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0화

Penulis: 봄은어디
유하늘은 호흡이 가빠지면서 두 손이 덜덜 떨렸다.

그런데 이때 하필 송여준이 그녀에게 발신자를 보여주지 않으려는 듯이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났다.

“하늘아...”

“전화받아.”

유하늘은 더 이상 그를 보고 싶지 않았다.

송여준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몸을 돌려 전화를 받았고, 곧 전화 너머에서 디자이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표님, 기본적인 스타일은 정해졌어요. 메일로 보내드렸으니까 한 번 확인해 보시고 혹시 수정하면 좋겠다 싶은 부분이 있다면 얘기해주세요.”

송여준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네, 제가 다음에 연락드릴게요. 앞으로는 아무 때나 연락하지 마세요. 제 아내를 놀라게 해 주고 싶거든요.”

송여준이 전화를 끊은 뒤 고개를 돌렸을 때 그곳에 유하늘은 없었다.

송정희는 송여준을 붙잡고 떠나지 못하게 했다.

“어제 아람이 입원했지? 어서 나랑 같이 몸에 좋은 것들 사서 아람이 병문안 가자. 아람이 걔 네 할머니를 구하지 않았더라면 심장질환을 얻지도 않았을 거야.”

송여준은 주위를 둘러보았으나 끝내 유하늘을 보지 못해 결국 송정희를 따라 떠났다.

유하늘은 옆 매장에서 두 사람을 주시하다가 그들이 떠난 뒤에야 매장 안에서 나왔다.

그녀는 평온한 표정으로 선물을 들고 병원으로 향해 의사에게 선물을 전달했다.

떠날 때 유하늘은 입원 병동을 지나치게 되었는데 하필이면 병실에서 나오는 송정희를 보게 되었다.

그곳이 바로 권아람의 병실일 것이다.

유하늘은 주먹을 움켜쥔 채로 그곳을 지나가다가 자기도 모르게 안쪽을 힐끗 보았다.

그리고 그 순간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다.

권아람은 힘없이 송여준의 어깨에 기댄 채 슬픈 듯 가슴께를 움켜쥐고 있었다.

송여준은 문을 등지고 있어 표정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일거수일투족에서 애정이 느껴졌고 유하늘은 또 한 번 마음이 차갑게 식었다.

유하늘은 더 이상 그들을 보고 싶지 않아 빠르게 그곳을 떠났는데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송정희와 마주치게 되었다.

송정희는 팔짱을 끼면서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을 해 보였다.

“쟤네 둘이야말로 진짜 천생연분이야. 알겠니?”

유하늘은 그 말을 무시하고 무표정한 얼굴로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둘이 천생연분이든 아니든 그녀와는 아무 상관 없었다.

어차피 10일 뒤면 이 도시를 떠날 테니 말이다.

유하늘은 병원에서 나온 뒤 운전기사에게 회사로 가달라고 했다.

송여준이 자리를 비울 때면 늘 박수담이 송여준 대신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송여준이 직접 처리할 필요 없는 일들을 처리했다.

박수담은 지금 회사에 없으니 인사 조정의 권한을 가진 사람은 이사회 구성원 중 한 명인 양승건 주주였다.

유하늘은 곧장 양승건을 찾아가 일을 그만둔다는 사실을 전했다.

양승건은 그녀의 예상대로 매우 놀라워했고 웃으며 물었다.

“혹시 송 대표님이랑 싸우셨어요? 왜 갑자기 일을 그만둔다는 거예요? 하늘 씨가 우리 회사 직원으로 등록되어 있긴 하지만 사실 그냥 이름만 걸어놓은 거라 출근하는 것도 아니고, 일을 그만두든 말든 다를 바 없잖아요.”

다들 똑같은 반응을 보이며 똑같은 말을 했다.

“회사랑 너무 깊이 얽히고 싶지 않아서요. 요즘 분위기도 별로 좋지 않던데 괜히 오해받을 일은 하고 싶지 않아요. 어차피 이름만 걸어놓은 거라 그냥 사직하고 집에서 내조만 하려고요. 괜한 일에 얽힐 필요는 없잖아요.”

유하늘은 태연자약한 얼굴로 거짓말을 했다. 그녀는 송여준과의 인연을 완벽히 끊고 싶었다.

양승건은 유하늘의 말을 의심하지 않았기에 곧장 그녀의 사직서에 이사회 인장을 찍어주었다.

