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에이드리안은 남성복 매장 앞에 얼어붙은 듯 서 있었다.
아직 손에 들고 있던 셔츠는 그도 모르는 사이 손에서 미끄러져 바닥으로 떨어졌다. 멍한 그의 시선은 단호한 걸음으로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멀어져 가는 데비아나의 뒷모습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그녀가 정말로 그를 떠난 것처럼. 마치... 그녀가 정말로 그를 잊어버린 것처럼. 분노와 좌절감이 거대한 파도처럼 그의 가슴을 거세게 몰아쳤다. 하지만 그 모든 감정 속에서 가장 강하게 자리 잡은 것은 단 하나였다. 상실감. “이대로 널 보내지 않을 거야, 데비아나!” 에이드리안의 목소리가 감정으로 갈라진 채 거리 전체에 울려 퍼졌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하나둘 걸음을 멈추고 그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에이드리안은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그가 평생 자랑스럽게 여겨 온 자존심은... 이미 산산조각 나 있었다. 마치 길 한가운데 흩어진 유리 파편처럼. 그는 데비아나를 쫓아가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걸음이 멈춰 섰다. 누군가를 보았기 때문이다. 한 남자였다. 키가 크고, 늘씬한 체격에, 차분한 얼굴. 그는 몸에 꼭 맞는 검은색 맞춤 정장을 입고 있었고, 자연스러운 품격과 압도적인 존재감을 풍기고 있었다. 그의 곁에는 메탈릭 그레이 색상의 고급 승용차가 세워져 있었다. 하지만 에이드리안의 심장을 진정으로 산산이 부순 것은... 데비아나가 그 남자에게 다가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것이었다. 그 미소는... 예전에는 오직 에이드리안에게만 보여 주던 미소였다. 에이드리안의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저 남자는... 누구지?” 그는 낮게 중얼거렸다. 그 자리에 굳은 채 선 그는 주먹을 너무 세게 움켜쥐어 손마디가 하얗게 질렸다. 그의 눈은 가늘게 좁혀졌고, 분노는 서서히 타오르는 질투로 변해 갔다. 데비아나는 그 남자의 바로 곁에 서 있었다. 남자는 신사답게 차 문을 열어 주었고, 그녀가 차에 오르자 조심스럽게 등을 받쳐 주었다. 그 작은 행동 하나가... 에이드리안에게는 심장을 꿰뚫는 칼날처럼 느껴졌다. “말도 안 돼...” 그의 숨이 거칠어졌다. 목은 바짝 말랐다. 평생 동안... 에이드리안은 누구도 자신을 위협하는 존재라고 느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오늘... 그 낯선 남자는 그가 언제나 자신의 것이라고 믿어 왔던 것을 빼앗아 가고 있었다. 에이드리안은 급히 몇 미터 떨어진 곳에서 기다리고 있던 샴에게 다가갔다. “저 남자 봤지?” 그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물었다.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샴은 어렵게 침을 삼킨 뒤 대답했다. “죄송합니다, 회장님. 아직 조사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평범한 사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옷차림도 그렇고, 타고 다니는 차도 그렇고... 무엇보다 데비아나 아가씨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두 분이 상당히 가까워 보였습니다.” “가깝다고?” 에이드리안의 목소리가 갑자기 높아졌다. “확실해?” “얼마나 가까운 사이야?” “사귄 지 오래된 거야?” “아... 아직은 확실하지 않습니다, 회장님.” “하지만 함께 있는 모습이 매우 자연스러웠습니다.” “어쩌면... 친구 이상일 수도 있습니다.” 쾅! 에이드리안은 손바닥으로 자동차 보닛을 있는 힘껏 내리쳤다. 굉음이 주변에 울려 퍼졌다. 그의 얼굴은 분노로 붉게 달아올랐다. “어떻게...” “나 없이도 저렇게 행복할 수 있는 거지?” 