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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장. 무언가가 가슴을 짓누르는 듯한

Author: 라이사
셀렌은 마침내 자리에서 일어났다.

머릿속에서는 여러 가능성이 끊임없이 맴돌고 있어 여전히 머리가 무거웠지만, 그녀의 걸음만큼은 단호하고 흔들림이 없었다.

본관 복도로 돌아온 셀렌은 마침 그곳을 지나가던 데이지를 불러 세웠다.

“데이지.”

셀렌의 부름에 데이지가 곧바로 걸음을 멈추고 공손하게 고개를 숙였다.

“부르셨어요, 부인?”

“네 도움이 필요해.”

셀렌이 돌려 말하지 않고 바로 본론을 꺼냈다.

“모로 저택으로 가. 비베니에의 물건을 몇 가지 가져와 줘.”

데이지는 잠시 말없이 있었다. 분명 놀란 기색이었지만, 곧 평소의 차분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어떤 물건을 말씀하시는 거죠?”

“아직 비베니에의 향이 남아 있는 물건이라면 뭐든 좋아.”

셀렌이 대답했다.

“드레스나 향수, 숄처럼 비베니에가 자주 사용하던 물건을 가져와. 그중에서도 냄새가 아직 온전하게 남아 있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걸로 골라.”

데이지는 침을 삼킨 뒤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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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던 디리안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그만.”낮게 내뱉은 한마디였지만, 허공에 팽팽하게 걸려 있던 긴장을 단번에 끊어 놓기에 충분했다. 목소리가 크지도 않았고, 서두르는 기색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그 차분함 때문에 그의 말은 더욱 단호하게 느껴졌고, 쉽게 무시할 수 없는 무게를 지니고 있었다.그의 시선이 사일러에게 향했다. 차갑고 날카로운 눈빛이었다. 처음부터 드러내고 있던 불쾌감을 감추려는 기색도 없었다. 하지만 그는 사일러를 오래 상대하지 않았다. 아무런 소득도 없는 논쟁에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는 듯, 이내 다시 셀렌을 돌아보았다.“하고 싶은 대로 하게 내버려 둬라.”디리안이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넌 이미 지나치게 깊이 관여했다.”셀렌은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그녀는 여전히 서로 다른 두 방향 사이에 붙들린 사람처럼 가만히 서 있었다. 한쪽에는 흔들림 없는 신념을 품은 채, 자신이 아직 완전히 받아들이지 못한 진실을 짊어지고 서 있는 남동생 사일러가 있었다. 다른 한쪽에는 그녀의 손을 굳게 붙잡고, 다시 상처받을지도 모를 혼란 속으로 돌아갈 틈조차 주지 않은 채 그곳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디리안이 있었다.디리안이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왔다.그는 손을 뻗어 셀렌의 손을 단단히 잡았다. 따뜻하면서도 힘 있는 손길이었다. 마치 그녀를 상처 입힐지도 모르는 일들 속으로 다시는 놓아주지 않겠다고 다짐이라도 하는 듯했다.“이제… 집에 가자.”설명도 없었고, 거절할 여지도 없었다. 처음부터 이미 내려져 있던 결정일 뿐이었다.셀렌은 고개를 숙여 서로 맞잡은 두 사람의 손을 바라보았다. 디리안의 손가락은 그녀의 손을 단단히 감싸고 있었다. 지금껏 마음속 모든 것이 흔들리는 듯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감촉이었다.그녀는 지금 떠난다고 해서 뒤에 남겨 둔 모든 일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동시에, 지금 당장 그 모든 것을 마주할 만큼 자신이 강하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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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작님, 부인께서 이혼을 요구하셨습니다!   1장. 우리 이혼하자

    "부… 부인!" "부인!"아래에서 외침이 터져 나왔다. 성의 가장 높은 탑 쪽으로 모두의 시선이 쏠렸다. 그곳에는 핏물에 젖은 하얀 드레스를 입은 한 여인이 가장자리 끝에 서 있었다.셀렌 모로 레벤티스.공작 부인. 늘 조용하고 순종적이던 그녀가 지금은 가장 위험한 곳에 서 있었다. 뒤에 있던 경비병들은 섣불리 다가갔다가는 그녀가 정말로 뛰어내릴까 두려워 조심스럽게 움직였다.셀렌의 처절한 울음이 터졌다. 셀렌은 아픈 배를 움켜쥐었다. 그녀는 방금 다섯 번째 유산을 했다. 이번만큼은 확신했다. 그 모든 비극은 병 때문도,

  • 공작님, 부인께서 이혼을 요구하셨습니다!   9장. 가짜

    오데트의 목소리는 너무도 우렁차서, 디리안은 그저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어머니에게 감히 맞설 수 없었다.“이렇게 멍청한 자식을 두다니, 내 팔자도 참 사납구나!”오데트는 그렇게 소리치고는 디리안과 할머니를 남겨둔 채 떠나버렸다.할머니가 조용히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이 일에 대해서만큼은, 나도 네 어머니 말에 동의해. 너는 이렇게 행동해서는 안 됐다.”말투는 부드러웠지만, 뜻은 분명했다.“할머니…”디리안이 조심스럽게 불렀다.할머니는 그를 바라보았다.“사람의 마음은 억지로 가질 수 없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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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라드 집사가 나간 후, 셀렌은 책상에 앉아 모든 서류를 하나하나 꼼꼼하게 확인했다.곧 성을 떠날 그녀는 단 하나의 실수도 해서는 안 됐다. 모든 내용을 완벽히 숙지해야만 했다.시간이 흘러, 해가 기울 무렵 다시 노크 소리가 들렸다.“부인, 왕부인과 대부인께선 이미 도착하셨습니다.”일라드 집사가 알렸다.셀렌은 곧장 방을 나가 두 사람을 정중히 맞이했고, 응접실로 안내했다.늘 그렇듯 시어머니 오데트는 시선을 이리저리 굴리며 작은 것 하나까지 점검했다. 그녀는 사소한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사람이기에, 셀렌은 언제나 그가 좋아

  • 공작님, 부인께서 이혼을 요구하셨습니다!   7장. 스와아룬델

    오늘 아침은 셀렌에게 유난히 다르게 느껴졌다.아침 식사 시간에 디리안이 성 안에 있는 것도 드문데, 같은 식탁에 앉아 있는 건 더더욱 흔치 않았다.평소라면, 그가 집에 있더라도 서재나 자신의 방에 틀어박혀 있었고, 셀렌은 다가가는 일을 이미 포기한 상태였다. 무엇을 하든 그는 불편해할 뿐이라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가슴의 상처는 그녀의 발걸음을 묶었고, 노력하려던 마음을 멈추게 했다.“…오늘 할머니와 어머니가 오실 거다.”디리안이 숟가락을 내려놓으며 말했다.셀렌은 그를 바라보며 차분히 물었다.“내가 아직 회복 중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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