“자, 이거 들고 인사팀으로 가세요. 그런데 왜 이렇게 급하세요? 송 대표님한테는 얘기하셨어요?”

유하늘은 그렇다고 했다.

“회사에 도착해서 사직서 보면 알 거예요. 요즘 엄청 바쁘던데 이런 일로 귀찮게 하고 싶지 않아요. 오늘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유하늘은 말을 마친 뒤 사직서를 들고 인사팀으로 향했다.

유하늘은 송여준 몰래 모든 절차를 밟은 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가 회사에서 나왔을 때는 이미 날이 어두워진 상태였다.

밖의 화려한 불빛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의 얼굴을 밝혔다. 그들 모두 이 도시에 돌아갈 곳이 있었다.

그러나 유하늘에게는 돌아갈 곳이 없었다.

그녀는 마치 이리저리 떠다니는 개구리밥과 같은 신세였고, 그녀의 가족들, 집안에서 운영하는 회사 모두 해외에 있었다.

송여준이 아니었더라면 그녀는 이곳으로 오지 않았을 것이고, 커리어를 포기하기 가정주부가 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 결과는 어땠는가?

유하늘은 모든 걸 바쳤으나 결국에는 매정하게 버림받았다.

송여주의 주변인들 모두 그녀를 비웃었을 것이다. 다들 그녀와 송여준이 진짜 결혼한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모두 그녀를 우습게 생각했을 것이다.

유하늘은 아주 조용하게 정처 없이 계속 걸었고 그러다 전화가 울렸다.

홍이수의 이름을 본 순간, 유하늘은 순간 휴대전화를 세게 움켜쥐며 홍이수가 사무실에서 송여준과 나눴던 말들을 떠올렸다.

그녀를 언급할 때 홍이수의 경멸 가득하던 표정이 마치 가시처럼 유하늘의 마음을 쿡쿡 찔렀다.

결국 유하늘은 망설임 없이 전화를 끊었다.

그러나 이내 다시 전화가 걸려 왔다. 그녀가 전화를 받을 때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는 듯 집요하게 말이다.

유하늘은 천천히 숨을 내쉬며 마음속 짜증을 억누른 뒤 전화를 받았다.

이내 홍이수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형수님, 뭐하세요? 저희 여기 바인데 빨리 오세요. 저 여준이랑 같이 술 마시고 있었는데 여준이 지금 취해서 집에 데려다줄 사람이 없어요.”

유하늘은 예전에 홍이수를 가장 좋은 친구로 여겼었다.

홍이수는 송여준의 친한 친구일 뿐만 아니라 늘 그녀를 살갑게 대하여 가족과 같은 온기를 느끼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동안 홍이수를 진심으로 친구로 여겼던 것이 역겹게 느껴졌다.

유하늘은 차가운 어투로 말했다.

“그러면 대리운전 불러요. 전 여준 씨 데리러 갈 여유가 없어요.”

홍이수는 눈에 띄게 당황했다. 그녀가 그렇게 얘기할 줄은 상상도 못 한 듯했다.

홍이수는 웃으며 말했다.

“형수님이 와주셔야 해요. 여기서는 대리운전을 부를 방법이 없거든요. 그러니까 빨리 와주세요. 여준이가 집에 들어오지 않으면 형수님도 우주도 걱정될 거 아니에요?”

홍이수는 유하늘에게 대답할 틈도 주지 않고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유하늘을 억지로라도 오게 만들겠다는 듯이 말이다.

유하늘은 그의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그런데 문득 얼마 전 홍이수가 여자 친구와 크게 다퉈 헤어질 위기에 처했던 게 떠올랐다.

두 사람은 늦은 밤 유하늘을 찾아와서 대체 누가 잘못했는지 판단해 달라고 했었다.

그들이 다툴 때 홍이수 여자 친구가 그들의 집에 목걸이를 흘렸고 유하늘이 그것을 주웠다.

유하늘이 챙긴 캐리어 안에는 옷만 들어 있었고 그 목걸이는 별장에 있었는데, 송여준은 그걸 보더라도 그것을 홍이수의 여자 친구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걸 절대 떠올리지 못할 것이다.

결국 유하늘은 집으로 돌아가 목걸이를 챙겨야 했다. 그녀는 홍이수에게 그 목걸이를 여자 친구에게 돌려주라고 할 생각이었다.