그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마음속 폭풍을 억누르려 했다. 하지만 억누를수록... 머릿속은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다른 남자에게 미소 짓는 데비아나의 모습이 끊임없이 떠올라, 그는 점점 이성을 잃어 갔다. “날 질투하게 만들려는 거야!” “전부 연기일 뿐이야!” “데비아나가 이렇게 빨리 날 잊을 리 없어!” “그녀는 절대로 이렇게 쉽게 날 잊지 못해!” 에이드리안은 계속해서 말했다. 마치 절박하게 자기 자신을 설득하려는 사람처럼. 하지만... 말을 하면 할수록, 그 말들은 점점 더 힘없는 변명처럼 들릴 뿐이었다. 고급 승용차는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데비아나와 그 낯선 남자를 태운 채 그의 시야에서 멀어져 갔다. 에이드리안의 시선은 끝까지 차를 따라갔다. 마치 짙게 선팅된 창문 너머를 꿰뚫어 보고, 데비아나를 다시 자신의 곁으로 데려올 수 있을 것처럼. 하지만 현실은... 그는 그저 그 자리에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패배한 사람처럼. 침묵을 깬 것은 샴이었다. “회장님... 저 남자에 대해 조사해 드릴까요?” “신원은 물론 모든 정보를 알아낼 수 있습니다.” 에이드리안은 턱을 굳게 다문 채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전부 알아내.” “이름.” “과거.” “데비아나를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지.” “모든 걸 알고 싶어.” “알겠습니다, 회장님.” 에이드리안은 차에 올라탄 뒤 문을 세게 닫았다. 그의 얼굴에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분노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차 안에서 그는 몸을 앞으로 숙인 채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눌렀다. 왜... 이렇게까지 아픈 걸까? 그의 시선은 차창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머물렀다. 언제나 자신감으로 가득했던 눈빛에는 이제 분노와, 질투, 그리고 흔들림만이 남아 있었다. “정말...” “난 그녀를 잃어버린 걸까?” 그 질문은 그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마치 끝없이 속삭이는 저주처럼. 차는 그의 오만함이 무너져 내린 그 거리를 천천히 떠나갔다. 하지만 그의 마음은... 여전히 그곳에 남아 있었다. 데비아나와, 그리고 한때 자신의 자리라고 믿었던 자리를 차지한 그 낯선 남자 곁에. 돌아가는 내내 에이드리안은 차창 밖을 차갑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새로운 남자를 내세우면 내가 포기할 거라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야, 데비아나.” 그는 낮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더욱 낮지만 흔들림 없는 결의가 담긴 목소리로 덧붙였다. “반드시...” “널 다시 내 여자로 만들겠어.” “그리고 어떤 남자도...” “내 앞을 가로막게 두지 않을 거야.”“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바네사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호화로운 거실에 울려 퍼졌다. 그녀는 방금 휴대전화를 열었다가 소셜미디어에 쏟아지는 수많은 알림을 확인한 참이었다. 한 독립 패션 블로거가 작성한 기사가 갑자기 큰 화제를 모으고 있었다.「데비아나 스캔들: 문제의 사진들은 정말 조작된 것일까?」바네사는 떨리는 손으로 화면을 내렸다. 한때 데비아나를 무참히 비난하던 댓글들의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다.«“그러고 보니 뭔가 이상해. 사진 속 그림자 방향이 맞지 않잖아.”»“창문에 비친 반사 모습을 자세히 보면 합성한 것처럼 보여.”“다들 조심해. 혹시 누군가 데비아나를 함정에 빠뜨린 거라면?”“안 돼…… 이럴 리가 없어……”바네사는 이를 악물고 중얼거리더니 휴대전화를 소파 위로 내던졌다. 