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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지 5년, 엄마는 아직도 내 각막을 원한다

죽은 지 5년, 엄마는 아직도 내 각막을 원한다

By:  아무감정Completed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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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지 5년째 되던 해, 엄마는 경찰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따님의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엄마는 동생을 데리고 곧바로 고향으로 달려가 외할머니댁 문을 거칠게 열어젖혔다. “석경이는 어딨어요? 그 못된 계집애, 참 잘도 숨었네. 얼른 각막이나 빼서 동생한테 이식해야 해요!” 외할머니는 울음을 삼키며 말했다. “석경이는 이미 죽었단다.” 그러나 어머니는 비웃으며 소리쳤다. “헛소리하지 마요! 경찰이 분명히 소식이 있다고 전화했다고요.” “지금 당장 석경이 안 데려오면, 엄마도 당장 집에서 쫓겨날 줄 알아요!” 외할머니는 그런 엄마를 보며 눈물을 머금었다. 그리고 떨리는 손으로 내 사진을 꺼내 보이며 말했다. “석경아, 너는 네 동생을 구한 걸 후회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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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제1화

멀끔한 정장을 차려입은 엄마가 외할머니 집 문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주석경 어디 있어요? 얼른 서류에 서명해야 해요!”

“그냥 각막 기증 동의서에 서명만 하면 돼요. 두 눈 다 가져가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쪼잔하게 굴 필요 없잖아요?”

외할머니는 감정이 담기지 않은 표정으로 엄마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그 애는 5년 전에 이미 세상을 떠났어.”

엄마는 이 말을 듣고 비웃었다.

“엄마는 내 엄마잖아요. 병든 건 당신 친손자고, 그런데 지금 타인의 편을 들겠다는 거예요?”

“다 그 애 때문이야. 석형이 눈이 이렇게 된 게!”

“두 눈 다 뽑아내지 않은 게 어디예요? 난 이미 할 만큼 했다고요!”

짝! 외할머니가 엄마의 뺨을 세차게 후려쳤다.

“너 같은 인간이 어떻게 석경이 엄마라는 소리를 해!”

외할머니는 엄마를 땅에 쓰러뜨릴 만큼 강하게 때렸다.

‘외할머니...’

나는 갑작스럽게 눈물이 터져 나왔지만, 아무도 나를 볼 수 없었다. 사람을 때리고 난 외할머니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나는 외할머니를 꼭 안아드리고 싶었지만, 내 손은 외할머니의 몸을 그대로 지나쳐버렸다.

엄마는 젊었을 때 자궁에 문제가 있었고, 의사는 임신이 어렵다고 말했다.

그 소식에 절망하던 엄마에게, 외할머니는 길가에서 나를 주워 왔다.

엄마는 처음에는 나를 키우기 싫어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주워 온 아이는 좋은 징조라며, 아들을 낳게 해 준다고 했다.

엄마는 외할머니 집에서 나를 데려갔고, 내 이름을 주석경이라 지었다. 그리고 몇 년 지나지 않아 엄마는 정말로 임신했다. 그것도 아들을.

그때부터 엄마는 나에게 관심을 끊었고, 나는 동생의 시녀가 되었다.

“석경아, 비 오는데 나가서 네 동생 아이스크림 좀 사 와. 먹고 싶다잖아.”

나는 억수같이 퍼붓는 비를 바라보며 밖으로 나갔다.

“석경아, 네 동생 팬티는 찬물로 빨아야 한대. 찬물로 빨아야 입기에 깨끗하고 편하다고 하더라.”

그래서 나는 한겨울, 얼어붙은 손으로 차가운 물에 빨래했다. 그날 밤, 엄마는 나를 얇은 잠옷 차림으로 집 밖으로 쫓아냈다.

“네 동생이 네가 밀었다고 하잖아! 주석형은 우리 집 금덩이야! 네가 죽고 싶어 환장한 거니?”

“꺼져!”

그날 밤 나는 계단에서 몸을 웅크리고 있다가 얼어 죽을 뻔했다.

고등학교 때, 나는 수능을 잘 쳐 명문대에 합격할 수 있었으나 집에 도착한 건 어느 지방전문대 입학통지서였다.

엄마는 그 통지서를 받으며 4천만 원을 함께 챙겼다.

“걱정하지 마. 쟤는 마음껏 써도 좋아.”

엄마는 그 돈을 동생의 집 장만을 위해 쓰겠다며 내 지원서를 몰래 바꿨던 것이다. 학교를 졸업한 뒤, 엄마는 집 살 돈이 부족하자 다시 내게 손을 뻗었다.

“옆 동네에 어떤 사람이 널 마음에 들어 했어. 5천만 원 정도의 예물을 준다니까, 다음 달에 결혼해.”

그 사람은 50대 남성이었고, 가정폭력을 일삼는 사람이었다. 결국 외할머니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막겠다고 나섰기에 겨우 취소되었다.

지금, 엄마는 뺨을 감싸 쥐며 외할머니를 증오로 가득 찬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오늘 석경이를 못 찾으면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거예요.”

엄마는 외할머니를 세게 밀쳐버리자, 외할머니는 휘청거리며 넘어질 뻔했지만 간신히 중심을 잡고 말했다.

“다시 이러면 경찰을 부를 거야.”

엄마는 비웃으며 말했다.

“누가 내 집안일에 참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러면서 외할머니 집 곳곳을 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외할머니의 집을 샅샅이 뒤져도 내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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