별장 안, 송우주는 유하늘을 보자마자 곧바로 게임기를 내려놓고 빠르게 그녀에게로 달려갔다.

“엄마!”

유하늘은 못 들은 척하고 바람처럼 움직여 빠르게 그의 앞을 스쳐 지나갔다.

송우주는 잠깐 당황했으나 이내 유하늘을 따라 문가로 달려갔다.

송우주는 유하늘이 고개 한 번 돌리지 않자 그녀의 뒷모습에 대고 화를 내며 소리쳤다.

“엄마, 전 엄마가 점점 더 싫어요! 저는 아람 이모가 좋아요!”

유하늘은 잠깐 걸음을 멈추었지만 곧 계속하여 앞으로 걸어갔다.

“아람 이모가 우리 엄마였으면 저는 엄마를 아예 무시했을 거예요! 엄마는 너무 나빠요!”

유하늘은 우뚝 멈춰 선 뒤 깊이 숨을 들이마시며 몸을 돌렸다.

송우주를 바라보는 그녀의 표정은 매우 냉담했다.

예전에 송우주는 기분이 좋지 않을 때면 엄마가 밉다고, 엄마가 싫다고 했었고, 그때마다 유하늘은 다급하게 달려와 슬픈 얼굴로 송우주를 달래주며 상냥하게 상황을 설명했었다.

그래서 송우주는 이번에도 그럴 거라고 여겼다.

Lanjutkan membaca buku ini secara gratis
Pindai kode untuk mengunduh Aplikasi

Bab terbaru

  • 거짓말쟁이의 참회   제100화

    유하늘의 눈에 짧은 조롱이 스쳐 지나갔고 그녀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 여준 씨 말 믿을게.”유하늘의 말이 끝나자 귓가에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우주야, 여기 재밌어?”유하늘과 송여준은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아침에 아쿠아리움에 오기를 거부하고 몰래 도망쳤던 아이가 지금은 권아람의 손에 이끌려 걸어오고 있었다.두 사람은 이야기하며 웃고 있었고 마치 오래된 가족처럼 즐거워 보였다.송여준은 순간 불쾌감이 치밀어 올라 유하늘의 손을 잡은 채 힘을 꽉 주었다.예상치 못한 장면이었다.그는 곧장 미간을 찌푸리며 권아람과 아이에게 걸어갔다.유하늘은 그의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송여준은 놓아주지 않았다.그들은 곧 권아람과 송우주 앞에 섰다.송여준의 차가운 시선을 마주한 권아람은 잠시 멈칫하더니 재빨리 아이를 뒤로 숨겼다.그리고 먼저 해명하려 했다.“오해야. 두 사람이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야. 사실은...”“너한테 묻지 않았어.”송여준은 그녀의 말을 곧바로 잘라내고 시선을 아이에게 고정했다.“엄마 아빠랑 같이 오지 않고 왜 굳이 아람 이모랑 온 거야?”그가 계속 권아람을 ‘아람 이모’라고 부르자 권아람의 얼굴이 굳어졌다.송우주는 곧장 반박했다.“아람 이모도 제 엄마예요! 그리고 엄마는 아빠랑 같이 오면 되잖아요? 아람 엄마는 아무도 없으니까 제가 같이 와준 건데 뭐가 잘못이에요?”그의 목소리에는 억울함과 반항심이 가득 담겨 있었다.마치 송여준이 아버지의 권위로 눌러도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듯했다.송여준의 얼굴은 얼어붙듯 차갑게 굳어졌다.그 순간, 유하늘이 그의 손을 잡아당기며 담담하게 말했다.“화장실에 다녀올게.”그녀는 그의 반응을 개의치 않고 몸을 돌려 떠났다.송여준이 쫓아가려 하자 권아람이 앞을 막아서며 그를 붙잡았다.“어젯밤에 전화로 했던 말, 다시 이야기해 보자.”권아람의 표정은 진지했다.송여준은 불안한 기색으로 잠시 유하늘 쪽을 바라보다 그녀가 확실히 화장실 쪽으로 향하는 걸 확인한 뒤에야 권아람과