그녀의 호흡은 거칠고 불규칙해졌다. 애써 마음을 진정시키려 테이블 위에 놓인 와인잔을 집어 들었지만, 손이 너무 심하게 떨리는 바람에 와인의 절반이 쏟아지고 말았다.그때 거실 문이 열렸다. 소문을 퍼뜨리는 데 도움을 주었던 사교계 친구 중 한 명인 클라라가 불안한 표정으로 안으로 들어왔다.“바네사, 너도 봤어? 사람들이 슬슬 의심하기 시작했어. 그 사진들이 혹시……”“입 다물어!”바네사가 날카롭게 소리쳤다. 그녀는 의자가 바닥을 긁는 소리를 낼 정도로 빠르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의 눈에는 분노가 이글거리고 있었다.“우리 모임에서 제일 먼저 그 사진을 공유한 사람이 너였잖아. 이제 와서 모른 척하며 발을 빼려고 하지 마!”클라라는 마른침을 삼켰다.“나, 나는 네가 부탁한 대로 전달했을 뿐이야. 하지만 만약 그 사진들이 가짜로 밝혀지면 우리 모두……”“우리 모두 어떻게 된다는 거야?!”바네사는 클라라에게 성큼 다가갔다. 그녀의 시선은 칼날처럼 날카로웠다.“모든 책임은 내가 질 테니까 너는 입만 다물고 있으면 돼. 아무도 말하지 말고, 아무것도 밖으로 새어나가게 하지 마. 알겠어?”클라라는 창백해진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아, 알겠어……
“데비아나?”부드러운 목소리에 그녀는 깜짝 놀랐다. 그녀는 작은 작업실 구석에 몸을 웅크린 채 앉아 있었다. 울음으로 얼굴은 퉁퉁 부어 있었고, 머리카락은 헝클어져 있었다.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더니, 빗물에 흠뻑 젖은 우산을 들고 있는 라일라가 안으로 들어왔다.“라일라……”데비아나의 목소리는 쉬어 있었다.“여긴 왜 왔어?”라일라는 조용히 문을 닫고 그녀에게 다가갔다.“네가 걱정돼서 왔어. 인터넷에서 모든 걸 봤어. 기사도, 댓글도…… 하지만 난 그 어떤 것도 믿지 않아.”데비아나는 고개를 숙인 채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다른 사람들은 전부 믿고 있어, 라일라. 사람들이 나를 걸레라고 부르고 있어. 이미 모든 고객을 잃었어.”라일라는 그녀 앞에 쪼그려 앉았다.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데비아나를 바라보며 말했다.“난 널 알아, 데브. 넌 고집이 셀 정도로 정직한 사람이야. 그런 끔찍한 짓을 할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아. 난 그게 사실이 아니라는 걸 믿어.”데비아나의 뺨을 따라 다시 눈물이 흘러내렸다.“하지만 사진들은…… 정말 진짜처럼 보여. 난 어떻게 싸워야 할지 모르겠어.”라일라는 테이블 위에 놓인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다.“나도 계속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었어, 데브. 다른 사람들이 너를 비난하느라 정신이 팔려 있을 때, 나는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어.”---사진 속 허점라일라는 빠르게 화제가 되었던 사진 중 하나를 열었다. 호텔 로비에서 케빈과 데비아나가 다정하게 붙어 있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었다.“여기 좀 봐.”라일라는 화면의 한 부분을 가리켰다.“로비에 있는 시계는 밤 8시를 가리키고 있어. 그런데 유리창에 비친 하늘을 봐. 아직도 환하잖아. 한낮처럼 말이야. 이건 불가능해.”데비아나의 눈이 크게 뜨였다.“나…… 그런 건 전혀 보지 못했어.”“그리고 이것도.”라일라는 다른 사진으로 화면을 넘겼다.“네가 검은색 레이스 드레스를 입고 있지? 그런데 나는 분명히 기억해. 이 의상은 네가 지난주에야 디
