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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Author: 하초아
억 단위의 손해배상이라는 말이 떨어지자마자, 이은정의 얼굴이 잿빛으로 변했다.

그녀는 당황한 기색으로 상혁이를 붙잡고 애원하기 시작했다.

“자기야, 제발 나 좀 도와줘. 내가 그런 돈이 어디 있어...”

눈물로 범벅이 된 이은정은 떨리는 목소리로 간절히 말했다.

“자기야, 우리 혼인신고는 안 했어도 부부 사이잖아. 자기도 강시은이랑 결혼한 것도 아니고! 근데 왜 나를 선택하지 않는 거야? 왜!”

왜냐고?

강씨 가문에서 받을 수 있는 것들은 네가 줄 수 있는 것들보다 훨씬 크니까.

이은정은 아직도 상혁이를 재벌가로 착각하고 있는 듯했다.

나는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네 덕분에 내가 얼마나 운이 좋았는지 확실히 깨달았어. 진상혁과 결혼하지 않은 게 참 다행이야.”

내 말이 떨어지자, 상혁이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이은정을 쳐다보는 것도 피하며 구겨진 옷깃을 매만지더니 차분한 척 입을 열었다.

“결혼식은 취소할 수 없어. 이미 모든 친척과 지인들을 초대했는데 지금 와서 취소하면 내 체면이 뭐가 되겠어?”

그러더니 황급히 말을 고쳤다.

“내 말은... 강씨 가문의 체면이 뭐가 되겠냐고.”

그때였다.

병실 문 밖에서 한껏 격양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네 체면? 네 주제에 체면값이라고 할 만한 게나 있어?”

문이 열리며 나타난 건 바로 우리 아빠였다.

아버지는 강서 그룹의 회장으로 그 단호한 성격과 무게감 있는 카리스마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아빠의 얼굴에는 마치 폭풍전야처럼 분노가 가득했다.

병실에 있던 경찰들도 상황이 마무리되었다고 판단했는지 조용히 물러났다.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은 병실에는 숨소리조차 선명하게 들릴 정도로 적막이 감돌았다.

아빠는 성큼성큼 다가와 누워 있는 나를 찬찬히 살피더니 조용히 말했다.

“시은아, 아빠가 왔으니 걱정하지 마.”

그 말과 함께 아빠는 곧장 몸을 돌려 상혁이를 바라보았다.

날카롭게 번뜩이는 그 눈빛은 보기만 해도 등골이 서늘해졌다.

“진상혁, 네가 감히 내 집에 들어와 기생하려고 해? 그것도 이따위로?”

그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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