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얼굴이 보였다.환하게 웃고 있는 어머니의 얼굴. 어린 강수를 바라볼 때 그 모습 그대로였다.갑자기 파문이 일어나더니 어머니가 사라졌다.그러고는 다른 얼굴들이 나타났다 사라지기 시작했다.재욱을 비롯한 친구들의 얼굴, 오대산의 얼굴과 여진의 얼굴까지….이윽고 낯선 얼굴들까지 보이기 시작했다.웃는 얼굴, 일그러진 얼굴, 누군가의 목을 조르는 얼굴, 비명을 지르는 얼굴,피로 범벅이 된 얼굴들….마지막으로 아버지의 얼굴이 저 멀리서 서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눈은 감고 있었으나 무언가 슬픈 모습이었다.점점 다가온 아버지의 얼굴이 눈을 떴다. 눈이 빨갛게 빛나고 있었다.- 으아아~!강수가 벌떡 일어났다. 앞이 캄캄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잠시 후 안개가 걷히듯 천천히 시야가 밝아졌다.누군가 자신을 놀란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여자였다. 아니, 간호사였다.- 학생 괜찮아? 잠깐만.그러더니 급히 밖으로 나갔다. 그녀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선생님, 학생이 깨어났어요.강수는 그제야 천천히 주위를 둘러봤다. 사람들이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똑같은 옷을 입은 환자들. 병원이었다.잠시 후, 그 간호사가 의사와 다른 간호사를 데리고 들어왔다.- 학생, 일어났네. 몸은 어때?- 괜, 괜찮아요.- 그래? 다행이네.그러더니, 의사가 간호사들을 돌아봤다.- 김 간호사, 체크 좀 해봐.간호사들이 체온이며 이것저것 재기 시작했다.강수는 그제야 아버지의 죽음이 떠올랐다. 그리고 기억을 잃었었다.- 제가 얼마나 여기에?- 응, 꼬박 이틀 되었을 거야.- 이틀이요? 저희… 아버지는 요?그 말에 모두들 동작을 멈추었다. 그들이 대답하지는 않았지만,강수는 그들의 눈을 보고 알 수 있었다. 아버지의 죽음은 사실이었다.강수는 다시 눈을 감았다. 어지러웠다. 그리고 믿기지 않았다.아버지의 붉은 눈과 하얀빛. 무엇보다 믿기지 않는 것은 아버지가 진짜 돌아가셨다는 것.눈물이 저도 모르게 뺨으로 흘러내렸다.끝없는 어둠 속으로 빠져들어가
Last Updated : 2026-03-13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