데비아나의 작은 아파트에는 끊임없이 울리는 알림음이 가득했다. 그녀의 휴대전화 화면은 댓글과 다이렉트 메시지, 그리고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사람들의 태그로 뒤덮여 있었다.“이게 대체 뭐야……”그녀는 떨리는 손가락으로 화면을 내리며 속삭였다.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눈에 들어오는 글자 하나하나가 그녀를 더욱 깊은 절망으로 밀어 넣었다.«“걸레 같은 여자. 어떻게 유부남과 잠자리를 할 수가 있어?”»“네 경력이 그렇게 빨리 올라간 이유가 있었네. 더러운 수법을 썼겠지.”“너 같은 여자는 디자이너라고 불릴 자격도 없어.”그녀의 숨이 턱 막혔다. 가슴이 조여 왔다. 모든 말이 마치 칼날처럼 그녀의 심장을 후벼 파는 것 같았다.---다음 날 아침, 회사의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한때 따뜻하게 인사를 건네던 동료들은 이제 그녀를 곁눈질로 바라보기만 했다. 그녀가 복도를 걸어갈 때마다 속삭이는 목소리들이 그림자처럼 뒤따랐다.“저 여자 맞지? 어젯밤 인터넷에서 난리 났던 그 사람.”“어쩐지 프로젝트를 그렇게 많이 따내더라니…… 이제야 이해가 되네.”데비아나는 무릎에 힘이 풀리는 것을 느끼면서도 애써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책상 앞에 멈춰 서서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그 사람들은 아무것도 몰라……'그녀는 스스로를 위로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자신의 목소리조차 너무나 나약하고 공허하게 느껴졌다.잠시 후, 받은 편지함에 새로운 이메일이 도착했다. 그녀는 얕은 숨을 내쉬며 이메일을 열었다.제목: 계약 해지 통보“안 돼……”데비아나는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한 달 넘게 함께 작업해 온 고객이 갑자기 계약을 취소한 것이었다. 그 이유는 그녀의 '실추된 평판' 때문이었다.하나의 계약 취소는 또 다른 취소로 이어졌다. 받은 편지함은 거절 메일로 가득 찼다. 그녀가 그토록 애써 따낸 프로젝트들, 밤을 지새우며 쏟아부었던 노력들이 단 하루 만에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고 있었다.---한편, 바네사는 고급스러운 카페에 편안하게 앉아
“이상한데…”에이드리언은 노트북 화면을 응시한 채 중얼거렸습니다. 방은 어둡고, 그의 얼굴에 새겨진 긴장감이 모니터 불빛 아래 선명하게 드러났습니다. 손가락은 빠르게 키보드를 두드렸습니다—데비아나를 나락으로 떨어뜨린 바로 그 사진 파일들을 불러왔습니다.하나씩 열어보며 세부 사항을 확대하고, 메타데이터를 확인하고, 시간 정보를 서로 비교했습니다. 그는 IT 전문가는 아니었지만, 사이버 포렌식 분야 지인을 통해 예비 디지털 분석 보고서를 받아볼 수 있었습니다.“시간 정보가 맞지 않아…”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속삭였습니다. “수정 흔적이 곳곳에 있고… GPS 데이터도 틀렸어. 누군가 비겁한 짓을 한 거야.”그날 오후 늦게, 에이드리언은 데비아나의 아파트 앞에서 기다렸습니다. 해가 기울며 긴 그림자가 드리워졌습니다. 마침내 그녀가 모습을 드러냈을 때, 발걸음은 느리고 어깨는 처졌으며 지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데브.” 에이드리언이 부드럽게 불렀습니다.그녀는 걸음을 멈추고 그를 돌아보았습니다. 눈은 붓고 눈물로 지친 모습이었습니다. “왜 또 오셨어요?” 목소리는 힘이 없고 지친 기색이 숨겨지지 않았습니다.그는 한 걸음 다가가며 진지한 눈으로 말했습니다. “사진에 대해 알아낸 게 있어.”데비아나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습니다. “말했잖아요, 에이드리언. 이 일에 관여하지 마세요. 저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소문이 더 커져요. 사람들이 당신이 저를 돕는 걸 보면 오히려 루머를 더 믿을 뿐이에요.”“사람들 말은 상관없어, 데브.” 에이드리언이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중요한 건 당신이 결백하다는 걸 내가 안다는 거야. 그리고 진실을 밝혀낼 거야.”가로등 불빛 아래 서 있는 두 사람 사이로 도시의 소음이 희미하게 들려왔습니다.“메타데이터를 분석해 봤어.” 에이드리언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습니다. “날짜도 맞지 않고, 위치도 말이 안 돼. 조작된 사진들이야. 누군가 당신에게 함정을 판 거야.”데비아나는 눈을 감고 입술을 꽉 깨물었습니다. 가슴 속