  • 거짓말쟁이의 참회   제99화

    송여준은 약간 실망했지만 유하늘을 데리고 차에 올랐다.이번에는 가족 셋이서 함께 즐기고 싶었지만 아이가 빠진 탓에 마음속 한편이 허전했다.그는 운전대를 잡고 유하늘과 함께 아쿠아리움으로 향했다.아쿠아리움은 사람들로 붐볐지만 송여준은 줄곧 유하늘 곁에 붙어 그녀를 세심하게 보호했다.다른 사람들이 부딪히지 않도록 팔로 막아섰고 그 과정에서 그의 팔은 오히려 사람들과 자주 스쳤다.그러나 송여준은 조금도 짜증 내거나 불평하지 않았다.한 구역을 지날 때마다 유하늘에게 물었다.“이 해양 생물, 궁금하지 않아? 재밌지?”유하늘은 그가 마치 아이를 달래듯 조심스럽게 아첨하는 것처럼 느껴졌다.극진한 부드러움과 배려였지만 그것은 진심이 아니라 그녀를 붙잡아 도망치지 못하게 하려는 수작일 뿐이었다.유하늘은 무심하게 표지판을 훑어보다가 말했다.“돌고래 보러 가자.”“좋아. 내가 데려다줄게.”송여준은 입꼬리를 올리며 그녀를 곧장 돌고래 구역으로 이끌었다.돌고래는 사육사와 함께 유영하며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었다.유하늘도 멀리서 그 장면을 바라보다 문득 오빠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예전에 그녀가 힘들어할 때마다 오빠는 돌고래를 보여주며 위로하곤 했다.해외에서는 돌고래를 가까이서 접할 기회가 많았고 그녀는 수없이 그들과 교감했었다.그 시절의 그녀는 지금처럼 허약하지 않았고 근심 걱정도 없었다.그러나 이제 다시 마주한 귀엽고 영특한 돌고래들 앞에서 유하늘은 오래 살지 못할 자신의 운명을 떠올렸다.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불쑥 입을 열었다.“어떤 동물들은 자기가 오래 살지 못한다는 걸 알면 미리 죽을 자리를 찾아놓고 그날이 되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동료나 인간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다고 들었어.”송여준은 그녀가 왜 그런 말을 꺼내는지 몰라 불안해졌다.곧 그녀를 끌어안으며 다급히 말했다.“그만해. 우리 지금 놀러 온 거잖아. 그런 얘기하지 마. 불길하잖아, 응?”유하늘은 고개를 들어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기억해? 전에 내가 여준 씨 쫓아

  • 거짓말쟁이의 참회   제98화

    송여준은 잠시 멈칫하더니 목소리에 억울함을 담아 말했다.“여기서 너와 함께 지면 안 될까?”유하늘은 그를 바라보며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송여준은 즉시 그녀의 뜻을 알아차린 듯 실망한 표정으로 그녀의 손을 놓았다.“푹 쉬어. 귀찮게 하지 않을게.”그는 입술을 굳게 다물고 몸을 돌려 묵묵히 떠났다.그가 나간 뒤에야 유하늘은 천천히 숨을 내쉬며 눈을 감았다.머릿속에는 앞으로의 계획만 맴돌았다.부디 그때가 되면 순조롭게 도망칠 수 있기를 바랐다.그리고 며칠 안에 송여준이 서재에서 자신이 남겨둔 것을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랐다.지금 발견하지 못해도 상관없었다.자신이 완전히 사라진 후라면 송여준은 언젠가 그녀가 왜 떠났는지 알게 될 것이다.다음 날 아침, 유하늘은 눈을 뜨기도 전에 곁에 누군가 있다는 기척을 느꼈다.깜짝 놀라 고개를 돌리자 송여준이 영어책을 손에 든 채 조용히 앉아 있었다.그의 옆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아침 식사가 놓여 있었고 탁자 위에는 알약 몇 개와 깨끗한 미지근한 물 한 잔이 준비되어 있었다.유하늘은 마음이 무거워지며 이 모든 상황이 너무나 기괴하다고 느꼈다.“왜 여기 있어?”송여준은 고개를 들어 부드럽게 웃었다.“네가 일어나서 아침을 먹기를 기다리고 있었어. 약은 이미 사람을 보내서 가져왔는데 모든 약이 분리 포장되어 있고 이름이나 복용 주의 사항이 없더라. 바로 먹어도 괜찮은 거야?”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속으로 임세빈이 너무 성의 없이 처방했다고 생각했다.유하늘은 말없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임세빈이 그녀의 뜻을 알아채고 비밀이 드러나는 일을 막기 위해서 약 포장지와 설명서를 일부러 빼 두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녀는 담담히 탁자에 앉아 알약을 삼키고 물을 들이켰다.“아침 일찍부터 기다린 걸 보니, 나한테 할 말이 있는 거야?”송여준은 웃으며 손을 뻗어 그녀의 코끝을 가볍게 톡 건드렸다.“역시 넌 나를 잘 아는구나. 내가 말했잖아. 며칠 동안 우리 사이좋게 지내자고. 애매한 관계가 너무 오래 지속됐

