눈 두고 뭐하니? 어디 있는지 안 보여?형은 이 상황에서 농담이 나와?농담이 아니라…, 너 실력이면 찾아낼 수 있잖아.나도 이제 늙었어.
그걸 찾아보면 되겠네.사무실에 도착한 민 박사는 그 당시 유사 사건의 데이터베이스를 열었다. 그러고는 사진들을 일일이 검색해서 보여주기 시작했다.유사한 사건의 용의자나 범인 중에서 진짜 범인이 있을 가능성이 있지. 그 사건 전후, 사건이 일어난 제천시 일대 유사 살인사건이나 성범죄들을 열람해보면 유의미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거지.그러고는 컴퓨터에서 사진을 보여주기 시작했다.이 사람은 강간사건을 저질렀는데 같은 지역이고. 그리고 이 사람은… 두 사람이나 죽였네. 같은 지역에다가 아직 복역 중이고. 이 사람은 인근 도시에서 여성을 죽였고…….강수는 사건 개요를 들으며 사진들을 유심히 보았다. 그렇게 두 시간이 흘렀다. 둘 다 지쳐갔다.오늘은 그만하자. 시간도 늦었고.강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민 박사가 더 지쳐 보였다. 민 박사가 컴퓨터를 끄며 정리를 하는 동안, 강수는 민 박사의 사무실을 둘러봤다. 프로파일러답게 사건과 관련된 자료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그중에 강수의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책상 옆 벽에 무수히 붙어 있는 사진들이었다.저 사진들은 뭐예요?아 그거? 국내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범들을 내가 모아놓은 거야.강수는 벽으로 다가갔다. 수십 장의 사진이 붙어 있었다. 모두 어둠의 기운이 넘쳤다. 강수는 말로만 듣던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범들의 강한 기운을 느꼈다. 지금까지의 범인들과는 달랐다. 몸이 차가워지는 것 같았다. 한참을 보던 강수의 시선이 한 곳에 멈추었다.민 박사님!응?이, 이 사람 누구예요?짐을 정리하던 민 박사가 다가왔다. 강수가 가리킨 사진을 보았다.아, 이놈, 악독한 놈이지. 빨간 매직 살인마라고. 자기가 죽인 범인들에게 빨간 매직으로 숫자를 표시한 진짜 사이코패스야. 다음에 내가 설명해줄게.강수의 눈이 커졌다. 갑자기 뛰어가서 이무심의 서류철을 뒤져 사진들을 끄집어냈다. 그러고는 그 사진들과 그 연쇄살인범의 사진을 번갈아 보았다. 민 박사가 강수의 행동을 불안한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다.왜?이,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