“데비아나, 지금 바로 인사부로 따라오세요.”비서의 무미건조한 목소리가 복도를 가르자 데비아나는 발걸음을 멈췄습니다. 손에 쥔 스케치북을 꽉 움켜쥐었고,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그녀에게 쏠렸습니다. 뒤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날카로운 칼처럼 들려왔습니다.“저 사람이야…”“역시 인사부에서 불렀네. 소문이 너무 커졌으니까.”“진짜라면 회사 명예가 끝장나는 거지.”데비아나는 시선을 낮추고 걸었습니다. 인사부로 향하는 걸음걸음이 피할 수 없는 벌처럼 느껴졌습니다.안에는 인사 담당자 두 명과 그녀의 상사 레이먼드 씨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평소 다정했던 레이먼드 씨였지만 지금은 의심의 눈빛뿐이었습니다.“앉으세요, 데비아나.” 인사 담당자 한 명이 테이블의 녹음기 버튼을 누르며 말했습니다.다리가 뻣뻣해진 그녀는 의자에 앉았습니다. 무릎 위에 놓인 서류철이 손 안에서 떨렸습니다.레이먼드 씨가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습니다.“공공연히 퍼진 스캔들 때문에 불렀소. 호텔에서 어떤 남자와 함께 있는 사진—투자자 케빈으로 확인된 그 사람 말이오.”데비아나는 황급히 고개를 저었습니다. “거짓말입니다, 사장님! 저 아니에요. 조작된 사진이에요!”인사 담당자는 눈썹을 치켜들고 노트북을 그녀 쪽으로 돌렸습니다. 화면에는 사진들과 함께 기사 제목이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이게 당신이 아닌 것 같소? 얼굴도, 머리도, 입은 옷까지 똑같소. 이미 사람들은 다 믿고 있는데.”데비아나의 눈에 눈물이 차올랐습니다. “제발 믿어주세요. 여기서 열심히 일한 것밖에 없어요. 일 외에 다른 관계는 전혀 없습니다.”레이먼드 씨는 팔짱을 끼고 날카롭게 쳐다보았습니다.“데비아나, 당신이 맡은 주요 프로젝트는 단순한 디자인이 아니다. 회사의 명예가 달려있소. 거래처들이 이런 소문을 보면 우리의 신뢰를 의심할 테고. 이게 얼마나 심각한 일인지 알고 있소?”그녀의 목소리는 갈라졌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발 프로젝트에서 빼지 말아주세요. 진실을 밝힐 수 있어요. 이 모든 것
“세상에, 이거 봤어?!”사무실 식료품 저장실에서 들려온 큰 목소리에 데비아나가 손을 멈추고 커피잔을 떨었습니다. 생각이 따라가기도 전에 몸이 먼저 불안함을 느꼈습니다.“무슨 일이야?” 다른 동료가 다가오며 물었습니다.“데비아나 사진이야! 호텔에서 어떤 남자랑 다정하게 붙어 있는데. 이름은 케빈이라고 하던데, 젊은 투자자래.”웃음과 수군거림이 순식간에 방을 채웠습니다. 데비아나는 얼어붙은 채 굳은 표정으로 서 있었습니다.“무슨 말이에요?” 그녀는 쉰 목소리로 물었습니다.평소 그녀에게 적대적이었던 여직원이 휴대폰을 그녀의 코앞에 들이밀었습니다. 화면에는 분명히 그녀와 똑같은 사람이 호텔 소파에 앉아 한 남자에게 기대고 있었습니다. 다른 사진에서는 그녀의 손이 그의 손을 잡고 있는 것처럼 보였고, 심지어 입을 맞추기 직전인 듯 다가가 있는 모습도 담겨 있었습니다.“그건… 저 아니에요!” 데비아나는 얼굴이 창백해지며 숨을 헐떡였습니다.하지만 소문은 이미 불길처럼 퍼져나갔습니다.“에이, 닮은 게 아니라 그 사람이잖아. 옷차림까지 데비아나 스타일이랑 똑같은데.”“아, 그래서 승진이 빨랐던 거구나. 후원자가 있었던 거지.”“진짜라면 대박… 투자자랑 놀아나다니, 뻔뻔하기도 하네.”데비아나는 숨이 막혔습니다. 손에 쥔 커피잔이 미끄러져 바닥에 떨어져 깨지고 커피가 흘러 바닥을 적셨습니다. 동료들은 불쌍한 듯 쳐다보는 사람도 있었지만 잔인한 듯 비웃는 사람도 있었습니다.점심이 되자 세상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습니다. 휴대폰은 멈추지 않고 울렸습니다—사무실 단체 채팅방, 소셜 미디어, 개인 메시지—모두 같은 링크로 도배되었습니다.한 인기 가십 사이트의 제목이 선명하게 보였습니다:「젊은 패션 디자이너, 부유한 투자자와 함께 있는 모습 포착… 출세의 지름길인가, 비밀 연애인가?」댓글 창은 참혹했습니다.“역시 빨리 출세하더라.”“돈 보고 달려드는 여자, 전형적이네.”“역겹다. 자기 몸 팔아 자리 얻은 거지.”데비아나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