  • 거짓말쟁이의 참회   제97화

    유하늘은 짜증이 밀려왔다.이런 상황을 결코 두고 볼 수 없었다. 조용히 떠나 송여준과 아이의 세상에서 영원히 사라져야 했다.마지막 인사조차 허락하지 않고 한마디 말도 남기지 않고 사라져야 했다.그녀에게 모든 걸 털어놓고 그녀가 스스로 자리를 비켜주길 기다린 뒤 권아람을 당당히 맞이하겠다던 송여준의 바람대로 될 수 없었다.유하늘은 송여준에게 그런 기회를 절대 주지 않을 것이다.그녀의 눈에 증오가 치밀어 올랐다.유시훈에게 부탁할 일을 설명한 뒤 전화를 끊자, 바로 그때 송여준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유하늘이 몸을 돌리기도 전에 송여준이 그녀를 가득 끌어안았다.유하늘은 미간을 찌푸리며 차갑게 말했다.“비켜.”송여준은 턱을 그녀의 어깨에 얹고 귓불에 입을 살짝 맞추며 부드럽게 속삭였다.“네 목소리가 들리는 순간, 네가 아직 잠들지 않았다는 걸 알았어. 누구와 통화하고 있었어? 이렇게 늦은 시간에.”유하늘은 휴대폰을 꽉 쥔 채 힘껏 그를 밀어냈다.“우리 오빠야...”말이 끝나기도 전에 송여준은 다시 그녀를 품에 안고 낮은 목소리로 달랬다.“내 고자질하려고 전화한 거야? 미안해. 그동안 다 내 잘못이야. 내가 너를 소홀히 했고 아이도 제대로 가르치지 못했어.”되풀이되는 말이었다.유하늘은 이미 지쳐버렸다.“자세히 생각해 보니 아이가 아람과 너무 친하게 지내긴 했어, 네 친아들인데. 당분간은 집에만 있게 할게. 밖에 나가지 못하게 하고 네 곁에서 너와 감정을 쌓는 게 좋을 것 같아.”그 말을 들은 유하늘은 무표정하게 그를 바라보다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그녀의 눈빛에 아무 반응이 없자 송여준은 불안해졌다.애타게 그녀의 눈동자를 들여다보며 그녀의 마음속을 꿰뚫어 보고 싶었다.유하늘은 몸을 돌리며 차가운 조롱을 감추었다.“내가 아이와 굳이 감정을 쌓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아이 엄마로서 난 이미 아무런 의미가 없어. 나와 친밀감도 없고 오직 권아람만 따르잖아.”송여준은 미간을 깊게 찌푸렸고 유하늘은 이어서 말했다.“그냥 권아

  • 거짓말쟁이의 참회   제96화

    방문은 잠겨 있지 않았다.이 별장에는 최민형과 가정부, 그리고 밖에는 운전기사와 문을 지키는 경호원 두 명이 있었다.유하늘이 이곳을 떠난다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었다.그녀는 애써 발버둥 치려 하지 않았다. 오직 하루빨리 이 곤경에서 벗어날 방법만 생각하고 있었다.그녀는 물을 마시려고 아래층으로 거실로 내려갔다.송여준에게 강제로 끌려온 후 병원에 두고 온 약이 마음에 걸렸다.병세를 안정시킬 약이 없으면 상태는 점점 더 심각해질 터였다.약을 되찾아올 방법을 생각해야 했다.유하늘이 물컵 뚜껑을 열며 골똘히 생각하고 있을 때, 위층에서 희미한 소리가 들려왔다.그녀는 고개를 들었다.2층 서재 문이 살짝 열려 있었고 안은 어둡고 조용했다. 탁자 옆 스탠드만 켜져 있어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안에 사람이 있는 줄 알기 어려웠다.잠시 멈춰 서 있던 그녀는 곧 송여준의 목소리를 들었다.“하늘이는 내가 집으로 데려왔어. 크게 소란을 피우지는 않지만 상태가 불안정해.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두려워. 우리의 일은 최대한 빨리 처리하자.”유하늘은 어안이 벙벙해 손끝이 차갑게 식는 것을 느꼈다.송여준은 이어 말했다.“그래, 며칠 안에 시간을 내서 일을 빨리 처리하도록 하자. 하늘이의 감정이 안정되면 모든 것을 털어놓을 거야. 그때 너도 함께 가서 지난 세월 동안의 진실을 말해 줘. 나는 이제 더 이상 숨기고 싶지 않아.”그의 말투에는 깊은 무력감과 짜증이 섞여 있었다. 마치 법적 의미도 없는 이 결혼 생활을 억지로 이어가는 것이 그에게는 고통스러운 일인 것처럼.유하늘의 물컵 안에는 뜨거운 물이 가득했지만 그녀의 손은 떨림을 멈추지 못했다.며칠 동안 송여준은 필사적으로 그녀를 붙잡았고 심지어 강제로 집으로까지 끌고 왔다.마치 이성을 잃은 사람처럼 곁에 가두려는 그의 집착은 끝도 없었다.유하늘은 그 이유가 지금 안정된 생활을 지키려는 그의 욕망 때문이라고 생각했다.그녀를 집으로 데려온 것은 결국 모든 것을 분명히 말하고 끝내기 위해서였다.만약 일이 잘못되

  • 거짓말쟁이의 참회   제95화

    송여준은 더 이상 유하늘을 불쾌하게 만드는 말을 이어갈 수 없었다.“알았어. 그럼 우선 방에서 쉬어. 나는 방해하지 않고 나갈게.”그는 마지막으로 유하늘을 바라보았지만 그녀가 여전히 무심하게 반응하지 않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돌아섰다.문밖으로 나온 송여준에게 가정부가 한 걸음 다가와 조심스럽게 물었다.“대표님, 사모님께서 너무 허약해 보이십니다. 전문가를 모셔 와 검사를 받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제가 알아보니 그 병실은 중환자나 장기간 요양이 필요한 사람만 신청할 수 있다고 합니다.”송여준은 짜증스럽게 미간을 짚었다.“그런 일들은 내가 알아서 처리해. 하늘이가 의사를 만나고 싶어 하지 않다고 했으니까 굳이 전문가를 부르지 마. 며칠 후에 다시 얘기하자.”어차피 유하늘은 이미 이곳에서 더는 도망칠 수 없었다.그의 눈에는 매서운 기운이 스쳤고 얇은 입술은 단단히 굳어졌다.평소의 그는 침착하고 과묵했으나 유하늘을 대할 때만큼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하곤 했다.가정부는 순간 멍하니 그의 눈빛에 사로잡혔다. 만약 사모님이 정말로 사라진다면, 언젠가 정말 이곳을 떠난다면 대표님은 미치거나 흑화할지도 모른다.그는 감히 그의 얼굴을 더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고 서둘러 몸을 돌려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송여준도 시선을 거두며 곧장 서재로 향했다.그는 서랍을 열어 봉투 하나를 꺼내 들었지만 곧 다시 무심히 내려놓았다.머릿속은 오직 유하늘과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낼지에 대한 생각뿐이었다.한편, 유하늘은 홀로 방에 앉아 있었다.밖에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것을 확인한 그녀는 창가로 다가가 커튼을 젖혔다.그러나 뜻밖에도 원래 자유롭게 열 수 있던 창문에는 자물쇠가 채워져 있었다.그녀가 창문으로 뛰어내릴 것을 미리 막기 위해서였다.유하늘은 냉소적인 웃음을 지었다.송여준이 이번에는 반드시 자신을 붙잡아 두겠다고 결심했음을 깨달았다.온갖 방법을 동원해 그녀의 도망을 차단하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 집에 가두려는 것이었다.그녀는 천천히 커튼을

Bab Lainnya
Jelajahi dan baca novel bagus secara gratis
Akses gratis ke berbagai novel bagus di aplikasi GoodNovel. Unduh buku yang kamu suka dan baca di mana saja & kapan saja.
Baca buku gratis di Aplikasi
Pindai kode untuk membaca di Aplikasi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